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58화 (58/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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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은

오늘 하루 성하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남자친구와의 일도 그렇고, 어젯밤에 일어난 일로 인해서 회사에서조차도 마음이 불편했다.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했으며, 술 때문인지 두통까지 말썽을 부렸다. 거기에다가 오늘따라 회사사람들 마저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누구 하나 내 편이 없네. 서럽다 정말...’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그녀라도 이런 날에는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녀는 최근 들어서 자신이 기댈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자신이 기대기보다는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될 상황이었으며,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임신 문제로 갈등 중이었다. 친구들이라고는 하나 같이 바빴으며, 그나마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사람이 신지은이었지만, 자꾸만 성준하고 붙어있는 모습이 거슬렸다.

‘어렸을 때는 둘이 친하긴 했었지만...아무리 그래도 최근 들어서 너무 가까워졌단 말이야...’

그녀에게 신지은은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힘들 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준 친구였고, 성격도 생각도 잘 맞았다. 그리고 자신이 바쁠 때 마다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봐주기도 했었다. 성하은은 그런 그녀에게 늘 고마움을 품고 있었고, 당연히 그녀를 100% 신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100% 신뢰가 조금씩 흔들리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신지은이 연락도 없이 집에 찾아와서 성준과 대화를 나눈 날부터였다. 그때부터 트기 시작했던 의심의 씨앗은 어제 일로 완전히 꽃이 피어나버린 상태였다. 이대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그녀는 신지은과 성준이 자신 몰래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밤에 들었던 신음소리와 둘의 대화를 통해서는 얼핏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사실 그거야 말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둘이서 그런 짓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음소리가 확실한데...지은이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신음소리는 확실했어. 그것도 아파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아무리 술 취했어도 그 정도는 구별할 수 있지. 그런데 그게 왜 준이 방에서 들려온 거지? 야동을 봤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둘이 그렇고 그런 걸 했다는 것도 이상하고...하...미치겠다...’

아무런 답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그녀는 속이 타들어갔다. 자신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임신 역시도 섣불리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가장 신뢰하고 있는 신지은과 동생 사이마저도 의심만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잊으려고 애를 써도 어느새 의심은 무럭무럭 자라나서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역시 직접 물어봐야 되겠지? 지은이한테 물어봤다가는 분명히 아무런 대답도 못 듣고, 싸우기만 할 거야. 준이한테 물어봐야겠다.’

이 상태로는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도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혼자서 답답해하고 있을 바에는 최대한 빨리 부딪히는 게 맞다고 판단한 그녀는 성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신지은보다는 친동생인 성준이 조금 더 다루기 쉬울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회사가 끝나고 곧장 집으로 퇴근한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하며 성준을 기다렸다. 친동생인 만큼 그녀는 성준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무척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며, 이것을 이용하면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역시도 알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불러올지 두렵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기필코 신지은과 성준의 관계레 대해서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성준이 집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훨씬 늦게 그가 오는 바람에 조금은 긴장이 풀리기도 했지만, 그녀는 애써 그에게 차갑게 대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그와 밥을 먹으면서 그의 반응을 이끌었고, 마침내 그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어젯밤에 지은이랑 무슨 얘기 했어?”

그녀의 직접적인 질문에도 성준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무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매우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준의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살폈다.

‘어제 둘이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면 내가 자기들을 방해했다고 했었어. 그렇다는 건 두 사람도 내가 거실에 나왔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신음소리가 중간에 끊겼던 것일 테고. 그렇다면 내가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고 미리 예상했겠지. 준이한테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성준은 다소 기가 눌린 듯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대답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성준에게 무언의 압박을 했고,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무, 무슨 말이야? 어제 저녁?”

고심 끝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작 이것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벗어날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성하은은 겉으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는데...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아, 아니...그러니까...어제 저녁이면...언제를 말하는 건지 잘 몰라서...”

“나랑 지은이가 자러 들어가기 전에 준이가 방에서 나온 적이 있었나? 내가 일일이 하나하나 설명해줘야 되는 거야?”

성하은은 굉장히 차분한 말투로 성준을 압박했다. 그녀의 압박에 성준은 대놓고 당황스러움을 티내며 곤란해 했다. 그의 능력으로는 이 압박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아아...그랬지...그러니까...새벽에 말하는 거지...?”

“다시 한 번 물을 게. 둘이 어제 무슨 얘기 한 거야?”

“그...그러니까...”

