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퇴양난 -->
“저보고 서, 성매매를...하라고요?”
“고작 성매매라는 단어에 놀라는걸 보니까 네가 어리긴 어리구나.”
“아니...아무리 그래도 성매매를...어떻게...”
성매매라는 단어에 성준은 다소 충격을 받았다. 설마 그녀가 성매매를 제안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임신 능력자가 된 이후로 그는 성욕 때문에 많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성매매는 단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깨끗하게 남겠다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성매매도 들킬 위험이 있잖아요.”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임신 클리닉인가 뭔가 보다는 훨씬 안전하잖아. 돈 많은 여자 한 두 명만 잡아서 스폰 받으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 걸?”
그런 성준과 달리 그녀는 성매매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성에 대해서 개벙적인 인식을 가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일까. 그녀는 성매매를 통해서 단기간에 많은 돈을 챙기자고 성준에게 제안했다.
“하지만...그건...범죄잖아요...”
“요즘 같은 세상에 범죄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범죄라고 해도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돈이잖아. 쉽게 돈 벌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걸 활용하지 않겠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녀의 말대로 성매매를 한다면 성준은 순식간에 많은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기이한 현상이었기에 건당 금액도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성준은 그녀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이용을 당하는 것이 두려웠고, 안 그래도 요즘 자신의 능력 때문에 고민이 많던 차에, 성매매를 통해서 이곳저곳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러다가 정말로 실험실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답답하네.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 나한테 줄 돈은 어떻게 구할 건데?”
“그건...어떻게 해서든 마련해봐야죠.”
“하...찔끔찔끔씩 받고 싶은 생각 전혀 없는데? 그러다가 기이한 현상이 사라지면 나만 손해잖아.”
“정확히 얼마를 원하시는 건데요?”
“나도 양심이 있으니까 포상금보다 높아서는 안 되겠지. 그래도 포상금하고 어느 정도는 비슷해야 되지 않을까?”
“그 정도는 저한테 무리예요...저희 집 사정...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성매매하자고 말하는 거잖아. 지금 이 상황에 신고 당해서 잡혀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성매매 몇 번으로 끝내는 게 좋을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성준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로 포상금 정도의 돈을 받고 깔끔하게 끝내준다면, 그녀의 말에 따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성준은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에 휘둘리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능력을 사용한 뒤였다. 박수아나 최한결을 떠올려보면, 차라리 성매매가 훨씬 더 깔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씩 흔들리는 그였다.
“꼭 오늘 결정해야 되는 거예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이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았어. 시간 줄게. 대신, 무조건 이번 주 안에 결정해줬으면 좋겠어. 될 수 있으면 성매매를 선택했으면 좋겠네. 신고를 통해서 받을 포상금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혹시나 도망칠 생각은 말고.”
“네...이번 주 안에는 꼭 결정할게요.”
그녀와의 만남과 제안은 성준에게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그는 그녀에게 시간을 부탁했고, 다행히 그녀는 성준의 부탁을 받아주었다. 성준의 걱정거리가 한 가지 더 추가가 된 셈이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그러면 이젠 네 능력을 확인할 시간인가?”
“...네? 무슨...?”
“말했잖아. 나는 돈도 돈이지만, 네 능력을 원한다고.”
“아...”
“이건 돈이랑 상관없는 거래야.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이걸 거부하면 바로 신고할 거야. 억지로 하는 건 별로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너무 굶주려있으니까.”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이제 그녀는 성준의 능력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했다. 성준은 조금 전까지 자신을 협박하던 그녀와 섹스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차마 거부할 수는 없었다.
“지금...바로 하자는 거예요?”
“정말로 나랑 하기 싫은 거야? 고시원에서는 그렇게 좋아하더니...정말로 한 달 사이에 여러 여자를 맛본 모양이네?”
“그게 아니라...”
“아니면, 내가 더럽고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기분이 이상해서...”
“하긴, 지금까지 협박당하다가 갑자기 섹스라니, 이상하긴 하겠네.”
“모텔로 갈까요? 여기서 할 수는 없으니까...”
“후훗, 그래. 오랜만이라 엄청 설레는데?”
결국, 성준의 선택은 그녀와의 섹스였다. 어차피 그녀에게 능력을 들킨 이상,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따라 모텔로 이동하는 그의 발걸음이 자꾸만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
*
-약 두 시간 뒤
“하아...하아...고시원에서는 삽입도 제대로 못하더니, 제법인데? 그동안 몇 명이랑 해봤어?”
“그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잖아요.”
“후훗, 그건 그렇네. 아무튼 수고했어. 오랜만이라 진짜 너무 좋았어...하으...”
엄청난 사정과 함께 성준과 김소영의 섹스가 끝이 났다. 이것으로 벌써 3번째 섹스를 마친 두 사람은 침대에 누운 채로 여운을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섹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내쉬며 좋아하고 있었고, 반면에 성준은 사정으로 인한 쾌감에 몸을 떨긴 했지만, 죄책감과 함께 자괴감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성매매랑 크게 다르지 않네. 그러고 보니까, 서윤 누나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랬지. 사랑으로 이루어진 섹스가 아니라, 능력 때문이나 다른 목적을 통해서 이루어진 섹스였으니까...’
