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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신지은과의 만남 이후로 다시 집에 돌아온 성준은 간단히 씻은 다음, 공부를 하기 위해서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성욕도 그를 괴롭히지 않았고, 가장 큰 걱정이었던 누나 문제도 어제의 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전혀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임신이라니...참...임신은 좋은 거지만, 축복받아야 될 일이지만...그치만...기분은 좀 이상하다...’
현재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신지은의 임신이었다. 신지은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임신을 시켰다는 사실에 모호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내 능력으로 임신이 가능하다는 거네. 이게 잘 된 일인가?’
또 한 가지 그가 고민이 되는 것은 정말로 그의 능력으로 임신을 시켰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발기만 되고, 성욕이 유지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몸속에서 생성되는 정자로 실제 임신이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그녀의 임신이 정말인지는 확신할 수 없는 단계지만, 그것만으로도 성준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활용하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겠지. 그 전에 잡혀서 실험실로 끌려갈 수도 있겠지만...아무튼 지은이 누나를 도와준 일은 참 잘한 것 같아.’
그는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용하고 싶었다. 신지은의 경우처럼 직접 섹스를 하지 않더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돕고 싶었다. 잡힐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이런 능력을 가진 만큼 이 능력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10대 청소년의 순진하면서도 무모한 생각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섹스를 전혀 못하게 생겼네. 섹스를 못하면 성욕 조절이 더 힘들어지겠지? 지은이 누나는 가끔씩 찾아오라고 했지만, 너무 일방적인 관계라서...역시 1일1자위가 필요할 것 같아. 부족하면 그 이상으로 하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그를 사로잡고 있는 고민은 역시나 성욕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성욕이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 학교에서의 일처럼 계속해서 그를 괴롭힐 것이다. 신지은의 임신으로 당분간 섹스가 불가능했기에 그는 원래의 계획대로 1일1자위를 실천하고자 했다. 이것으로 성욕이 조절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한 페이지도 공부를 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책을 덮고는 침대에 누웠다. 이럴 때는 억지로 책 내용을 머릿속에 쑤셔 넣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편이 좋다고 그는 판단했다.
‘지금 이 기분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겠어.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야겠다.’
침대에 누운 그는 바로 눈을 감았다.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역시나 잠이 최고다. 그는 복잡한 머릿속을 텅 비워둔 채로 그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엄청난 일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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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은
‘설마...별 일 없을 거야...별 일 없어야 되는데...’
회사에서 오전만 근무를 하고 반차를 쓰고 집에 들어온 성하은은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이 설치해둔 몰래 카메라를 떼어냈다. 과연 그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치며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하...준이가 증거를 찾아오라고 말해서 한 일이지만...막상 확인하려니까 무섭네...만약 내가 생각한 게 사실이라면...’
그녀가 몰래 카메라까지 설치하게 된 이유는 자신을 기만하는 성준의 말에 잔뜩 화가 나서였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며 그의 눈앞에 확실한 물증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그녀는 막상 자신의 생각이 사실로 드러나게 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뒷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지...그래, 확인해보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싸게 주고 구입한 몰래 카메라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크게 마음을 먹은 그녀는 용기를 내서 카메라에 담겨있는 내용들을 노트북에 연결해서 확인해보았다. 몰래카메라에 담긴 첫 장면은 그녀의 초대를 받고 신지은이 집에 들어오는 모습부터였다.
‘이 이후로 몇 시간 뒤더라? 천천히 넘겨보자.’
떨리는 손으로 조금씩 뒤로 화면을 넘겼다. 아쉽게도 카메라 성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도 증거가 충분했기에 그녀는 한 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집중을 했다.
화면에는 곧 성준까지 등장하게 되었고, 세 사람은 화기애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이제 곧 그녀가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다.
‘빨리 밖에 나가자, 하은아. 좋아, 이제부터가 중요하겠어. 하...엄청 떨리네...’
이윽고 화면 속 성하은이 다급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된 성준과 신지은은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뭐하는 거지? 왜 서로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건데!?’
집을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둘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서로를 애틋하고 또 야릇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서로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성하은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안 돼...이, 이러지 마...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녀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화면 속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뜨거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입고 있던 옷들이 하나씩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맨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설마...아니지...아닐 거야...이건...’
