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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클리닉-72화 (7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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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자들을 통해서도 커질 수 있다는 거잖아? 그것도 맞는 거지?”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중에 이번에는 박수아가 성준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그녀는 성준에게 다른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

“그렇지? 그래서 수아, 너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피해 다니고 있는 중이야.”

“정말? 그 말은 뭔가 기분 좋네, 헤. 아무튼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커질 수가 있다는 말인데, 그때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무슨...말이야?”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학교에는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여자애들은 많잖아. 대부분 나처럼 치마도 짧게 입고 다니고. 우연히 그 애들 치마 속을 보게 된다던지, 아니면 어제나 오늘처럼 실수로 누가 직접적으로 자극을 가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녀의 질문은 그럴듯했다. 실제로 성준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성욕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성준은 박수아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단지 박수아가 너무 직접적으로 들이대서 그렇지, 다른 여자들도 경계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고민이긴 해. 요즘 최대한 조심하고 있기는 한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또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의 성욕은 단순히 경계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신지은과 섹스를 하거나 자위를 한 날에는 그나마 참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참는다고 버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이렇게 하자.”

성욕에 대한 고민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준에게 그녀가 말했다. 그녀에게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성준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일단, 학교에서는 내가 도와줄게.”

“네가 도와준다고? 어떤 식으로?”

“어차피 학교에서만큼은 계속 너랑 붙어 다닐 생각이니까, 발기할 것 같을 때마다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거야. 나는 이미 네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 나한테는 말해줘도 상관없잖아.”

“아...그렇긴 하지만...”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최대한 도와줄게. 저번처럼 갑자기 아프다면서 보건실을 갈 수도 있는 거고, 다른 짓을 해서라도 주변 사람들 시선을 끌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앞으로 발기할 것 같으면, 나한테 신호를 보내줘.”

그녀가 떠올린 방법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일차원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성준에게 충분히 도움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도 과거에 그녀가 한 번 도운 적이 있지 않았던가. 생각했던 것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성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 이건...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그래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녀가 떠올린 방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준이 생각보다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인지, 그녀가 이어서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주었다.

“으음...내 생각에는 이게 단순히 네 성욕이라기보다는 기이한 현상과 연관이 있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거야.”

“...테스트?”

“응, 테스트. 성욕을 테스트하는 거지.”

그녀의 또 다른 아이디어는 성욕 테스트였다. 성욕을 도대체 어떻게 테스트하자는 것일까. 성준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입 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잖아. 성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욕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지. 특히나 네 성욕은 보통 성욕이 아니니까,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어떻게...알아볼 건데...?”

“그래서 테스트를 해보는 거지. 어떤 상황에서 성욕이 증가하고, 어떻게 하면 성욕을 조절할 수 있는지 등등 말이야.”

이번 생각도 나름 그럴듯했다. 아직 그녀도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성준 역시도 자신의 성욕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서 성욕이 심해지는 바람에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봤거든. 하루에 한 번씩은...그...자위...하는 걸로 계획을 세워봤어.”

성준은 그녀가 말하는 테스트가 자신이 어제부터 계획했던 1일1자위와 나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1일1자위도 어떻게 보면 성욕을 조절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던가. 그는 이것과 연관지어서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성욕을 파악하고자 했다.

“정말? 그러면 매일...자위...하는 거야?”

“...으응...뭐...다른 건 아니고, 어떻게든 성욕을 잠재워볼까 해서...어제부터 시작했어...”

“벌써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구나.”

“그렇지, 뭐...”

물론, 성준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박수아라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여자였다. 여성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받는 것은 아직까지 많이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대단하네. 그러면...음...혹시 그거는...그러니까...그...여자랑 잠자리는...아직 안 가져본 거야?”

“그, 그건 왜...?”

“아니...혹시 그것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건 아직까진...”

“그것도 혹시 모르니까...나중에는 해야될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니까...벌써부터 그 얘기 하진 말자. 일단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알아봐야지.”

성준과 달리 그녀는 얼굴을 붉히는 와중에도 끝까지 질문을 던졌다. 특히나 섹스를 해봤냐는 질문까지도 서슴지 않고 물어보았다. 굉장히 직접적인 질문에 당황한 성준은 거짓말을 하면서 상황을 넘기고자 했다. 그녀에게 굳이 신지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하긴...우린 아직 청소년이니까...”

