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5화 (5/193)

<-- 인류의 희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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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준

“고작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약 5시간 정도의 시간을 소모한 끝에 성준은 드디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한 달 동안 지냈던 고시원에서 그의 집이 위치한 서울까지는 고작 3시간 거리였지만 5시간이 넘게 걸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터미널에서 성준을 구해준 헌터부대 요원이 말했던 것처럼 현재 전 세계 곳곳에 갑작스럽게 몬스터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수도인 서울로 들어가는데 있어서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버리고 말았다.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막상 집에 도착하자, 성준은 피곤함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가족들이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었기에 그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져갔다.

“오빠~~!!”

그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그의 여동생이 그를 반겨주었다. 올해 중3, 16살인 그녀는 오빠의 옆에 바싹 달라붙어 애교를 피웠다. 원래 성격이 활발하기도 했고, 워낙 오빠를 잘 따르는 성격이었던 그녀는 오랜만에 마주친 오빠가 많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이제 내일부터 다시 기숙사 들어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니까 말이야. 그냥 기숙사 들어가지 말고 오빠랑 지낼까?”

“그랬다가 또 맨날 집에 늦게 들어오고 놀러 다니려고 그러지? 절대 안 돼.”

“치이, 너무해. 오자마자 잔소리냐?”

그녀는 중학생이지만 현재 기숙사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여름방학이라 잠시 집에 머물고 있지만, 개학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다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워낙 노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성준의 아버지와 누나의 특별 조치였다.

“준이 왔어? 별 일은 없었지?”

“아, 누나. 별 일은 무슨. 피곤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일 없었어.”

동생에 이어서 그가 누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27살이라는 동생들에 비해서 제법 많은 나이의 그녀는 이 집안에서 실질적인 가장의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항상 동생들을 챙기면서 자라왔고, 유일하게 집안의 브레인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머리도 좋았다. 덕분에 지금은 중견기업에 취업해서 집의 경제력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성준은 그런 누나가 항상 고마웠다. 어떻게든 누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으며, 누나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렇기에 터미널에서 겪었던 끔찍한 일도 차마 말하지 못했다.

“밥은 먹었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단히 먹었어. 오늘은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네.”

“그래, 그동안 힘들었을 테니까 일단, 얼른 씻자.”

그렇게 동생과 누나와 인사를 마친 성준은 마지막으로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무뚝뚝한 성격의 그의 아버지는 별다른 인사나 반가운 표정 없이 아들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성준은 그런 아버지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그래, 수고했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그와 아버지하고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안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항상 이런 식으로 어색함을 유지했다.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업이 망하면서부터 이런 관계가 되어버렸다. 성준뿐만 아니라 그의 누나도, 동생도 어느 한 명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항상 자식들에게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셨다.

성준은 아버지의 그런 마음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껏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드리기 위해서였다. 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누나와 동생과 함께 집안을 일으켜서 예전의 좋았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그의 꿈이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그의 아버지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마음속으로 반드시 헌터부대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한 뒤, 짐을 풀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피곤함이 머리와 어깨를 짓눌렀지만, 쌓여있는 짐을 정리하고 모레 학교 갈 준비를 미리 할 필요가 있었다.

“준이 너는 아직 하루 남았지? 모레가 개학 맞지?”

그렇게 방에 들어와서 짐정리를 하던 때 갑자기 그의 누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과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있었다.

“아, 고마워. 모레가 개학 맞아. 내일은 집에서 조금 공부하다가 잠깐 친구들 만나러 나갈 것 같은데.”

“방학 내내 공부했는데, 내일 하루는 쉬어도 괜찮아. 친구들하고 마음껏 놀아. 용돈도 거의 다 떨어졌지? 이거 받아.”

“아...괜찮은데...고마워, 누나. 매번 누나한테 신세만 지는 것 같네.”

“얘는 무슨, 고등학생이 그런 얘길 하고 그러니? 너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오히려 대학도 못가게 하고 이런 공부 시켜서 미안한걸...”

“누나도 그런 생각 하지 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그녀가 성준에게 돈이 담긴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매달 그에게 용돈을 챙겨주곤 했다. 대학준비가 아니라 벌써부터 취업준비를 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늘 미안한 마음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내일부터 아버지는 순천에 내려가 계실거야. 그곳에 큰 공사가 잡혀서 몇 달 동안은 집에 안 계실 것 같아.”

이어서 그녀가 성준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사업이 망한 이후로 지금까지 일용직근무를 해왔다. 그래서 가끔씩 큰 공사 현장이 있는 지역에 내려가서 생활하기도 했는데, 내일부터 집을 비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뭐, 상관없어. 혼자 지내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잘 지낼 수 있지? 그래도 가끔씩 내가 집에 오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억지로 올 필요 없어. 누나도 누나 생활이 있는 거니까.”

아버지가 집을 비우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은 성준 혼자였다. 동생의 경우에는 기숙사 생활을 했고, 누나는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계실 때는 일주일의 절반 정도는 집에 와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이 집의 구성원은 아닌 셈이었다.

