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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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그 이후로 저녁이 될 때까지 성준과 성하영에게는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서로를 대할 수 있었고, 성하은이 돌아올 때까지 사이좋게 하루를 보냈다. 여전히 누나, 성하은과는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긴 했지만,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인지, 성하영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서 이마저도 예전보단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아침만 하더라도 성준은 자신의 능력 때문에 발생한 사건 때문에 오늘 하루도 피곤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모처럼 주말답게 편하고 즐겁게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성준은 내일까지는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을 제외하면, 오늘처럼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루를 보낸 적이 무척 오랜만이었다. 그는 부디 이 기분이 내일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침대에 누웠다.
위잉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이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막 잠에 들려는 순간, 누군가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기 때문이었다.
문자 확인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그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붙잡았다. 그리고 화면에 떠있는 문자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젠장, 이번 주말은 아무 일 없이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역시 내 인생에 휴식은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닌가보네...’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박수아였다.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성준은 1차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두 번째로 문자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2차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박수아와 주말에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었다. 그녀는 성준을 좋아하고 있었고, 성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성준은 자꾸만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분명히 수아도 민망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주말동안은 연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이걸 어쩐다...’
어제 있었던 일은 성준에게도 큰 스트레스였지만, 무엇보다 박수아 자신에게는 굉장히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이후로 성준에게 연락 한 번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성준은 주말동안은 잠시마나 그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방금 연락이 온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메시지의 내용이었다. 단순히 연락만 온 것이라면, 성준이 이 정도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보낸 문자의 내용은 굉장히 간단했는데, 결정을 내린 뒤, 답장을 보내야 되는 성준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
[내일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좀 나누고 싶은데...시간은 지난번에 만났던 것처럼 점심 이후면 좋을 것 같아. 그 이후에는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까, 너 편한 시간 말해줘.]
그녀는 성준과 내일 직접 만나자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제안에 성준은 무척이나 난감했다. 특히나 내일까지 가족들과 함께 푹 쉬기로 계획했던 그였기에 더욱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대체 무슨 일이지? 어제 일 때문에? 하...왜 갑자기 연락을 해서 나를 힘들게 만드는 거니, 수아야...일단, 미뤄야겠지? 내일까지는 좀 쉬어야겠어.’
그녀의 문자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하던 성준은 약속을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를 만나는 것은 그에게는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겪어야 될 고민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그녀를 만나서 또 다시 무슨 경험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저번처럼 데이트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어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두려웠던 그였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미안한 말투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큰 잘못을 저질러서 현재 근신중이라는 말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 정도라면 그녀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안 되는 거야? 꼭 만나고 싶었는데...어제 일 이후로 많이 이상해서...최대한 월요일까지 참아보려고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잠깐이라도 안 될까? 내가 너네 집 근처로 갈게. 10분이라도 만나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녀는 성준의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딱 10분이라도 좋으니, 만나달라는 그녀의 말에 성준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녀가 이 정도로 애원한다는 말은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스토커처럼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라도,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성준을 불러낼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만나야 되는 건가? 그러고 보니까 어차피 내일 보건쌤 집도 들려야 되는데...그래, 아주 잠깐이라고 했으니까 별일 없겠지...’
결국, 그는 내일 박수아와 만나기로 결심했다.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온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짧은 만남이기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성준은 그녀에게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답장을 보낸 뒤, 누나에게 걸어갔다. 그녀에게 무슨 핑계를 대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던 그는 다시 한 번 이강성을 이용하고자 했다.
“강성이? 그동안 정말로 강성이네서 지낸 거야?”
“으응...강성이네 부모님이 헌터부대 연구원이시잖아. 그래서 지금 다들 부산에 내려가 계시거든.”
“정말로 그랬구나. 거기서는 잘 지냈던 거지?”
“뭐, 그럭저럭. 강성이네 집이 좋긴 하지만, 우리 집보다는 아니더라고. 아무튼 옷이랑 책만 가져오면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
“흐음, 강성이한테 학교로 가져달라고 말하면 안 되려나?”
“책이 조금 무거워서...그리고 강성이네서 새로 받을 책들도 있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옷은 몰라도 책은 중요하니까. 내일만 허락해줄게. 대신,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지지 말고. 나가서 몇 시에 들어오나 다 확인할 거야.”
“고마워, 누나.”
다행히 성하은은 성준의 외출을 허락해주었다. 그가 준비 중인 헌터부대 공부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녀는 항상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는 했다. 매번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많이 미안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박수아만 생각하고자 했다.