“혹시 밑으로 핸드폰 하고 있어? 손 식탁 위로 올려놓고. 나는 지금 준이랑 단둘이서 대화하고 싶은데.”

“아...으응...”

누나 몰래 폰으로 신지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던 성준의 노력도 실패로 돌아갔다. 성준은 폰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벗어날 방법이 이제 없었다, 사실을 말하거나 어떻게든 누나를 설득시킬 수 있는 말을 지어내야만 했다.

“그냥...누나에 대해서 조금 궁금해서...”

“나에 대해서?”

“최근에 누나가 힘들어 보이기도 했고, 안 먹던 술까지 먹고 있으니까...주제 모른 행동인 건 알지만 그래도 누나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 그래서 지은이 누나한테 누나에 대해서 물었던 거고...”

결국, 성준이 꺼낸 카드는 후자였다. 그는 차마 누나에게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신지은하고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를 들키기도 싫었고, 이제 와서 그 사실을 말했다가는 그녀가 받을 배신감은 또 어떻게 하겠는가. 조금 억지를 부리더라도 들키기보다는 상황을 모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저번에도 그렇게 말했었지. 그러니까 네 말은 나를 돕기 위해서 새벽 시간에 지은이를 불렀고, 무려 약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는 뜻이지?”

“그, 그렇지...”

“혹시 내가 어제 중간에 잠에서 깨서 거실에 잠깐 나왔었는데, 알고 있어?”

“응? 아...모, 몰랐어...대화 하느라 정신없어서...”

“몰랐구나. 나는 두 사람이 무슨 대화하는지 다 들었는데?”

“대, 대화? 아...그, 그렇구나...”

하지만 그의 말을 그녀가 믿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조금 더 성준을 압박해보았다.

“내가 방금 대화라고 했나? 아, 대화일 수도 있지. 근데 조금 이상한 대화이긴 했어.”

“...무슨 대화...였는데...?”

“글쎄, 그건 나보단 준이가 더 잘 알지 않을까?”

“하하...기억이 잘...”

“아, 그리고 내가 다시 방에 들어간 후에는 둘이 이런 대화도 나눴더라고. 두 번이나 한 게 어디야, 하은이가 우리 사이를 방해하진 않겠지, 그리고 마무리를 못해서 아쉽다는 대화.”

성하은의 말에 성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이 대화는 분명히 성준과 신지은이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마지막 대화 내용을 그녀가 알고 있다는 건, 그때까지도 깨어있었다는 뜻이었다.

“그, 그게...실은...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와서 대화 마무리를 못했거든...그래서 마무리를 못해서 아쉽다는 대화였어.”

“그래? 그럼, 방금 나한테 거짓말을 했던 거네?”

“미안...”

“내가 너네 사이를 방해해서 대화 마무리를 못했다는 건 이해할게. 그런데 두 번이나 한 게 어디야는 뭔데? 도대체 둘이서 뭘 두 번이나 했을까?”

“그건...그러니까...그것도 대화...”

“이것도 대화라고? 무슨 대화를 두 번이나 했다고 표현해? 둘이 내가 잔 이후로 계속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성준이 최대한 요리조리 그녀의 압박을 피해보고자 했지만, 미리부터 준비를 하고 대화를 시작한 그녀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자꾸만 그의 거짓말은 들통이 났고, 어느새 식은땀은 그의 몸을 가득히 적셔갔다.

“아...그게...그러니까...잘 기억이 안 나서...미안...”

“어젯밤 일인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거야?”

“미안, 내가 요즘 헌터부대 공부를 준비하다보니까 다른 부분에서 기억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럴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역시나 기억상실이었다. 성준은 왜 그동안 TV에서 정치인이나 재벌, 범죄자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이거야 말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하...기가 막혀...좋아, 직접적으로 말할게. 어제 거실에서 내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말이야.”

“무,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신음소리. 그것도 여자가 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성준의 말에 화가 잔뜩 난 그녀는 결국, 자신이 지난밤에 겪은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 갈증 때문에 물을 마시러 나왔던, 그녀는 분명히 성준의 방에서 여성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신음...소리라니...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녀의 말에 성준은 크게 당황스러웠지만, 더 이상 당황할 것도 없었다. 이제부터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최선이었다. 설사 그녀가 신지은과 섹스를 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물증이 없는 이상 끝까지 모르는 척을 하는 게 답이었다.

