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86화 (18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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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개월 후, 이아현

“많이 긴장하신 모양이네요.”

“아...네...이미 결심은 내렸는데...자꾸만 긴장되네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임신을 위한 과정일 뿐이니까요.”

“정말...이 방법으로 임신이 가능할까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임신 능력자들은 히어로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자는 특별하거든요. 저희만 믿으시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임신 클리닉 사무실 안, 임신 클리닉의 대표인 이재희와 함께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앉아있다. 여자의 이름은 이아현. 그녀는 굉장히 불안한 표정으로 초조하게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이재희가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으로 달래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로 보아하니, 여자는 임신 클리닉의 손님으로 보였다. 그녀는 시종일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는데, 임신과 관련해서 많은 고민이 있는 듯 했다.

“정말로...짧게...끝나는 거 맞죠?”

그녀가 가장 크게 불안해하는 건 임신 가능성보다는 이것이었다. 낯선 남자와 삽입 섹스를 해야 된다는 사실이 자꾸만 그녀의 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임신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길어봤자 고작 5분에서 10분 정도일 뿐입니다. 그 과정을 딱 3일 동안 반복하시면 끝입니다. 물론, 그 과정들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거 압니다. 그렇지만 임신을 위해서니까요...결심을 내리신 만큼 조금만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임신에 성공하면, 그만큼 뿌듯함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그녀를 이재희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위로해주었다. 고객을 상대하는 그의 마인드는 상당히 좋아보였다.

“하...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재희의 말에도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의 입에서는 무겁고 깊은 한숨이 길게 내뿜어졌다.

‘꼭 이렇게까지 임신을 해야 되는 건가...이건 아닌 것 같은데...’

사실, 그녀는 아직까지 임신은 크게 생각이 없었다. 아직 나이도 젊은 편이고, 조금 더 일을 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싶었기에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서 임신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임신 클리닉에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 편이 한 명도 없을 줄이야...시어머니나 시아버지 입장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엄마랑 아빠까지도 임신을 부추길 줄은 생각도 못했어...우진씨는 또 어떻고...하...다들 너무해...’

그녀는 아직까진 임신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 시댁과 친정, 남편까지도 모두 그녀의 임신을 바랐다. 기이한 현상이 길어지면서 영원히 아기를 못 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서라도 그녀가 임신하기를 원한 것이었다.

결국, 가족들의 요청에 그녀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었던 남편마저도 아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후회와 불안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이제 진찰 받으실 시간입니다. 진찰 이후에 임신을 위한 과정이 진행될 거예요. 너무 불안하시면 오늘 일정을 취소하셔도 됩니다. 내일이나 다음 주로 미루시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아니에요. 여기까지 왔는데...해야죠...”

“그렇군요. 그럼, 간호사 따라서 이동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네...하...”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물이 엎질러진 상황이었다. 이곳에 투자한 돈은 무려 수억 원이었고, 이제 와서 포기했다가는 위약금으로 날아가게 될 돈이 상당했다. 일정을 다음 주로 미루기에는 해야 될 일들도 많았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간호사를 따라 진찰실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금방 끝난다고 했으니까...어떻게든 버텨보자. 아까 그 사람 말대로 이건 성관계가 아니라, 임신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니까...’

진찰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아현은 먼저, 간호사를 따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에는 진료를 위한 진찰복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으며, 다시 한 번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탈의실 안에 설치된 샤워실에서 간단히 샤워까지 마친 그녀는 진찰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진찰실 안으로 들어갔다. 진찰실은 일반 산부인과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여자에게는 상당한 굴욕을 안겨주는 굴욕의자는 물론이고, 온갖 병원 장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쭈뼛쭈뼛 진찰실로 들어간 그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있는 의자에게 인사를 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조금 전에 만난 이재희 대표와 임신 능력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여자였다. 당연히 그녀에게 배정된 의사 역시도 여자였다.

“아, 어서 오세요. 그렇게 고민하시더니, 결국, 하는 걸로 결심을 내리셨나보네요.”

“네...그러게요...”

이아현은 이곳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한 번 있었다. 처음 이곳에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오게 된 그녀는 간단한 검사를 통해서 임신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진료를 받았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임신을 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의사의 말대로 고민 끝에 임신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시댁을 포함한 그녀의 가족들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임신에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되더라도, 아기를 낳기만 하면 정부에서 모든 지원을 해주었기에 절대 손해가 아니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가족들에게 오로지 애를 낳기 위한 존재로만 여겨지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가족들 때문에 강제로 결정하신 건 아니실지 걱정이네요. 아직까진 우리 사회가 여자를 애 낳아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나 어르신들이 유독 그렇죠.”

