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능력자 -->
“그, 그게...무슨...”
“믿기 어렵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저희도 이것저것 시험을 해봤지만, 역시나 직접적인 관계만이 임신이 가능했습니다. 대신, 전희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습니다. 고개님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미리 사정감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임신 능력자들에게 약을 투여하고 사전 작업을 거치고 있습니다. 삽입 시간은 길어도 3분이 넘지 않을 겁니다.”
이재희의 설명에도 하서윤은 걱정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녀의 성격상 처음 보는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특히나 지금은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도 무서워하는 그녀였는데, 이런 식의 관계를 견딜 수 있을까. 그녀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걱정하시는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임신이 아닙니까.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면 무엇이든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치만...이건 좀...”
“선택하신 임신 능력자는 고객님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서로의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관계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섹스가 아니라, 임신을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시면 한결 마음이 놓이실 겁니다.”
“하아...조금만 생각해볼게요...”
계속되는 그의 설득에도 그녀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임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막상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다가오자 불안함이 앞섰다. 아무리 임신이 중요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저희 임신 클리닉은 임신 이후에 관리에 대해서도 철저한 편입니다. 임신이 되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출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사진과 서류로 보셨다시피 산부인과 의사들과 여러 시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료는 물론,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여러 검사도 무료로 제공받으실 겁니다. 만약 중간에 유산이 이루어질 경우에도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이 지급될 예정이고요.”
“그렇지만...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힘든 결정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임신 능력자는 서른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서윤씨에게 기회가 간 것은, 임신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겠지요. 부디 잘 생각하셔서 좋은 결정 내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재희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설득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녀에게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하...왜 자꾸 준이가 떠오르는 거지...’
특히나 그녀는 아까부터 자꾸만 머릿속에 성준이 떠올랐다. 임신 비용을 들을 때도, 임신 능력자의 발기된 자x를 봤을 때도, 임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때도 계속해서 성준이 생각났다. 어쩌면 성준을 통해서 임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불안한 마음에 성준까지 겹치자 그녀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그럼, 다음에 결정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시간은 충분히 드리도록 할게요. 하지만...적어도 빠른 시간 안에 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죄송해요...아, 근데 저기...”
“무슨 질문이라도 있으신가요?”
“아...그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결국 결정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되었고, 이재희가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갑자기 그를 붙잡았다. 그녀는 그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임신 능력자들은...다 똑같은 거예요?”
“...네? 그게...무슨 뜻이죠?”
“그...그게 커지면...다 임신 능력자인 거죠?”
그녀가 궁금한 것은 성준에 관해서였다. 그녀는 분명히 성준의 자x가 커지는 것을 목격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성준도 임신 능력자에 속하는 것이었다. 성준이 임신을 시킬 수 있는지 왜 궁금한지는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에게 물었다.
“아...그렇죠. 현재까진 발기를 할 수 있으면 임신 능력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주변에 임신 능력자라도 발견하신 건가요?”
“아, 아뇨...그게 아니라...그...친구가 미국에 살고 있는데, 자기 주변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말해서요...”
하지만 그녀가 질문을 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크게 티가 날 정도로 변했다. 지금까지 어떤 순간에도 차분함과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의 급속도로 바뀌자, 그녀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친구를 팔아가며 변명을 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 말입니까? 으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진 크게 관심이 없어서...아무튼 혹시라도 주변에 임신 능력자가 있다면, 바로 저희한테 말해주세요. 임신 능력자가 지니고 있는 힘은 보통 힘이 아니니까요. 단순히 임신을 시키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뜻이에요?”
다행히 그는 그녀의 변명에 살짝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대신, 그녀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앞서 말했듯이 임신 능력자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히어로의 그것과 성질이 비슷하거든요. 하서윤씨 나이라면 어렸을 적에 들어봤을 겁니다. 초창기 히어로들이 어땠는지 말이에요.”
그의 말에 그녀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녀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히어로와 몬스터들 간의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그 시절에 히어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역사 또한 알 수 있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제대로 사용 못한다는 표현보다는 폭주할 수도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지요.”
