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16화 (11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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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의 집, 성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성준은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헌터부대 공부에 집중을 하고자 했다. 여전히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신경이 곤두서 있었지만, 그래도 최근에 너무 공부를 멀리했다는 걱정에 조금이나마 책을 들여다보기로 결심을 했다.

더군다나 능력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흥분해서 또 다시 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한몫을 했다. 주말에 동생이 흥분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그는 가족이 있는 집에서만큼은 조금이라도 야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자 했다.

그렇게 그는 최대한 마음을 비운 채로 공부에 매진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서 그런지 집중력도 떨어지고, 금방 피곤해지기도 했지만, 그는 끝까지 책상에 앉아 있었다. 임신 능력자도 임신 능력자지만,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헌터부대였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띵동 띵동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아직 누나가 올 시간까지는 조금 남아있었기에 성준은 궁금해 하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거실에 있던 그의 동생이 문을 열어주는 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정체는 절대 남자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그렇다고 성하은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그가 목소리를 통해서 손님의 정체를 고민하는 사이,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매우 익숙한 여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쌤? 쌤이 왜 우리 집에...”

성준의 집에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보건 선생님인 유은정이었다. 그녀가 이 시간에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렇게 봐?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니?”

물론, 그녀와 성준의 가족은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특히나 성준의 누나인 성하은과 그녀는 매우 깊은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성하은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성하은이 없는 시간을 골라서 굳이 찾아왔다는 것은 그녀가 볼일이 있는 사람이 성준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저 보러 온 거예요?”

“응,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보건실에 찾아오라고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엄청 보냈는데, 다 씹혔잖아. 그러니까 직접 찾아오는 수밖에.”

역시나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목적은 성준이었다. 그녀는 점심시간 이후부터 계속해서 성준에게 직접 만나자고 연락을 했었다. 그때마다 성준은 최대한 정중히 거절을 했는데, 이렇게 집까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제가 언제 씹었어요. 사정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지...”

“조금 전에도 연락했는데, 다 무시했으면서.”

“아니, 그건...공부 중이라...원래 공부할 때는 폰 꺼두거나, 비행기모드로 하거든요. 아무튼 무슨 일이에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방문에 잠시 당황하던 성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가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분명히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성준의 능력까지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성하영이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성준과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방문을 닫고선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당연히 어제 일 때문 아니겠어?”

“그건 왜요...비밀로 해주겠다고 하셨으면서...”

“당연히 비밀로 해야지. 설마 나를 못 믿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쌤을 믿으니까 솔직하게 다 털어놓은 거죠. 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제 같은 상황에서 아무 말 없이 도망쳤을 거예요.”

그녀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성준은 공부의자를 가지고 와서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의 복장은 전형적인 오피스룩이었는데, 상당히 타이트하고 짧은 것이 거슬리긴 했지만, 무시한 채 대화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런데 너는 이런 상황에서 헌터부대 공부하고 있는 거야?”

“이런 상황이 뭔데요?”

“기이한 현상도 그렇고, 네가 임신 능력자인데, 헌터부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설마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녀가 성준이 공부하던 책들을 집어들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성준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이한 현상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가며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뭐...그래도...혹시 모르니까요. 언젠가는 이 현상이 없어지길 바라면서 공부하는 거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수능이나 내신을 준비할 수는 없으니까요.”

“너도 참...임신 능력자이면서 너무 태평하네. 지금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 거 알지?”

그녀가 불평스러운 표정으로 지으며 성준을 나무랐다. 그녀는 성준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성준은 그런 그녀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녀의 말대로 성준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의 말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능력에만 매달린 채로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기존에 살아가던 삶이 있었다. 갑자기 주어진 능력 때문에 순식간에 삶이 변해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능력 때문에 억지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지라도 그는 너무 급하지 않게 조금은 천천히 받아들이고 싶어 했다.

“태평한척하는 거죠. 저도 매일 매일이 지옥 같았다고요. 이거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쌤은 상상도 못할 거예요.”

그리고 그 역시도 이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지 이제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과 싸워가며,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내기도 했다. 심지어 이 능력을 이용해서 임신까지 성공했으니 말이다.

“뭐...너도 나름 고생은 했겠지...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어? 혹시 하은이 언니가 최근에 힘들어했던 것도 너랑 관련 있는 거 맞지? 전에 언니 만났을 때, 언니가 네 얘기를 하면서 자꾸만 무언가를 숨기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게 왜 궁금한 건데요?”

“어제 말했던 것처럼 나도 임신 능력자에 대해서 아는 부분이 좀 있거든. 어제 너한테 얘기 듣고 얼마나 충격이었는데. 그래서 오늘 여기저기 전화 돌려서 정보를 조금 모았어. 물론, 아직은 부족하지만 혹시라도 너한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들고 있던 헌터부대 책을 다시 내려놓으며 그녀가 성준의 집에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녀가 굳이 직접 성준을 만나러 온 이유는 그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어제 성준에게 설명을 들은 이후로 그녀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불안해했었다.

“그건...좀 고맙네요...”

“진작 나한테 말하지. 그랬으면 더 빨리 도와줬을 텐데, 아무튼 너는 신고할 생각은 전혀 없는 거지?”

