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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다음날
[나는 집에 들어왔어. 남편은 출근한 것 같아. 그러니까 내 걱정 말고. 아마 오늘이나 내일은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 혹시라도 시간되면 바로 연락할게. 어제 너무 고마웠어, 준아. 다음에 또 보자.]
주말이 지나고 또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한 주를 시작하게 된 성준은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 신지은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성준과 모텔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눈 그녀는 남편의 출근시간에 맞춰서 집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녀가 집에 잘 들어간 것을 확인한 성준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후우, 어제 너무 한 번에 여러 번 해서 그런가. 조금 피곤하네.’
지난 밤, 성준은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해서 여러 번의 사정을 경험했다. 지금까지 그가 하루에 최대 사정한 것은 고작 4번 정도였지만, 어제는 무려 6번의 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12시 넘어서 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친누나에게 한 소리를 듣기까지 했으며, 엄청난 피로까지 쌓이게 된 것이었다. 그의 눈 밑에 자리 잡은 다크써클이 어제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증명해주었다.
“주말에 무슨 일 있었어? 엄청 피곤해보여.”
성준의 상태를 확인한 짝궁, 박수아가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성준과 달리 매우 활기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그냥 오늘따라 피곤하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밤새 공부했던 거야?”
“안 좋은 일 있거나 그런 건 아니야. 공부...도 하긴 했었지. 아무튼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야. 너는 주말 잘 보냈고?”
성준이 그녀의 질문에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굳이 그녀에게 옆집 누나를 임신시키기 위해서 노력중이라는 말은 할 필요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비밀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만큼은 당연히 비밀로 해야 했다.
“나도 큰일은 없었어. 그냥 항상 똑같지, 뭐.”
“그래? 취미 같은 건 없어? 그러고 보니까 아직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아는 부분은 많지 않은 것 같네. 말 나온 김에 하나씩 알아가 볼까?”
“으응? 아...응, 좋아.”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자는 성준의 말에 그녀의 표정에 살짝 변화가 생겼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보통 쉬는 날에는 뭐해?”
“나는 보통...집에서 지내는 편이야. 집에서 그냥...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보기도 하고, 가끔씩 게임도 하고 그래. 요즘에는 주말에 알바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알바? 벌써 알바도 하는 거야? 무슨 알바하는데?”
그녀는 전형적인 집순이의 모습이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점이었다. 그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한 성준은 그녀에게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냥...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어. 이제 두 달 정도 된 것 같아.”
“벌써부터 알바도 하고 대단하다. 일은 안 힘들고?”
“지금은 적응돼서 괜찮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고...”
“나중에 한 번 놀러가도 괜찮지? 나는 알바는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
“아...응, 괜찮아.”
“다음에 시간 될 때 꼭 놀러갈게. 알바 끝나고 같이 밥도 먹고, 영화라도 보면 좋겠네.”
“아아...”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성준에게 호감을 느끼던 그녀는 같이 놀러가자는 그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써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자꾸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영화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에 재미있는 영화도 많이 개봉했던데. 나는 딱히 가리는 장르가 없어서 네가 좋아하는 장르로 보면 될 것 같아.”
그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성준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 쪽으로 크게 둔한 편이기도 했고, 또한 그녀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고, 그것을 말하지 않고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는 얼마 가지 못했다.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에 누군가가 성준에게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고 말았다.
“안녕? 오늘따라 엄청 피곤해 보이네?”
그 누군가는 성준이 짝사랑하는 이민정이었다. 그녀 역시도 상당히 밝은 표정으로 성준에게 다가오더니, 피곤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지적했다.
“아...별 일 아니야. 어제 좀 늦게 자서...”
“강성이한테 얘기는 해봤어?”
“아...안 그래도 오늘 그 얘기 해주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성준에게 먼저 다가온 이유는 헌터부대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성준에게 부탁을 했던 그녀는 진행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질문과 함께 자연스럽게 박수아는 소외되고 말았다.
“저번에 강성이한테 말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당분간은 계속 부산에 계실 것 같다고 하더라고. 대신에 부모님한테 말해서 집에 있는 책이나 관련된 정보는 줄 수 있다고 하던데, 그거라도 받을래?”
“정말? 당연히 좋지! 언제 줄 수 있는 건데?”
“말 나온 김에 오늘 같이 가자.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돼?”
“학원 시간 조금만 늦추면 되니까 가능할 것 같아. 정말 고마워.”
이민정과의 대화는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대화 속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원하던 것을 얻게 된 이민정은 뛸 듯이 기뻐했으며, 성준은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에 마치 조금 전의 박수아처럼 수줍은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반면에 그의 옆에 앉아있는 박수아의 표정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성준은 이민정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스스로 뿌듯해하며 좋아했다.