“자고 일어나니까, 지은이는 온데간데없고, 뜬금없이 네 방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신음소리가 끝난 다음에 둘이 나누는 대화는 두 번이나 했다...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그녀의 질문은 상당히 직접적이었다. 기이한 현상이 없었다면, 정말로 빼도 박도 못하고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안타깝게도 지금은 기이한 현상으로 임신은커녕, 섹스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성준은 그녀의 질문에도 꿋꿋한 자세로 모르쇠 작전을 펼쳤다.

“신음소리라니...무슨 말도 안 되는...나는 지금 누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어제 밤에 신음소리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혹시 누나가 술 취해서 착각을 한 게 아닐까? 고양이 소리를 잘 못 들었을 수도 있잖아.”

“하...그러니까 너는 지금 내가 술 취해서 고양이 소리를 신음소리로 착각했다는 거야?”

“아니...그게 아니라면 말이 전혀 안 되니까...누나가 들은 소리가 신음소리라고 치자. 그래서 그게 어때서? 설마 나랑 지은이 누나가 그런 걸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직도 기이한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건 누나도 잘 알고 있잖아.”

성준의 태도는 뻔뻔 그 자체였다. 누나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상당히 어색하고 양심에 찔렸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물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최대한 뻔뻔해야만 살 수 있다.

“그런 걸 했다고...생각하지는 않아. 다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지은이가 너한테 요구를 할 수는 있는 일이잖아.”

“지은이 누나가? 누나 말은 지은이 누나가 성적 욕구 때문에 새벽에 내 방에 찾아와서 나한테 요구를 했다는 거야? 기이한 현상 때문에 기능이 없어졌는데도?”

“...손으로는...할 수 있으니까...”

“뭐라고? 하...누나...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그러니까 나는...물어보는 거잖아. 어제 내가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그럴 가능성도 있으니까. 더군다나 끝나고 나서 너랑 지은이랑 나눈 대화가 이상하기도 했고. 충분히 내 입장에서는 의심해볼만 하다고 생각해.”

성준이 뻔뻔하게 나오자 상황은 조금씩 역전이 되었다. 그녀의 의심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었다. 정황상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은 누구나 의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의심하는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와 친동생이었다. 성준은 이 점을 바탕으로 역으로 그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누나...누나가 지금 이러는 거 굉장히 실례인 거 알지? 나한테도 그렇고, 지은이 누나한테도 말이야.”

“내, 내가 뭐...그냥 합리적인 의심일 뿐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이고 뭐고,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랑 지은이 누나가 그런 관계인 것도 웃기는 일인데, 더군다나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 설마 지은이 누나한테도 이렇게 말한 건 아니지?”

“아직...말 안 했어...그냥...의심일 뿐이잖아. 내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의심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아무리 요즘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잖아. 나랑 지은이 누나가 누나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설마 누나가 자고 있는데 몰래 그런 짓을 했다고?”

“의심이라고 말했잖아. 나는 분명히 어제 네 방에서 신음소리를 들었다고!”

“그건 누나 주장일 뿐이잖아. 그 신음소리가 지은이 누나가 낸 소리라는 증거 있어? 심지어 신음소리가 들렸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잖아. 더군다나 그때 누나는 술을 잔뜩 먹은 상태였고. 오히려 누나가 환청을 들었다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성준의 압박에 그녀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성준의 뻔뻔한 태도와는 별개로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거도 없이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행동이 좋게 보일 리는 없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네 말은...지은이랑 그런 게 아니라는 거잖아...”

“당연하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으니까.”

“알았어...아니면 됐어. 그냥...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었어.”

“누나 몰래 지은이 누나한테 누나 일 물어본 건 정말 미안해. 그 점은 내가 사과할게.”

“아니야...나야말로 의심해서 미안해...그럼...이제 밥 먹자...”

그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그를 압박할 카드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성준의 입장에서는 전세가 역전된 이상 그녀를 압박할 이유가 없었다. 신지은과 성준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녀와 대화를 마무리한 성준은 빠르게 저녁을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간 그는 책상에 앉기보다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지금 기분으로는 절대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 정말 쓰레기구나...어떻게 누나한테 이런 짓을...’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신지은과의 관계와 능력을 들킬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아니었다. 그가 괴로워하고 있는 부분은 조금 전에 누나를 대했던 자신의 태도였다. 누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서 그녀를 몰아붙였다는 생각에 그는 마음이 너무나도 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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