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94화 (9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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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서윤

시내에 위치한 한 카페 안. 그곳에 한 여자가 굉장히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녀는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하서윤이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그녀가 어째서 집이 아닌 밖에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 것은 그녀에게는 상상으로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불안한데...어쩌지...지금이라도 그냥 집에 돌아갈까...?’

그럼에도 그녀가 이렇게 밖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만약 그들이 한 말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녀가 카페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바로 임신과 관련해서 그녀에게 각종 정보를 팔았던 단체였다. 드디어 오늘 그녀가 그 단체의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 약속장소로 나온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아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잖아. 어떻게든 참아보자. 더군다나 준이도 있으니까...’

물론, 아직까지 그녀는 혼자서 밖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지는 등 불안증세가 나타나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멀리서 성준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면 준이가 지켜줄 거야...'

학교 끝나고 그녀에게 연락을 받은 성준은 바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신지은하고의 일 때문에 당분간 근신 처분을 받았던 그였지만, 한 두 시간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약속장소에 도착한 그는 그녀 혼자서만 오라는 단체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카페 밖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후우, 그나저나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벌써 약속시간이 15분이나 지났는데...설마...사기 당한 건가...?’

하지만 그녀가 카페에 도착한지도 벌써 30분이 훌쩍 지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심지어 약속시간까지도 한참 지났기에 그녀는 슬슬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다. 이 정도 시간이면 기다릴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는 불안함에 버틸 수가 없었다.

성준에게 문자를 보낸 그녀는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성준 역시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답장을 보내줬기에 그녀는 결심을 내렸다.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애초에 사기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까지 실망을 느끼진 않았다. 지금은 그저 사람들이 많은 이곳을 벗어날 생각뿐이었다.

‘에휴, 그럼 그렇지. 역시나 사기인 건가. 그래도 여긴 믿을 만 했었는데...’

그녀가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빨리 집에 돌아가서 미뤄둔 집안일을 할 생각을 하며 카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카페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녀 앞으로 검은색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하서윤씨 맞으시죠?”

“네, 네? 누, 누구...?”

“맞나보군요.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차에서 나온 사람은 검은색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였다. 그는 다짜고짜 그녀에게 하서윤이 맞냐고 묻더니, 곧바로 그녀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카페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 벌어진 납치였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크게 놀랐지만, 그러는 사이 검은색 차는 그녀를 데리고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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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서윤

“미안합니다. 혼자 나오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금 과격한 방법을 이용하게 되었네요.”

하서윤이 카페 앞에서 납치된 지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그녀가 있는 곳은 평범해 보이는 어느 건물 사무실 안이었다. 그녀는 굉장히 깔끔해 보이는 방 안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안경을 착용한 한 남자가 서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작은 테이블이 위치해있었다.

“흑흑...제발 집에 보내주세요...흐흑...”

미안하다는 남자의 말에도 그녀는 흐느끼면서 울고 있는 중이었다. 남자는 그녀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를 묶어두지도 않았다. 납치범치고는 굉장히 예의를 갖춰서 그녀를 대해줬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에 떨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많이 불안하신가 보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최근 들어서 몬스터들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요.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울고 있는 그녀에게 그가 진심을 담아서 사과를 했다. 사과를 하는 납치범이라, 그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는 그의 사과에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부진 체격을 지닌 그는 굉장히 훈훈해 보이는 외모로 하서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저한테 사과하시는 건데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기업의 입장 아니겠습니다. 고객님이 불편을 느끼셨다면, 사장인 제가 당연히 사과를 해야죠.”

“고객...이요?”

“네, 하서윤 고객님.”

심지어 그는 하서윤에게 고객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쏙 들어갔다.

“혹시...맞아요?”

하서윤은 이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임신과 관련된 그 단체를 말이다.

“정확히 뭘 물어보시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추측하는 게 맞다면 그럴 겁니다.”

“아...”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제야 그녀는 불안하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시킬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기에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의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진정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 진정이 되시는 것 같네요. 그럼, 슬슬 본 이야기로 넘어가도 괜찮을까요?”

“...네...”

그녀가 진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맞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더니 그는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온 여러 장의 사진들과 서류들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저희가 어떤 단체인지는 이미 말씀을 드려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다만, 확신이 부족하시겠죠. 더군다나 요즘 임신과 관련해서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시기니까 그 부분은 저희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먼저 정식으로 저희 소개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과 서류들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방금 전까지 불안에 떨고 있던지라 서류들에 적힌 내용을 자세히 살필 수는 없었지만, 병원과 관련된 내용들과 함께 히어로에 대한 부분도 적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진은 여러 병원 시설과 장비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제 이름은 ‘이재희’라고 합니다. 여기 ‘임신 클리닉’의 사장이자 관리자라고 볼 수 있죠. 저희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도 임신시킬 수 있는 ‘임신 능력자’들을 여러 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바탕으로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임신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뭐,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을 받고 임신을 파는 기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재희라는 이름의 남자는 한 손으로 안경을 쓰윽 올리면서 말했다. 그는 이곳 단체의 이름이 ‘임신 클리닉’이라고 설명하면서 여자들을 임신시킬 수 있는 임신 능력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상하게도 믿음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그래도 끝까지 그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정말로...가능한 거예요?”

