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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성준의 앞에 있는 여학생은 '최한결'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준이 다니는 학교의 1학년 학생이었다. 주말까지 밤늦게 학원을 다니다가 이제 집에 가려고 지하철에 탑승한 그녀는 난데없이 엉덩이 쪽에 한 남자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
‘아, 씨...’
사실, 이런 경험은 여자라면 한 번쯤은 겪는 일이었다. 그것도 사람들로 꽉 찬 지옥철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속으로만 짜증을 내면서 모르는 척했다. 분명히 엉덩이에 느껴지는 물컹한 촉감은 남자의 그것이었지만, 모르는 척하는 게 답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한 일도 아니었고, 실제로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치한이라고 소리치면서 그를 붙잡고 따질만한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짜증나...그래도 치한은 아니겠지...’
하지만 엉덩이에 느껴지는 그 특유의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툭 건드리는 것에서 끝났지만, 시간이 흘러 다음 역에서 지하철 안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자, 이제는 아예 남자의 그곳과 엉덩이가 완전히 붙어버리는 형세가 되었다. 애써 치한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만 짜증과 함께 두려운 마음이 퍼져갔다.
‘제발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아직 집까지는 조금 남았는데...이거 때문에 음악에 집중할 수가 없어. 안 그래도 너무 힘든데, 이거까지 왜 이럴까...’
그녀는 엉덩이에 닿은 남자의 물건을 떼어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주변이 온통 사람들로 가득했기에 많은 움직임을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문 앞에 붙어있는 만큼, 좁은 공간을 활용해서 그것을 털어내고자 했다.
‘뭐야...대체 왜 이러는 건데...’
하지만 그것을 떼어놓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문 쪽으로 최대한 바싹 붙어봤지만, 아직까지도 남자의 그것은 엉덩이에 살짝 닿은 상태였다. 설마 진짜 치한인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뒤를 돌아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차마 그러지 못한 채 공포에 떨었다.
‘어떡하지...왜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나를...하필이면 가방도 안 메고 있고, 치마도 짧게 입고 와서...옆 사람한테라도 얘기할까? 아니면 발을 밟을까? 아니면...소리를 지를까? 너무 싫어...기분 나빠...’
최대한 뒤에 있는 남자가 치한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자꾸만 커져갔다. 지하철은 오늘따라 더욱 천천히 이동하는 기분이 들었고, 다른 곳에 집중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자꾸만 모든 신경이 엉덩이 쪽에 집중되었다. 그녀가 이 불쾌한 느낌을 떨치기에는 어려워보였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도 치한이 존재하는 건가? 어차피 커지지도 않을 텐데...그러면 역시나 치한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겠지? 맞아, 그럴 거야. 이런 세상에서 치한이 존재할 리가 없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불안함을 느끼는 가운데 그녀는 곧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기이한 현상에 의하면 이제 더 이상 발기를 할 수 있는 남자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뒤에 있는 남자가 치한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발기가 불가능한 세상에서 치한 짓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뭐야!? 마, 말도 안 돼...분명히 안 된다고 들었는데...그런데 어째서....이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그녀의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공포로 물들어버리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녀의 엉덩이에 닿은 남자의 그것이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의 그것은 단단해지는 것을 넘어서 크기가 상당히 증가했고, 이제는 완전히 커져서 그녀의 엉덩이를 압박하고 있었다.
‘설마...어떻게 이런 일이...아무리 아니라고 생각해봐도 너무 확실해. 이 느낌...내가 기억 못할 리가 없잖아. 말도 안 돼...’
아니라고 아무리 부정해 봐도 그것은 발기된 남자의 그것이었다. 그녀의 남자의 그것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과거와 현재를 가지고 있었던 그녀였기에 남자의 그것의 느낌을 모를 수가 없었다.
‘설마...기이한 현상이 이제 사라진 건가? 하지만 학원에서도 아무 말 없었는데? 조금 전에 인터넷을 검색했어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무엇보다 그랬으면 진즉에 그 사람한테 연락이 왔을 텐데...그러면 어떻게 된 거지? 이 남자만 특별하다는 거야?’
자신의 엉덩이에 닿고 있는 것이 발기된 남자의 그것임을 확신한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갔다. 자꾸만 남자의 그것이 엉덩이를 찌르는 것이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혹시라도 기이한 현상이 사라진 것이 아닐까 기대도 되었다. 기이한 현상 이후로 그녀는 삶에서 한 가지 낙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는 아니지...일단 이 사람한테서 벗어나야겠어.’
물론,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치한에게 당하는 것을 즐길 이유는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치한으로부터 벗어나야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성격상 지금 당장은 소리를 지르거나 그를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내리는 순간부터는 최대한 그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내려야 되는데...사람들 사이에 껴서 내릴까? 하지만 내가 먼저 내렸다가는 그가 나를 따라올 수도 있잖아. 어떡하지...’
