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82화 (8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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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23일, 성준

일요일도 마찬가지로 성준은 따로 약속을 잡기보다는, 공부보다는 하서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나 오늘이 그녀의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그는 힘들거나 피곤해서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그녀와 함께 하고자 노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그는 그녀가 아침밥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고, 그녀와 함께 청소를 하고 빨래 등 집안일을 돕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또한 집 앞에서 장을 보고, 가볍게 산책을 하는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그녀에게만 집중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하루였지만, 그녀와 함께 라는 것만으로도 그는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집 나와서 이 정도로 잘 지낼 줄이야...다 누나 덕분이야. 그래도 이렇게까지 편하게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리고 그런 단순한 경험들을 통해서 그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좋은 감정은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이 점점 이성적인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지난번에 누나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 또 다시 이런 생각이라니...진짜 못났다, 너...’

그가 느끼는 그 감정은 성적인 것하고는 조금 달랐다. 그녀의 뛰어난 몸매와 외모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욕이 분비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그것하고는 많이 다른 형태였다. 그런 감정이 처음이었던 그는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는 데는 조금 오래 걸리겠지만, 그 역시도 자신의 마음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그 감정들을 부정했다. 그러한 감정을 떠올리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했던 못된 짓이 떠오르곤 했다. 그때 일은 떠올릴 때마다 욕이 나오고, 이불을 걷어차고 싶을 정도로 후회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억지로 그 감정들에게서 멀어지고자 했다.

‘그치만...왜 하필이면 지금 이 타이밍에 저런 화면이 나오는 건데!! 안 그래도 오늘 아직 자위를 안 해서 곤란한데...하아...참...’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그런 노력은 얼마 못가서 엄청난 방해를 받고 말았다. 현재 그는 또 다시 꿈틀대는 성욕과 전투 중이었다.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TV화면에 나오고 있는 굉장히 뜨겁고 찐한 장면이었다. 저녁밥을 먹은 뒤,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던 성준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장면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이 영화를 선택했네. 도대체 어떻게 된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장면뿐이지...’

영화는 생각보다 야한 장면이 너무나도 많았다. 재미가 없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지나치게 수위가 높았다. 여자 주인공의 노골적인 신음소리에 성준은 당장이라도 볼륨을 줄이고 싶을 정도였다.

‘괜히 나 혼자서 민망해하는 건가?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나?’

성준이 TV화면에서 눈을 떼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확인했다. 그녀는 성준에 비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성준은 더욱 민망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획 고개를 돌리며 성준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성준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이런 장면 나오니까 많이 민망하지?”

그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성준은 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러게요...하하...그냥 다른 영화 볼까요?”

“그렇게 민망해?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는 것 같은데...흐응...준이가 민망하면 어쩔 수 없지. 그냥 다른 거 보자.”

“네...하하...”

더 이상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없었다. 성준은 그녀에게 다른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고, 다행히 그녀를 제안을 받아들였다. 성준은 절대로 야한 장면이 나올 것 같지 않는 15세 액션 영화를 재생시켰고, 이제 더 이상 민망한 상황은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준이는 저런 장면을 보더라도 아무 반응은 없는 거지?”

“...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성준을 괴롭히던 TV속 야한 장면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민망한 질문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이한 현상 때문에 아무래도 별 반응은 없을 테고. 그러면 그냥 분위기 때문에 민망한 거지?”

“뭐...그렇죠...하하...”

예전에도 그녀는 이런 비슷한 질문들을 한 적이 있었다. 성준은 그녀하고만큼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빠져나가고자 했지만, 그녀의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번에 준이가 말하기로는 성욕은 조금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그랬었죠...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든다고 해야 되나...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대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이후에 성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여자들만의 소유물로 바뀌고 있었다. 성준과 같은 임신 능력자들은 성욕이 병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다른 남자들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성욕이 감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지금 준이는 어떤 데?”

“...저요?”

“응, 준이는 지금 어느 정도인데? 과거하고 비교해서 얼마나 성욕이 줄어들었어?”

그녀의 질문에 성준은 잠시 고민했다. 그는 도대체 그녀가 이런 것들을 왜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굳이 대답을 피하는 것도 이상했다. 그는 마지못해 적절히 답을 해주고자 했다.

“글쎄요...그래도 예전보단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어요.”

“예를 들면?”

“으음...과거에는 조금 전에 봤던 그런 장면들을 보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기도 했거든요. 물론, 자극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은 아무리 자극적이더라도 큰 반응은 없는 것 같아요.”

“그 반응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전에는...그...발...기를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잖아.”

“하하...그걸 하지 않더라도 뭐랄까, 느낌은 오잖아요. 여자들도 겉으로는 크게 티가 안 나더라도 속으로는 흥분하는 것처럼요.”

성준은 최대한 그녀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 그는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기보다는 애매모호하게 대답을 하며 질문들을 넘겼다.

