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64화 (16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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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의 집

학교를 마친 성준은 자신의 집이 아닌 하서윤의 집에 먼저 들를 생각이었다. 하서윤과 만나지 못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고, 그녀에게 해줄 이야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친누나한테 온 문자에 의해서 무너져버렸다. 오늘 반차를 쓴 그녀는 성준과 할 얘기가 있다면서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올 것을 당부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성준은 그녀의 연락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품은 채 집으로 이동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역시 어제 있었던 일인가...하...어제는 그 일 이후에 얼떨결에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닐 텐데...걱정이네...’

성준이 집에 도착하자,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걱정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표정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성준을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성준의 속은 계속해서 타들어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어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섹스를 하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괜찮다면서 위로해준 일까지 모두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통해서 그는 죄책감과 함께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서와. 학교 끝나고 바로 왔나보구나.”

“으응...누나는 왜 갑자기 반차를 쓴 거야?”

“그냥, 쉬고 싶기도 하고, 준이랑 할 얘기도 있고 해서. 학교는 어땠어? 별 일은 없었지?”

“뭐...학교생활이야 항상 똑같지. 그나저나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인데, 반차까지 쓴 거야?”

그녀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성준은 씻거나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책가방 아래에 내려놓고는 바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상황을 맞이하고 싶었다.

“말했잖아. 그냥 쉬고 싶기도 하고, 준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마침 하영이도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불렀지. 혹시 누나가 동생한테 할 얘기 있다고 부르면 안 되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너무 갑작스러워서...그리고...어제 일 때문인가 싶어서...”

“맞아, 어제 일 때문이야. 요즘 우리 집에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준이랑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녀가 이 시간에 반차까지 써가면서 성준과 대화를 나누고자 했던 이유는 역시나 어제의 일과 동시에 성준의 능력 때문이었다. 이미 예상을 했기에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로부터 직접 그 이야기를 듣자, 성준의 침이 바짝 말라갔다.

“어제 일은...”

“표정 보니까 아직도 어제 일 때문에 많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구나? 나는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내가 먼저 준이한테 접근한 거잖아. 준이가 죄책감 느낄 이유 없어.”

“그래도...전부 내 능력 때문이니까...”

“그래서 괜찮다는 거야. 네 능력 때문이지만, 의도한 게 전혀 아니잖아. 강제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정말로 괜찮으니까 그 일로 미안해하진마. 앞으로 그 부분과 관련해서 대책을 잘 세우면 되는 거야. 그래서 오늘 부른 거고.”

성준의 표정을 읽은 그녀가 먼저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물론, 그녀 역시도 어제의 일이 마냥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직후부터 그녀는 상당히 큰 충격에 빠져있었다. 동생과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성준보다 훨씬 성숙한 어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마저 흔들리면, 미성년자이면서 동생인 성준은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애써 억누르며 그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것이 누나인 자신이 꼭 해야 되는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많이 미안하고...나 때문에 누나까지 일에 휘말려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할게...”

그녀의 말은 성준에게 큰 힘이 되었다. 고작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풀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없을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어. 또 다시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물러서지 말자. 임신 클리닉이랑 실험실은 최후의 카드야.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자. 지금 많이 불안하겠지만,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해.”

그녀는 여기에 더해서 성준에게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말했다. 성준이 임신 클리닉과 실험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곳에 가는 것에 반대 입장이었던 그녀는 이번에도 성준의 마음을 붙잡고자 했다.

“앞으로 어제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는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은데,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누나가 어제처럼 또 그러면...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그렇지만 그녀의 말에도 성준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능력 통제는커녕 계속해서 능력을 방출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큰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또한, 김소영이 제안한 성매매까지 포함하면, 그가 처한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똑같아. 달라진 건 없어. 너는 내 동생이고, 가족이야. 그러니까 끝까지 힘내야지. 너한텐 우리가 있잖아. 나랑 하영이를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더 힘내줘.”

“하...그래야지...그래야 되는데 힘드네...”

여기에 그녀의 말과는 달리 가족들을 생각하면 성준의 마음은 더욱 불편했다. 가족들을 생각해서 힘을 내야 되는 것이 맞았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하면 가족들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대로 그가 임신 클리닉이나 실험실에 가게 되면, 더 이상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도 않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많이 힘들구나...어제 일 때문에 더 힘들 거야...당연히 힘들 수밖에...”