특히나 성준이 느끼는 자괴감의 크기는 상당해보였다. 지금까지 꾸준히 자기 능력을 원망하던 그였지만, 오늘은 그때보다도 더욱 실망감이 컸다. 이제 곧 성매매와 실험실 중에 한 가지를 택해야만 된다는 생각에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무게는 커져만 갔다.
“한 번 더하고 싶은데, 무리겠지?”
그녀가 성준의 품에 안겨오며 물었다. 이미 3번이나 섹스를 했는데도 또 다시 욕구가 차오르는 것일까. 기이한 현상 이후 약 40일 동안 굶주렸던 그녀는 그동안 못 풀었던 성욕을 오늘 다 풀겠다는 기세로 성준에게 달려들었다.
“누나가 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정말? 그러다가 오늘 집에 못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녀가 원할 때마다 성준은 그녀를 받아주었다. 이번에도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뒤, 자세를 잡고 애무를 시작했다. 머리는 여전히 복잡한 생각들과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괴로웠지만, 몸은 그녀를 향해서 움직였다.
“누나랑 하는 섹스도 성매매와 큰 차이는 없겠죠?”
“뭐, 엄밀히 말하면 그렇겠지? 그치만 꼭 지금 그 얘기를 해야겠어?”
“그냥...성매매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후훗, 그 생각은 괜찮네. 아흐흑! 아흐흥!!”
그녀와 섹스를 하면서 성준은 계속해서 자신의 능력과 성매매에 대해서 고민했다. 평소에 그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흥분하거나 섹스를 하게 되면, 야한 상상들로 머리가 가득차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그만큼 머릿속에 고민이 가득해서 그런 것일까. 그는 그녀와 섹스를 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꾸만 다른 걱정들을 떠올리고는 했었다.
“흐응! 아흐흣!! 하아앙!!”
물론,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섹스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그녀의 기분을 망칠 수는 없었기에 허리만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어떡해!! 흐으으응!! 아하하아아악!!”
섹스가 오랜만이었던 그녀는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성준과의 섹스에 무척이나 만족한 듯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벌써 절정만 수차례 맛보았는지,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보x만큼은 성준의 자x를 꽉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성준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녀를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며 그는 섹스에 최선을 다했다.
“허헉...허헉...”
“하아...하아...”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의 4번 째 섹스가 끝이 났다. 성준의 귀두 끝에서 뿜어져 나온 정액은 또 다시 그녀의 몸을 적셨다. 그녀는 아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온몸에 긴장을 풀었고, 성준 역시도 그녀의 옆에 누운 채 현자타임을 느꼈다. 그것이 오늘 두 사람의 마지막 섹스였다.
“체력만 더 있었어도 오늘 하루 종일 하는 건데, 아쉽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다음에는 언제가 좋을까? 내가 원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는 거야?”
모든 섹스가 끝나고 두 사람은 간단히 뒷정리와 샤워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모든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중이었다.
“우선, 성매매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야 되는 거야? 너무한데...”
성준이 그녀가 처음에 했던 이야기대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꼭 지켜주길 바랐다. 하지만 오늘 섹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생각할 시간 주신다고 했잖아요. 만약 성매매를 하게 되면, 저도 여러모로 준비해야 될 것들이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성매매에 몸만 있으면 되지, 뭘 준비해?”
“요즘 임신 능력자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 게 있어서요. 절대로 이번 주를 넘기진 않을 테니까, 부탁할게요.”
일주일동안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일들을 하나씩 정리할 계획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제안은 피할 수 없었기에 그를 괴롭히는 다른 일들이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분간 그녀에 대한 고민을 미뤄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흐음...알았어. 대신, 절대 다른 생각 떠올리지 마. 네가 없으면 많이 아쉽겠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는 어디까지나 특별한 관계니까. 허튼 짓 했다가는 바로 신고할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성매매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긍정적인 대답,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성준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성매매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음을 의미했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그는 성매매에 대해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더라도 범죄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았다. 또한,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을 파괴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기이한 현상 이후로 그는 이미 수많은 범죄들과 도덕적 파괴를 저지르고 다닌 뒤였다. 유부녀를 임신시키고,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했으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성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성매매에 벌벌 떨기에는 이미 그는 많은 잘못을 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뭐, 그러면 다행이고.”
성준의 말에 그녀가 안심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성준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돈과 함께 성욕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그녀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이제 저도 슬슬 집에 돌아가야 될 시간이라서...”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놀 계획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너를 만나게 되었네. 덕분에 너무 좋았어. 뭐, 너한테는 최악으로 기억되겠지만.”
“뭐...다음에 보면 알겠죠.”
“그래, 부디 좋은 결정내리길 바랄게.”
그것을 끝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종료되었다. 모텔에서 빠져나온 성준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입에서는 그녀의 앞에서 참았던 무거운 한숨이 연신 쏟아져 나왔다.
‘하...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는구나...젠장...내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일단, 서윤 누나를 만나야겠어.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서윤 누나뿐이니까.’
김소영과 헤어진 성준은 곧장 자신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인 하서윤에게 이 사실을 말해줄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라면 자신의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리라 생각했다.
“준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서윤을 향하던 그의 발걸음은 아파트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