“뭐, 그렇죠. 일단 혼자서 이겨내 볼 생각이에요.”

“그래, 그러면 더욱 내 도움이 필요하겠다. 내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으니까, 최대한 도와줄게.”

“고마워요. 이렇게 쌤한테 또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성준은 그런 그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어제만 하더라도 그녀로부터 정보만 빼돌리고 모르는 척할 생각을 품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우면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제대로 도울 수 있지. 가족들은 알고 있다고 했지? 하영이도?”

“네, 하영이도 알고 있죠.”

“너도 알겠지만, 임신 능력자의 능력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어. 히어로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그게 제가 가진 능력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제일 궁금한 건 그거야.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었는지 말이야.”

그녀는 성준의 능력 중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많은 걱정이 있었다. 성준도 이 부분이 자신의 능력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그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웠다.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딱히 없었어요. 뭐...제 성욕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아직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성준은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녀를 100% 신뢰할 수는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이 두려웠다. 특히나 유은정과 누나하고의 관계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신경이 쓰였다.

“아직까진 없다니까 그나마 다행이네. 그래도 너는 능력이 약한 편인가보다. 능력의 정도에 따라서 제각각이라고 하니까...요즘 성욕은 어떤 데?”

성준의 거짓말에도 그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알아본 정보에 의해면 임신 능력자의 능력의 정도에 따라서 주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녀는 단순히 성준의 능력이 약하다고만 생각했다.

“어제 보셨다시피 그런 상태에요. 조금만 외부에서 자극을 받아도 그렇게 변하니까요. 그리고 한 번 변하면 해소하기 전까지 다시 원상복구 불가고요.”

“성욕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

“으음...이것저것 일이 있었죠. 어제 쌤 때문에 커졌던 것도 그 중 하나고요.”

“아아, 시도 때도 없이 커진다는 말이구나.”

“뭐, 그렇죠.”

성준의 말에 그녀가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민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리를 꼬면서 은근슬쩍 성준에게 치마 속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러면 어때?”

“네? 뭐, 뭐가요?”

“지금은 흥분되는 거 없는 거야?”

“지금이요? 설마 방금 일부러 보여주신 거예요?”

아무리 성준의 성욕이 강해졌어도 고작 이정도로는 흥분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오늘 섹스도 한 번 마치지 않았던가. 고작 팬티 한 번으로 흥분할 정도는 아니었다.

“흐응...이 정도로는 흥분하진 않는구나.”

“당연하죠. 그 정도로 성욕이 심각하진 않아요.”

“기이한 현상 전에 보통 남자들은 내 몸매만 봐도 흥분하던데.”

“하하...쌤이 예쁘고 몸매도 좋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성준이 자신의 몸매와 속옷을 보고 흥분하지 않자,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괜스레 반대쪽으로 한 번 더 다리를 꼬며 치마 속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속옷을 정리하는 척하며 성준의 시선을 가슴 쪽으로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성준은 잘 참을 수 있었다.

“치이, 너무해...아무튼 흥분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해소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야?”

“그렇죠. 그래서 최대한 흥분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고요.”

“미리 성욕을 해소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말해요?”

“응, 능력을 통제하기 어려운 처음에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능력자의 몸에 성욕이 쌓이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최대한 미리 해소시키는 게 좋다고 했어. 사실, 이거 말해주려고 오늘 찾아온 거였고.”

“역시...안 그래도 그건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녀가 또 다른 정보 하나를 꺼냈다. 그녀는 이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성준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정보도 성준이 이미 짐작하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통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성준의 성욕은 계속해서 사용해서 해소해야만 통제가 가능한 능력이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뭐...혼자서 열심히 위로하고 있다는 거겠죠. 이런 말은 좀 창피하긴 하지만요...”

“그렇구나. 그래도 나름 혼자서 대비하고 있었구나. 음...”

그리고 그녀는 이 정보를 알려줌과 동시에 또 다른 할 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녀답지 않게 시원시원 내뱉지 않고 망설이는 모습이 성준은 살짝 불안했지만, 그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자 했다.

“그...성욕 해소라는 게...음...정보를 준 친구 말에 따르면, 능력자가 쾌감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해소 정도가 달라진다고 하더라고...”

“아...일리 있네요. 확실히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혼자 하더라도...음...조금 더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지...”

“기구라도 사야 되나...요즘 세상에 기구 구입했다간 의심받을 것 같은데...쌤이 대신 구해줄래요?”

“내, 내가? 아...그래...뭐...”

“그런데 아까부터 왜 그래요? 저한테 무슨 할 말 있는 것 같으신데...”

하지만 기다림에도 그녀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참다못한 성준은 먼저 나서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아니...그러니까...기구도 좋지. 그치만 기구도 한계가 있으니까...혹시 괜찮으면...내가...”

삑 삑 삑 띠리리 철컥

성준의 질문에 그녀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성준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누나 왔나 본데요?”

“아...”

집으로 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바로 성준의 누나, 성하은이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타이밍이 좋게 성하은이 올 줄은 몰랐던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중단하고 성하은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녀는 성준이 직접 물어봐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마무리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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