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52화 (15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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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의 집

하서윤과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성준은 샤워를 마친 뒤,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자 했다. 잠시 가족들하고 대화를 나눌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에는 임신 클리닉에서 얻은 정보로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했다.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본인 스스로도 정리가 덜 된 상태이기도 했다.

‘하...정말로 임신 클리닉에 들어가는 것만이 답인가?’

특히나 그는 임신 클리닉에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어디까지나 최후의 카드였지만, 확실히 하서윤의 말처럼 임신 클리닉은 겉으로만 보기에는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다. 매번 처음 보는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임신을 시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능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을 수 있었고, 실험실처럼 갇혀서만 지낼 필요도 없었다. 여기에 돈까지 벌 수 있으니, 김소영이 제안한 성매매에 비해서는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흐음...사기 단체만 아니라면, 확실히 이곳이 괜찮긴 하겠어. 그래도 아직 모르는 거니까 신중할 필요는 있겠지...’

그렇지만 아직까지 임신 클리닉이라는 단체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의문이었다. 혹시나 그곳이 사기 단체일 경우,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일이 잘 풀리고 있기도 하니까...천천히 생각해보자...’

더군다나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절망 그 자체였던 그의 삶이 오늘부터는 술술 풀리기 시작하기도 했다. 매번 그를 괴롭히기만 했던 박수아는 갑자기 성격을 변화시켜서 얌전해졌고, 유은정하고의 관계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으며, 최한결과도 나름 공평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임신 클리닉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그런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서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밤늦게까지 이런 저런 고민으로 잠에 들지 못했던 그는 새벽 2시가 넘어갈 때쯤, 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뭐지? 술 취한 사람인가?’

이상한 소리는 마치 여자의 신음소리와 유사했다. 야릇한 소리가 아니라, 고통스러워 보이는 그 소리는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 때문에 잠에 들기 힘들었던 성준을 괴롭혔다.

‘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신경 쓰여서 잘 수가 없네.’

최대한 무시한 채로 귀를 틀어막고 잠을 자고자 했지만,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소리가 커지면서 성준은 어쩌면 이 소리가 밖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소리의 근원지가 집이라면, 귀신이 아닌 이상, 동생이나 누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성준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걱정과 불안으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던 그는 방문을 열고 소리에 더욱 집중해보았다.

‘누나 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어디 아픈 건가?’

문을 열자,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왔다. 천천히 소리를 따라 이동하자, 그는 곧 누나의 방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신음소리의 정체는 그의 누나가 만들어낸 듯 했다.

‘몸살이라도 난 건가...들어가 보는 게 좋겠지?’

성준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문틈 사이로 고개를 집어넣고 안을 살펴보니, 침대 위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어디가 아픈 것인지,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내면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성준은 바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누나가 이렇게까지 아파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그는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나? 누나!? 어디 아픈 거야?”

그녀에게 다가간 그가 말했다. 혹시나 열이 있나 싶어 그녀의 이마를 만지자, 손바닥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현재 그녀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주, 준아...”

“안 되겠다. 몸이 너무 뜨거워. 이대로는 안 되겠어. 당장 병원 가야될 것 같아.”

그녀의 상태를 심상치 않았다.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이 정도 열이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큰일이 날것만 같았던 그는 어떻게든 그녀를 일으켜서 병원에 데려가고자 했다.

“아니야...그런 거 아니니까...택시 부르지 마...”

하지만 그녀는 택시를 부르려는 성준의 팔을 붙잡았다. 이렇게나 괴로워하면서 뭐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성준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괜찮은 거야? 어디가 얼마나 아픈 건데? 언제부터 이런 거야?”

“아픈 거 아니라니까...”

성준의 물음에도 그녀는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답답했던 성준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식은땀을 이 정도로 흘리고 있으면서 어떻게 아픈 게 아니야? 그럼, 약이라도 먹자. 열이라도 내려야 될 것 같아.”

“괜찮다니까...그거 먹는다고 소용없어...”

그녀가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성준은 일단, 열이라도 떨어트리기 위해서 해열제를 먹이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마저도 거부를 했다. 도대체 그녀가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누나...이 정도로 아파하면서 대체 왜 이러는 건데...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어.”

“이건...아픈 게 아니야...”

“아픈 게 아니면 뭔데, 도대체. 열이 이렇게나 높은데...”

“...하...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네 능력 때문인 것 같아...성욕...이 원인인 것 같아...”

