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일상 아닌 일상
* * *
"으랏차차!"
창을 땅바닥에 박고길이를 늘였다. 순식간에 100m 이상까지 늘어난 창에 내 몸은 위로솟구쳤고그 상태로 공중에서 멋지게 회전하며리린의공격을 회피했다.
확실히이번 건위험했다. 짐승을 몰든 한곳에 나를 몰아간 다음 강력한 일격으로 끝낸다. 그야말로 확실히 나를이기기 위한정공법이다.
'하지만 이걸피하는 건일도 아니지.'
내가 전장에서 구른 경험이 얼마인데 겨우이 정도도못 피할까. 아래를 내려다보면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재사격하려는리린이보인다.
그렇게는안되지!
나는 몸을 아래로 숙이며 마력을 연료 삼아 포탄처럼 빠르게 쏘아졌다.
"아자!"
콰아!
폭탄이떨어진 듯몸을 떨구며 창으로 바닥을 후려쳤다. 운동장의 5분의 1이박살 났고공중에 떠있던 마력 화살들도 커다란 충격에 사방으로날아가 버렸다.
"크으...!"
그그그극
리린은활로 간신히 내 창을 막았다. 나는힘을 주며천천히 활을 찍어눌러 그녀를 압박했다.
"그읏!"
"오오오오!!!"
초인들 끼리의 힘 대결.리린도궁사답게 근력이훌륭하지만, 지금의나에게 비하면부족하다. 운동장은 우리의 격렬한 힘 싸움을 견디지 못해 조금씩부서졌다.
'이대로 찍어눌러 이긴다!'
하체를 좀 더 안정적으로 바꾸며 상체에서 더욱 큰 힘을 낸다.리린의두 팔이 애처롭게 떨렸다.
대련인데 굳이이 정도까지할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이건진검승부이기도 하고용사인 내 자존심이 걸렸다. 아무리 상대가리린이래도 질 생각은 없다.
"큿! 얕보지 마라!"
리린은순간적으로 마력을 폭발시켰다.
"아, 또 이거냐."
나는 급히 물러났다. 내가 있던 자리에 마력 화살수십 발이박혔다.리린의저 능력존나 탐나네.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잔뜩 쏜 화살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조건이있는 건지, 아니면 제한이있는 건지한 번에 다루는양은 그리 많지않지만, 전투중 날아오는눈먼화살만큼무서운 건없는 법이다.
"리린! 아무리 내가 마력 제어나 마력 감지가 뛰어나도 방금건 진짜 위험했어! 그거 맞으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하다고!"
"칫!"
리린은혀를 하며 시위를 당겼다. 다시 한번 화살수백 발이나를 노리며 날아든다. 하나하나가 맞으면 위험한 고밀도의 마력 화살이 내 시야를 채운다.
다른건 몰라도 턍시 속사 하나만큼은 훌륭하네. 그리 생각하며 항마력을 작동시키고 전신에서 번개를 방출했다.
파지지직!!!
"뭣!?"
신의 기운이 담긴 번개는 사방으로뻗어 나가며화살을 지워버렸다. 마치 분필을 부수듯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깨져나가는 화살에리린은당혹스러워하면서도빠르게 대처했다.
방금처럼 마력이 아닌 고체인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살을화살 통에서꺼내 시위에 걸쳤다.
"바보 같긴."
차라리 마력을존나 뭉쳐서날리는게나았을 텐데. 금속 화살을 번개를 이용하여 매우 쉽게 튕겨냈다.
[신화 재현인드라]
내 창이 황금빛으로물들고번개가 창에 압축되며 하나의 가닥으로서 흐르기 시작했다.
방대한 신의 힘과 신화재현에 의해재현된 인드라의 힘이 섞여 창은 막대한 힘을담아낼 수있었다.리린도창에 담긴엄청난 힘을 느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잠깐!그 정도힘은 안 돼!"
"안된다고...? 그렇다면 더욱더 해야지!"
힘이 가득 담긴 창을 들고리린에게돌격한다. 그녀는 '이 미친 새끼가!?'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미친 새끼가!? 그딴 힘을 여기서 폭발시키면! 운동장을 통째로 날려버릴 속셈이냐! 내가 처리할 서류를 늘릴 속셈이냐!"
"하! 처리할 서류가 늘어난다면 그건 너의 인과응보겠지!"
"이 자식이! 말이면다인 줄알아!"
내 다리에 마력 화살이 박혔다. 진짜화난 것인지사정없이 몸에 꼼꼼하게 화살들이 꽂혔다. 맞는다면 분명 치명상이 될 화살,허나지금은 무의미하다.
와장창!!!
마력 화살은 내 몸의 막강한 항마력에 손쉽게 깨졌다.리린의믿을 수없다는 얼굴을 보며 나는 신창을 땅에때려 박았다.
