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32화 (3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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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다음날

다음날, 옆집에 사는 신지은과 뜨거운 밤을 보낸 성준은 아침에 간신히 눈을 뜬 채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다행히 학교에 늦지는 않았지만 피곤함이 심각한 상태, 그리고 그의 침대에는 모든 옷을 벗은 채 매우 무방비한 상태로 누워있는 신지은의 모습이 보였다.

“누나...내가 지금은 학교 가야...미안...다음에, 다음에 하자.”

“히잉...학교 싫다...”

“나도 정말 싫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잖아. 누나는 계속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성준이 일어나는 바람에 깨어난 그녀는 아까부터 자꾸만 야릇한 표정으로 성준을 유혹하고 있는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학교고 뭐고 그녀를 덮치고 싶었지만, 성욕 때문에 학교를 빠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각하면 바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는 그의 담임이었기에 어떻게든 그녀의 유혹을 견뎌내는 그였다.

“괜찮...겠지? 남편도 이제 출근할 시간인데...아직까지 전화나 문자 한 통이 없네. 무슨 이런 남편이 다 있담. 짜증나...갑자기 기분 나빠졌어...”

“어제 그렇게 못된 짓을 했는데, 이제 와서 연락하기 미안해서 그럴 거야. 원래 남자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하는 법을 모르거든.”

“치이, 그래도 어떻게 연락 한 번 안 할 수가 있지. 뭐, 남편 놔두고 다른 남자랑 침대에서 하룻밤 보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보였다. 남편과 굳이 마주치고 싶어 하지도 않았으며, 피곤한 몸을 억지로 침대에서 이끌고 나올 생각도 없어보였다.

“많이 피곤할 텐데, 여기서 잠깐 쉬다가 천천히 들어가.”

“준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아쉽지만 그런 그녀를 끝까지 챙겨줄 수는 없었다. 간단히 씻은 뒤 교복을 챙겨 입은 성준은 그녀를 두고 학교갈 준비를 했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집을 맡기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였기에 성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 그나저나 오늘은 누나 저녁에 약속 있다고 했지?”

“으응, 오후에 산부인과 진료도 있고, 전에 말했던 병원에서 일한다는 친구랑 잠깐 만나기로 했거든.”

“그렇구나.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겠네.”

“아무리 임신이 중요해도 매일 할 수는 없으니까. 나도 그렇고 매일 하면 준이도 피곤하잖아. 정자가 생성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어. 매일하는 것보단 가끔 만나서 한꺼번에 하는 게 훨씬 좋을 거야.”

“그래, 그렇게 하자. 미안한데 나는 먼저 가볼게.”

“응응, 수고해. 잘 다녀와.”

그렇게 그녀를 홀로 집에 놔두고 성준은 학교로 이동했다. 밤새도록 섹스를 한 탓에 몸이 상당히 무겁고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이 상당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하교 편하게 마음껏 섹스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점에서 마음 한 켠에 놓여있던 불편하고 복잡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한데...그렇다고 학교에서 잘 수도 없고...아프다고 할까? 아...보건쌤...젠장...’

학교에 도착한 성준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은 상쾌했지만, 역시나 피로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놓고 잠을 잤다가는 예전처럼 발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오늘은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많이 피곤해 보인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그의 짝궁, 박수아였다. 그녀는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아니, 그냥 좀 오랜만에 밤늦게까지 공부했더니, 조금 피곤하네.”

성준이 매우 피곤하다는 식으로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녀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다.

“밤늦게까지 공부한 거야? 많이 피곤하겠네.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요즘에 사람들 감기 엄청 자주 걸리더라.”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준 쪽으로 더욱 몸을 밀착시키며 다가왔다.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라서...”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곤했던 성준은 조금씩 짜증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에게 피곤하다고 말하며 엎드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누구던가.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두 명의 사람 중 하나였다. 자신의 약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기에 그는 억지로 그녀의 대화상대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녀가 조용한 성격이라는 점이었다. 학교에서 성준 말고는 다른 학생들과는 자주 대화를 나누지 않던 그녀는 성준하고도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성준은 이번에도 그녀가 자신을 크게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그렇구나...그럼, 잠을 자는 게 좋지 않을까. 오늘은 그래도 중요과목이 몇 개 없어서 중간중간 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도 자고 싶긴 한데...너도 알잖아. 그랬다가 저번처럼 그러면...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난다니까.”

“아...그랬었지. 근데 원래 남자는 잠만 자면 다 그런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으음...아침에는 대부분 그렇겠지만, 낮잠은 안 그럴 때도 많아. 그때는 그냥 운이 없었던 거지.”

“그렇구나. 신기하다. 나는 그런 건 잘 몰라서...”

“당연히 모를 수밖에. 너는 여자잖아. 여자가 남자 거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헤, 그런가? 그래도 남자들은 여자에 대해서 잘 알지 않아? 막...야동...같은 것도 자주 보고 그러잖아.”