“미안, 갑자기 대화가 끊겼네.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
피곤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기운을 차린 그는 뒤늦게 박수아와의 대화가 중간에 끝났음을 눈치 채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당히 꿍한 표정으로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울리는 수업 종소리. 물론, 그것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전처럼 어색해지거나 나빠진 것은 아니었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다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감정이 자라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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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성의 집
학교가 끝나고 성준은 약속대로 이민정과 함께 이강성네 집으로 갔다. 사실, 성준은 굳이 이강성네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민정과 이강성은 아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둘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로 같이 가게 되었다. 물론, 이민정을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지만 말이다.
“우와! 집 정말 좋다!”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 먹어도 괜찮아. 양주만 건들지 않으면 뭐든지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먹어.”
다시 오게 된 이강성네 집은 저번에 봤던 것처럼 다른 친구들의 집하고는 달리 웅장한 크기를 자랑했다. 집 내부에 위치한 가구들은 전부 고급스러움을 자랑했으며, 냉장고에 들어있는 기본 음식들까지도 성준네 집하고 비교하면 차원이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친구에게 질투심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크게 놀라며 감탄하는 이민정의 모습을 보니, 새삼스럽게 시기심이 살짝 샘솟기도 했다.
“그나저나 부모님은 언제쯤 오실 것 같아? 이번 일이 그렇게 심각해?”
집 안을 둘러보던 성준이 질투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강성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실제로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했던 그는 적어도 이강성네 부모님이라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흐음...이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네.”
성준의 질문에 이강성이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뜻은 아마도 이것과 관련된 어떤 정보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다만, 자꾸만 이민정의 눈치를 보는 것을 보아하니, 자신이 잘 모르는 그녀에게까지 이 정보를 흘릴 필요가 있을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우리 같은 고등학생이 어디 가서 말한다고 누가 사실이라고 생각하겠어. 그리고 우리가 이런 얘기 말하고 다닐 성격도 아니고.”
“그렇겠지? 뭐, 어차피 나중에 다 알려질 이야기니까.”
그런 이강성을 성준이 적절이 달랬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이강성은 이내 차분한 말투로 자신이 들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고, 이번 일이 몬스터하고 관련된 건 둘 다 알고 있지?”
“응, 나도 인터넷에서 들었어.”
“나는 저번에 네가 말해줬잖아.”
“맞아, 그랬었지. 그런데 이번에 그게 완전히 확실해졌거든.”
이번 현상이 몬스터와 관련된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진 상황이었다. 이민정 역시도 그 이야기를 들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강성은 그 소문이 단순히 소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다음에 이어서 아주 놀라운 사실 하나를 말해주었다. 그 사실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성준에게 만큼은 엄청나게 충격적이면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어디까지나 형한테 들은 이야기라서 확실한 건 아니야. 으음...그러니까 최근에 아프리카 콩고랑 영국 쪽에서 살아있는 정자를 가진 사람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
“뭐, 뭐라고!?”
그것은 성준과 마찬가지로 본래의 성기능을 지닌 사람이 무려 2명이나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에 성준은 크게 소리치며 놀라고 말았다.
“뭘 그렇게 크게 놀라고 그래? 아무튼 거기서 끝이 아니야. 이 두 사람에 대해서 조사하려고 연구소로 옮기던 중에 한 명은 몬스터한테 습격을 받아서 사망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놀랄 부분이지.”
“몬스터한테?”
“응, 형 말에 의하면 몬스터라고 했어. 그 말은 즉, 이 현상이 몬스터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뜻이겠지?”
“그, 그럼...나머지 한 명은...?”
“몬스터한테 당한 사람은 영국 사람이고, 콩고 사람은...몬스터한테 당했다는 소식은 없으니까 연구소로 잘 이동했겠지? 자세한 건 아직 모르겠어. 연구소로 이동했으면 아마도 여러 가지 생체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을 거야. 그 사람도 뭐, 몬스터한테 죽진 않았어도 썩 좋은 입장은 아니겠지.”
“아아...”
이강성의 이야기를 들은 성준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상상으로만 하던 일이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상상에 불과했지만, 이와 같은 일이 언제든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몸에서는 자꾸만 식은땀이 흘렀다.
“너 왜 그래?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
그런 성준의 모습을 확인한 이민정이 말했다. 그녀 역시도 이강성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성준만큼은 아니었다. 그녀는 성준을 걱정하며 다가왔고, 그제야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아니...그냥 좀 피곤해서...”
“오늘 아침부터 그러더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최근에 몸이 좀 안 좋네.”
“뭐야? 어디 아픈 거였어? 약이라도 줄까?”
“아니야, 괜찮아. 조금 쉬면 좋아질 거야.”
성준은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그 상황을 넘겼다. 다행히 두 사람은 걱정을 할뿐, 별 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 대화를 끝으로 세 사람은 다시 원래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였다. 이민정은 이강성네 부모님이 자주 사용하시던 서재와 방을 구경했고, 이강성으로부터 그의 부모님과 형의 각종 연구 자료와 책을 받게 되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꿈과 관련이 있었기에 상당히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성준은 그들을 따라다니는 내내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일 수밖에 없었다. 이강성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그는 계속해서 머리가 지끈하고 아파왔다. 언제든지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하거나 히어로들에게 붙잡혀 연구실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불안에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