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56화 (15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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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의 집

최한결과의 만남 이후 성준은 하서윤의 집에 잠깐 들렀다가 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하서윤과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그녀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김소영의 일부터 박수아의 변화와 유은정, 오늘 있었던 최한결의 일까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오늘 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오늘 그의 마음은 하루 종일 답답함을 유지했었다. 어제 있었던 친누나에게 벌어진 일 때문에 그는 학교에 있어도, 박수아와 최한결과 섹스를 나누더라도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다. 그 정도로 누나의 상태가 걱정되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찍 집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한 그는 가장 먼저 누나를 찾았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 이후로 누나와 지속적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상태에 대해서 보고를 받긴 했지만, 그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누나, 몸은 좀 어때? 괜찮은 거야?”

최한결과의 만남으로 긴 시간을 소모한 탓에 그녀는 이미 퇴근을 마친 상태였다. 성준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이젠 많이 좋아졌어. 그나저나 너는 근신 풀어줬다고 요즘 너무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미안, 밖에서 처리해야 될 일들이 있어서.”

“또 무슨 사고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아무튼 정말 괜찮은 거야?”

“응, 어제에 비해서는 완전 괜찮아.”

다행히 그녀의 상태는 어제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아직까지 완벽히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이젠 더 이상 성준과 관련된 야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도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다행이네. 오늘 하루 종일 얼마나 걱정했는데...”

“괜찮으니까 자책하지 마. 네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잖아.”

“...글쎄...절대로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결과적으로 내 무의식이 원한 거니까...”

“그냥 우연히 나한테 영향을 미쳤을 뿐이야. 내가 가족이고, 항상 옆에 있다 보니까 그런 거지.”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지금까지는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하영이는 어딨어?”

그녀의 상태가 좋아졌으니, 이번 기회에 그는 그녀를 포함해서 동생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 어제 일 이후로 지금까지 쭉 고민했던 이야기뿐만 아니라, 성준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임신 클리닉에 관해서도 가족들에게 말해줄 생각이었다.

“하영이는 왜? 방에 있는 것 같던데.”

“하영이가 어리긴 해도 가족이잖아. 충분히 들을 자격 있어.”

성준은 자신의 누나뿐만 아니라 동생인 성하영 역시도 이야기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성준의 능력 때문에 잠시나마 영향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 당연히 이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방에서 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녀를 거실로 불러낸 그는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귀찮은 눈치를 주던 성하영도 그의 이야기에 곧 심각한 표정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이야? 아직 확실하지는 않잖아. 전에 오빠가 말했듯이 임신 클리닉이라는 곳이 사기단체일 수도 있는 거니까.”

“맞아, 준아. 하영이 말처럼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야 될 것 같아.”

성준이 그녀들에게 해준 이야기는 임신 클리닉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그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두 사람은 그의 이야기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직까지 그 단체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부분은 없으니까. 이것도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고. 다만, 고민은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서.”

여기서 말하는 성준의 고민은 임신 클리닉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제 새벽에 누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 직후, 그와 관련된 성준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헌터 부대에 잡혀서 실험실에 처박히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임신 클리닉이 괜찮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다.

“그러면 만약에 그 단체가 정말로 사실이라면, 오빠도 거기에 들어가겠다는 거야? 거기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여자들을 임신 시키겠다고?”

“조금 꺼림칙한 건 사실이야. 그래서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는 거지. 능력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게 최선일 것 같아서.”

“하지만 준아...나는 솔직히 거기도 못 믿겠어. 괜히 그 단체에 들어갔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

“맞아, 그냥 우리끼리 잘 해보자. 지금까지는 오빠 혼자서 버텼는데, 이제부터는 우리가 도와주기로 했잖아.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성준의 고민에 두 사람은 역시나 반대쪽으로 의견을 내세웠다. 임신 클리닉이라는 단체를 믿지 못하는 게 가장 첫 번째 이유였고,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이미 하영이나 누나한테 영향을 미쳤잖아. 어제 일이나 과거에 하영이한테 벌어졌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떨린단 말이야.”

하지만 그녀들의 의견과 달리 성준은 이미 그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죄책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자신이 벌인 여러 사고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그는 가족들만큼은 폐를 끼치기 싫었다. 특히나 어제 누나의 일 이후로 그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원망은 높아져만 갔다.

“괜찮아, 준아. 우리 걱정은 하지 마. 이미 약속했잖아. 준이, 네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만큼 함께 이겨내자고 말이야.”

“언니도 나도 괜찮으니까 오빠는 우리 걱정 말고 자기 걱정이나 해. 이제 제발 사고 좀 그만치고. 오히려 우리한테 사고치는 게 더 좋을 정도라고.”

