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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 공략이 너무 쉽다. (110/198)

〈 110화 〉 공략이 너무 쉽다.

* * *

"이년은 또 왜 이 상태야."

다리에 단검이박힌 채로기절해 버린루리플라비스를 바라보며 나는 눈가를 찌푸렸다.몬스터가결계에물러나길래 뭔가하고 와봤더니 그녀가 있었다.

아직안 죽었었나, 이걸 기뻐해야 하나? 아니면 죽지 않았다고 아쉬워해야 하나. 애매한 기분이다.

"그래도 일단 만났으니 구하긴 해야겠지."

명색이루진의남편이고 황제의 장인이니루리를 구할 의무가 나에게는 있다.

나는 그녀를 안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엉망이 된 옷을 찢어버리고 몸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녀의 하얀 피부 곳곳에는 긁히고 베인듯한 상처가 가득했다.

다리에 박힌 단검을 보니 이건 사람이박은 걸로보인다. 멋진 장식이 새겨진 예식용 단검을 사람 다리에 박다니, 아무래도 그녀는 미끼로 버려진 모양이다.

이 단검을 박은 사람도, 그녀를 미끼로버린 것도아마 라파엘 녀석이겠지. 이래서 실력도 안 되는 쓰레기는데려오면 안 되는데.

"쯧!"

거기에 라파엘과루리플라비스는 연인처럼 보였다. 최소 지켜주지는 못해도 미끼로버리는 건너무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여자를 범하고 안은 내가 할 말을 아니지만.

결국 나도 말은 번드르르 하지만 그녀를구한 것도이렇게 치료해 주는 이유도 사실 여자가고픈 것뿐이다. 이곳에 장기간 머무는 이상루리만큼 좋은 여자는 구할없을 테지.

"이제 수술을 시작해볼까."

오버 좀 해주면서포션을3개 정도 꺼냈다. 하나는 그녀의 몸 전체에 로션처럼 골고루 발라준다. 그녀의 몸에포션이흡수되어 상처가 아물어 사라졌다.

다른 하나는 단검이박힌 곳.

"후우...아프겠지만 참아라."

그녀의 다리에 박힌 단검을 잡고 천천히 힘을 줘 빼냈다. 쮸부붑! 끔찍한 소리와 함께 단검이 뽑히며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그나마다행인 건깊게기절한 것인지그녀가 깨어나지 않았다는 거?

"뽑아낸 단검은 증거가될 수 있으니따로 보관하고."

포션을상처 부위에 쏟아붓는다.치이익­ 상처가 깊어서그런지살을 익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부글부글 거품이 일었다. 상처가 빠르게 아물며 새살이 솔솔 돋아났다.

내가 만든 특제포션은효과가 뛰어났다.

"으, 으음..."

책상에 눕힌루리가 몸을 흔들며 두 손을 들었다. 깨어나려는 건가. 그녀의 몸 위에 적당한 천을 덮어주고 완전히 정신 차리길 기다려주자.

"사, 살아있네? 그런데 여기는 어디?"

그녀는 일어나 자신의 멀쩡한 몸과 살아있다는 사실에 한 번, 이곳이 자신이 모르는 곳이란 사실에두 번놀라며소동물처럼깜찍하게 몸을 떨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몸을 떨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 당신은!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어떻게 여기에는 무슨. 여기는 내 숙소야.네가다친 채로와서 치료해 준거잖아.기억 안 나?"

미리 챙겨둔 단검을 꺼내 그녀 앞에서 보여주자 머리를 붙잡으며괴로워한다.

"아,아으으...어, 어째서이런 짓을! 믿었는데! 믿었는데!"

그녀는미친 듯이발광했다. 꺼이꺼이 울면서 마치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알게 된초딩마냥 몸부림쳤다. 당연히 그녀 몸 위에 올려준 천 조각은 날아가 버렸다.

출렁~

루진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나 그래도 충분히거유라부를만한 크기의 가슴이 내 눈앞에서 출렁거렸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화려하게 흔들리는 가슴은 남자의 마음을 자극한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고싶은 것은참아내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지금은진정시키는 게우선이다.

"일단 뚝 그치고 옷부터 입어."

"오, 옷? 그게 무슨 소리.."