곧,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고 그날 황금 길드의 운동장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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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린의집무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새롭게 생긴 서류를 보았다. 내용은 당연히 내가 날려버린 운동장에관한 거.
"이야~ 화려하게 끝났네."
깔끔하게 날아가 버린 운동장을 바라보며 코밑을 쓰윽~ 닦는다.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폭발시켰다. 역시 폭발은 예술이야!
"이…. 미친 놈이!!!"
리린은새롭게 군복을 갈아입으며 씻었는지 깨끗한 상태로 나와 내 머리를 활로 내리찍었다.
"힘 조절 몰라!모르냐고! 저번에도 다른 간부들과 싸우면서 기물 파손을 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운동장을 날려버려! 이거 징계때릴 거야! 징계때릴 거라고!"
내숭이나 가면 따윈 집어던지고마구잡이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나라서 다행이지 다른사람이었으면 진작에대가리 깨졌다.
남은 커피를 전부 들이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씨익웃으면서리린을바라보았다.
"그래서 느낀 점은?"
내 질문에리린은활을든 채로멈췄고 그 상태에서 천천히 팔을 내리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얼굴을 보니 무언가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다.
"눈앞이 깜깜하더라.네가존나 장난식으로 싸우긴했지만어느 정도진지하게 싸웠어. 그렇다고최선을 다한수준은 아니겠지만. 아마도마왕군최상위나 천마라는 년의 전투 수준을 그대로따라 한거겠지."
"정답!"
본래 사수와 전사가 싸운다고 가정하고둘 다마력을 능숙하게컨트롤하는초인이라했을 때사수가 극도로 유리하다.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어서 마력 화살을 난사하는 순간 전사는 사수에게다가갈 수없게 된다.
마력 화살은 마력으로 만들어져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등의 묘기가 가능한데다같은수준일때사수의 화살은 전사가 보고피할 수있는 게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대련에서 매우 가볍게 그녀의 화살을 관측하고 피해버렸다. 후반에는 가볍게작살내기도했지. 아마느끼는 게많을 것이다.
'이 세계는오랫동안 커다란 전쟁이나 전투가 없어서 그런지 상위 계층이 비교적 약한 편이니까.'
물론 그녀들이약하다는 게아니다. 나나 천마가 비정상적으로강한 거지.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천마나그에 준하리라예상되는 마왕 교단의 10위권 이내는나 같은묘기가 가능하겠지.
다름 아닌 마족에 악마의 성질도 지니고 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장난스럽게리린을대했고 그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유진. 오늘 당신이 선보인 무위는 전부 그들도 가능한 건가?"
"아니. 신체 능력이나 반응 자체는가능하겠지만기술의 정밀도나 숙련도는 한참부족할 거야. 그리고 나처럼 특별한 힘이있는 게아니면 쉽사리 네 화살을무시할 수도없을 것이고."
근데 천마는가능할 것같다.
"하아, 복잡하군. 최근 내 위장을 아프게 하는 널 혼내주기 위한 대련이었는데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데 더 늘었어...!"
"하하하! 어딜 쉬려고! 일해라핫산! 더욱 열심히 일해서 결과물을 내란 말이다!"
"에잇, 시끄러워 이 불경한 자가!"
리린이활을휘두르는 걸 의자를뒤로 젖혀 피했다. 그녀는 분한지 씩씩거리다가 금방 진정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장난은 여기까지쳐라. 이제부터는진지하니까."
"예이~"
"건성건성 대답하기는!후우,어쨌든이어서 말하자면 처음에 말했던 대로 마왕 교단이나 사이비들의 행적은 우리도 아직 몰라. 황제 폐하의 기사단도 이건 마찬가지야."
꼭꼭 숨어서 나오지않고 있나? 아니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건가. 고대몬스터를생각하면 아마도후자일 것같은데.
"그렇다면 마왕 교단이나 사이비 말고 다른 문제점같은 건없어? 그들이 정체를 숨겨도 이상한 사건은일어날 수밖에 없어."
"이상한 사건이라면 있다."
역시! 그놈들이 그냥 가만히있을 리가없지!
"하지만 이 문제들은 큰 문제가 아니거나 우리담당이아닌 경우가 대다수야."
"무슨 문제인데?"
"조카들이 분투하는 북쪽 국경선에 나타나는 언데드의 수와 질이 급상승한 거부터시작해서 최근 떠돌이 유민들을 납치하는 사건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전부 타국의 일이지."
"타국의 일이라..."
타국의 일이면 내가 간섭하기 힘들다. 그리고 북쪽의언데드는가끔그럴때가있다고 했으니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고, 떠돌이 유민 납치가 좀 이상하긴 하다.