그녀에게 허락을 받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성준은 바로 침대에 누워 잠에 들고자 했다. 아침에 동생과 있었던 일 이후로, 좋은 기분이었던 그는 이것을 끝까지 유지하며 잠을 자고 싶었다. 이미 박수아의 문자로 조금 오염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그는 지금부터는 더 이상 그 생각을 떠올리지 않은 채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그의 하루가 또 다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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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일)
-다음날, 박수아
“병원이라도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오늘 하루 푹 쉬면 좋아질 거예요.”
“하루 이틀 정도는 이해해줄게.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잖아. 처음에는 얼마 못하고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아가 은근히 독한 면이 있어.”
“헤, 칭찬이라고 생각할게요.”
“갈수록 성격도 밝아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프다니까 걱정이네. 오늘은 꼭 푹 쉬고...”
“네, 그럴게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 아프면 정말 괜찮으니까 바로 연락주고.”
오늘도 박수아의 하루는 알바로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가게에 나와서 일을 시작했던 그녀는 점심 타임이 지나서야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무척 안 좋았던 그녀였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돈을 벌어야만 했기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알바 사장님이 그녀를 걱정해주었지만, 그녀는 애써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며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온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성준이 보낸 문자가 보였다. 그녀가 오늘 알바시간을 아침으로 옮긴 것은 성준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벌써 도착했구나. 빨리 가야겠다.’
두 사람은 오늘 약속 장소를 그녀가 알바는 시내에 위치한 룸카페로 잡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방금 알바를 마친 박수아를 배려해서 성준이 제안한 장소였다. 미리 도착한 듯 보이는 성준의 문자에 그녀는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약속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그 날 이후로 몸이 많이 무거워...준이를 만나면 괜찮겠지? 제발 괜찮아야 되는데...’
현재 그녀의 몸 상태는 정말로 심각한 상태였다.. 금요일에 성준과 있었던 일 이후로, 그녀의 몸은 많이 망가져있었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성준과의 일이 원인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꾸만 가슴이 답답했고,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 그 기분은 그녀를 심하게 괴롭혔으며, 심지어 잠도 제대로 자기 힘들게 만들었다.
때문에 그녀의 입장에서는 성준에게 애원하듯 만나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밤마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성적 흥분이었다.
‘하...준이를 만난다니까 갑자기 또 흥분되네. 왜 이러지...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아...준이를 좋아하는 게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이야...’
금요일부터 시작된 그녀의 성적 흥분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성을 잃은 순간부터 그녀의 몸에 자리 잡은 이 성욕은 미친 듯이 그녀를 자극했다. 마치 독감에 걸린 것처럼 그녀의 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고,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해서 야한 상상을 하도록 만들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가슴과 보x를 자극하기도 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알바하면서 팬티를 두 번이나 갈아입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준이를 만나면 다 해결될 수 있을 거야. 제발 그래야 되는데...제발...’
그녀는 자신에게 벌어진 이 일이 성준의 능력 때문이라 생각했다. 성준과의 일 이후부터 시작된 것이었기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성준을 만난다면, 지긋지긋한 성욕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성준을 향한 그녀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성준을 만난다는 생각에 아까부터 흥분이 되었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붉어진 지 오래였다. 과연 그녀의 성욕은 성준을 통해서 해소될 수 있을까.
그녀의 시야에 멀리서 손을 들고 있는 성준이 들어왔다. 성준을 발견하자마자 그녀는 거의 뛰듯이 그를 향해 빨리 걸어갔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으며,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머릿속은 어느새 성욕이 가득 들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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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왔어? 알바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아니야...어, 얼른 들어가자...”
박수아와 만난 성준은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와 만나기 전까지는 걱정과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였지만, 막상 만날 때만큼은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생각들을 하며, 그녀를 대하고자 노력했다.
“얼굴이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하지만 그녀의 몸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자꾸만 성준의 눈을 피했다. 심지어는 그녀답지 않게 말을 더듬기도 했으며, 호흡이 매우 거칠어진 상태였다. 누가 봐도 그녀는 굉장히 몸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런 거 아니야...일단...들어가자...”
“너무 힘들면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은데...오늘은 그냥 쉬어야 될 것 같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제발...부탁할게. 들어가서 얘기하자.”
“...그래...대신, 너무 아프면 바로 말해줘. 아니면 내가 약이라도 사올까?”
“괜찮아...빨리...”
“그래그래, 일단 들어가자.”
성준이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꾸만 괜찮다고 말하며,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녀가 무척 걱정되었던 그였지만, 일단 그녀의 말에 따라 룸카페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