그녀는그제야자신이 알몸이란 사실을 알아챘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구석으로뒷걸음질치고는손과 팔로 가슴과 보지를 가리려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다, 당신!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한 거야! 조금이라도 내 몸을건드리면황제이신 아버님께말씀드려서 널 죽이고말 거야!"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소동물이사납게 울부짖어 봤자소동물일뿐이지.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저런 소리를 그대로듣고 있을생각은 없지만.'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의자에 앉으며 빈 포션 병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몸 상태를 확인해보니 다리에는 단검이 박혔고 몸에는 각종 잔상처가 있더군. 그래서 흉터가남지 않게비상용으로 챙겨둔포션까지써서 치료해줬더니...그게 은인할테 할 소리인가 보지?"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납게 인상을 찌푸렸다. 잘 먹혔는지 그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그건 그러니까..."

"아니, 됐어. 어차피 감사 인사나 받자고그런 거아니니까. 나도네가황제 폐하의 자식이나루진의여동생만 아니었어도 구해주지 않았어."

"으, 으으..."

내 차갑고 냉정한 말에 그녀는 이게 아닌데 라는 듯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결심이라도한 듯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와 몸을 숙였다.

"3황녀루리플라비스, 저는 당신의 도움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의 행동은 죄송합니다!"

"흐응~ 괜히 자존심만 챙기지 않는 그 행동 아주 마음에 들어. 우선 이 옷부터 받아."

그녀에게 옷가지를몇 개던져주었다. 인벤토리에는 내 옷이랑유벨,아리스의옷밖에 없어서우선아리스의옷을 줬다. 다행히 옷은 잘 맞았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진정했는지 내 곁으로 다가와옆자리에앉았다. 이제는 현 상황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내가 지금까지알아낸 게조금 있는데...그 전에 네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자 어쩌다가 그런 상태로 여기까지온 거야."

대강 예상은 가지만 확실하게 정보를 얻고자 물어봤고, 그녀는 예전처럼 반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이야기를듣게 되었다. 라파엘이 그녀를배신하고미끼로버린 채도망을 쳤다 이거지...

"그래서?"

"에? 그래서라니?"

"아니, 그런 일을 당했잖아. 지금 어떤기분이냐고. 증오나분노가무럭무럭 자라나지 않아? 널 버린 그놈의 머리를 찢어버리고싶진 않고?"

그녀가 그다지 화가난 것같지 않아서물어보는 거다.

"히이익!? 그, 그런 무서운 짓을 어떻게 해! 그, 그리고 라파엘 님은 나만의 영웅이니까 분명 다시돌아올 거야! 분명 무슨 사정이있었을 거야!"

"돌아온다고? 이미 너를 버렸던 놈이 잘도 돌아오겠다. 그리고 사정은 개뿔. 대체 뭔 사정이 있으면 황녀를몬스터의먹이로 던져주고 혼자 도망칠 생각을 하는데."

"으윽! 그, 그런 말하지 마! 부, 분명 뭔가 사연이 있었을 거야! 다시 나를 데리러올 거라고!"

이 아가씨. 현실을볼 줄모르네.안 되겠다. 최고 등급의 정신적 충격이 필요하겠어!

"야,네가그 상태그대로였으면 인간이아니라몬스터의먹이가 되어 저승으로 갔겠지. 그러면씨발그 새끼가 어떻게 데리러 가는데. 아니지, 그 새끼도 금방죽을 테니데리러가는 건쉽겠구나!"

나는다다다! 그녀를 향해 현실을 말해줬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그만하라고 외쳤지만어림도 없지!

그렇게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까 시원해졌다.

"히끅! 흐윽...나는 이번에도버림받은거였어, 나는, 나는! 그가 전부였는데!"

루리플라비스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처박고징징거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이지, 알고는 있었지만루진과비교하면 너무나도 부족한 여자로군. 겨우이 정도에절망해서 질질 짜다니."

"뭐! 뭐라고!"

이번에는 진짜화났는지전과달리 마력까지 뿜어내며 이를 간다. 근데, 하나도안 무서워.

"생각을 해봐.배신당한주제에 복수를다짐하기는커녕질질 짜고나 있잖아. 그러고 있으면 뭐가 변하지? 아마 루진 이었으면 감히 나를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말하며 이를 박박 갈았을걸."

그녀한테는 독기가 없다, 의욕이 없다, 용기가 없다. 그렇기에 일부러 도발한다. 최소한 뭔가를하고 싶어지도록.

그리고 이게 통했는지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렇게 말했겠다!두고 봐!"

나는 당당하게 외치는 그녀를 한 번 비웃어주며 그대로 나갔다. 탐색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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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드득.

나갈때까지 비웃고 나가다니...너무 하잖아!