“임신 능력자들이 있다는 점은 기존에 보여드린 정보들로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남자의 말에 그녀가 순간적으로 성준을 떠올렸다. 성준의 발기된 자x를 보고선 말도 안 되는 행위를 저질렀던 일이 떠오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믿기 어려울 수 있으니,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질문에 조금 더 확신을 주고 싶었는지, 남자가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잠시 후, 옷을 전부 벗고 있는 한 명의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남성의 나체에 민망해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까지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임신이라는 중요하면서도 고결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니까요.”

“아...네...”

하지만 남자의 말처럼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들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온 것은 임신 때문이었다. 임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각오한 그녀였기에 겨우 이 정도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서 나체 상태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정확히 남자의 하체에서 그곳이 자연스럽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그곳은 이미 단단하게 발기가 된 상태였다.

“보시다시피 이 사람은 기이한 현상 속에서도 발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발기뿐만 아니라 사정을 통해서 살아있는 정자를 내보낼 수도 있죠. 자료들을 보았듯이 이미 여러 번의 테스트를 통해서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아직 다 자란 아기의 상태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상태입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녀는 발기된 자x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 다시 성준의 자x가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성욕이 끓어오른다니, 그녀는 최근에 자기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되었다.

그녀가 그런 생각들을 떨쳐내는 동안에도 이재희는 끊임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이곳에서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증명했다. 또한, 자신들의 일이 정부에 승인을 받지 않은 일이긴 해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의 말에 빠져 들어갔다.

“저...그...가격은...어느 정도인지...”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아있었다. 이들은 임신을 파는 기업이었다. 그녀에게 많은 돈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가장 중요한 걸 빼놓았군요. 가격이 등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등급은 A부터 D등급까지 있습니다. A등급은 일반인들에게는 사용 불가이기에 B등급부터 D등급까지라 부를 수 있겠네요.”

“등급...이요?”

“네, 아무리 간절히 바라는 임신이라도 될 수 있으면, 우수한 유전자를 원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등급에 따라서 가격을 정해놓았습니다. B등급은 5억 이상, C는 3억, 그리고 D는 1억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억이라는 가격을 듣자, 하서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애초에 임신을 위해서 1억 가까이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높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이 있었지만, 출산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임신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저희는 하서윤씨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1억 이상의 돈을 쉽게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아주 잘 알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하서윤씨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도 말이에요.”

“...네? 저희...남편이요...?”

“네, 하서윤씨 남편이요.”

고민하는 그녀에게 이재희가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그녀의 남편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는 히어로입니다. 지금은 협회에서 탈퇴, 아니 강제로 쫓겨난 상태지만, 과거에는 협회 소속으로 몬스터들과 여러 번의 전투를 경험했죠. 그때, 남편분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히어로...”

그의 말에 그녀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그녀는 그가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무려 히어로였다. 헌터부대인 그녀의 남편을 알고 있던 이유가 있었다.

“남편분하고 그리 깊은 사이는 아니지만, 여러 번의 전투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하서윤씨도 알게 되었죠. 물론, 이번에 하서윤씨에게 접근한 것은 우연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것도 인연이기에 하서윤씨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재희는 그녀의 남편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는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녀에게 가격의 50%를 할인해주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과 함께 전투를 했던 사람이라면, 믿을만하다고도 생각되었다.

“오늘은 소개만 하는 거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정은 다음에 하셔도 좋습니다. 원래 연락하던 번호로 전화를 하시거나 문자를 주시면 바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임신은 어떻게...하는 거죠? 시험관 시술을 하는 건가요?”

그렇지만 아직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문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돈에 이어서 이번에는 임신 과정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이재희는 그녀의 질문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임신은...무조건 직접적인 삽입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네? 어, 어째서...?”

“방법이 딱 그거 하나뿐이거든요. 시험관으로 할 수 있다면 저희도 훨씬 좋았겠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임신 능력자의 정자는...특별하거든요. 임신 능력자는 기이한 현상 전에 평범한 남자들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또 다른 히어로들이라고 말할 수 있죠. 원래 있던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얻은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그녀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임신은 오로지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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