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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화 〉 축제 즐기자 (116/198)

〈 116화 〉 축제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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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대회는 황제나 황족이 사냥을 위해 사들인 거대한 산에서 진행된다. 산의 이름은 태양 맞이 산.태양빛을흡수하여 축적해 식물이 잘 자라는 산이다.

당연히 야생 동물들도 아주 많다.

그곳에 나와루진이대기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대회는 2인 1조, 사냥꾼과 보조한 명, 총두 명의인원이참가할 수있다. 그래서 나랑루진이나가기로 했다.

규칙에 따라 내 전용 무장이라할 수 있는창도 반납하고 들어왔다.

인벤토리에 넣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루진이'규정을어기는 건안된다,이런 거없어도 너는 최강이다.' 라면서 억지로 창을 반납하게 했다.

루진이얼마나 나를 신뢰하는지 잘 느껴져서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이제 곧 시작하겠네."

루진이어색한 손놀림으로활을만지작거렸다. 나는 활과화살 통을정비하며 시작을 기다렸다.

사냥 대회는 아주 예전부터이어져 온매우 전통적인 행사다. 평화를 기원하며몬스터를잡는다는 의미로 시작된 행사는 황제가 직접 주관하며 1등과 3등은 황제를 가까이서바라볼영광을맞이할 수있다.

뭐, 사냥 대회 참가자가 각국의 유명 인사나 귀족, 왕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황제를 맞이하는 건 그다지 좋은 점이 아니겠지만.

'그보다 기세 한번 강렬하네.'

나는 슬쩍 주변을 곁눈질했다. 대회에 참가한 팀은 총 15팀, 하나같이 강대한 기세를 보유한 자들이 활을 들고 서로하하 호호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걔중에는 평범하게 약한 자도 있었지만 2인 1조인 만큼두 명 다는아니더라도 최소 1명은 우습게볼 수없는 자들인 경우가 많다.

응?

눈을 조심히 돌리던 중 어제활 쏘기시합에서 만난 로브를뒤집어쓴엘프를 발견했다. 로브를 벗은 다른엘프 들과달리 끝까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엘프는씨익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왠지 정다운 친구를만난 것같은 분위기에 나도 대충 손을 흔들어 화답해주니 이제는 아예 방방 뛰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다른 엘프한테 한 소리 듣고 나서야 조용해 졌다.

"거참, 여전히 이상한 엘프일세. 그보다 쟤 말고 내가 아는녀석이또 있으려나."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니이럴 수가! 라파엘이참가한 게보인다.

내가루리를시켜서 숲에서의 일을소문냈던그 라파엘이! 소문 탓에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버린 라파엘이! 종자를 데리고 사냥 대회에 참가했다.

종자는 괴상한 추남이었는데 내눈에는이상한 인공 피부를뒤집어쓴게 보인다.

'저놈은 또 뭐야...'

꽤나 완성도 높은 인공 피부는 가볍게 주변 사람들을 속였다. 아마 내 뛰어난 관찰력이 아니었으면 나도 그냥 넘겼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종자는 그런걸뒤집어쓴주제에어린아이처럼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특히 내가눈여겨본강자들을 지켜보며신 나는 것같았다. 강자라면 다른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경우가 많으니 이상한 행동은 아니다.나만 해도은근히 그들의 기세에흥분했으니까.

"이거 긴장되네. 별생각 없이황가의 보물이 탐나서 참가하긴 했는데 쉽게이길 수없겠어."

시선을 돌려 마지막으로 활을 둘러본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일반 병사들이 사용할 법한 활. 이 조건은 다른 자들도같다. 엘프가 불안하긴 한데, 이기기 어려워도질 것같지는 않았다.

"! 나오시는군."

그때 누군가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황금빛 머리에 황금빛 옷, 황금 왕관을 썼으며 손에는 황권을 상징하는 황금 지팡이를 든 고고한 제국의 황제.

루이 플라비스. 그가 오만한 표정으로 단상에 서서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의 시선이 불편할 법도할텐데수인들은대부분 하품이나 하고 있었고엘프 들은아직도 자기들끼리 재잘거렸다.

황제의 말에 집중하는 것은던전에존재하지 않기에 국력 또한 비교적 약한 두 왕국뿐이었다. 그렇다고 수인들이나엘프들이제국을, 황제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도그럴 것이...

"얌마~! 이 짐승이랑 귀쟁이 새끼들아! 내가 올라오면 격식 좀 차리고 봐주면 덧나니!"

내가 봐온 황제의 특성상 자기 신하나 적과대화하는 게아니라면 누구보다격식 없고가벼우며 재밌는 자가 그이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아직100살도 안 된애송이가 격식은 무슨 격식이냐!"

"얌마! 격식이고 나발이고 시합이나 시작하지! 기다리기 힘들어!"

무엇보다 타국 사람들도 그다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서로가미친 듯이다투고 다른 종족을 노예로서 다루며혐오하기에겉치레와예절을 찾던 때와 다르다.

