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퇴양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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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목)
-다음날, 학교
누나하고의 섹스도 모자라서 동생과 섹스를 경험한 성준은 정신을 차린 다음날 아침부터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괴로움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동생하고는 무려 질내 사정을 했으니, 걱정과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혹시라도 동생이 임신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던 그였다.
‘이제 여기까지인 것 같아...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모두 건드리고 말았어. 누나...하영이...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미쳤어, 정말...’
그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음에도 그는 동생과 누나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고, 결국에는 섹스까지 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만약 하영이가 임신하면 어떻게 될까...그랬다가는 하영이뿐만 아니라 누나랑 아버지한테 맞아 죽겠지? 더 이상 가족으로 지내지도 못할 거야...지은이 누나를 임신시킨 거랑 비교할 수도 없으니까...’
아침에 눈을 뜬 성준은 자신의 옆에 나체로 누워있는 여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섹스를 마치고 씻지도 않고 잠에 빠져든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은 채로 아침까지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성준은 지난밤에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질내 사정이었다. 어젯밤에 그는 그녀의 보x에 깊숙하게 삽입해서 자궁 안쪽으로 듬뿍 정액을 배출하고 말았다. 정액의 양이 상당했던 건 둘째 치고, 그녀가 매우 위험한 날이라는 점에서 임신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이 그를 아침부터 지금까지 미친 듯이 괴롭히고 있는 중이었다.
‘하영이한테 피임약이 있어서 다행이지...그나저나 걔는 왜 피임약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뭐,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나...아무튼 임신만은 절대 안 되는데...하...’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은 그의 동생에게 피임약이 있다는 점이었다.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전만 하더라도 성하영은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면서 섹스에 심취해 있었다. 남자들과 섹스를 할 때마다 피임도구를 항상 사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피임약을 구입해뒀던 것이 지금 상황에서 쓰이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성준은 여전히 괴로움에 빠져있었다. 사실, 피임약을 사용할 경우에는 꽤 높은 확률로 임신을 막아줄 수 있지만, 고등학생인 성준에게 그런 지식은 없었다. 아니,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험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누군가를 임신시킨 적이 한 번 있었기에 그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영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누나가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일까. 적어도 하영이만큼은 절대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에휴...이렇게 된 이상, 하루라도 빨리 집을 떠나는 수밖에 없겠어. 임신 클리닉...여기밖에 답이 없는 건가...’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자, 성준은 자연스럽게 임신 클리닉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의 상황은 매우 안 좋았다. 동생과 누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그들이 괜찮다고 말해도 성준 스스로 죄책감과 불안함,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 다른 사람들도 문제였다. 그나마 대부분의 사람들과 관계를 정리하긴 했지만, 김소영이라는 어마무시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진퇴양난이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그를 도와줄 곳은 임신 클리닉뿐이었다. 그곳이나 실험실에 들어가서 그와 그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트려놓는 것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방법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도망치는 모습으로 보이려나?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는 걸.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모두 헛수고라니...’
그동안 그는 임신 능력을 어떻게든 통제하기 위해서 여러방법을 동원하며 노력했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방법은 모두 실패였다. 하나를 통제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반복이었고, 이제는 사고를 수습하기에도 벅찼다.
‘그나저나 얘는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안 왔네?’
여기에 매번 그를 도와주거나 고민을 들어주었던 박수아 마저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녀는 어제부터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결석 중이었다. 비록 그녀 때문에 고생하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유일하게 성준의 고민을 들어주었던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없는 지금, 그는 혼자인 것만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수아가 있었더라면, 쉬는 시간마다 이런 저런 얘기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있을 때는 엄청 거슬리고 신경 쓰였는데, 막상 없으니까 허전하네...에휴, 수아도 별일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얘하고도 섹스한지 오래라서 걱정이긴 하네. 혹시 이번에 아픈 것도 나 때문은 아니겠지...?’
그래서 오늘따라 성준은 박수아가 무척 그리웠다. 그녀의 몸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의 능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제부터 문자뿐만 아니라 전화도 받지 않는 그녀였기에 궁금증은 갈수록 커져갔다.
하지만 그녀가 아프다는 것 말고는 그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그저 아프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녀가 어떤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다른 친구들 역시도 전학생인 그녀와 깊게 친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정확히 그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성준이 직접 그녀에 대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저기...준아...”
내일까지 박수아에게서 연락이 없으면, 주말에 직접 그녀가 알바하는 곳에 찾아가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순간, 성준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성준이 짝사랑했던 이민정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성준에게 다가오더니, 박수아의 자리에 앉았다.
“잠깐 할 얘기 있는데, 괜찮지?”
그녀는 성준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성준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녀가 옆자리에 앉은 이상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저번에도 박수아가 없었을 때, 그녀가 다가온 적이 있었다.
“무슨 얘기?”
“너, 애들한테 수아에 대해서 묻고 다녔지?”
