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77화 (177/193)

<-- 임신 클리닉 -->

*

*

*

-약 10시간 전, 하서윤과 이재희

“흐음...그렇군요. 가장 주의를 해야 될 사람은 성매매를 제안한 여자랑 짝궁이라고 했던 그 친구 같네요.”

“해결...가능할까요? 특히나 그 성매매 제안했다는 여자는...조금만 어떻게 해도 크게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서...제가 최대한 돈으로 막아보려고 했는데, 준이가 제 돈은 받을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공원에서 임신 클리닉 대표 이재희와 만난 하서윤은 그에게 성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성준이 능력 때문에 영향을 미쳤던 여자들과 그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다.

성준을 사랑하는 만큼 그에 대한 그녀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바랄뿐이었다.

“돈을 사용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굳이 이런 일에 돈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요.”

“정말로 해결이 가능할까요? 만약 그 여자가 정부나 헌터부대에 알리기라도 하면...”

두 사람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성준에게 성매매를 제안했던 김소영이었다. 김소영은 성준에게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을 넘어서 성매매까지 제안했던 인물이었다. 그녀의 돈 욕심과 성적 욕망이 어마어마했기에 당연히 크게 경계해야 될 필요가 있었다.

“저희 도움을 받기 전에 미리부터 손을 쓰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지금은 일단, 저희의 도움이 있기 전까지는 원래 하던 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던 대로면...?”

“일단, 성매매에 응하는 척하는 겁니다.”

“아...”

이재희 역시도 김소영 이야기를 듣자, 살짝 굳어진 표정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임신 클리닉의 도움을 기다리라고만 말했다. 임신 클리닉만 지니고 있는 특별한 해결방법이 있는 것일까. 그녀는 아직까지 그를 믿기 어려웠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믿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저희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신 클리닉에 있는 임신 능력자 절반 정도는 이 과정을 거쳐서 자리 잡은 사람들입니다. 성준 역시도 큰 문제없이 임신 클리닉에 들어올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표정에 이재희가 다시 한 번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다른 임신 능력자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이번 일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언제부터 시작하실 건데요? 성매매는 당장 주말부터라고 했는데...”

“하나하나 처리할 예정입니다. 서윤씨가 말해준 내용들과 함께 저희 쪽에서 알아본 것들을 종합해서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해야겠죠. 아마도...오늘밤이나 내일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매매 여자를 먼저 처리해주시면...훨씬 편하지 않을까요?”

“음...아직 저희 쪽에서는 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 상황이라서요. 서윤씨말대로 먼저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우선, 박수아라는 친구부터 처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그는 끝까지 정확히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인지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 점에서 그녀는 아직까진 그를 100% 신뢰할 수는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임신 클리닉이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신뢰도가 그리 높지만은 않았다.

“저...정확히 어떤 방법인지는...말씀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그래서 그녀는 그와의 대화가 마무리되기 직전,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성준을 도울 수 있는지 말이다.

“죄송합니다만, 그것만큼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 말해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겠지요.”

“깔끔하게요? 정말로 그게 가능하다는 거예요? 돈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저를 믿어달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알았어요. 일단은...믿어야죠...지금 저희한테는 임신 클리닉만이 유일한 희망이니까요.”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마지막 질문에도 그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그녀에게 의문만을 남긴 채로 마무리 되었다.

*

*

*

-다시 약 10시간 후, 박수아의 집

“이 여자도 참 안타깝네. 만야 소유력과 집착이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여기에 능력까지 더해졌으니 이러는 게 이해가 될 정도야.”

박수아의 집에 도착한 정장차림의 두 남자는 마치 자기 집 마냥 헤집고 다녔다. 박수아는 그들의 등장에 놀랐는지, 아니면 그들에게 당했는지 기절한 것 같은 모습으로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 남자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남자 중 한 명은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복장이나 행동을 보면 전혀 평범해보이진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단순 강도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임신 능력자라는 게 그만큼 무서운 거니까요. 제가 남자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니까요.”

“예전에 히어로들에 비해서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이 여자처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괴로울 수 없겠지. 뭐, 능력 때문에 본인들은 괴롭다는 걸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임신 능력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임신 클리닉 소속의 사람들이었다. 둘 중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남자는 약 10시간 전에 하서윤과 공원에서 대화를 나누던 이재희였다.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음 이 여자는 조금 심각한 편이긴 하네요. 예전에도 이런 여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여고생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이 정도면 임신 능력자가 없었어도 집착 때문에 나중에 남자 문제가 제법 있었을 겁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가 이재희에게 말했다. 그는 집안 곳곳을 뒤지면서 그녀와 관련된, 그리고 성준과 관련된 물건들을 찾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가 감춰둔 상자 속에 들어있는 물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조금 심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능력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테니까...아버지도 안 계시는 상황에 과거에 왕따까지 당했던 애인데...너무 안 좋게만 보진 말자.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알바까지 하는 걸 보면, 그렇게까지 나쁜 애는 아닐 거야.”

