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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화 〉 유적? (148/198)

〈 148화 〉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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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유적이란 고대에 만들어져서 지금은잊힌건물이나 공간이 지하 혹은 특수한 공간에 격리되어 오랜 시간이 지나며 신비한 마력이 깃든 것을 말한다.

유적에는 지금은 계승되지 않는 기술이나 마법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고 현대의마도구로는재현할 수 없는힘을 가진 유물을찾을 수도있다.

내가 가진성검또한고대에서부터전해져 내려온 물건이니 유물이라할 수도있을 것이다.

유적은 그 규모에 따라서 상, 중, 하로 나뉜다. 상은 왕의무덤 같은것들이고 중은 특별한 무언가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 하는 신전이나 집같이 작은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찾아가는 유적은 하 수준의 유적이다. 하 수준의 유적에서는 보물이나 특별한 기술같은 건거의 없기에대부분의 사람이내버려 두는곳이다.

그런데 루비 플라비스는 나와루진을호위로 삼아 하 수준의 유적에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면 잘갔다 와."

나는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하는 여자애들에게 사랑을 담아 키스한 번씩해주고루진이랑약속장소로향했다.

"준비가 다 됐나 보군요."

약속 장소에서 미리 짐을 전부챙긴 채마차에 앉아 방긋 웃는 루비 플라비스.

호위로 나와루진만을고용한 그녀는 유적에 관한 정보가 적힌 서류를 우리에게 넘기며 마차의 의자를 툭툭 두드렸다.

"언제까지 거기에서 있을건가요? 용사님, 언니. 얼른 들어와서 앉으세요."

"...호의에 감사하지."

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루비 플라비스와마주 보며앉았다. 내 옆에는 루진 플라비스다 앉았고 나와 루비 플라비스는 한동안서로를바라봤다.

짜증 난다. 루비 플라비스. 실력이랑 인성을 떠나서 매우짜증 나는년이다.

"후후, 저를 보며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지 마시죠. 숙녀 앞에서그러는 건실례랍니다."

루비 플라비스는 도대체 뭐가 그리웃긴 것인지자꾸 키득키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 웃음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후우~ 됐다. 그냥 신경 끄자. 신경 써봤자 나만 손해지.'

시선을 돌려 마차 바깥을 창문으로 구경하고 있으니 루진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루진? 왜 그래?"

"끄응~ 어제 격렬하게 즐겨서 그런가? 꽤 피곤하구나. 나는 조금 자야겠다."

루진은크게 하품하더니 정말로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어제 잔뜩 즐기며 괴롭혔는데 좀 과했나?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린 루진이 편히쉴 수있도록 어깨에 있던 머리를 내 무릎에 올려 주었다.

여자들이 나에게 해주던무릎베개를이번에는 내가 해주는 거다.루진의몸이 가벼웠기에무릎베개를해 줘도 부담되지 않았다.

그 상태로루진의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관리도안 하는주제에 참으로 탐스러운 금발이다.

루진의머리카락 가지고 장난치며 놀고 있는데 루비 플라비스가 뒤에서 티세트를 꺼냈다.

마차가 크고마도구를설치해진동도 없는 고급스러운 마차인 만큼 간단한 브런치를즐길 수있는 책상이 있었는데 거기에 티세트를 놓고 차를 탔다.

"저기, 용사님. 차한잔하시겠나요?"

어느시 홍차가 담긴 잔을 나에게 내밀며 권유하는 루비 플라비스. 오늘따라 살갑게달라붙는 게이상하지만 일단 호의를 받아들여 홍차를 받았다.

킁킁~

혹시 몰라 냄새를 맡아보니 이 차. 매우 좋은 차다. 고급제품인가?

"후후. 그 차는 제가 가지고 있는명품 중의 명품입니다. 안심하고 드시길. 아, 저는 밀크티로마실 건데용사님은 어떠신가요?"

"아니, 난 됐어."

홍차에 우유를 넣는 루비 플라비스. 우리는 동시에 잔을 들어 차를 맛보았다.명품 중의 명품이라는호언장담에 걸맞게훌륭한홍차였다.

"후우...그래서. 유적에 도착하는데 오래 걸리나?"

루비 플라비스가 서류를 주긴 했지만 정확한 위치는나와 있지않았다. 정확한 위치는 본인만이 알고 있다고 하는데...나는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루비 플라비스라면 우리를 속여서 다른 무언가를할 수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 루비 플라비스는 웃었다.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한 미소. 가면을쓴 게아닌 진심으로 우러러 나오는 미소였다.

"안심하고 기다리세요.유적에는금방 도착할 테니까. 당신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무슨 역할인데."