“아버지랑 내가 꼬박꼬박 용돈 보낼 테니까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먹을 거는 내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집에 와서 해놓고 갈게.”

“걱정 말래도. 작년에도 이랬었잖아. 오히려 집이 조용해서 공부도 잘 되겠네. 정말로 걱정 안 해도 돼, 누나.”

“으응, 알았어.”

작년에도 한 번 이런 상황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기에 성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좁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편이 훨씬 더 편하고 좋았다. 그의 누나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정말로 성준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누나가 방을 나가고 성준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는 누나가 가져다준 과일들을 먹으면서 남은 짐을 마저 정리했다. 그리고 모레 학교 갈 준비까지 끝내서야 드디어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하아...오늘따라 엄청나게 피곤하네. 집에 오면 마냥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해...어젯밤이랑 아침에 이상한 일을 겪어서 그런가.”

그가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침대에 누웠다. 어제만 하더라도 드디어 집에 간다는 생각에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막상 집에 오고 나니 이상하게 심란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혹시 지난밤에 섹스를 못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엄청난 사건 때문일까. 그 마저도 아니면, 가족들에 대한 걱정 때문일까. 정확히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던 그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일단 잠이나 자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역시나 잠이 최고다. 그는 복잡한 머릿속을 텅 비워둔 채로 그대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그는 씻도 않고 그대로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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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유흥업소

“오늘도 한 명도 없는 거예요?”

“하아...그러게 말이다. 어제부터 이게 뭔 일인지...”

“아직 기사 뜬 건 없죠?”

“정부에서 통제를 하는 건지, 아무 것도 없네. 김실장님 말로는 지금 대부분 남자들이 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인터넷에서도 난리고.”

“하...큰일이네요, 정말...”

“얼른 다른 알바라도 알아봐. 카드 값이라도 막아야지.”

“네...에휴...”

서울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에 두 여자가 서로 심란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어제부터 발생한 기이한 현상으로 한창 바쁠 시간인 지금도 업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최대한 많은 손님을 상대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에서는 막내이자 신입으로 통하는 여자는 이 상황이 더욱 답답했다. 얼마 전에 카드로 비싼 명품 옷과 명품 백까지 구입했던지라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암울했다.

“하...씨발...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올해 18살, 미성년자인 그녀는 집에서 가출해서 생활한지 벌써 1년째였다. 처음에는 가출팸에서 생활을 하다가 한 달 전부터 업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워낙 뛰어난 외모에다가 몸매를 지니고 있었고, 거기에다 어린 나이까지 더해서 그녀는 고작 한 달 만에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을 누가 알았겠나. 이대로 이 업계에서 스타가 되어서 돈방석에 앉는 게 그녀의 꿈이었는데, 이렇게 송두리째 무너질 줄 아무도 예상 못했다. 지금까지 번 돈으로는 카드 빚 갚기에도 모자랐기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씨발...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불쌍하다, 내 인생...”

답답한 마음에 업소를 빠져나온 그녀는 주차장에서 연신 줄담배를 피어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도 없었기에 어떤 선택을 내려야될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술주정뱅이에다가 틈만 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다시 가출팸에 속해서 생활하는 것도 싫었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알바를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한 달 동안 너무나도 쉽게 많은 돈을 벌었던 만큼 웬만한 알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잘 해결 되겠지...꼭 그래야 되는데...”

이곳이 아닌, 어떤 선택도 내릴 수 없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 현상이 잘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게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현상인 줄 알았던 이번 현상은 불과 하루 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같은 현상으로 난리였기에 고작 며칠 만에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점이 그녀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인터넷을 찾고 또 찾아봐도 방법이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어제부터 발기부전, 무정자증 등으로 도배되고 있었고,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남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늘 하루 동안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업소에도 손님이 없었던 것을 보면, 보통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인터넷에 나와 있는 추측에 따르면 이 현상이 몬스터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최근에 몬스터가 급증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면서, 히어로 협회와 헌터부대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마련 중이라는 예상 글이 올라와있었다. 이것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어쩌면 과거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모르겠다...어차피 몬스터 짓이라면 언제 죽을지도 모를 텐데, 그냥 버텨보는 수밖에...”

하지만 원인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녀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과도 같았다. 지금 당장 돈을 벌지 못하면 그대로 꺼지고 말 것이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마저 태우고 다시 업소 안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뭐, 뭐야...? 저게...언제부터 있었지...?”

그런데 그때였다. 담배를 다 태운 그녀가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문 위에 이상한 물체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페이스 허거를 떠올렸다. 그 이상한 물체는 마치 살아있는 듯 숨을 쉬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물체임에도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두려움도 잊은 채 그 물체에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꺄아아...으읍...윽...읍...!!”

물체가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 생각보다 큰 크기의 물체는 그녀의 온몸을 감싸버렷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촛불은 바람을 채 만나기 전에 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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