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희망 -->
성준의 머릿속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했다. 우선, 당장이라도 자신이 아직도 발기가 잘 되는지 확인하고 싶은 게 첫 번째였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될지가 문제였다. 남들은 친구들한테 말하는 게 뭐가 어렵겠냐고 묻겠지만,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만약 지금 내가 들은 것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최대한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게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가는...특히나 강성이 부모님이 알게 된다면, 실험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성준은 히어로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히어로는 특별한 존재였으며, 당연히 그들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하지만 히어로라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흑역사는 존재했고, 그 흑역사의 대부분은 인류의 사소한 실수나 욕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히어로의 흑역사는 대략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 2010년, 히어로가 하나씩 등장하면서 전세가 역전되고, 몬스터들은 히어로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활개를 치던 녀석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5년 만에 인류는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그렇지만 겨우 찾아온 평화는 인류에게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낳고 말았다. 바로 너무나도 강력한 히어로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들은 기존에 권력을 잡고 있던 사람들을 위협했고, 곧 이들 간의 권력 다툼이 시작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고, 일부 히어로들은 붙잡혀서 생체 실험을 당하기도 했다. 히어로의 몸을 연구해서 이 능력의 비밀을 밝히고 최대한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같잖은 이유 때문에 말이다.
‘나는 히어로처럼 강해진 것도 아니야. 이런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알렸다가는 빼도 박도 못하고 연구실 행이겠지. 그럴 수는 없어.’
그나마 히어로들은 강했다. 그들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규탄하거나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했고, 그들만의 룰을 만들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히어로 협회였던 것이다.
반면에 그들과 달리 성준에게는 그런 힘이 없었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그처럼 발기가 가능하거나 정자가 살아있는 사람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너 왜 그래? 정말로 평생 섹스 못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몬스터 때문이라서 놀란 거야?”
“술도 안 먹은 애가 왜 그래?”
성준의 고민하고 긴장하는 모습은 곧 친구들에게 발각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장난을 하며 그를 나무랐지만,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의 얼굴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성준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결심을 내렸다.
“저...미안한데, 나 먼저 가볼게. 몸이 조금 안 좋다.”
“아, 그래? 어쩐지, 아까부터 이상하더라. 먼저 가봐. 어차피 우리도 조금만 더 놀다가 정리할 생각이었으니까.”
“미안, 먼저 갈게. 내일 학교에서 보자.”
성준은 그들에게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도무지 즐길 수가 없었다. 그는 최대한 아픈 척을 하며, 강성이네 집을 빠져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집으로 달려간 혹시라도 누나가 집에 있나 확인을 한 후, 숨을 헐떡이면서 가장 먼저 그것을 확인했다. 자신의 중요부위가 발기가 되는지 안 되는지부터 확인하기 위해 그는 바로 옷을 벗어던지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아...그냥 아무 때나 발기할 수는 없지...야동...야동이라도 하나 봐야겠다.”
당연하게도 그의 아랫도리는 말랑말랑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발기가 되기 위해서는 자극이 있어야 되는 법. 안 그래도 몸이 긴장상태에 있었던지라, 더욱 발기가 어려웠기에 그는 자신의 방으로 이동해서 소장해두었던 야동 하나를 틀었다.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최대한 스피커 볼륨을 높인 뒤, 자극적인 장면부터 시청을 했다.
한 달 동안의 고시원 생활 끝에 오랜만에 본 야동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귀여운 얼굴에 섹시한 몸매를 지닌 야동 배우가 온갖 애교를 부리며 자신의 몸을 자랑하자, 성준의 심장이 빠르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곧 온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면서,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단숨에 성준의 중심부를 향해 모여든 피는 그곳을 뜨겁게 불태웠고, 2일 전에 김소영한테 보여줬던 것처럼 커다랗게 우뚝 솟아오른 발기 된 자x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미치겠네...”
성준은 발기 된 자신의 자x를 보고 기뻐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눈앞에 야동 배우가 여러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리는 성욕마저도 짓눌러 버릴 정도로 복잡해졌고, 자연스럽게 발기 된 자x도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했다.
“씨발...하...돌겠네...”
야동을 끄고 다시 옷을 챙겨 입은 그는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지금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 현상이 일어난 지 고작 며칠 밖에 되지 않았고, 원인이 밝혀진 것도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사실을 비밀로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냥 말해버릴까...아니야, 그랬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수도 있잖아. 그래도 히어로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면...하...미치겠네...’
