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능력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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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영
‘에휴, 도대체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러는 거야...집에 돌아오면 편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짜증나...’
친구들과 놀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온 성하영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언니, 성하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하은은 이미 잔뜩 취했는지, 얼굴이 상당히 달아오른 상태였다.
‘하...빨리 오빠를 집에 들어오게 하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성하영은 그런 언니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무시하고 방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오늘만큼은 어떻게든 언니를 위로해주고자 했다. 언니하고 친하지는 않아도 가족인 이상, 이번 일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오빠하고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던가.
간단히 씻고 나온 그녀가 조심스럽게 언니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언니의 맞은편에 앉아서 안주로 나와 있는 꼬치를 맛있게 먹었다.
“하영이 왔구나...미안해...언니가 오늘은 많이 우울해서...”
성하은은 그제야 자신의 동생이 집에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최대한 밝게 웃으면서 동생을 맞이해주었지만, 성하영의 입장에서는 웃는 모습마저 슬퍼보였다.
“언니, 지금 오빠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야, 아니면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야?”
“...글쎄...그냥...좀 우울하네...”
“남자친구 문제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까, 아무 말도 안 할게. 그런데 오빠 문제는 이제 좀 끝내야 되지 않을까?”
성하영은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그녀 성격에 술 취한 사람의 한탄을 들어주는 것을 할 리는 없었다. 그녀는 바로 본론을 통해서 오빠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파악하고자 했다.
“준이는...아직도 친구네서 지내고 있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궁금하면 언니가 물어보든가. 그래도 오빠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긴 한가봐?”
성하영이 오빠 이야기를 꺼내자, 성하은이 물었다. 아무리 성준이 해서는 안 될 엄청난 일을 저질렀어도 가족이었기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도...가족이니까...”
“그러면 이제 오빠 용서해줘도 되지 않아?”
이에 성하영은 잘만하면 그녀가 오빠를 빠른 시일 내에 용서를 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큰 잘못이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해주는 것이 이 나라 문화가 아니던가.
“용서...애초에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었다면...집을 나가지도 않았을 거야...”
“무슨 소리야? 나한테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던데?”
“그리고 용서한다고 해서...끝날 일도 아니야...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을까...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준이는 나한테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도대체 오빠가 무슨 잘못을 한 건데?”
그렇지만 성하영의 생각과 달리 술에 취한 성하은은 자세한 이야기를 꺼내놓기보다는 한탄만 할뿐이었다. 특히나 그녀는 아직 성준을 용서하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어보였다.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나쁜놈...적어도 나한테만큼은 말해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언니, 그러니까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냐고.”
“내 입으로는 절대 말 못해. 그리고...하영이 너는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고...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절대 알면 안 돼.”
하지만 성하은에게서 그 사실을 알아내기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성하은은 성하영에게만큼은 그 일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가족문젠데 나는 왜 알면 안 되는 건데? 나는 가족 아니라는 거야? 아무리 내가 언니랑 친하지 않더라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라...너는...아직 어리고...오빠를 믿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아무튼...너는 안 돼. 절대 안 돼.”
답답한 성하영은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따졌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입을 열 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성하영의 요청에 그녀는 그저 술을 벌컥벌컥 들이킬 뿐이었다.
“흐흑...나쁜 놈...흑...나쁜 새끼...흑흑...”
거기에다가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술에 취해갔다. 이제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성준을 욕하면서 흐느껴 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그녀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짜증나...언니한테 알아내기는 어렵겠어. 어쩔 수 없이 오빠를 이용하는 수밖에...나한테는 절대 말해주지 않겠다고? 두고 보자고. 내가 어떻게 해서든 알아낼 테니까.’
언니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성하영은 그대로 그녀를 두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일에 크게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달랐다. 하루라도 빨리 오빠를 집에서 보고 싶은 마음도 강했고, 매일 우울해하는 언니를 보고 있자니, 자신까지도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이 상황을 종결시키고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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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24일(월)
‘하...미치겠네...어떡하지...’
알람소리에 잠에서 깬 성준은 차마 거실로 나가지를 못하고 방에서 전전긍긍했다. 용기를 내서 방문 손잡이를 잡아봤지만, 자꾸만 어제 있었던 일이 그의 손과 발목을 붙잡았다.
‘설마...눈치 챈 건 아니겠지?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방문을 두드릴 줄이야...’
그는 지난밤에 1일1자위라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 방문을 닫고 자위를 했다. 그녀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거실에 있는 상황에서 자위를 하는 것이 민망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충실하게 계획을 이행했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그녀가 자신이 있는 방에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왜 갑자기 노크를 한 건지? 그것도 뜬금없이 자겠다고 들어간 사람한테 차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그런 생각은 방심 그 자체였다. 어제따라 상당한 성욕이 느껴졌던 성준은 한 번의 자위를 마치고나서도 이어서 연달아 자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막 두 번째 사정을 마치는 순간, 그녀가 노크를 한 것이었다.