“나보단 누나랑 하영이가 더 힘들지...”

“힘들어도 같이 이겨내 보자. 나랑 하영이가 항상 옆에서 도와줄게. 우린 언제나 네 편이니까...”

“하영이...하영이마저도 누나처럼 되면 어떡하지? 하영이도 이미 나한테 영향을 받고 있어서 언제 그럴지 알 수 없잖아.”

계속해서 위로를 해주는 그녀에게 성준이 물었다. 어제 성준은 누나와 섹스를 했다. 다행히 누나는 섹스 이후에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성준을 위해주었다. 하지만 만약 섹스 대상이 누나가 아니라 동생이라면 어떨까. 성준의 질문에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영이가 그렇게 된다면...그건...그러면 안 되는데...”

그녀는 표정만 굳어질 뿐만 아니라 말을 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확실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은 어떻게든 참고 버텨낼 수 있었지만,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인 동생은 달랐다. 만약 성준이 성하영과 섹스를 하게 된다면, 정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성준도 마찬가지였다. 누나하고 섹스를 한 것도 큰 충격이었던 그가 만약 동생하고도 섹스를 해야 된다면, 더 큰 충격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확실히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하영이를 다시 기숙사로 보내는 건 어때? 능력이라는 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될 수 있으면 떨어져있는 게 좋잖아.”

“기숙사에서 사고 쳐서 짤렸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어떡하지...하영이만은 안 되는데...”

두 사람은 성하영과 관련해서 대책을 논의했다. 둘 다 성하영에게 만큼은 능력의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럼 어떤 게 좋을까...내가 나가서 생활하는 건 어때? 능력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친구네서 지내는 거야.”

“친구네서? 너무 민폐 아닐까?”

“말했잖아. 친구 부모님이 전부 부산에 내려가 계신다고. 그래서 당분간 지내기에는 좋을 것 같아.”

“흠...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영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야지. 당분간 친구네서 지내면서 임신 클리닉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면, 능력 통제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고.”

성준이 생각한 대책은 성하영과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족에게만큼은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그치만 떨어져서 지내는 건 싫은데...”

“아주 잠깐이니까...”

“...그래...지금은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네...”

성준의 말에 그녀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대로 성준을 다른 집에 보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가 떠올린 생각을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성준의 능력과 대책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딱히 정답이라고 부를만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불안과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나 성준은 그녀를 통해서 많은 위안을 얻게 되었다. 처음 그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사실에 많은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그녀의 상태는 좋았으며, 진심으로 그를 위하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 점에서 성준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그런 생각은 하루를 채 지나지 않아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하늘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의 시련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찾아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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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성준의 방

똑 똑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밤. 고요한 적막을 깨고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금 막 잠에 든 성준은 그 문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두드리는 문이 바로 그의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지? 설마 또 누난가...?’

깊게 잠이 들지 않았던 그는 금방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의 귀에는 정확히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확인하자,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에 그의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일까. 강도라면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가족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자연스럽게 어제 일과 더불어 누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어제 섹스를 했는데, 또 이성을 잃었다고?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는데...’

만약 그의 누나가 이번에도 이성을 잃었다면, 새벽에 성준을 찾아오는 행동이 이해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이렇게 이틀 연속으로 이성을 잃었던 적이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보통 섹스를 한 번 하고나면 아무리 이성을 잃었어도 한동안은 잠잠하기 마련이다. 그 점에서 성준은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하...이러면 또 복잡해지는데...일단, 확인해보자.’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긴 한숨과 함께 터벅터벅 방문으로 걸어갔다. 누나가 또 다시 이성을 잃었다면, 어제처럼 섹스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누나와 섹스를 한다는 생각에 그의 마음에는 죄책감과 불안, 그리고 알 수 없는 흥분감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문 앞에 선 그가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제처럼 누나가 나체 상태로 서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그는 크게 각오를 했다.

하지만 문을 여는 동시에 그의 각오는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은 그의 누나가 아니었다. 그의 여동생, 성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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