두 사람의 하얀 속살이 드러나게 되면서 성하은이 가장 놀라게 된 부분은 역시나 성준의 중요부위였다. 성준의 그것은 기이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알고 있는 딱딱하게 커진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말도 안 돼...어떻게 이런 일이...이게...가능한 거야? 가능하다는 사람이 나왔다는 소문은 들었지만...그게 내 동생이라고...?’
그녀가 고민을 하는 중에도 화면 속 두 사람은 벌써부터 끈적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소파에 누워서 서로를 껴안으며 열심히 땀을 흘렸고, 그 장면은 모두 성하은의 눈에 들어왔다.
‘하...도저히 못 보겠어...’
두 사람의 섹스는 상당히 길게 이어졌다. 성하은은 도저히 이걸 끝까지 볼 수가 없었는지, 그만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몰래 카메라를 통해서 그녀가 받은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왜 이런 일이...어째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도저히 울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충격이었다. 자신의 동생이 그런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그 능력을 자신에게 말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옆집에 사는 자신의 친구이자 유부녀에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불쾌했다.
‘그동안 둘이서 나를 감쪽같이 속여 왔구나. 나 몰래 집에서 그런 짓을 하고...심지어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거지...어떻게...’
두 사람이 저지른 말도 안 되는 행위 자체에도 당연히 불만이 많았지만, 그녀는 그것보단 두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눈물이 차올랐다. 가장 믿었던 친구와 가족 중에서 가장 의지하고 있었던 남동생이 짜고선 자신을 속이고 기만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이걸...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거지...’
절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생각할수록 눈물이 나오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가 본 것은 전부 현실이었다. 그녀의 남동생과 그녀의 가장 친한 유부녀 친구가 불륜을 저질렀다나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 것일까.
‘이제 조금 있으면 준이가 올 시간이구나...어떻게 하면 좋을까...일단...지금은 만나지 말자.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보자.’
눈물을 닦아내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학교가 끝난 성준이 집에 들어올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성준과 마주치기 싫었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따지듯이 물으며 화를 내고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풀 문제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성준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 보통 능력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생각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카메라와 노트북을 정리하고는 외출할 준비를 하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뒤, 자신의 휴민트를 최대한 동원해서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또한 불륜과 청소년의 성문제에 대해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서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준이처럼 멀쩡한 사람들이 조금은 있는 모양이구나. 그치만 얘는 왜 이 능력을 지은이한테 사용했을까...설마 지은이가 알아차리고 먼저 준이를 유혹한 건가? 하...머리 아파...’
카페에 앉아 이것저것 알아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복잡한 것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었기에 직접 그를 만나서 부딪혀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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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아으으, 얼마나 잔거지?’
잠에서 깬 성준이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어느새 두 시간을 훌쩍 지나있었다. 공부는 못하게 되었지만, 제법 많은 시간을 잔 덕에 그의 머리는 잠을 자기 전보다는 훨씬 더 맑아져 있었다.
‘역시 잠을 자길 잘했어.’
그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푼 뒤, 바로 거실로 향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누나가 회사에서 퇴근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나 왔구나. 저녁은 먹었어?”
거실로 나가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의 누나가 보였다. 성준은 그런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며 다가갔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심각해?”
성준의 말에도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몰랐던 성준은 그저 그녀의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하며 정수기로 이동해 물을 한 컵 따라 마셨다.
“잠깐 앉아볼래? 할 얘기가 있는데.”
성준이 물을 마시고 있는 중에 그녀가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고, 아직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성준에게 하는 얘기는 확실해 보였다.
“아, 으응. 무슨 일인데?”
그녀의 부름에 자리에 성준이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그는 속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할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했다. 저번에 있었던 오해는 풀었고, 그녀 성격상 자신의 이야기를 해줄 리는 없었기에 내일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여동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부탁인데, 오늘부터 내 앞에서 그렇게 웃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 누나...?”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성준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앉아있던 성준에게 그녀는 지금까지는 전혀 보여준 적이 없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았다. 살기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성준의 표정은 절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