하지만 유민이란 존재 자체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국경선을 넘은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유민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해 지금처럼납치당하는일은 흔하다.
"전부 이상한 사건이라고하기에는 사건이 애매하네. 딱히 이상한 점도 모르겠고."
이렇게 정보가 없어서야 내 미래예지급 직감도 일하지 못한다.랄까, 내 직감은 원래제멋대로라자기가 울리고 싶을 때만 울리지.
"일단 알았어. 기억해 둘게."
"그래.아참, 그리고다음 주월요일에 원정을 갈 생각이다. 단단히 준비하도록 해라."
"원정? 갑자기?"
"마녀한테 귀중한 정보를 받았다. 30층 아래에 더 깊은 계층이 있다고 하더군. 그곳에A랭크몇몇과S랭크들을데리고내려가 볼생각이다. 말하자면 임시 원정이라고 할수 있겠군."
"헤에~"
이미 아는 장소지만 일부러 처음 들어서신기한척했다. 그보다다음 주월요일이면 내일이 주말이니까 3일 후군.
"그러면우리 쪽애들은 전원 참가겠네."
"장래가 유망한 애들은 전부 데리고갈 거니까. 그리고 간부들도 열심히 일 좀 해야지."
리린은스산하게 웃었다.
"너한테는 감사하고 있어.네가간부들을 압도적으로 발라버린 덕분에 그놈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 열심히 하고 있거든.S랭크를달고인간 중에서상위권이된 뒤꺼리던영약들도미친 듯이들이키며 기초부터 단련 중이야."
"오호! 그건 기쁘네! 나라는 존재에 자극을 받아 강해지면 나중에 큰 전력이 되겠어!"
그러고보니 내가 황금 길드의 간부들과 싸우면서 새롭게알게 된 게있는데 그들은 인간 최강이 아니다.상위권인 건맞는데 그들보다 강하거나 맞먹는 강함을 가진 자들은몇 명정도 있다고 한다.
인간 최강은 제국의 제1기사단과2,3 기사단의 기사단장이다. 듣자하니 그 5명이 동격이라는데 기사단장은 두 기사단을 이끌기 때문에개인행동을일절 하지않아 볼 기회가 적다.
그리고 황궁과 황제를 지키는 그림자 기사단도 있다고 하는데 하여튼 길드 간부들은 최강이 아니다. 그저 최선의 인선으로 뽑힌 사람들이지.
그렇기에 그들이 단련을시작한 건환영이다. 언제가됐든간에 마왕 교단과 사이비, 좀 더 멀리 보자면 그들과 밀무역 중이라는 국가를상대할 때큰 도움이될 테니까.
"후후후. 정말로 좋은 일이네."
"하하하. 그렇지.엄청좋은 일이야. 그들이 강해지기 위해 영약을 먹을수록 더욱부려 먹을 수있게 되잖아."
우리는 의미가 다르지만서로를바라보며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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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식사시간.
오늘도 내가 차린 요리를 애들은 맛있게 먹었다. 빵에 스튜, 고기를푸욱찐 고기찜에 여기에선 생소할 야채만두까지. 그야말로 호화로운 밥상이다.
"으음! 맛있어!유진이가하는 요리는 하나같이 훌륭해!"
"오물오물.담백한 게끝내주네.유진이가만든 음식은너무 맛있어서멈출 수가없어."
다들 연신 감탄하며 먹는다. 나도 잘 쪄진고기를 한 점먹었다. 양념이 잘 스며들어 매우 맛있었다.
다들 맛있는 식사에 오늘은 금요일이라 평소보다 밝았다. 다름이 아니라 내일부터는 휴일이라 훈련도 전부 쉬고 놀거든.
다들 휴일에뭐 하고 놀지생각하느라 바쁘겠지.
"크흠! 얘들아. 잠깐 주목해봐."
내가 손뼉을 치자 다들 나를 돌아본다.
"오늘 단장 리린 플라비스가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어."
리린 플라비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집중하기 시작했다.
"알다시피던전은30계층이 최고 계층이야. 근데 이번에 30계층 아래에 있는 또 다른 층을 찾았대."
"호오~"
루진이 가장 먼저 반응하며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 들었으면 다들 예상이 가지? 임시 원정이야. 훌륭한 재능을 지닌A랭크유망주와 간부들전원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와인이든 잔을 치켜세웠다. 다들 나를 따라 잔을 올리고
짜안~
건배했다. 나는 이미가본 적있는 곳이지만 애들은 그야말로 미지의 공간 같은 곳이겠지.
특히모험자면서우리는던전에가기보다는 각자 훈련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까 더기대될 거다. 그래서 직접 흥을 돋웠다.
다들 기대하며와인을들이켰고 나도 새빨간와인을단숨에 원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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