하지만 만약 내린 뒤에도 그가 따라온다면 어떻게 할까. 또 다시 두려움에 빠진 그녀는 그저 그 남자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기를 바라며 지하철 창문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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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처음에는 실수였다. 잠시 폰을 꺼내서 확인하려던 중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앞에 있던 여학생에게 몸을 부딪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엉덩이에 실수로 중요한 부위를 가져가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실수라기보다는 불가항력이었다. 지하철 안은 점점 밀려들어오는 사람들로 꽉 차기 시작했고, 최대한 손잡이를 붙잡으며 버텨봤지만, 자꾸만 그녀의 몸에 닿고 말았다. 어떻게든 엉덩이와 허리를 뒤로 빼려고 노력해봤지만, 또 하필이면 그의 뒤에도 여자가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밀쳐진 그는 결국, 앞에 있는 그녀의 엉덩이에 자신의 물건을 완전히 붙여버리는 상황에 되고 말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여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치한으로 몰고 가면 경찰서로 직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그녀 역시도 그것을 알았는지 아무런 말도,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성준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그녀의 엉덩이에서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젠장!! 요즘 대체 왜 이러지? 뭐가 이렇게 쉽게 발기가 되는 거야? 설마 이것도 기이한 현상 때문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최근 들어서 성준의 자x는 상당히 민감해져 있었다. 조금만 잠을 자고 일어나도, 살짝 졸아도 발기가 되는 것은 당연했으며, 심지어는 조금만 터치가 있어도 반응을 보였다. 그 바람에 진지하게 격투기 선수들이 착용하는 보호대를 구입해야 되나 고민까지 했던 그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고민을 왜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한 자기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앞에 있던 여학생의 엉덩이에 닿아있던 그의 자x는 조금씩 뜨거운 피가 몰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상황에서 흥분이 될 리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자x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설마 고시원 생활로 나도 모르게 변태가 되어버린 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고작 한 달인데? 그럼 역시나 기이한 현상 때문인가? 하지만 왜 하필이면 지금...아아...미치겠네...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성준은 최대한 버티고 버텨봤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속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기도 했으며, 할렐루야를 외치며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의 자x는 어느새 완전체가 되어서 바지를 뚫을 기세로 전진해 있었다.
커질 때로 커져버린 자x는 당연하게도 그녀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일까. 그는 좌절하고 절망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다. 이제부터는 이것을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어떡하지...거기가 아니라 손으로 만진 척 할까? 아니...그랬다가는 완전히 치한으로 의심받겠지. 경찰서 가서 잘못 되면 헌터부대고 뭐고 다 끝나니까 그럴 수는 없어. 그러면...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으려나? 솔직하게 말하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아니야, 그것도 무리야. 치한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용서해줄 리도 없고, 요즘 같은 세상에 발기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하면, 분명히 엄청난 걸 요구할 수도 있어. 무엇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얘기했다가는 큰 일 날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럼...역시나 삼십육계 줄행랑이 답이겠군.’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용서 받을 수 없었으며, 지금까지 힘들게 감춰 온 비밀이 들통 날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역시나 냅다 도망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아직 성준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던 그녀기에 이대로 도망친다면 정체가 발각될 일은 없었다. 그렇게 도망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그는 고개를 들어 남은 역을 계산했다.
‘우리 집까지는 4개 역이 남았는데...분명히 다음 다음 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릴 거란 말이지. 차라리 그때 사람들하고 같이 내려버리자. 거기서부터는 걸어가도 충분하니까, 그게 좋겠어.’
빠르게 판단을 내린 그는 원래 자신이 내려야 될 역보다 2개 역 전에서 내리는 걸로 결심을 내렸다. 그 역에서는 지금 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거의 절반 이상이 내리는 곳이었기에 그 사람들 틈에 껴서 아무도 모르게 내리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그의 판단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그가 계획한 대로 그 역에 지하철이 도착했다. 문이 열리기 직전,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내리기 위한 준비를 했고, 그 사이 성준도 재빨리 손을 아래로 내려 발기된 자x를 붙잡았다. 남들이 보면 상당히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최대한 발기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바쁘게 지하철에서 빠져나갔다. 그들과 같이 지하철에서 내리기 위해 뒤로 돌아선 성준은 그대로 앞만 보고 사람들 틈에 껴서 이동했다. 자신이 의도치 않게 추행한 여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치 도망치듯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지하철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아무도 그가 발기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으며, 그 여자는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은 듯 보였다. 모든 상황이 끝나자 그는 온몸에 긴장으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우, 다행이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어. 살다 살다 이런 일을 경험하다니...’
지하철에서 내린 그는 잠시 화장실로 이동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또한 커져버린 자x도 진정을 시켰다. 다행히 아찔했던 마음이 가라앉은 것처럼 자x도 금세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진정이 된 그는 조금 전 일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이제 모든 상황이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굉장히 아찔했다. 어째서 자꾸만 발기가 쉽게 되는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이쪽 길은 오랜만이네. 여기도 예전보다는 많이 변했구나. 하긴, 우리 동네보다는 훨씬 잘 사는 곳이니까.’
2개 역 전에서 내린 성준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항상 집 주변에서만 맴돌 뿐, 다른 지역에는 자주 가지 않았던 성준은 산책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그는 낯선 동네가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통해서 그는 방금 전에 있었던 일도 조금씩 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차분한 생각은 곧 공포로 바뀌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에 그는 굉장히 낯익은 사람을 한 명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히 아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도 비슷한 표정으로 성준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성준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친근함이 느껴졌다. 마치 조금 전에 마주쳤던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설마...에이, 설마...’
그렇다. 그녀는 놀랍게도 지하철에서 성준이 의도치 않게 추행을 했던 그 여자였던 것이다. 얼굴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옷차림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서 그 여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꺄아아아악!!”
그리고 그 여자 역시 성준을 알아보았다. 그녀도 성준의 얼굴을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조금 전에 자신을 추행했던 남자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렸다. 이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도망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그녀의 반응에 당황한 성준은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어떡하지...붙잡아야 되나? 젠장!!’
발이 얼어버린 성준은 그대로 달아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순찰 중이던 헌터부대 차량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왔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그녀처럼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헌터부대는 그를 발견하지는 못했고, 그렇게 성준은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그녀의 오해를 풀지도 못한채 그대로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