"당연히 호위죠!그 외에도감히 제가 조사 중인 유적을 침범한버러지들처리도 해야겠죠."

"버러, 지들? 누굴 말하는 거지?"

루비 플라비스가 살의를 품고 저런말을하다니 의외다. 대체 상대가 누구길래...

"도적입니다. 도적! 유적에자리 잡는도적들이요!"

"도적? 잠깐만! 유적에 도적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네. 그래서 당신들이 필요한 거예요. 도적들이 모조리 도륙하기 위해서."

루비 플라비스의 막무가내인 말에 머리가아파져 오는느낌이다. 도적들을죽이는 건쉬운 일이니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를 고용하고 함께다닐 거라면최소한 정보 자체는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정보를 숨기고 이런 상황에서 알려 주다니!

나는 전부 마신 찻잔을 일부러 바닥에 떨어트렸다. 와장창! 깨진 찻잔에 루비 플라비스다 차를 마시던 도중 입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간단한 임무니까 뭐라 하지는 않겠는데 다음부터는 그런 정보를 미리미리 말해.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진짜화가 나서널한 대 후려칠지도모르거든."

내가 진지하게 말하니까 장난이아니란 걸알았는지 루비 플라비스도 이 이상 속을 긁진 않았다.

어색한 침묵 속 마차는 루비 플라비스의 명령에 따라 유적지를 향해 달렸다. 유적에 도적이 있다고 했으니 가다가 막히려나.

막연히 그런 생각하면서 창문을 바라보는데 저 멀리 빛이 반짝이며 무언가가날아오는 게보였다.

"화살!"

미리 마차에 새겨둔 방호 마법을 활성화 시켰다. 마차 내부를 노리던 화살은결계에힘없이 막혀 바닥에 떨어졌으나 마차 앞의 마부와 말을 노리던 화살은 정확하게 명중했다.

"이런. 아무래도 도적들이적극나온 모양이네요."

"이 상황에 태평하기는...루진! 일어나! 밖에 적이야!"

루진의부드러운 볼을착착­ 때리며말하니 부스스한 몸을 끌고 루진이 일어났다.루진은근처에 있던 자기 대검을 챙겼다.

"적이라니...던전 도시 근처에적이라면암살자나마왕 교단놈들인가!"

"아닌데. 그냥 도적이야."

"....그런가. 그냥 도적인가. 금방 처리하도록 하지."

뺨따구를 톡톡 두드리며 정신을 각성시킨루진은상대가 도적이라는 것에시무룩해하며대검을 뽑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편 마차는 마부와 말을잃은 것에이어말의 주검과부딪혀 멈춰버렸다. 루비가 준비하던 모든 찻잔이 부서졌고 우유병도 깨져 우유가 바닥에 쏟아졌다.

"이런, 이런.버러지들이꽤강경하게 나오네요. 설마 선공을할 줄이야."

"그래 봤자도적. 루진이 알아서 정리하겠지. 우선은 여기에서 나가자."

루비의 허리를 단단히 껴안고서 마치의 벽을 발로 차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도적들이 줄지어 서서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으며루진은대검을 어깨에걸친 채냉혹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우효~★저거 봐라! 저기 저 여자도 엄청난 상등품이다!"

"키야! 오늘은 운이 좋군! 미녀두 명이스스로 우리 구역에 발을 들이다니 말이야! 실컷 따먹고서 노예로 팔아버리면 한몫 두둑하게벌 수있겠어!"

도적들은 그리 말하며루진과루비 플라비스를 추잡하게 바라봤다. 몇몇 놈은 자지가 껄떡거렸는데 매우 끔찍해서 나도 모르게 단검을 꺼내 맞춰버렸다.

"어딜 내 앞에서 그런더러운 걸들이대!"

푹! 푸푸푸푹!!!

날아간 단검이놈들의 물건을 절단하고 자지가 잘려 나간 놈들은 그 부위를 움켜쥐며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그야말로 통쾌한 정당방위! 이에 범죄자 새끼들이 주춤했다가 아직 자신들이 숫자가많다는 걸 떠올렸는지다시 자신만만 해졌다.

"어이! 거기 남자 새끼! 지금 우리는 50명이나 있는 대인원이야! 순순히 여자만 넘겨 준다면 너는 곱게 보내주지! 물론가진 건전주내놔야겠지만!크하하하!"

"지랄이 풍년이네."

감히 나를 보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번개로 지져 버릴까 고민하는데 루진이 분노로 붉어진 몸을 이끌고 그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 루진빡쳤다. 나는 단단히화가 난루진을보며 루비 플라비스를 데리고 멀찍이 떨어졌다.

