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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클리닉-70화 (70/193)

<-- 임신 능력자 -->

‘저, 저게...뭐지? 설마...에이...그럴 리가 없잖아...하지만 저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성준의 배 아래와 허벅지 사이에 있는 위로 솟아있는 바지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은 결코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설마...아니겠지...?’

그녀의 상식에 의하면 그것은 남자의 그것이 커진 모습이었다. 결혼까지 했었던 그녀가 그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아침마다 남자들이 텐트를 치는 것을 32살인 그녀가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이다. 전 세계 남자들 대부분이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으며, 심지어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사라졌다. 그녀가 많은 돈을 투자해서 얻어낸 자료에 의하면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아닐 거야...그냥 바지가 접히면서 발기된 것처럼 보이는 거겠지...?’

그렇기에 당연히 성준 역시도 아침에 발기가 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의심의 눈초리로 그의 바지를 바라보았다. 얼핏 봐서는 단순히 바지가 접히면서 위로 솟아오른 것으로 보이기도 했기에 그녀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해진 상태였다.

‘확인...해볼까...? 하지만...만약 아니라면...그리고 확인하는 중에 준이가 깨어나면 어쩌지...그리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잖아. 사실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데 괜히 기분만 이상해질 텐데...’

그녀는 그것의 정체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렇게 의심만 하기 보다는 직접 확인을 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음의 갈등은 그녀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만약 저게 실제로 발기를 한 것이라면, 달라질 것은 뭐가 있을까. 그녀는 그 점이 가장 크게 고민되었다.

‘만약 준이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면...아니야, 아니겠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바지가 접혀서 그런 걸 거야. 그치만...확인은...해볼까...?’

짧은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심지어 성준의 능력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며 그 이후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추측이자, 상상일 뿐이었다. 정확한 것을 알기 위해서는 역시나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분명히 깊게 잠들어 있으니까...아무 문제없을 거야.’

고민 끝에 그녀는 결심을 내렸다. 성준의 바지를 직접 확인해보기로 말이다. 이대로 성준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것보단 직접 확인을 하고선 그 이후에 고민을 하는 것이 맞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결심을 내린 그녀가 즉각적으로 행동에 돌입했다. 먼저, 성준이 잠들어있는지 확인을 한 그녀는 숨을 죽인 채로 그의 바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곳을 직접 만지기보다는 바지를 조금 잡아당겨서 그것이 정말로 발기를 한 것인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확인해보고 바로 깨우는 거야...조금만 더...조금만...’

그녀의 손이 천천히 그의 바지를 향해 이동했다. 그녀는 여전히 숨을 죽인 채로 성준의 얼굴과 바지를 번갈아가며 확인을 했고, 마침내 손끝이 그의 바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바지를 잡아당기려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알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삐-삐-삐-

‘까,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알람소리에 그녀는 기겁을 하며 놀랐다.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있던 그녀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자빠져버렸다.

“으음...으으...아으...”

그리고 그 사이에 알람소리를 들은 성준이 잠에서 깨어났다. 알람소리의 정체는 성준의 핸드폰이었다. 그는 정확히 7시에 일어나기 위해서 알람을 맞춰두고 잤던 모양이다.

“하아아암...으응? 누나...?”

잠에서 깨어난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정신없이 울어대는 핸드폰이었고, 그 다음은 바로 옆에 요상한 자세로 쓰러져있는 하서윤이었다. 그는 그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눈을 비비고는 몸을 일으켰다.

“뭐하고...있는 거예요?”

그녀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것일까. 성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성준의 질문에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그...아침 먹으라고...”

“아아, 깨워주시려고 했구나.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알람소리는 잘 들어서 굳이 깨우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성준은 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실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그의 코를 간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지었다.

“으응, 그렇구나...그, 그럼...나는 이만 가볼게...”

“네, 저도 바로 나갈게요.”

하지만 그녀는 생각이상으로 굉장히 놀라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말을 더듬기도 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성준은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었지만, 그녀가 곧장 방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었다.

성준의 방에서 나온 그녀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떨리는 손으로 아침을 차렸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 상태였다. 복잡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 결심을 내렸지만, 그 결심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놀래킨 셈이었다.

‘하...내가 미쳤지...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괜한 짓을 하려고 했어...’

가까스로 마음을 달랜 그녀는 계속 한숨을 내쉬면서 아침을 차렸다. 그리고 식탁이 그녀가 만든 음식으로 가득 채워질 때쯤, 성준이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그는 일단 화장실로 들어가 씻을 준비를 했다.

성준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조금 전의 일이 떠오르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또 다시 방에서 얻었던 의구심이 머릿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에휴, 괜히 방에 들어가서...그냥 밖에서 큰 소리로 부를걸 그랬나...’