그는 복잡한 마음과 머리를 달래고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것저것 고민을 했다. 굳이 이 사실을 비밀로 하지 않고 얘기하는 게 그의 마음에는 더 편할 수도 있겠지만, 꼭 영화에서 보면 이런 사람들이 이것저것 실험당해서 고통스럽게 죽고는 했다. 그 생각을 하자, 그는 도저히 그 판단은 내릴 수가 없었다.
‘일단...지켜보자. 지켜보다가 정 안 될 것 같으면 말해야지. 분명 나만 이런 게 아닐 거야. 히어로만 해도 수 백 명이잖아. 분명히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거야.’
고민 끝에 그는 역시나 지켜보자는 선택을 내렸다. 이럴수록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굳이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 필요 없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선택을 내려도 충분했다. 아직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비상사태가 내려진 것이 아니었기에 급할 것이 없었다. 당장 이 문제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이 사실을 비밀로 하되, 언제든지 사람들에게 알릴 준비만 해놓고 기다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을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버렸는지 그는 바로 잠에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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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과거 군사경계지역 부근
“그러니까 네 말은 이번 실패했다는 뜻이네? 우리가 20년 동안 준비했던 계획이?”
“아...그게...완전 실패는 아니고...”
“실패면 실패지, 완전 실패, 그냥 실패로 구분하나?”
“...죄송합니다...”
두 명의 사람, 아니 사람의 형태를 한 몬스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은 교복을 입고 있는 어여쁜 여고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머리를 숙이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 할 건데? 실패를 했으면 대책이라도 있어야 될 거 아니야.”
“아...이제 와서 마법진을 수정할 수는 없고...감염자들을 통해서 보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는 이번에 일어난 기이한 현상과 관련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 현상을 만들어낸 인물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완벽하지 못했다. 그들이 세운 계획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차원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차단해서 더 이상 인간 히어로들이 탄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과 그들의 힘을 줄이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인간 남성의 씨앗을 마르게 해서 더 이상의 번식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힘의 원천을 파괴하면서도 인간들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 그들의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적이었던 첫 번째 계획과 달리, 두 번째는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차원의 문 힘을 완벽하게 틀어막지 못한 나머지 아주 소수의 남자들이 제 기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제 기능을 하는 남자는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인류에게 약간의 희망을 남겨둔 것만으로도 그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희망조차 없던 인류가 히어로들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살육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공포에 휩싸이곤 하던 그들이었다.
“감염자? 감염자만으로 되겠어?”
“현재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감염자 수만 해도 수백만이 넘습니다. 그들은 강하지 않지만, 인간의 삶속에 깊이 들어갈 수 있죠. 최근에 차원의 문이 사라지면서, 폭주해버린 개체들이 많아지면서 인간들의 감시가 심해지고 있지만, 그들을 이용한다면 적어도 번식가능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이후에는 저희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지요.”
감염자는 그들이 숙주로 삼아 기생하고 있는 인간들을 의미한다. 그들은 인간의 멸종과 함께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을 연구했고, 이와 같은 잔인하면서도 끔찍한 방법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인간들의 씨앗이 말라버린 지금 상황에서 감염자들은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그들은 생각했다.
“히어로 협회나 헌터부대에서 알아차리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될 거야. 아직까진 별 다른 움직임은 보이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우리 탓이라는 건 그들도 이미 눈치 챘을 겁니다. 하지만 딱히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마법진을 발견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차원의 문이 사라지면서 히어로들의 능력이 예전 같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를 공격하기 전에 아마도 먼저 인간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듯 보입니다. 15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처럼 말입니다.”
“후훗, 그럴 때보면 우리들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다니까.”
그들은 인간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인간과 몬스터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여고생의 모습을 한 몬스터는 그것이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히어로들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우리 쪽에서 먼저 나서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 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나뿐만 아니라 원로들의 힘까지 빌려줄 수 있으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여왕이시여.”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의 계획은 단순했다. 번식가능자, 즉 인심이 가능한 남자를 잡아서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발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인간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중년남성의 모습을 한 몬스터는 여고생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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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다음날, 성준
‘좋아, 아무 생각 말고 평소처럼 지내는 거야. 어차피 그동안에도 사람들한테 발기한 사실을 걸린 적 없잖아. 신경 쓰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없어.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그때 말하면 되는 거니까...그 전까지는 늘 하던 것처럼 지내자.’
오늘도 꿀잠을 자고 일어난 성준은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샤워를 마친 뒤, 등교 준비를 했다. 교복을 입고 이제 집밖을 나서는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의미심장해 보였다.
당연히 그가 걱정하는 부분은 어제 알게 되었던 기이한 현상과 자신에게만 주어진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난밤에 결심을 내렸듯, 그는 이것을 비밀로 하고자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지내는 것이 그의 결정이었다. 과연 그는 이 비밀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