그렇지만 성준의 걱정 어린 말에도 그녀들의 의견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들은 진심으로 성준을 위로해주었다. 자신들에게 벌어진 상황보다는 그로 인해서 성준이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것을 걱정했다. 성준은 그들의 말에 정말로 큰 힘을 얻은 듯 했다.

‘역시 가족밖에 없구나. 이번 이야기로 오히려 나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은 가족인가보다. 이런 가족을 속이고 매번 혼자서만 짐을 짊어지려고 했으니...’

그렇게 가족들과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성준은 그녀들의 말을 곱씹으며 침대에 누웠다. 그녀들에게 이야기하기 전만 하더라도 걱정과 불안이 우선이었던 그였다. 혹시라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그녀들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녀들 덕분에 그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이제부터 가족들을 믿고 의지해보자. 어차피 이제 최한결이랑 은정 쌤 일도 잘 마무리 되었으니까, 남은 건 김소영이랑 수아 뿐이야. 수아도 아직까지 믿을 수는 없어도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니까...김소영만 어찌하면 대충 내가 친 사고들은 수습될 것 같아. 김소영 일만 잘 마무리하면, 이제부턴 오로지 가족들이랑 서윤 누나만 신경 써야겠어.’

누나와 동생의 위로 덕에 성준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그의 앞에 놓인 시련은 제법 많은 편이었다. 김소영과 관련된 일만해도 그의 머리를 들쑤셨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는 조금 더 힘을 내고자 했다. 그의 곁에는 계속해서 자신을 위로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힘을 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안타깝게도 그의 시련은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점점 시련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더 이상 앞으로 전진 할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첫 번째 시련의 시작은 바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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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시간 뒤

‘아으...머리야...요즘 잠 설치는 게 일이구나...’

오늘도 성준은 깊은 잠에 들 수 없었다. 아무리 가족들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더라도 그의 머리가 무거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잠을 설치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오늘도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일 뿐이었다.

‘오늘은 좀 건조하네. 물 한잔만 마시고 다시 눕자.’

다른 때였으면, 잠에서 깨어나더라도 다시 잠을 자고자 눈을 감고 노력했을 그였다. 물론, 그럼에도 다시 잠에 들기 까지는 삼십분에서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이 소모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익숙한 패턴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목이 너무나도 말랐던 것이 문제였다.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그가 거실로 나가면서부터 그에게 크나큰 시련이 주어지고 말았다.

‘뭐야? 이게 무슨 소리지?’

눈을 비비고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천천히 방에서 나와 거실로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컵을 들고 정수기에서 찬물을 받아 마신 그는 갈증과 함께 피곤함을 가셔낼 수 있었다. 다만, 그와 동시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으니, 바로 그의 귓가로 들려오는 요상한 소리였다.

‘잠깐만...이거...설마...? 에이, 아니겠지? 설마 이 시간에 그런다고?’

그의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그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소리였다. 큰 소리가 아니라서 집중을 해야만 들렸지만, 그는 이 소리를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설마...’

그는 우선, 자신의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를 부정했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이 시간에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이기 싫었다.

하지만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져갔다. 이제 그는 이 소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소리에 그의 심장은 갈수록 쿵쿵대며 요동치기 시작했고, 몸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하흣...아흐흥...”

새벽 3시에 그의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다름 아닌, 여자의 신음소리였다. 그것도 고통의 신음소리가 아니라 성적인 쾌감을 맛보고 있는 소리였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누나의 방으로 시선을 향했다.

‘분명히 누나의 목소린데...설마 또 내 능력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누나가 이 시간에 혼자서 이러고 있을 리가 없지. 하...괜찮다고 하더니, 역시 아니었어...’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그의 누나가 자고 있는 방 안에서였다. 방문이 닫혀있어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의 누나가 방 안에서 자위를 하면서 성욕을 해소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는 이를 통해서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능력에 지배를 받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괜찮았던 그녀였지만, 그것이 거짓일 수도 있었고, 새벽에 갑자기 능력의 영향력이 커졌을 수도 있었다.

‘어떡하지...? 지금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자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되나? 만약 자위로도 안 풀리면...아니야,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일단, 기다려보자. 젠장, 오늘도 잠은 다 잤네.’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지금 그녀가 능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도 내일 출근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서 자위를 해야 된다는 점이 얼마나 괴로울까. 성준은 그 생각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또 다시 자신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입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그래도 그는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그녀의 자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는 것이 마음이 아팠던 그는 어제처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방문과 함께 귀를 틀어막았다. 그 상태로 그는 자위가 끝나면 그녀가 어제처럼 멀쩡해지리라 생각하며 차분하게 마음을 먹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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