도적들은 의아해하며루진을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써­걱!

칼질 한 방에 목이 잘려 죽었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이봐, 제, 제이슨! 대체 뭐가 어떻게된 거야!"

"내 팔! 팔이! 팔이짤렸어! 끄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도적들. 그중 팔과 다리가잘린 채고통으로몸부림치던도적의 입을 발로 밟아 틀어막은 루진이 그들을 냉혹하게 쳐다봤다.

"이봐 루비. 너는 헌재 우리의 고용주이니 묻겠어. 이놈들 전원 죽여도 문제없는 거지?"

"전원이 우리 상단을 상대로 살인, 폭행,도둑질했던놈들이야. 마음껏 죽여."

루비의 확답에루진은기쁘게 웃었다. 그리고 대검이 움직이며 도적들을 잔인하게 썰어 버리기 시작했다.

"야. 근데 내가혹시나 해서묻는 건데. 저도적단너랑 악연인 놈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목적으로만들어지도록유도한 건아니겠지?"

이 세계에도 법률은 존재하나 중세인 만큼 법을 따르지 않고 뒷공작을 부리는 애들이 많다.

그중 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뒷공작은 사람을 고용해서 폭행이나 절도를 벌이게하는 것이다.

그리고 루비의 성격상 그런 놈들을살려 둘 것같지가 않다. 내 질문에 루비는맞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님의 말씀대로 저놈중에는 제가 심어 놓은 첩자가몇 명 있죠.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자 중에서도주기적으로 이런 일을 벌일 타국의사람이나밑바닥 인생들을모은 뒤저의 목적지를 슬쩍 흘리고."

"너가 심은 사람들로 선동해서 도적행세하게 했겠지."

루비 플라비스, 내 생각 이상으로 냉정하고 악독한 여자다. 설마자신에게 방해되는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를 써먹을 줄이야.

"미리 묻겠는데. 유적에 간다는 것도 이걸 위한 거짓말은 아니겠지?"

만약 이게 거짓말이라면 얼굴을 으깨주마. 그리 생각하며 주먹을 쥐고 있으니 루비 플라비스가 두 손을 저었다.

"그럴 리가있나요. 유적 이야기는 진짜예요. 도적들도 정리된 모양이니 이제부터는 저를 믿고 따라오세요."

루비 플라비스의 말대로 도적들은 전부루진의칼에 죽었다. 들판에 흩뿌려진 피 사이에서 루진이 상쾌하다는 듯이 머리의 땀을 닦아냈다.

루비 플라비스는 시체 사이를 지나 숲으로 들어 갔고 나도루진도나에게 합류하여 그 뒤를 따랐다.

얼마나 걸었을까.몇 분도지나지 않아 작은 탑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돌로 만든 사람크기만 한석탑. 당연하지만 사람이 들어갈 만한사이즈는아니다.

"뭐야. 루비! 이곳에 유적이있는 게확실해? 이 탑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언니도차암~ 말했잖아요. 이건 유적이지만 유적이 아니라고요. 저도 우연히.마왕 교단의 마족을 쫓다가 우연히알게 된거예요."

루비는 그리 말하며 탑으로 걸어 갔다. 더 탑에 뭔가가 있나? 하지만 내가 가서조사했을 땐유적 특유의 신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뭘 하나 느긋하게 구경하기로 하며 적당한 나무그늘에앉았다.

"어디 보자...이거다. 이걸 누르면!"

쿠구구구궁!!!

루비 플라비스가 탑에 있던 무슨 장치를 기동시키자 탑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탑이 갈라지며 중앙에 비밀통로가 생겨났다.

"역시. 제가 제대로 찾아왔군요."

"잠깐...비밀, 통로가 왜 있어?"

유적에 각종 장치나 함정,시험 같은 게있기도 하다. 특히 왕의무덤 같은상 수준의유적에는신비한 힘이 강하고 무언가가 깃들어 시련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비밀통로가 나타난 적은한 번도없었다. 유적의 입구가 숨겨져있는 것도아니고 특정 장치를 통해 열리는 비밀통로라니!말도 안 되는일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제로 일어났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안쪽을 바라봤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적은없는 것같았다.

"그러면 들어가도록 하죠. 이제부터가 중요한순간이니까요."

루비 플라비스는 우리를 앞세웠고 나와루진은서로의 손을잡은 채로유적 내부로 들어 갔다.

이 안에 뭐가 있는지는모르겠지만, 뭐가있든 간에전부 부수고 보상을 챙길 것이다.

'그리고 이 통로가비밀통로였으니 보상도좋은 걸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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