계속되는 자신의 불안정한 마음에 그녀는 방에 들어간 사실을 후회했지만, 이미 한 번 본 것을 강제로 잊을 수는 없었다. 그저 성준의 앞에서 티를 내지 않고, 억지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우와, 아침인데 이렇게나 차린 거예요? 이러시면 너무 죄송한데...”

“나도 같이 먹을 거니까, 그런 마음 가질 필요 없어. 얼른 앉아.”

화장실에 들어갔던 성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간단히 세수와 함께 머리를 감은 그는 가볍게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뒤, 식탁에 앉았다. 아침 식사치고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찬이 가득했지만,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아침을 이렇게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학교 가서도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지.”

“고마워요, 정말. 누나 덕분에 학교가도 아무도 제가 집에서 쫓겨났다고 눈치 채지 못하겠네요.”

두 사람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학교 가야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성준은 평소에 그녀와 저녁을 먹을 때처럼 여유 있게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기쁜 마음을 품을 수는 있었다. 맛도 맛이었지만, 아침에 누군가와 마주보면서 밥을 먹어본 적이 오래였던 성준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직까지 조금 전의 일들이 그녀의 마음을 붙잡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도 성준처럼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매번 혼자서 식사를 하곤 했던 그녀는 성준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쓸쓸했던 마음이 꽉 차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에게는 상당히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다 먹었으면 바로 갈 준비해도 돼.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누나한테 너무 폐만 끼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저녁이랑 주말에는 준이가 할 일도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생각하진 마.”

두 사람에게는 아쉽게도 행복한 아쉽게도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밥을 다 먹은 성준은 바로 학교 갈 준비에 바쁘게 움직였다. 양치질을 하고,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그는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을 모두 지켜보며, 마치 엄마처럼, 때로는 아내처럼 챙겨주었다.

“학교 잘 다녀오고, 혹시 돈 필요하면 내가 조금 줄까?”

“절대, 절대 괜찮아요. 가지고 있는 돈으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학교에서 돈 쓸 일도 없고요.”

“그래, 그럼 조심히 다녀와.”

“네, 고마워요. 그럼, 다녀올게요. 이따 봐요.”

성준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집 밖을 나섰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성준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주었다. 그렇게 그가 나가고, 현관문이 닫히자, 이제 집안은 다시 그녀 혼자 남게 되었다.

‘후우, 이제 다시 혼자구나. 뭔가 허전한 기분이네...얼른, 나도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

성준이 나가자, 어젯밤부터 조금 전까지 꽉 차 있었던 집안이 조금은 허전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그녀는 바로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원래 하던 대로 집안일을 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오늘 하루는 다른 날과 달리 알 수 없는 기분에 시달리고 말았다. 그것은 단순히 아침에 일어났던 해프닝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싹을 트기 시작했다.

*

*

*

-성준

무사히 학교에 도착한 성준은 어제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걱정을 떠올리기도 전에 한 가지 큰 고민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짝궁이자, 이제는 점점 원수로 바뀌어가고 있는 박수아 때문이었다.

‘하...인생 참...고작 18살이지만, 정말 힘드네...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라니...’

그의 짝궁 박수아의 상태는 어제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성준을 향해 애정 어린 눈빛을 날리고 있었고, 짧은 치마와 타이트한 와이셔츠도 그대로였다. 그녀의 모습에 성준은 자꾸만 어제의 일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러면 안 되는데...확실하게 얘기를 해둬야 되는 건가...?’

어제의 일을 떠올리자, 성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제 그녀 때문에 1일1자위를 결심했던 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그녀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자 했다. 그는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약점을 알고선 일부러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저 추측에 불과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그의 아슬아슬한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금요일인 만큼 그는 일단 오늘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단단히 각오를 했다.

하지만 오늘 역시도 박수아의 괴롭힘은 계속 되었다. 어제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성준 옆에 바싹 달라붙은 채로 그의 모든 행동과 말투에 간섭을 했다. 심지어 옆반 친구인, 이강성과의 대화를 엿듣기도 했다.

“정말 가출한 거야?”

그녀가 성준에게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성준은 속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답을 해주었다. 이미 그녀가 대화 내용을 다 엿들은 상황이었고, 전에 그녀와 고민을 사실대로 공유하기로 약속했던 만큼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가출은 아니고, 잠깐 집에서 나오게 되었어.”

“정말? 그러면 나한테 연락하지! 내가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에이,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야.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러면 지금은 어디서 지내는 건데?”

“지금? 으음...그게...그...친척...집에서 지내고 있어.”

“친척? 이 근처에 친척도 있었어? 친척들하고 별로 왕래 없다고 저번에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아...그러니까...진짜 친척은 아니고...아버지 친구 분이셔. 거의 친척 같은 관계라는 거지.”

“아아, 거기는 지낼 만 해? 불편하진 않고?”

“으응,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다만, 하서윤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하서윤의 정체를 알게 되면 괜히 골치 아파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녀가 하서윤에게 질투라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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