그런데 오늘따라 그녀가 이상했다. 보통 이 정도로 대화를 이어갔으면 이제 조용해질 때가 되었는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게 아니던가. 그것도 대화주제는 더욱 뜬금없었다. 성준이 발기하는 것에 이제 와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상했으며, 그녀답지 않게 야동 같은 걸 입에 담다니...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성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그런 얘기를...네가 그런 얘기 하니까 이상하잖아.”

성준이 뻘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확실히 이런 이야기는 지금까지 보아온 그녀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하실까. 무엇보다 야동은 또 뭐고.”

“그냥...그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전학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그런 능력을 지녔다보니까...”

“뭐, 궁금할 수는 있지. 요즘에 다들 그걸로 난리니까. 그래도 이렇게 주변에 사람들 있는 곳에서 대놓고 말하면 조금 부담스럽잖아.”

“아...미안...미안해...”

그녀의 그런 말들이 어색하고 민망했던 성준은 약간 그녀를 나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 바람에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아니...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그냥...조금만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거야.”

“응...미안해...다음부턴 조심할게.”

그리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성준은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는 아차 싶었는지 급하게 다시 그녀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이러니까 오히려 내가 미안하네. 그러니까 내말은...으음...궁금한 건 언제든지 물어봐도 좋아. 솔직히 나라도 엄청 궁금할 거야. 그래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다만, 우리 둘이 있을 때만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요즘 그 문제로 많이 예민하기도 하고, 불안해하고 있거든.”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구나...미안해...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네...”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냥 궁금했을 뿐이잖아. 그럼, 이렇게 할까? 지금은 주변에 애들 때문에 조금 그러니까 나중에 시간을 내서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보는 거야. 어차피 우리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기로 약속했잖아. 차라리 그게 좋을 것 같아.”

계속해서 미안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불안해진 성준은 그녀와 따로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신지은의 경우에는 그녀와 일종의 계약을 맺으면서 비밀발설을 막을 수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박수아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다. 이 기회에 그녀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어떻게든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야?”

“나야 당연히 괜찮지. 너 엄청 궁금했던 모양이구나.”

“아...그게...아무래도...”

“이해해. 당연히 그럴 수밖에. 그럼, 언제가 좋을까? 너는 학교 끝나고는 시간 안 된다고 했지?”

“응...학교 끝나고는 바빠서...”

“많이 바쁜 모양이네. 그럼, 그냥 점심시간에라도 시간 내서 얘기할까?”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성준은 그녀와의 이야기를 점심시간으로 미룰 수 있었다. 상당히 피곤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기분이 나빠서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가는 큰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어떻게든 오늘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자 했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빠르게 점심을 먹고 성준은 약속대로 그녀와 함께 운동장 구석진 곳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장소에 도착한 성준은 그녀를 똑바로 마주보고는 준비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전에 봤듯이 나는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어. 내 친구 부모님이 헌터부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어서 들은 이야긴데……그래서 너한테 성준 이용권까지 주면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야. 친구이면서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제발 부탁할게...”

그는 그동안 자신이 알아보고 들었던 이야기와 함께 그녀에게 간절히 부탁을 했다. 그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그녀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마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

“그랬구나. 나는 이게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인 줄은 몰랐어. 그냥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이 하도 말하고 다녀서 알게 된 건지, 이 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럴 수 있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발표는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는 일도 아니고.”

“그러면 앞으로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인데?”

“글쎄...지금은 상황은 지켜보자는 쪽이야.”

“아...그런데 정말 단순히 그...커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정자...그, 그러니까...임신도 가능한 거야?”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면서 성준은 그녀에게서 궁금한 점들을 질문 받았다. 그녀는 매우 부끄러워하면서도 궁금한 점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 질문을 던졌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 가능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지.”

“아...나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거야?”

“가족들도 모르고 있지. 너 말고도 한 명 알게 된 사람이 있긴 한데, 거의 가족하고 같은 사람이라서...”

“나만 조심하면 되는구나.”

“조심...이라기보다는...”

“그 사람도...여자야?”

“응? 그건...왜?”

“아니...여자면 아무래도...그러니까 우리 나이 또래는 아니겠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네 능력으로 임신을 원할 수도 있잖아.”

그녀의 질문들은 상당히 성준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이 질문은 마치 그녀가 모든 걸 알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만약 원한다면 어떻게 할 건데?”

“그, 글쎄...내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최대한 거절해보겠지만, 강렬히 원한다고 하면...어쩔 수 없지 않을까? 죽는 것보단 이게 낫지 않아 싶어서...”

“그렇구나. 알겠어, 고마워. 오늘은 이 정도만 물어볼게.”

그녀의 질문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녀의 질문을 받아주는 내내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것으로 어느 정도 그녀를 설득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마지막 질문을 하고, 성준이 대답을 하는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그는 전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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