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91화 (91/193)

<-- 임신 능력자 -->

*

*

*

-성준의 집, 성준

“하...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그래도 이제 그만 용서해주자. 오빠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으응? 언니...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성하은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녀의 옆에서 성하영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팔을 붙잡고 계속해서 부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앞에는 성준이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체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 사람의 이야기를 위해서는 약 4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학교를 마치고 신지은과 성하영과 만나는 성준은 성하은에게 사과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사실, 계획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준비라 할 수 있는 그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세 사람은 성하은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세 사람의 모습에 성하은은 크게 당황했다. 오랜만에 보는 성준의 모습이 반갑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분노와 증오를 느끼기도 했다. 이윽고 성준과 신지은이 무릎을 꿇은 채 사과를 하자, 그녀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지게 되었다.

두 사람의 사과에 성하은은 고민했다. 과연 이 두 사람을 용서해야 될지, 자신이 용서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용서를 한다고 해서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 고민은 그녀가 그들에게 사과를 받기 한참 전부터 해왔던 고민이었다. 그때도 떠오르지 않았던 답이 사과를 받자마자 떠오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성하은이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성준과 신지은은 끊임없이 사과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그녀에 대해서 많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진심어린 사과가 그녀에게 전부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지막 카드로 아껴두었던 비장의 카드를 활용했다. 바로 신지은의 임신이었다. 신지은은 아기 초음파 사진을 그녀에게 건네주면서 임신을 위해서 내린 선택이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자 성하은의 마음은 더욱 흔들렸다. 자신의 동생이 임신 능력자인 것도 놀라운데, 그 능력을 바탕으로 친구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성하은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금씩 마음이 용서를 하는 쪽으로 흔들리긴 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앞으로 신지은과 성준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차라리 신지은이 유부녀가 아니었다면 쉽게 용서가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유부녀였고, 동생은 고작 미성년자였다. 이 사실이 신지은의 남편이나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면 정말로 큰일이었기에 그녀는 고민이 되었다.

결국, 고민 끝에 그녀는 용서 자체는 보류를 하되, 두 사람을 조금은 이해해주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임신한 신지은의 경우에는 스트레스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성준과 성하영과 함께 앞으로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고민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세 사람의 모습이었다.

“준이,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네 말대로 지금 네 능력이 외부에 알려졌다가는 큰일이잖아.”

한숨을 내쉬면서 서있던 성하은이 성준에게 물었다. 성준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차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가 두려웠는지, 그 상태로 대답을 했다.

“지은이 누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나름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부터 준비를 해둔 상태니까. 앞으로 내가 최대한 조심하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해.”

“하...그래, 지은이는 나도 걱정 안 해. 내가 걱정하는 건 너야. 이제 지은이하고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겠지만, 앞으로 다른 사람하고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내가 어떻게 너를 믿을 수 있겠니? 나는 이제 더 이상 준이, 너를 믿을 수가 없어.”

성하은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성준이었다. 성준과 신지은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성준이 지닌 능력이 발각되는 것도 문제였으며, 성준이 신지은에게 그랬던 것처럼 혹시라도 다른 여성과 그런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특히나 이 부분에 있어서 성준에 대한 신뢰감이 상당히 떨어져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알고 있어...누나가 나를 못 믿는 게 당연하지.”

성준도 그 부분은 이해를 했다. 자신이 누나의 입장이라도 같은 말을 했을 테니 말이다.

“제발 이 이상으로 큰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발 부탁할게, 준아...”

“으응, 당연히 그래야지.”

“정말 그래줄 수 있지? 아니, 꼭 그러길 바랄게. 너한테서 만큼은 속상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미안해...나도 누나만큼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는데...미안해...”

그래도 성하은은 점점 성준을 용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했다. 속으로는 몇 번이나 그를 내쳤지만, 그래도 가족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주고자 했다. 가족이란 그런 존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알았으니까, 이제 무릎은 그만 꿇고...앞으로는 학교 끝나면 바로 곧장 집으로 왔으면 좋겠어.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당분간은 자제하고. 특히나 여자는 더 조심해야 될 것 같아.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여자 있어?”

“여자...? 당연히...없지...내가 연락하는 여자라고는 누나랑 하영이, 그리고 지은이 누나가 전부인걸. 그나마 위층에 사는 보건쌤, 은정이 누나 정도랄까. 같은 반 여자애들하고도 그다지 교류가 없어서...”

하지만 성준을 용서하기로 결심한 그녀와 달리 성준은 여전히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 차마 하서윤과 박수아에 대해서 말할 수가 없었다. 누나에게는 미안했지만, 괜히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서 행동하고자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네. 그런데 정말로 성욕이 통제가 안 되는 거야? 그냥 나한테 혼날까봐 둘러댄 게 아니고?”

