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36화 (13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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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는 자기가 만들어낸 존재야.”

“...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그의 말에 그녀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이곳이 그녀의 꿈속인 것은 사실이었다. 꿈이기에 그녀의 머리에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왜 굳이 그 사실을 그녀에게 설명해주는 것일까.

“성준이라는 사람...좋아하지?”

“......”

“미성년자와 미망인, 나이차이 등등 이것저것 장애물이 많지만, 그래도 그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 자기가 그 사람이랑 함께 할 때, 정말 행복해보였거든.”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런 것들은 너도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발버둥 쳐도 극복하기 어려웠던 게 하나 있었겠지.”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습이 있는, 그녀의 모습이 있는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그것을 집어 들었다.

“아마도 내가...자기의 발목을 붙잡은 게 아닐까 싶어...”

그는 자신이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죽어서도 그녀의 마음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 끊임없이 그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나 성준과 관련해서는 그녀를 괴롭히기도 했었다.

“그런 거 아니야...오빠하고는...상관없어...”

그녀는 애써 그 사실을 부정했다. 자신의 이런 모습이, 그가 없이도 행복해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이 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서윤이,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오빠 없이 나 혼자서만 행복한 게 무슨 소용이야? 그럴 수는 없어...”

“아니, 이미 너도 알고 있잖아. 행복해지고 싶잖아. 그래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거고. 나를 통해서 행복을 허락받길 원했던 거니까.”

“왜 자꾸 내가 만들어냈다고 말하는 건데? 그런 말 하지 마.”

“그게 사실이니까...성준이라는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사랑하고 싶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싶잖아. 솔직하게 말해줘, 서윤아...그게 나를 위한 일이고, 너를 위한 일이야.”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는 그녀의 솔직한 마음을 직접 듣고 싶어 했다.

그의 말에 그녀의 눈에서는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 순간이 너무 괴로웠다. 성준을 향한 자신의 마음 때문에, 또 다시 행복을 꿈꾸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싫었다.

“내가 정말...오빠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당연하지. 너는 나를 만나기 전에도 행복한 사람이었으니까...성준이라는 사람이 없더라도, 자기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럴 자격도 있고, 그래야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정작 그는 자신과 상관없이 그녀의 행복을 바랐다. 혼자 남겨진 그녀가 자신 때문에 억지로 외롭게 지내는 게 싫었다.

“오빠 없이 나 혼자 행복해지는 게 맞을까? 그건 너무...이기적이잖아...아직도 오빠와의 기억이 이렇게나 생생한데...어떻게 다른 사람하고 행복해질 수가 있어...”

“나 때문에 2년 동안 많이 힘들었잖아. 이제는 행복해져야지. 그게 맞는 거야.”

“흑흑...나도...행복해지고 싶어...그치만...그치만...흐흑...”

그의 진심이 담긴 말에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가 느꼈던 감정은 오로지 절망과 좌절뿐이었다. 그 기나긴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온 지금, 그녀에게는 희망과 행복이 다시 한 번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도 당연히 오랜만에 맛보는 이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의 솔직한 말에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그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준이에 대해서는...어떻게 생각해?”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그녀가 물었다.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진정이 된 그녀는 이제야 결심을 내렸는지, 그에게 성준에 대해 질문했다.

“좋은 사람이지만, 많이 불안하지.”

“불안해? 어떤 점이?”

“그 사람이 가진 능력...그게 자꾸만 그를 안 좋은 쪽으로 이끌 거야. 그는 능력을 통제하기에는 너무 어려. 어쩌면 능력 때문에 큰 사고를 칠 수도 있겠지. 이미 사고를 쳤을 가능성도 있고.”

그녀의 질문에 그는 성준을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그가 가진 능력, 임신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큰일을 치룰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내가 먼저 말해야 되는 걸까? 그게 맞겠지?”

이는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임신 클리닉에서 임신 능력자의 위험성에 대해서 들은 그녀는 매번 성준을 바라볼 때마다 불안해했다. 그가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서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가 옆에 있어줘야 될 거야. 그에게는 지금, 이해가 필요해보이니까.”