“그래? 신기하네. 어쨌든 그 발...기는 안 하는 거지?”

“그렇죠. 그거 때문에 세상이 이 난리잖아요.”

“그...남자들은 굳이 성욕이 아니더라도 아침에 그게 되곤 하잖아. 아침에도...안 되는 거야?”

그렇지만 그녀의 이 질문만큼은 성준이 바로 반응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질문을 듣는 순간, 이 집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에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설마...’

그 날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는 알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놀라서 뒤로 넘어져있는 그녀의 모습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그는 그 부분에서 의문을 품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하면 뭔가 이상했다. 굳이 그 상황에서 그녀가 그렇게까지 놀라면서 넘어지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알람이 울려서 넘어졌다고 생각했지만...그 정도로 그렇게 놀라는 게 정상인가? 무엇보다 분명히 표정도 엄청 당황한 것 같았는데...’

만약 그녀가 알람이 아니라면, 무엇에 그토록 놀랐던 것일까. 성준은 어쩌면 그게 발기하고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당연히 그는 아침 발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생각까지 이르자, 성준은 그녀의 질문이 더욱 당혹스러웠다. 만약 그녀가 의심을 하고 있다면, 단순히 대처해서는 더욱 의심을 키울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아침에도 될 수가 없죠. 그냥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근데 갑자기 그런 것들은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나는 집에서만 지내다보니까, 아무래도 정보에는 한계가 있거든.”

“저도 인터넷에 본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래도 준이는 남자니까 나보단 더 자세히 알 수 있잖아.”

“그건 그렇죠...그래서 어떤 게 궁금한 건데요?”

“정말로 발기가 아예 안 되는 거야? 직접적으로 자극을 줘도?”

하지만 성준의 바람과 달리 그녀의 질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발기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발음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게 되면 안 되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그러면 아직까지 성욕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발기가 안 되는 거니까...힘들 때도 있겠다.”

“조금은...그렇겠죠? 이거 왠지 전에도 얘기 했었던 것 같은데요...”

“맞아, 전에 비 맞았을 때 잠깐 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단 성욕이 조금 줄어든 거야?”

“그렇죠. 그때보단 조금 줄었죠.”

“그러면 이젠 그때처럼 팔짱 껴도 괜찮은 건가? 이렇게 말이야.”

심지어 그녀는 질문만 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질문을 하던 중에 그녀는 과거에 공원에서 비를 맞았던 날을 떠올리면서 그때처럼 성준에게 팔짱을 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큰 가슴이 성준에 팔에 닿게 되었다.

“뭐, 뭐하는 거예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성준은 당연히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빨리 붙잡혀있는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그녀가 워낙 꽉 붙잡고 있던지라 빼낼 수가 없었다. 빼내려고 할수록 오히려 물컹한 가슴의 촉감만 더욱 강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아직까진 민망한가보네. 그래도 발기가 되는 건 아닌 거잖아.”

“그래도 이건 좀...누나...”

“후훗, 알았어. 그냥 장난 좀 쳐본 거야.”

성준이 크게 놀라며 당황스러워하자, 그녀가 이내 피식 웃으며 팔짱을 풀었다. 그녀의 작은 장난은 성준에게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으며, 그의 몸이 조금씩 반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젠장, 갑자기 왜 이런 짓을 해서...이대로 더 있다간, 또 저번처럼 이상한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직은 발기하기 전이니까, 빨리 자리를 피해야겠어.’

아직 발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전에 야한 장면을 봤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자극을 받은 성준은 자신의 몸이 점점 흥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더 있다간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 그는 다소 오해를 사더라도 후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해요...”

“헤, 미안. 그냥 궁금해서 장난쳤는데, 많이 놀랐구나?”

“뭐...조금은요...그나저나 이 영화는 별로 재미없는 것 같네요. 으음...저는 이만 자러 갈게요.”

“벌써?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내일 학교도 가야되니까, 지금 자야 될 것 같아요.”

“뭔가 아쉽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누나도 얼른 자요.”

“응, 그래. 잘 자.”

성준이 그녀를 거실에 혼자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주 살짝 발기가 된 그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선 약간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며 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긴장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누나 앞에서 발기할 뻔했어.’

긴장이 풀려서인지, 성준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흥분상태가 되어버렸다. 최근들어서 그는 흥분하는 것 자체도 조절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바싹 긴장을 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흥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긴장이 풀리면 바로 발기가 되고는 했다. 도대체 그의 몸이 어떻게 된 것일까.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 한심함을 느꼈지만, 마음과 달리 그의 자x는 하늘높이 솟아 바지를 압박하고 있었다.

‘1일1자위...오늘도 해야겠지...내일은 학교 가야 되니까, 두 번 해야겠어. 내일부턴 수아랑 계획했던 것도 있으니까...’

그는 바지를 벗고 바로 자위할 준비를 했다. 이것만이 그가 자신의 흥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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