그녀는 그런 성준의 말을 믿었다. 용서를 결정한 그녀는 곧바로 성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를 걱정해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것만큼은 정말 사실이야. 처음에는 컨디션이나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성욕이 증가하고 있어. 조금 심각할 정도로 말이야.”

“심각하다고? 얼마나 심각하길래...?”

“그냥 좀...으음...”

그들의 대화 주제는 곧 성준의 성욕으로 넘어갔다. 성준은 그녀에게 이 부분만큼은 사실대로 말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성하영이 신경 쓰였다. 그녀 역시도 성준의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화를 그녀 앞에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영이 때문에? 하영아, 미안한데, 잠깐만 들어가 있을래?”

“또 나만 빼고 얘기하겠다는 거야? 나도 이미 오빠가 어떤 상태인지, 다 알고 있거든? 나도 가족이니까 들을 자격 있다고 생각해.”

“하영이 너는 아직 어리니까...”

“오빠도 미성년자거든! 몰라, 나도 들을 거야.”

하지만 성하영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성준은 그녀의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어차피 어제 카페에서 한 번 말했던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아무튼...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성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 이제는 단순히 신체적인 반응만 오는 게 아니라, 머리까지 지배를 한다고 해야 될까? 나도 모르게 이상한 생각이 들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싶어지는 게 있어.”

“그 정도라고? 그게...말이 되는 거야?”

“나도 처음에는 그냥 내가 지나치게 성욕이 높거나, 성범죄자들처럼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렇다기엔 하루하루 성욕이 증가하는 것도 그렇고, 그...성욕을 해소하고 나면, 그 다음날은 줄어드는 것도 그렇고, 기이한 현상이 원인인 것 같아.”

성준은 두 사람에게 자신의 성욕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지금까지 그가 직접 경험해보고, 알아본 것들을 자세하게는 못하더라도 대략적인 증상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성하은이 매우 놀란 표정으로 그를 걱정해주었다.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야 되는 거 아닐까?”

“병원에 갔다간 바로 실험실 직행이겠지. 그나마 성욕을 해소하면 괜찮아질 수 있으니까...당분간은 버텨볼 생각이야. 만약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면, 그때는 고민해봐야지.”

“주변에 히어로나 아는 헌터부대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 당장 성준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가족들이 성준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최대한 조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기이한 현상 전이랑 큰 차이는 없는데, 성욕만 그렇다는 거야? 지은이 언니도 임신을 한 걸 보면, 기능도 멀쩡한 것 같고.”

옆에서 이야기를 지켜보던 성하영이 물었다. 성준은 그녀의 질문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아.”

“그럼, 성욕만 통제하면 되는 거겠네?”

“그렇지. 그래서 매일 그...성욕 해소를 해주면 될 것 같아.”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입장이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성준은 동생과 이런 대화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민망했다. 마치 자위를 하던 중에 부모님에게 들킨 기분이었다.

“흐응...그니까 성욕이 많아지면, 흥분을 하거나 거기가 커지면,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든다는 뜻이지?”

“으응, 마치 다른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기분이랄까...”

“그 말은 우리한테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뜻 아니야?”

반면에 성준과 달리 성하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이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특히나 마지막 질문은 상당히 예리했다. 그녀의 질문에 성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수 있겠지...”

그의 대답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같이 생활하던 하서윤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던가. 그 대상이 동생과 누나라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마 누나와 동생에게 그 말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실수를 하기 전에 미리 말을 해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저, 정말로? 설마...아무리 그래도 나랑 하영이한테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성준의 말에 성하은이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그녀는 놀라는 것을 넘어서 성준에게 두려움도 살짝 느끼는 것 같았다.

“응, 맞아. 그래서 더 걱정이지. 그래도 최대한 잘 조절해볼 테니까...너무 걱정은 마.”

“우리한테 실수하는 모습 보지 않으려면 앞으로 오빠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줘야겠네.”

“하...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니까...”

두려워하는 성하은과 달리 성하영은 오히려 굉장히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직 어린 그녀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성준은 그녀에게 멋쩍은 표정으로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그것을 끝으로 세 사람의 대화가 끝이 났다. 드디어 성준이 다시 그리운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마침내 그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해결해야 되는 과제도 많았고, 다시 누나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보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기이한 현상은 점점 그를 압박했고, 며칠 후, 그의 삶에 큰 변화가 불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너무 길어지는것 같아서 누나하고의 갈등은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