“맞아요...이럴 때면 정말 결혼한 게 후회스럽다니까요. 왜 임신마저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지...”

“아니, 자기들이 고자가 된 걸, 왜 여자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제 친구들도 보면, 다들 임신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더라고요.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이한 현상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사회는 갈수록 혼란으로 빠지게 되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나 임신이었는데, 저장된 냉동정자도 슬슬 바닥이 나면서 임신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래서 이아현은 지금의 고민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줬다가는 오히려 배부른 소리라고 욕을 잔뜩 먹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의사의 말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고작 이런 이야기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상당히 편해질 수 있었다.

“그럼, 바로 진료 시작할게요. 그냥 간단한 검사니까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확인만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삽입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약을 살짝 바르는 정도니까, 금방 끝날 거예요.”

“네...”

진료를 위해서 이아현이 굴욕의자에 앉았다. 26살인 그녀는 당연히 산부인과 진료 경험이 꽤 많은 편이었기에 지금 상황이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다만, 이 진료가 끝나고 낯선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 된다는 점에서 자꾸만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의자는 언제 앉아도 매번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고등학교 때 여자 의사가 없다고, 남자 의사가 진료해줬을 때는 진짜 완전 민망했었는데...’

이아현이 의자에 앉자, 의사가 작동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다리를 M자 모양으로 벌어지게 만들었다. 진찰복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기에 당연히 그녀의 중요부위가 그대로 노출이 되고 말았다.

여러 번 경험을 했던 과정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민망함이 느껴졌는지, 자꾸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던 지라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의사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그녀는 그저 진료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금방 끝낼게요.”

“...네...”

그렇게 이아현에 대한 진료가 시작되었다. 진료는 의사의 말대로 정말 간단했다. 장갑을 착용한 의사는 그녀의 질 내부를 관찰하며, 염증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를 살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녀의 음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진료가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아무 이상 없네요. 이 정도면 임신은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아...네...그러면 이제 끝인가요?”

“아니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약을 발라야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진료가 끝났음에도 그녀는 굴욕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진료는 끝났지만 한 가지 해야 될 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저...꼭 이걸 발라야 되는 건지...”

“음...간혹 약 없이 바로 삽입을 시도했다가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아현씨도 아시겠지만, 저희는 고객 분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전희과정 없이 바로 삽입을 하는데, 약 없이 했다가 염증이라도 생기면 곤란하니까요.”

"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질 내부로 임신 능력자의 성기가 부드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는 약이었다. 말이 약이지, 사실상 흥분제 및 러브젤 역할을 해준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걸 꼭 바르고 해야 되나...아...싫은데...’

의사의 말에 수긍하긴 했지만, 그녀는 속으로는 질색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성관계를 가지면서 흥분제는 당연했고, 러브젤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남자 경험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성욕은 많아도 주변 의식을 많은 하는 성격이었고, 특히나 배덕감이 느껴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기에 관계를 가질 때도 매번 평범한 것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에게 지금 상황은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임신이 뭐 길래, 자신이 싫어하는 상황을 강제로 견뎌야 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오는 그녀였다.

“그럼, 바르겠습니다. 조금 차갑거나 따가운 느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거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그녀가 불안해하고 있는 사이, 의사가 장갑을 낀 손에 약을 듬뿍 발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곧 그녀의 음부에 의사의 손이 닿게 되었다.

“아...”

“처음에는 조금 차가울 수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오히려 반대로 화끈거릴 거예요.”

의사는 그녀의 음부에 약을 고루고루 펴 발랐다. 처음에는 음부를 중심으로 입구 쪽과 함께 엉덩이 골 사이를 마사지하듯 바르던 의사의 손은 곧 그녀의 질 내부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자 의사의 말대로 처음에는 시원한 느낌이 들더니, 곧 찌릿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흣...뭐지...이거 정말 제대로 하는 건 맞나...? 이상해...으으...이런 기분...정말 싫다...’

누군가가 자신의 음부를 만지는 것 자체도 별로였지만, 그녀는 약품 자체의 느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중심부위에 무언가를 발라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처음 느껴보는 경험에 입술을 꽉 깨물며 버티고 또 버텼다.

‘하으...기분이 이상해...왜 그러지...이러면 안 되는데...왜 자꾸...흐으...’

하지만 그녀가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약이 조금씩 그녀의 몸에 스며들면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흥분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었고, 그것은 정신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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