그런 그와 달리 이재희는 오로지 박수아의 곁에 남아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이재희는 박수아에 대해서 미리 조사를 한 것인지, 그녀의 과거까지도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녀와 함께 그녀의 집을 샅샅이 들추면서 자신들의 일을 했다.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당연히 성준 때문이었다. 성준을 자신들이 있는 임신 클리닉에 소속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그의 주변을 정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확히 그들이 어떤 방법을 이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박수아의 집에 들어온 그들은 그저 그녀를 기절시키고 성준과 관련된 물건을 제거하기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일까.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었다.

“누가 또 집에 들어오는 모양인데? 확인해봐.”

“보나마나 이 여자 가족이겠죠. 제가 처리할까요?”

“뭐, 그래주면 고맙고. 나는 지금 좀 바빠서.”

그들이 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집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여전히 박수아의 곁에 붙어서 그녀를 살피던 이재희는 선글라스의 남자를 시켜서 밖에 사람들을 처리하라고 말했다.

이재희의 말에 그는 선글라스를 벗고는 인기척이 들려오는 문밖을 바라보았다. 선글라스가 벗겨진 그의 두 눈은 파랗게 빛이 나고 있었다. 눈동자에는 생기는 물론이고 초점 또한 정확해보이지 않았다.

“생긴 것만 봐도 이 여자 동생 같은데요? 능력에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의 파란 두 눈은 벽을 넘어서도 관찰이 가능하게 해주는 모양이었다. 그는 굳이 직접 밖에 나가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 파란 눈으로 집으로 들어오고 있는 사람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서 그 역시도 이재희처럼 히어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응, 이 여자 가족들하고는 크게 관계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성준이 여기까지 들어오진 않았나봐. 대부분 학교에서 관계를 가진 것 같은데.”

“학교에서라니, 뭔가 엄청 야릇하네요.”

“야릇은 무슨...이런 건 야릇이 아니라 발정이나 지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지.”

“아무튼 그럼, 간단히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얼른 다녀와. 괜히 마주쳐가지고 힘 빼게 만들지 말고.”

그렇게 파란 눈의 남자는 박수아의 동생을 상대하기 위해서 방을 나섰다. 혼자 방에 남겨진 이재희는 여전히 박수아의 곁에 바싹 붙은 채로 계속해서 무언가에 열중했다. 과연 이들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정말 성준에게 있어서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

*

*

-성준, 집 근처 카페

“결국...하영이까지 당했구나...어떻게 이런 일이...”

“미안해...다 내 탓이야...”

최한결과 헤어진 성준은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오늘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누나에 이어서 동생에게까지 그런 짓을 한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집에서 지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였다. 그렇기에 그는 집 근처 카페에서 누나를 불러냈다.

누나와 만난 그는 누나에게 동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두 말해주었다. 동생이 어떻게 해서 성준에게 접근을 했는지부터 시작해서 결국, 동생과 섹스를 하게 된 일까지 전부 빠짐없이 누나에게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에 성하은의 표정은 당연하게도 심각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성하은은 끝내 성준에게 화를 내거나 그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머릿속은 터질 것처럼 아파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성준을 위해서 분노를 참아냈다. 지금 상황에서 성준에게 화를 내봤자,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친구네서 지내겠다고?”

“응,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더 이상 누나랑 하영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그녀에게 성준은 이제부터 집을 벗어나서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같이 있으면 계속해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차라리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하서윤과 같이 지내는 편을 선택했다. 어차피 그녀는 성준과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이상성욕 정도는 견뎌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남자한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그 편이 좋을 수도 있겠네...”

물론, 누나에게는 하서윤에 대해서 아직까지 말해줄 수는 없었다. 성준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친구, 이강성네 집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응...지금은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임신 클리닉에 대해서도 계속 알아보고 있으니까 방법이 생기면 바로 말해줄게.”

“그래...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준이, 너를 보내기는 싫지만...이 방법뿐인 것 같네...”

성준의 말에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해서든 성준과 한 집에서 같이 사는 쪽으로 모색하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상황은 갈수록 최악으로 흘렀다. 자신에 이어서 동생까지 근친을 경험한 상황에서 더 이상 그의 의견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미안했어. 어떻게든 빨리 방법을 찾아서 다시 누나랑 하영이랑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볼게.”

“그래...꼭 그렇게 되길 바랄게...하...요즘 자꾸만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러네...”

“나는 다시 돌아올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반드시 돌아올게.”

“으응, 알았어. 준이도 우리 걱정말고.”

그것을 끝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끝이 났다. 성준은 그녀가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밖에서 대기를 했다. 그리고 동생을 통해서 누나가 집에 들어갔음을 확인한 그는 그제야 하서윤이 있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