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1화 (1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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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생각보다 맛있는데?”

“그러게, 진짜 맛있다. 하은이가 이런 건 잘 산다니까.”

식탁에 앉은 두 사람이 포도를 맛있게 먹고 있다. 다행히 포도는 꽤나 맛있었던 모양이다. 성준은 포도를 먹으면서 계속해서 곁눈질로 그녀를 살폈고, 말할 타이밍을 포착했다.

“요즘 헌터부대 준비는 어때? 잘 되고 있어? 이번 방학 때 고시원 다녀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제 시작이라서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 그래도 아직 초반이라서 그런지 자신감은 넘치고 있으니 다행이지.”

“원래 준이, 네 꿈이 시나리오 작가 아니었던가? 연극배우도 꿈이라고 했었고.”

“예전에는 그랬었지. 그치만 원래 꿈이라는 건 계속 현실하고 타협하면서 변하는 거잖아. 그 꿈은 이미 접은 지 오래야.”

우선,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일반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덕분에 조금 전만 하더라도 살짝 민망함이 남아있었던 그녀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으며, 분위기도 훨씬 좋아질 수 있었다.

“아쉽네. 나는 준이가 연극배우랑 진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준이 정도 외모면 잘 생겼다고 보긴 어려워도 나름 개성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었거든. 무엇보다 그거 때문에 나랑 연극도 자주 보러 다녔었잖아.”

“그때는 그랬었지. 맨날 누나한테 같이 연극 보러 가자고 엄청 졸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 때문에 엄청 귀찮았을 것 같아.”

“후훗, 조금 귀찮기는 했지. 그래도 뭔가 동생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라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기도 했어. 집에 혼자 있으면 조금 외롭기도 했거든.”

“누나가 진짜 나 엄청 챙겨줬었지. 초등학교 때 내가 동네형들한테 맞고 오면, 가서 혼내주기도 하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여러모로 누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

“아직도 기억난다. 놀이터에서 형들한테 맞았다고 얼마나 서럽게 울어대던지. 그때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커버렸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누나 엄청 좋아했었는데. 꼭 커서 누나랑 결혼해야겠다고 다짐까지 했다고. 그런데 날 배신하고 다른 남자랑 결혼할 줄이야.”

“으이구, 하은이가 너랑 나 사이를 얼마나 시기했는데. 그때 내가 하은이 눈치를 얼마나 봤는지 알아?”

“우리 누나가 그런 면에서는 좀 극성맞긴 하지.”

성준과 그녀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과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성준의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지긴 했지만, 오랜만에 그녀와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대화만 할 수는 없었다. 큰 결심을 하고 이곳에 왔는데,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갈 수는 없었다. 대화를 하는 내내 타이밍을 노렸던 그는 지금이야 말로 기회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랜만에 옛날 얘기 하니까 좋네.”

“그러게. 그때는 진짜 재밌었는데...”

“지금은 재미없다는 거야? 누나가 결혼한 지 이제 벌써 2년째인가? 결혼 생활은 좀 어때?”

갑자기 결혼생활을 묻는 성준의 질문에 그녀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돌리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냥...특별한 건 없어.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그래? 힘든 건 없고?”

“...으응, 괜찮아.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

그녀는 애써 자신의 상처를 숨겼다. 이미 성준에게 들켜버린 상태였음에도 자신이 직접 꺼내서 보여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성준이 자신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줄 수도 없었거니와 그녀는 애써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잠시 내려놓고 싶지도 않았다.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모두 그녀,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기억나? 누나가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엄청 슬퍼했던 적 있었잖아. 편의점 앞에서 술 먹고 뻗어버리는 바람에 누나 업고 5층까지 올라가느라 엄청 고생했었는데.”

“기억난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흑역사였지. 갑자기 그건 왜?”

“나는 그때 처음 알았거든. 누나도 이렇게 힘들어할 수 있구나, 하고 말이야. 그전까지 누나는 항상 날 도와주고 챙겨주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누나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상상도 못했었어.”

“아아...”

“그래도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매번 누나한테 받기만 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누나를 위해줄 수 있는 게 생겼으니까.”

“...그랬구나.”

“그래서 말인데...이번에도 누나를 도와주고 싶어. 사실, 오늘 누나 집에 온 것도, 그 목적이었고.”

성준은 그런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능력까지 생긴 마당에 상처받은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미안한데, 준아. 그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어. 네가 어떤 생각으로 나한테 이러는지는 알 것 같아. 하지만...준이 너까지 상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도와주겠다는 성준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차가웠다. 그녀의 입장에서 자신을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지만 그녀가 겪고 있는 문제는 그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가 속해있는 가족 문제였기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었다. 다소 그에게는 미안했지만, 확실하게 거절하는 게 맞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쭙잖게 도와주겠다는 게 아니야. 실은 어제...우리 누나랑 하는 얘기 들었어. 임신 때문에 고민이라면서. 그거 때문에 조금 전에 시어머니도 누나한테 그런 식으로 대했던 거잖아.”