안 그래도 열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던 그녀가 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성준의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제야 성준은 과거 박수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말도 안 돼...누나하고는 최근에 별다른 접촉도 없었는데...’

과거에 박수아도 지금 성준의 앞에 있는 성하은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경우에는 덜 심한 편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성욕 때문에 몸에서 열도 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때의 일이 떠오르자, 성준의 머리가 하얗게 타들어갔다. 당시 두 사람의 결론이 어떤 것이었는지 당사자였던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마음이 복잡했다.

‘임신 클리닉 말대로라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누나의 성욕을 높여버린 건가? 하지만 왜...누나하고는 딱히 접점이 없었잖아. 누나를 생각하면서 흥분한 적도 없었고, 하영이처럼 누나가 내 몸을 터치한 것도 아니고...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복잡한 머리를 애써 굴려보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능력이 얼마든지 성욕 컨트롤이라는 사실을 조금 전에 알았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누나의 상태가 괜찮아지길 기도하며 바라는 것뿐이었다.

“젠장...정말 내 능력 때문인 거지?”

“...그런 것 같아...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고...몸이 뜨거워지고...민감해지고...너무 괴로워...”

현재 그녀의 상태는 박수아와 매우 유사했다. 그녀는 지나치게 높아진 성욕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중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성준과 관련된 야릇한 상상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고,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성준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하...미치겠네...’

성준은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그녀의 고통을 막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마치 대변을 보듯 온몸에 힘을 주거나 그녀의 손을 붙잡고 기를 불어넣기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 사이, 그녀의 상태는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역시 그 방법뿐인가...하지만 누나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일단, 그것부터 해보자.’

이대로 그녀를 방치했다가는 유은정처럼 이성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그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그녀의 성욕을 해소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섹스가 가장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었지만, 그렇다고 근친을 할 수는 없었기에 성준은 먼저 다른 방법으로 그녀의 성욕을 해소시키고자 했다.

“누나, 이런 얘기해서 정말 미안한데, 이게 정말로 내 능력 때문이라면, 성욕 때문이라면, 어떻게든 해소시키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해.”

“나, 나랑...그, 그걸...하자는 거야...?”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아무리 그래도 누나랑 할 수는 없으니까...대신, 누나 혼자서라도 해야 될 것 같아.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섹스가 불가능하다면, 자위라도 해야만 했다. 성준은 그녀에게 자위를 통해서 성욕을 해소시킬 것을 제안했다.

“지, 지금? 그치만...”

“나는 나가 있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마. 부끄럽겠지만...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만약 이게 안 된다면...어쩔 수 없이 신고하는 수밖에...”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성준은 임신 클리닉에 사실을 알리거나 정부에 신고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더라도 누나하고 섹스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누나가 아예 의식을 잃었더라면 모를까, 의식이 살짝이나마 남아있는 지금 상태에서 섹스는 무리였다. 성준은 이대로 크게 각오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절대 안 돼...아무리 그래도 준이, 너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차라리 그걸 하고 말지...”

성준의 말에 그녀는 신고만큼은 결사반대했다. 하나뿐인 남동생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그녀는 차라리 동생하고 섹스를 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누나하고 그런 걸 할 수 있어...일단, 혼자서라도 해소해보자. 나머진 그때 가서 고민하고.”

“...으응...해볼게...”

그렇지만 성준은 그녀의 의견이 제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판단했다. 현재 그녀는 그의 능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그 문제는 이후에 생각하자고 말하며, 그녀에게 혼자서 자위를 할 것을 말한 뒤,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빠져나온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을까. 조금 전만 해도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이 잘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하지만 불과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은 자꾸만 일그러졌다.

“아흣...흐응...!!”

그리고 그 사이, 그녀의 방에서 또 다른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신음소리는 고통의 소리가 아니라 성적인 것이었다. 최대한 입을 틀어막으면서 자위를 했겠지만, 워낙 민감한 몸 상태라 차마 신음을 막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젠장...미쳤어...이건 정말...미쳤어...’

누나의 신음소리에 성준의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한 편으로는 가슴이 미친 듯이 쓰라리고 아파왔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원하지 않아도 조금씩 흥분이 쌓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사실이 성준에게는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흘러, 그녀의 신음소리가 줄어들었다. 상황이 종료된 것일까. 잠시 후, 그녀에게서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 그제야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쉰 채 그녀의 방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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