초창기 히어로들은 갑자기 발생한 자신의 능력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중에 몇몇 사람들은 폭주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성준도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일까.
“임신 능력자들이 폭주하면...어떻게 되는 건데요?”
“지금까지 저희가 테스트한 바에 의하면 자신의 성욕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임신 능력자들의 성욕은 보통 사람들의 수십 배에 이르기도 하거든요.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의 성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죠.”
“주변...사람이요?”
임신 능력자 역시 히어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성준의 성욕이 정상 이상으로 폭발했던 것도 전부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었으니, 그 능력이 주변 사람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대화중에 가장 귀를 기울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나 여자들에게 말이에요.”
“그 말은...주변 여자들의 성욕도...”
“그렇습니다. 주변 여자들의 성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단순히 성욕을 높히는 수준이 아니라 이상성욕을 불러오기도 하죠. 뭐, 그래도 고작 성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그런 상황을 막는 게 최선이니까요.”
그녀가 기다리던 그의 대답은 역시나 그녀가 예상하던 그 답이었다. 그녀는 그제야 그동안 성준을 향한 자신의 엄청난 성적 욕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성준에게 못된 짓을 한 죄책감도 어느 정도는 덜 수 있었다.
“그러니까...그...성욕만 해당되는 거겠죠?”
“네? 무슨...?”
“아,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더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녀는 성욕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라도 성준에 대한 지금의 감정 역시도 임신 능력자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마 그 부분까지는 물어볼 수 없었던 그녀는 그대로 넘어가고자 했다. 어쩌면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니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것을 끝으로 그녀의 임신 클리닉 방문이 끝이 났다. 그녀는 이번에도 그들의 안내를 받아 집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집에 온 그녀는 바로 성준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라도 아직도 카페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다행이네. 난 또 아직도 기다리는 줄 알았어.]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깜짝 놀랐잖아요. 카페에 있던 사람들 말로는 납치됐다고 하던데, 그 말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정말 미안해...최근에 자신들을 노리는 사람들과 몬스터들이 있다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경찰에 신고한 문제는 내가 알아서 잘 해결할게.]
[아무튼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거기서도 아무 일 없었죠?]
[응, 아직까진.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은 없었어. 결정도 내리지 못했고. 이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자세히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요. 요즘 제가 근신중이라서 예전처럼 만나기가 조금 어렵긴 하지만, 잠깐 정도는 가능하니까요.]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다행히 성준은 집에 돌아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 그녀가 납치되었다고 신고까지 했고, 지금까지도 너무 놀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어떻게 되었으면 어쩌나 자신을 탓하면서 절망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에 그녀는 그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긴, 나라도 준이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면 엄청 걱정했을 거야.’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그녀는 나중에 그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과 선물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걱정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남아있었다. 성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사실이었다. 지금도 성준과의 전화를 통해서 미안함과 고마움 등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과 함께 사랑이라는 특유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의 이 사랑은 과연 성준의 능력에서 작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순수한 감정일까. 그녀의 마음은 또 다시 복잡해져만 갔다.
‘일단, 준이가 어떻게든 먼저 나한테 임신 능력자임을 밝히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준이 자체도 성욕 때문에 엄청 고생이었겠네. 아침에 갑자기 내 가슴을 만진 것도 그래서였구나. 그때는 엄청 놀랐었는데...아무튼 앞으로 준이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하지만 성준에 대한 깊어진 감정을 버릴 수는 없었다. 아직 이 감정이 거짓이라는 게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조금 더 이 감정을 끌어안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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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목)
-다음날, 성준
다음날, 학교에 도착한 성준은 어제의 일이 떠올랐는지 예전처럼 박수아를 대하기 어려워졌다. 박수아는 마치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여전히 성준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대했지만, 성준은 그녀가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바로 앞에서 자위를 했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생각만 해도 자꾸만 성욕이 들끓었으며, 민망함이 커졌기에 당연히 그녀를 정상적으로 대할 수 없었다.
“잠깐 얘기 좀 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녀는 이런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그녀가 성준을 따로 불러낸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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