던전이발견되고마석이나오며 자원 문제의 대부분이 해결, 이에 따라 전쟁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편리한 도구와 신비한몬스터의등장에 불법 노예 시장은 축소되었다.

그 대신 몬스터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몬스터는사람이 아니잖아?

하여튼 던전 덕분에 분쟁을 벌일 이유가 사라지면서 국가 간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특히던전을보유한 엘프의 나라 아발론, 수인들의 나라 아마존, 제국은던전을보유한 국가로서 서로돕다 보니공적인 일이 아니면 격식을차리는 게이상한 일이 되었다.

'거참, 아이러니 하구만.'

인류의 골칫거리이자 재앙인던전이이제는 인류의 최고 시장이자다종족과의화합의 연료가 되었다니. 정말아이러니하다.

"크흠! 이제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지!규칙은알고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지! 산으로 들어가 동물들을 족친 다음 여기로 가져와 놓으면 되네!"

산의 아래에는 참가한 팀의인원수만큼의동그라미와 그곳을지키는황궁의 기사들이 있었다. 우리가배정받은동그라미는 4번째 동그라미다.

"잡은 동물의 크기와 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하여여기 있는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고 총 점수에 따라가 승패가 갈리지!"

황제의 옆에는 엘프, 수인, 인간이라는 각 종족의 사람들이한 명씩 앉아 손을 흔들었다. 이쪽 방면에서는 유명한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황제는 우리를 한번쓰윽~훑어보고는손을들어 올렸다. 시작 신호다. 우리의 말 밑에 이동마법진이생겨났다. 참가자의 안전과 원활한 사냥을 위해 시합시작 시랜덤의장소로 이송된다 그랬지.

나와루진은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황제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고마법진이발광하며 시작을 알렸다.

시야가 일변한다. 우리는 어느샌가 낯선 산에 이동되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팀은 보이지 않았다. 꽤 멀리 떨어져서 시작하는 모양이다.

"일단 이동하자. 탐색과 사냥을 내가할 테니까너는 사냥감의 보관과 운송을 맡아줘."

루진은활을 잘 다루지 못한다. 그렇기에 역할을 나눴다. 내가 사냥을,루진이사냥감을 옮기는 걸로.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뒤쪽 풀숲의 200m 내외에서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옆에 있던나무를 능숙하게 올라 커다란 가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동물이다. 커다란 산토끼가 풀숲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선한 마리인가."

언제나 그랬듯이 시위를 당겨 번개의 화살을 만들어 냈다. 그러다 이 대회에서 점수를 어떻게 주는지가 생각나 급하게 번개의 화살을 없애고 챙겨온 사냥용 화살을 얹었다.

쫘악ㅡ

평범한 활이라 그런지 매끄럽게 시위가 당겨지질 않는다. 이래서 일반 활은 분명하다니까. 순간 인벤토리에 있는 어제 얻은 활을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털어냈다.

"내가 활로 극에 달하진 못했지만천 년도못 산애송이들한테질 정도는 아니지!"

적당히 힘을 조절하며 토끼를 조준하고 시위를 놨다. 콰직! 역시나 백발백중, 토끼의 머리를한 번에꿰뚫었다.

주변에 다른 동물은 없다. 화살과 활을 등에 넣고 나무에서 내려와 토끼를 챙겨루진에게넘겨주었다.

"근데 이거 경기 시간 언제까지지? 이대로들고 다니면금방부패할 텐데?"

"경기 시간은 10시간이다. 그리고 부패는 걱정하지 마라. 이 가방이 있으니까."

루진이처음모일 때주최 측한테받아등에 메고 있던거대한 붉은 가방에 토끼를 집어넣었다.

"이 가방에는 부패 방지 마법이 걸려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마음껏 사냥해라."

"부패 방지라. 그러면 마음껏 잡아도 되겠네."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종횡무진 산을 뛰어다녔다. 이 대회에 출전한대부분 사람이초인인 만큼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산이 넓어서 사냥감은충분하겠지만, 방심은금물, 진지하게1등 해서보상을 받기로마음먹었으니전력으로할거다.

"왼쪽 200m! 그리고 오른쪽 400m!"

푸슝! 푸슝!

내 뛰어난 감각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에 화살을 갈겼다. 이번에도 머리에 맞아 즉사,사체를보니 여우와 고라니였다.

"순조롭네. 아주 순조로워."

이걸로 잡은 사냥감은 총 13개체. 대형 동물은 없지만 하나같이 깔끔하게, 한방에 즉사시켰다. 다음 사냥감은 어디에 있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며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 유진, 뒤를 봐!"

"으음!"

고개를 돌리니 코앞까지 날아온 화살이 보인다. 가볍게 손으로 화살을 잡아채 날아온 방향으로 투척했다.

쐐애액!

"괜찮아? 어디다친 데는!"

"다친대도없고 멀쩡하니까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활로쏠 때와는차원이 다른 속도로 날아가는 화살의 소리는 갑자기 뚝 끊겼다. 뭐지? 적인가? 기습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나는 언제라도 창을꺼낼 수있도록 자리를 잡으며 몸에서 번개를 일으켰다. 내가 안일했다. 이런 대회일수록 다른 사람을 죽이고 묻어버리기 쉬운 일인데.