“그래야겠지...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까지는 자신감보다는 불안감이 컸다. 그의 능력을 컨트롤하기에는 그녀는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꿈에서 깨어나면...너무 놀라지 말고, 그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그는 끝까지 그녀를 믿고 응원해주었다.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깨어나면...이제 다시는 오빠를 못 보는 거야?”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꿈에서 깨어난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상당히 슬프게만 느껴졌다. 혹시라도 그가 영영 떠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올 거야. 내 걱정은 마.”

“정말이지?”

“응, 당연하지.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꼭 행복해질게. 오빠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행복해질게.”

그렇지만 그는 그녀가 만들어낸 존재였다.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그는 부디 그녀가 자신이 없어도 될 정도로 행복해지길 바랐다.

“이제 가야될 시간인 것 같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벌써 가려고?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될까? 제발 조금만 더...”

“이젠 돌아갈 시간이야. 자기가 있어야 될 곳은 내 옆이 아니잖아.”

그가 품에 안고 있던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자 했다.

“그치만...”

돌아가야 된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2년 동안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정말 미안해. 그리고...이렇게 다시 일어서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부터라도 서윤이, 네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 없이도 행복하길 바랄게. 일어나면...꿈에서 깨어나면 조금 당황스러울 거야. 그래도 침착하게 대응하고...너라면 잘 할 수 있겠지. 그 사람이랑...잘 지내길 바랄게. 안녕...”

그렇게 그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는 그녀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가 그를 붙잡기 위해 그에게 달려갔으나 그는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났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러지? 이, 이게 무슨...’

그녀의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단순히 열이 나는 수준을 넘어서 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큰 고통도 느껴졌다. 머리는 마치 누군가가 나사로 조이는 것처럼 지끈거림을 넘어서는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고,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듯 한 통증에 시달렸다. 이것은 그녀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고통이 아니었다.

소파 위로 쓰러진 그녀는 뜨거워진 몸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마치 2년이라는 긴 터널에 갇혀있을 때처럼 그녀의 머릿속에는 절망과 좌절이 떠올랐다. 그때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상기할 만큼 지금 그녀는 너무나도 괴로워했다.

‘살려줘...살고 싶어...행복해지고 싶어...이대로...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계속되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희망과 행복을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큰 고통에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모든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온몸에 퍼져갔다. 어떻게 된 것일까. 감겨있던 그녀의 눈꺼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

*

-성준

“누, 누나...”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성준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만 해도 성욕으로 가득 차있던 그는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부끄럽고 추잡하고 더럽고 한심한 모습을 말이다.

성욕에 완전히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채 그녀를 범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자, 그는 죄책감에 제대로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더군다나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던가. 그가 순수하게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그게...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그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더군다나 지금 그녀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혹시 성준에게 크게 실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성준은 차마 그녀의 얼굴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도망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반성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을 보고 실망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결코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과거에 친누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 다시 도망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그녀에게서 도망치기로 결심한 그가 그녀를 밀어내며 삽입되어 있는 자x를 빼내고자 했다. 이대로 자x를 빼내고 벗어놓은 옷을 챙겨서 자신의 집으로 도망가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굉장히 비겁한 계획이었지만, 그 방법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가지마...”

하지만 그녀는 그런 성준을 붙잡았다. 그녀의 말에 자x를 빼내려던 성준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성준이 멈칫하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두 뺨에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성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는 순간적으로 힘이 완전히 풀리는 듯 했다.

“가지마...”

그녀가 다시 한 번 성준에게 말했다. 이번에 그녀는 단순히 말로만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성준을 자신의 팔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기도 했다. 그녀의 행동에 그의 자x는 더욱 깊숙하게 보x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준은 그녀의 행동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왜 이러는 것일까.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없었던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그녀에게 안겨있었다.

“가지마...흑...이제 더 이상...도망치지 말자...흐흑...”

심지어 그녀는 성준을 안은 채 더욱 많은 눈물을 흘렸다. 도망치지 말라는 그녀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녀에게 어떤 욕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그녀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녀의 눈물에 성준의 마음은 더욱 약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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