루리플라비스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조롱한 사내를 떠올리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유진, 용사이며 루진 플라비스, 자신의 언니와 결혼할 사내. 그런 사내가 자신에게 던진 혹평은루리플라비스의 마음에 흉기로서 푹푹 박혔다.

루리플라비스는 자신에게 그런 말까지 한유진이가화나나기도 했고,이 와중에변변찮은 반항 한 번 못해본 자신에게도화가 났다.

"두고 봐...내가 어떻게든 너한테한 방먹이고말 거야!"

치솟는 분노는 어느덧유진에게자신이 당한 것처럼 수치를 주고 싶다는 방향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자신이 믿었던 자에게배신당한것을 비웃고, 조롱하며루진과비교하여짜증 나는소리를 하던 그를 찍소리도 못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이 그에게이길 수있는 요소가 있던가? 아니, 하나도 없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자신이 절대로 못할 일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본인이 직접 만들었을 명품 가구들에 푹신한 침대까지!

"아우우...피로가 풀리는 기분."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눕히니 기분 좋다.

"핫! 잠깐만, 이게 아니잖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이렇게 한가하게있을 때가아니었다.

"으으으!그놈한테되갚아줄 방법! 방법이...!"

그녀는 고민하다 문득 자신의 커다란 가슴에 시선이 닿았다. 외모, 이는 자매들과 비교하여도절대로 꿀리지 않는다고자부하는 요소다.

루진은 너무 딱딱하고 여자답지 않게 강직하고, 루비는 차갑고 사나운 눈매 탓에 자신처럼 동글동글한, 귀여운 눈매를부러워했었다.

"그래...그 방법이 있었어!"

그녀의 사고는 막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된 망상은 여태까지 짓눌린 온갖 감정과 스트레스, 그리고 소중했던 사람에게배신당한기억과 맞물려끝도 없이증식했다.

"후, 후후후!"

자신의 몸을 이용한다. 그에게 자신의 몸을 맛보여 주고 내손에 쥐는 거다. 아무리 용사라 해도, 루진 언니의 연인이라 외모로는 결코 꿀리지 않는다.

매력도 루진 언니와 비교한다면 이쪽이 우위! 평소에 어머니께 배워둔 남자를 유혹하는 108가지의 방법과 남자를만족시키는1,080가지의방법이라면 문제없다!

비록한 번도사용해 본 적은없지만…. 아무튼 용사만내 손에 들어온다면?

날 배신한 자들을 처단하고 그에게 너 따위가 없어도 나를 지켜줄 영웅은얼마든지있다는걸보여줄 수있다.

덤으로 루진 언니도 처음으로 나한테 빼앗기는 거니까반응이 볼만하겠지.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슬퍼하는, 그리고 증오를 내비치는 루진 플라비스를 상상해 봤다.

"아아, 최고야. 그런 언니의 모습이라니...상상만 해도 즐거워!"

루리플라비스의 아랫도리가 점점 젖기 시작했다.

유진의 막말에 처음으로 오기라는 커다란 감정을 느끼며 처음으로 스스럼없이 감정과욕망을 드러내기시작했다.

이에 그녀의 안에 감추어져 있던 취향이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가지고 싶다, 얻고 싶다, 자신만의 영웅을 원한다. 공주나 황녀가 품을만한 감정에 이어, 누군가의 영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라는 비정상적인 욕망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몸에서 검은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 나 원래 이런 여자였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루리플라비스는 입술을 핥았다. 배, 자궁이있는 곳이뜨겁게 달아올랐대.

그렇게 한 여자가 타인의 영웅한테박히는 걸 즐긴다는, 자신의 성벽을 깨닫게 되었다.

유진은지맥을 검사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복잡하군..."

전신으로 뻗어진 생생한 지맥의 흔적들은얽히고설켜있었다. 하지만 내가 복잡하다고 말한 이유는 이렇게 꼬인 지맥들이 전부 한곳으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막대한 대지의 에너지가 한곳으로 모여든다? 명백히 이상한 일이다.

자연적으로있을 수없는 일. 조사가 필요해.

유진은지맥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커다란 무언가를발견할 수있었다.

"이건, 꽃?"

그것은 커다란꽃봉오리어지간한 저택에 필적할 만한 크기의꽃봉오리가닫힌 채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뿌리에는 지맥들이 모여있었다.

뿌리는 지맥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이곳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저 누군가가 만든이공간이아니었다.

여기는 저것의 탄생을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부화장이다. 저것을 보자마자유진은이를 깨달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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