“준아! 자꾸 이러면 나 화낼 거야. 네가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건 내 문제고, 내 가족 문제라고.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불쾌해.”

“전부 이해해. 내가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누나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내 멋대로 엿들어서 누나 문제를 알아냈다는 점이 불쾌하다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나한테는 누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성준은 이미 그녀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오기 전에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던 그는 그녀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충분히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가 끝까지 그녀를 돕겠다고 밀어붙이는 이유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했기 때문이었다.

“하...준아, 나를 돕겠다는 마음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정신적으로 나를 위로해주는 건 좋지만...더 이상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아. 나한테는 하은이도 있고, 무엇보다 가족을 믿으니까...제발 그만해줬으면 좋겠어.”

“단지 누나를 위로해주겠다는 말이 아니야. 누나가 가지고 있는 문제, 임신과 관련해서 현실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거야.”

“성준!! 그만하라면 그만해! 너까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성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사실, 누구나 그녀의 상황에 놓인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녀보다 한참이나 어린 성준이, 그것도 고작 고등학생이 성준이 무엇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는가.

상황이 여기까지오자, 성준도 마음속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저항은 생각이상으로 심해져갔다.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더라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자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힘들어보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바로 그녀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내가 누나를...임신...시켜줄 수 있어...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성준...너 진짜 끝까지...”

“장난하는 거 아니야!! 진짜야...진짜라고...나도 얼마 전까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고민도 하고, 괴로워하기까지 했어. 그런데 진짜야...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중요한 건 아직까지 나한테는 임신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야.”

“......”

성준이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그의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장난으로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이내 성준의 진심어린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했다. 그녀의 머릿속이 성준처럼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부끄럽지만...확인시켜줄 수 있어. 절대로 누나를 욕보이거나 다른 의도로 얘기하는 거 아니야. 그냥...누나를 도와주고 싶어서...”

“무, 무슨 말인지...잘 모르겠어...그러니까...정말...네가...그러니까...”

“이유는 잘 모르겠어.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나만 저주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4일 전에 일어난 현상이 나한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봐. 아직 정자가 살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적어도 발기는 가능하더라고.”

성준의 말에 그녀가 쓰러지듯 털썩 의자에 앉았다. 그러더니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성준은 그런 그녀에게 부끄럽지만, 최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추가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비밀을 직접 확인시켜줄 용기도 있었다.

“...말도 안 돼...어떻게 이런 일이...”

“누나가 원하면...직접 보여줄 수도 있어.”

“...정말...확실한 거지?”

“응, 내가 왜 굳이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겠어.”

“...보여줄 수...있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성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야는 성준의 얼굴을 향하다가 이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성준에게 직접 그것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보여 달라는 그녀의 말에 성준은 속으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각오를 해둔 덕분에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자 앞에서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것도 친누나처럼 따르던 그녀가 아니던가.

“잠깐만...”

그녀가 보고 있는 와중에 대놓고 벗기가 민망했던 그는 뒤로 돌아서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바지를 벗고, 속옷을 벗었다. 그녀가 뒤에서 옷을 벗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너무 크게 긴장을 해서인지 아직 발기가 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미안...긴장이 돼서...조금만 기다려줘...”

발기가 되지 않는 모습으로 뒤를 돌아서기 어려웠던 성준은 그녀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 상태로 그녀에게 보여주는 것은 너무 민망하기도 했고, 혹시나 그녀가 의심을 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커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기에 그는 속으로 야한 장면들을 상상해서 자x를 자극하고자 했다.

“아니야,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괜찮으니까 일단 돌아봐.”

하지만 그녀는 빨리 성준의 비밀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성준은 뒤를 돌았고, 그렇게 그녀 앞에서 그곳을 노출하고 말았다.

“정말...발기가 가능하다고?”

“으응, 지금은 긴장해서 그렇지만...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정상적이었어. 틀림없이 지금도 그대로일 거야.”

그녀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며 성준의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자, 성준은 더욱 긴장이 되었는지, 식은땀까지 흘렸으며, 그곳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다.

“확실한 거지?”

“응, 확실해.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짓말이면 정말 큰일이지.”

“그럼, 바로 확인해보자.”

“긴장은 되지만 그래도 야동을 보면 금방 커질 거야. 폰에 야동이 있으...누나?”

발기가 되지 않는 자x에 성준은 다급해졌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는 빨리 발기를 시키기 위해서 야동을 보고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바지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하지만 그때였다. 그가 바지에서 폰을 꺼내려는 사이, 어느새 일어선 그녀가 성준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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