"이야~ 이거 죄송합니다.동물인 줄알고 실수로 쏴버렸네요."

언제라도공격할 수있도록 대비하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풀숲에서 나왔다.명랑해보이는 목소리에 160cm 정도로 추정되는 작은 키의 엘프 소년이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익숙한 로브 엘프가 보였다. 보아하니 일부러그런 건아닌 모양이네.

'그래, 황제가 직접 주관하는 사냥 대회에서암살 같은일이일어날 리없지.'

나는 자세를 풀었다.루진도상대를 경계하다가 상대의 외모를 보고는 경계를 풀고 다가왔다.

"그대는..아파렐 공이 아닌가!"

"어라? 절기억하고계셨나요?이것 참영광이군요 황녀님."

"그대가 이런 대회에 왜..."

"후후후, 그야 황가의 보물이 탐나서 그렇죠. 그리고저희 아발론중대사이자 이 나라의 중대사이며 각국의 화합을 위하여 확인할 것도 있고요."

그가 그런 말을 하며 나를 슬쩍 바라봤다.사내새끼의묘한 눈빛이라니 거슬린다. 그리고 아까부터 뒤에 있던 로브 엘프가 나를뚫어져라. 바라보는데이것도 거슬린다.

"....네놈, 설마!"

"어라라? 네놈이라니, 그런 난폭한 말. 저는 싫습니다만?"

아무래도 둘은 아는 사이인 모양인데루진은아파렐 이라는 엘프의 말에 뒤의 로브를 쓴 엘프를 슬쩍 바라보다가 내 옆에 달라붙었다.

과시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아파렐의 두 눈동자가빛나는 것같았다.

"역시 그분은 당신의 남편 되실분이시군요! 용사님! 이렇게뵙게 되어영광입니다!"

"어, 그래요. 저도 영광입니다."

적당히 답해주니 뒤에 서서 나를 바라보던 로브 엘프의 시선이 더 강해졌다. 이에 비례하여 나를껴안는루진의힘과 경계도 한층 더 올라갔다.

뭔가...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마땅히 이상황을 타개할방법이 떠오르진 않았다. 일해라, 나의 두뇌야!이런 데서일하란 말이다!

간절히 외쳤으나 두뇌가 응답하는 일은없고이 길고 긴 대치도 아파렐인지뭔지 하는새끼 덕에 끝났다.

"대회 중에 이렇게잡는 것도예의가 아니겠죠. 저희는 이만가보겠습니다. 다음에뵙죠! 황녀님, 용사님."

그는 로브를 데리고 떠났다.루진은그들이 떠나고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 능구렁이 녀석. 아마 일부러 우리한테 화살을쐈을 거야."

"그건 대충 알겠더라."

놈은 뛰어난 궁수라는 걸 보자마자 알았다. 거기에 청각과 감각이 어떤 종족보다 뛰어난 사냥꾼 종족인 엘프가 화살을 잘못 쐈다?

말도안 되는소리지. 차라리 서큐버스가 순애물 찍겠다는 말을 더 믿겠다.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지금은 생각해봤자 답도 없어. 그러니 사냥에나 집중하자."

루진을 다독이며 다시 사냥을 재개했다. 무아지경으로 활을쏘다 보니가방이 꽉꽉 찼다. 그래서 사냥감을 풀러 산 아래로 내려왔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온 선객이 보인다.

"네, 네놈은!"

라파엘이 기겁하며 나한테서 멀어졌다.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사냥감을 정해진 자리에 놨다. 그나저나 라파엘, 저놈은 실력도 없는 쫄보면서 벌써 내려왔데? 기권이라도 하려는 건가?

"푸하하하! 네놈들, 설마 그걸 사냥감이라고 가져온 거냐!"

갑자기 터지는 라파엘의 폭소. 천박하고 거슬리는웃음소리에삼류 도발이라니...어이가없어그 돈을지긋이 바라보니 놈이 쫄면서도 자신의 자리에 있는 사냥감을 가리켰다.

"이걸 봐라! 너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사냥감을!"

그가 가리킨 곳에는 곰이 누워 있었다. 근데 상태를 보니 화살로잡은 게아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가죽 손상이 심하고 곳곳의 상처에서는피가 날 뿐만아니라 뼈가 보일 지경인 상처도 있었다.

'설마저딴 걸로이겼다고하는 건가?'

병사들의 제지가없는 걸 보니규정을어긴 건아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화살을 무기 삼아 휘둘러 잡은 거겠지.

"에휴~ 멍청한 놈. 저런상처투성이곰으로 뭘 하겠다고."

그렇기에 나는 대놓고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저런 식으로사냥해서는 절대제대로 된점수를받을 수없을 테니이걸로 경쟁자한 명이사라진 거나마찬가지다.

"뭐? 야! 어, 어디가! 이 몸이 말하고 있잖아!"

뒤에서 놈이 뭐라고 소리치지만 무시하고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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