“아무튼 네 말대로 테스트를 해보긴 해야겠어. 내일은 주말이니까, 다음주부터 제대로 해봐야지.”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캐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음주부터 성욕을 테스트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내가 최대한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응, 그래...그래도 너라도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헤, 그렇지? 그러니까 나를 너무 피하진 말라고.”

“내가 언제 피했다고...그나저나 몇 시지? 젠장, 이제 수업 끝날 시간인데? 빨리 돌아가자.”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이러다가 우리 혼나겠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사이, 벌써 수업시간이 끝나기 직전이 되었다. 성준과 박수아는 바로 일어서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성준은 이번 기회에 그녀와 함께 확실히 자신의 성욕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결심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마음은 자꾸만 불안함에 떨고 있었다.

*

*

*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나온 성준은 바로 하서윤네 집에 가기 전에 어디 한 군데를 들렀다. 그가 이동한 곳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번화가에 위치한 카페였다. 그곳에서 그는 미리 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일찍 왔네? 내가 먼저 와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응, 생각보다 검사가 일찍 끝나서.”

“검사 결과는 어떤 데?”

“일단, 임신은 확실해. 나머진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 조금 더 애가 자라야 될 것 같아.”

“그래도 임신이 맞다니까 다행이다.”

성준이 만난 사람은 신지은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한 뒤, 가장 먼저 임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세상에 임신과 관련된 이야기는 매우 조심스러웠기에 둘은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 진짜 아직도 꿈만 같아. 가끔씩 내가 임신을 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때도 있다니까.”

“병원에서는 뭐래? 별 말 없었어?”

“오늘은 임신만 확인한 거라서 아직까진 별 얘기는 없어. 더군다나 오늘은 진료보다는 의사랑 협상을 하려고 간 거니까...너무 걱정은 마. 예전부터 준비해오던 일이라서 변수만 없다면, 준이 너한테 피해갈 일은 없을 거야.”

“그래, 누나가 알아서 하겠지. 이제 그 문제는 더 이상 내가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왜 굳이 나 만나러 병원까지 오겠다고 한 거야?”

잠시 임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이내 원래 만나기로 했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성준의 요청에 의한 것인데, 그는 그녀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고자 했다.

“그렇게 물어보는 걸 보니까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나.”

“왜?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엄청난 일이 생겼지. 솔직히 누나한테 말하기 조금 조심스러웠어. 어렵게 임신했는데, 괜히 스트레스 주는 게 아닐까 싶어서.”

성준은 신지은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꺼내지 조금 조심스러워 했다. 집까지 나온 상황에서 혹시라도 그녀가 일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현재 그녀의 상태 때문이었다. 임신을 하고 있는 중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그 역시도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확인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도 나를 찾아왔다는 건 나하고 크게 관련이 있다는 뜻이구나?”

“응,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그렇지만 그녀는 이번 일과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이미 사건이 터져버린 상황에서 그녀에게 비밀로 할 이유는 없었기에 성준은 어제 있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놓고자 했다.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말은...아무래도 네 누나한테 우리 관계를 들켰다는 걸로 들리는데?”

그녀는 성준이 말하기도 전에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녀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으로 봐서는 이미 확신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이에 성준은 그녀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설명해주었다.

“맞아, 제대로 들켜버렸지.”

“어쩌다가 들킨 거야? 준이, 네가 직접 말했을 리는 없고...”

“저번에 누나가 초대해서 다 같이 모였던 적 있었잖아. 그때, 중간에 누나가 남자친구네 일이 있어서 나갔던 날.”

“설마...그게 다 연기였던 거야? 일부러 우리를 방심하게 만들려고?”

“응...그런 것 같아. 집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더라고...빼도 박도 못하고 걸려버린 거지...”

“하...미치겠네...하은이, 얘도 진짜 보통이 아니구나...”

성준의 자세한 이야기에 그녀의 표정은 더욱 구겨졌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 느껴지는지 양손으로 머리를 만졌다. 성준 역시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제의 일이 떠오르면서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하은이 반응은 어땠어?”

“당연히 크게 충격 받았지. 우리한테 실망도 많이 하고...”

“아직까지 나한테 말하지 않는 걸 보면...충격이 심하긴 한가 보네. 걔가 보기에는 강해보여도 은근히 스트레스 취약한 타입이라서 꽤 오래 마음고생 할 거야. 그렇지만...지금은 우리 걱정부터 해야 되니까...그밖에 다른 얘기는 없었어?”

스트레스가 심하긴 했지만, 신지은은 빠르게 침착함을 찾았다. 임신을 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인지, 그녀는 최대한 냉정을 찾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성준은 찾아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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