노크소리가 들리자마자 성준은 완전히 패닉이 되어버렸다. 현자타임으로 머리가 백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는 어렵게 몸을 움직였다. 속옷과 바지를 올리고 손에 묻은 정액들을 닦아낸 뒤, 바로 문을 열었다. 차마 바닥에 묻어있는 정액들은 닦을 여유가 없었다.
이후에 상황은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녀는 자겠다는 성준의 말에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고, 성준은 다시 혼자가 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역시나 그녀가 눈치를 챘는지 여부였다.
‘정액 냄새...아마도 맡았겠지? 여자는 정액 냄새를 잘 모른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인가? 아니,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밖에서 내가 자위하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그래서 노크를 하고 차 마시자는 엉뚱한 소리를 했을 가능성도 있을 거야. 아아...젠장...’
정황상 그녀가 눈치를 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기이한 현상이었다. 기이한 현상에서 자위를 할 수 있는 남자는 없었다. 임신 능력자들을 제외하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가 조금은 의심할 수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점이었다.
‘후우, 일단 나가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이대로 방에만 처박혀 있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그가 학교에 가야되는 날이었다. 성준은 한 번 부딪혀보자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밖에서는 그녀가 아침을 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이상한데...그러고 보니까 내가 안 나오는데도 깨우러 나오지도 않고...뭐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문을 연 만큼 계속 안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천천히 주방을 향해 이동했고, 곧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어났어? 얼른 씻고 나와. 밥 먹고 학교 갈 준비해야지.”
성준을 발견한 그녀가 매우 밝게 웃으면서 아침 인사를 했다. 그녀와 달리 성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그렇다는 말은 성준에게 아무런 의심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일까. 아니면, 어제의 일을 모두 잊어버린 것일까. 화장실로 들어간 성준은 씻으면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너무 오버했던 거야. 누나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저렇게 순수한 사람인데, 당연하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성준이 간단히 씻고 화장실을 나왔다. 조금 전과 달리 그의 표정에는 이제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평소처럼 그녀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지...?”
그녀와의 아침 식사는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녀가 차려준 음식은 여전히 맛있었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즐겁게 식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녀가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말이다.
“아...네...오늘부턴...친구네서 지내기로 했으니까요...”
성준이 하서윤네 집에서 머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물론, 그녀의 집에서 나온다고 해서 앞으로 그녀를 안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준의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정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언제까지 계속 여기서 지낼 수는 없으니까...준이도 빨리 집에 들어가야지. 친구네 너무 오래 있진 말고...”
“네, 그래야죠. 그동안...정말 고마웠어요. 누나가 아니었으면, 진짜 엄청 고생했을 거예요.”
“아니야. 나도 준이 덕분에 요 며칠 동안 너무 즐거웠는걸. 또 준이가 아니었으면, 베란다에 쌓여있는 짐들도 정리하지 못했을 거야.”
“다음에 또 올게요.”
“당연하지. 그럼 안 오려고 했어? 언제든지 저녁 먹으러 놀러와.”
“자주 놀러올게요.”
“그래...에구, 학교 늦겠다. 얼른 준비하자. 식탁은 내가 치울 테니까, 얼른 교복 입어.”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이럴수록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갔다. 시계는 어느새 학교 갈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막상 떠난다니까 많이 아쉽다. 누나랑 지내는 동안 진짜 행복했으니까...’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성준은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그녀에게 능력을 들켰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던 그였지만, 이제는 아쉬움만이 그의 머리와 마음속을 지배했다. 그동안 그녀와 이곳에서 쌓았던 추억들을 떠올리자, 괜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
현관문을 나서는 성준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리고 그를 배웅해주는 그녀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성준은 웃으면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윽고 돌아서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성준의 팔을 붙잡았다.
“저기...”
“...누나...?”
“그냥...우리 집에서 지내면 안 될까?”
“...네?”
“친구네 집에 안가면 안 돼? 나랑 같이 있자...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성준을 붙잡은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쩌면 성준이 그토록 바랐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성준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쓸쓸하고 아쉽고, 무겁던 마음이 한 순간에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될까요? 아니...그러고 싶어요. 누나가 원한다면...누나랑 같이 지내고 싶어요.”
그녀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는데, 성준이라고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처럼 용기를 내서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리고 용기를 낸 그가 그녀로부터 받은 대답은 환한 미소였다.
========== 작품 후기 ==========
지금까지는 이야기가 굉장히 느리게 전개가 되었다면, 앞으로는 전보다는 조금은 빠르게 전개가 될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관계가 발전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중간 중간 생략을 통해서 전개되는 부분은 많을 것 같네요. 이야기를 이해하는데는 지장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