“아...혹시 수아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정말로 많이 아픈 거야?”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녀는 박수아에 대해서 성준에게 할 말이 있어보였다. 그녀의 말에 성준은 다소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과거에 그녀는 박수아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과 이야기를 그에게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성준과 박수아는 크게 다투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박수아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픈 건 나도 잘 모르겠어. 겉으로 봤을 때는 평소랑은 다르게 조금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그게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니까.”
“수아랑 직접 만난 거야?”
“아니, 직접 만난 게 아니고, 어제 밖에서 우연히 봤거든.”
그녀는 어제 밖에서 박수아를 봤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성준은 상당히 긴장이 되었다. 안 그래도 누나하고 동생 일로 힘들어 죽겠는데, 혹시라도 박수아에 대해서 그녀가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수아가 또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하고 다닌 건 아니지?”
“그게...음...”
“괜찮으니까 말해줘. 솔직하게 수아에 대해서 말해줘. 설마 저번처럼 또 너한테 해코지를 한 건 아니지...?”
성준의 직접적인 질문에 그녀가 대답을 망설였다. 역시나 그녀는 박수아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생각인 것일까. 성준은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최대한 솔직하게 사실만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음...해코지를 한 건 아니야. 네가 보기에 요즘 수아는 어때 보여?”
“요즘 수아? 요즘에는...확실히 예전하고 달라지지 않았어? 반 애들하고도 잘 지내는 것 같고...뭔가 저번 주하고는 확연히 달라졌잖아. 성격도 그렇고...”
그녀가 역으로 성준에게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성준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최근 박수아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저번 주에 성준과 크게 다툰 이후부터는 마치 성격을 바꾼 것처럼 행동했다. 항상 학교에 오면 성준하고만 붙어 다니던 그녀였지만, 이번 주부터는 성준이 아닌 다른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거야. 그런데...하...”
“설마...내 앞에서만 그렇고, 네 앞에서는 예전처럼 그런다는 거야?”
“예전보다는 심하진 않아. 그치만 여전히 협박은 지속되고 있으니까 문제지...”
하지만 성준이 봤던 박수아의 모습은 거짓이었고, 연기였다. 이민정은 박수아가 그대로라고 말했다. 전보다는 조금 덜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 정말로? 아직도...너한테 그런다고?”
그녀의 말에 성준은 충격을 받았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박수아를 걱정하면서 그리워하던 그였다. 그런 그녀가 아직도 이런 짓을 하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전보단 확실히 줄어들었으니까 괜찮아. 문제는 그게 아니야.”
“다른 애들한테도 여전히 그러는 거야?”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 그런데 그것보단...음...놀라지 말고 들어.”
그런데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부분 말고도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이번에는 박수아가 무슨 사고를 친 것일까. 성준은 그녀의 말에 최대한 집중했다.
“수아가...너를 미행하는 것 같아. 스토킹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려나?”
“수아가 나를 스토킹한다고!?”
이어진 그녀의 말은 성준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박수아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성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 스토킹이라니,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는지 성준이 매우 놀란 표정으로 이민정을 바라보았다.
“어제 우연히 수아를 봤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수아가 계속해서 네 뒤를 따라다니고 있더라고. 처음에는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나한테 협박까지 했던 사람이니까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나도 수아를 미행하게 되었지.”
어제 우연히 박수아를 발견한 이민정은 그녀를 미행했다. 자신을 협박한 그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조사를 해보기 위함이었다.
“수아가 내 뒤를? 뭐,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냥 미행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야. 계속해서 네 모습을 도촬하는 건 기본에다가 네가 집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다리는 거 있지?”
“설마...그냥 나한테 볼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야, 그런 거였으면 너한테 문자를 보내거나 연락을 했어야지. 내가 약속 때문에 계속 살필 수는 없었지만, 그 후로도 집 앞에서 몇 시간은 있었을 거야.”
그리고 이를 통해서 그녀는 박수아가 성준을 스토킹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성준은 매우 굳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인 거지? 정말로...수아가 그랬다는 거지?”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적어도 너는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야. 물론, 너는 수아랑 친하니까 내 말이 의심스러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전부 사실이야. 나는 내가 보고 겪은 것만 너한테 전달해줄 뿐이야.”
이민정이 하는 말은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말로 박수아가 스토킹을 한다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알아볼 필요는 있어보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성준에게 또 다른 시련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정과의 대화 이후로 성준의 고민은 깊어져갔다. 어제 동생과의 섹스 이후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던 그는 박수아에 대한 이야기까지 더해지자, 정말로 심각하게 압박감을 받았다. 어째서인지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없고, 점점 늘어만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무책임하게 임신 클리닉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럴 때일수록 그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였다. 그래서 오늘, 그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집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 이 상황에서도 그를 이해해주고 그의 편이 되어줄 하서윤의 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