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신 클리닉-190화 (19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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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이아현

임신 클리닉에서 씨받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간 이아현은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생활을 했다. 마치 임신 클리닉에서 겪은 일들을 모두 잊었다는 듯, 그녀는 평상시처럼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감정과 속마음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로 남은 하루를 보냈다.

회사 일은 휴가를 냈기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남은 시간동안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평소와 같이 무난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임신 클리닉에서 얻은 충격들은 조금씩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무난한 생활은 잠에 들기 직전에 흔들리고 말았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건넨 하나의 질문 때문이었다.

“오늘 임신 클리닉에서는 어땠어?”

남편으로부터 그 질문을 듣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극도로 흔들렸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마저도 격하게 반응을 보였다. 눈동자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고, 손은 덜덜 떨렸으며, 다리는 누군가 붙잡은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 어떻긴...그냥 그랬지...”

애써 마음을 다잡은 그녀가 힘겹게 대답했다. 남편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임신 클리닉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대기실에서 자위를 한 것부터 시작해서, 임신 능력자와 삽입 섹스를 한 것까지 모두 말이다.

‘왜 물어보는 거지? 아니, 남편이니까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건가?’

심지어 남편의 질문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죄책감을 품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가 임신 클리닉에서 뭘 경험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양심이 쿡쿡 찔려왔다.

“별 일은 없었지?”

“으응...오빠도 저번에 같이 가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다 들었잖아.”

“하긴, 거기다가 돈을 얼마나 쏟아 부었는데, 별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넘기고자 했다. 더 이상 남편이 임신 클리닉과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힘들진 않았어? 임신을 위한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잖아.”

하지만 남편의 질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것도 아니고, 아내의 임신과 관련된 부분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그 사실이 불행했지만,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관심이라 할 수 있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힘든 걸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임신을 강요해? 하...나쁜놈...’

남편의 계속되는 관심에 그녀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원망을 동시에 느끼는 이상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임신을 강요하고 뒤늦게 걱정을 하는 그에 대해서 미운 감정을 느끼다가도, 임신 클리닉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 미안함을 느꼈다. 상반되는 두 개의 감정에 그녀는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다.

“힘들어도 해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임신 때문인데. 자기뿐만 아니라 모두가 내 임신을 바라고 있잖아.”

“우리 자기, 어깨가 많이 무겁네.”

“치이, 임신만 해봐. 오빠 엄청 부려먹을 거야. 각오 단단히 하라고.”

그래도 그녀는 절대로 겉으로 피로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남편을 대했다. 이것이 지난 26년 동안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것을 끝으로 그녀와 남편의 대화는 끝이 났다. 대화를 마친 그녀는 바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이대로 잠을 자지 않고 버텼다가는 혹시라도 또 다시 임신 클리닉에서의 일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였다. 그렇게 그녀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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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임신 클리닉, 이아현

“음 역시나 오늘도 별 이상은 없네요. 그럼, 이제 약 바를게요.”

토요일 아침 일찍 임신클리닉을 방문한 이아현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임신실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진료실을 방문했다. 진료실 굴욕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그녀는 간단한 검사를 통해서 질 내부와 자궁을 확인했고, 지금은 흥분을 유도하고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약을 바르는 중이었다.

“어제 약은 어땠어요?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어도 익숙해지니까 괜찮았죠?”

그녀의 보x에 약을 발라주는 의사하고는 이번이 3번째 만남이었다. 3번이나 만난만큼 의사하고 그녀는 더욱 친밀해질 수 있었고, 중간 중간 이런 식의 대화도 나누게 되었다.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저...약을 어제보단 조금만 발라주시면 안 될까요?”

“어제보다요? 아, 어제 두 번 발라서 조금 약효가 강했던 모양이네요.”

“네...조금...”

“오늘은 줄여달라는 걸 보니까 어제 임신실에서 꽤나 고생하셨나 보네요.”

“아, 아뇨...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임신 능력자뿐만 아니라, 아현씨 흥분도 중요하니까요.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흥분해주세요. 그게 더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기왕 하는 거 딱 3번 만에 끝내는 게 좋지 않겠어요?”

“...네...”

특히나 의사는 그녀에게 억지로 참기보다는 마음껏 흥분하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의 말이었기에 그녀는 차마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임신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임신 능력자에 대해서 조금도 아는 게 없었기에 묵묵히 설명을 들을 뿐이었다.

‘말은 쉽지. 어떻게 남편이 아닌 낯선 남자랑 그런 짓을 하는데 편하게 흥분할 수가 있어...더군다나 옆에서 연구원도 지켜보고 있고...신음소리 내면서 흥분했다간 다들 발정난 년이라고 생각할 거야.’

매번 그녀는 하고 싶은 말들을 직접 밖으로 꺼내놓지 않았다. 참고 또 참고 버티는 것만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심지어는 표정으로 조차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녀 안에 많은 욕망과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어때요? 느낌이 와요? 너무 확 올라오는 것도 그렇지만, 적어도 화끈거리는 느낌은 있어야 되는데...”

“아...딱 적당한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거죠?”

“네, 정말로 괜찮아요.”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늘도 어제처럼 그녀의 음부에 약이 발라졌다. 약은 의사의 손을 따라 그녀의 중심부위 주변과 함께 질 내부까지도 구석구석 꼼꼼히 발라졌고, 그녀는 곧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제만 하더라도 약을 바르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경험을 해서인지, 나름 잘 참을 수 있었다.

“혹시 이 약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고개 분들한테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아뇨, 괜찮아요...”

“많이들 찾으셔서 미리 말씀드린 거예요. 그러면, 이제 대기실로 이동하실까요? 아, 혹시 오늘도 연구원 필요하세요? 원래 두 번째 부터는 연구원 없이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긴 하거든요.”

약 바르는 게 끝나고 의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제 그녀가 섹스할 때 바로 옆에서 도움을 주던 여자 연구원을 말하는 듯 했다. 그녀는 의사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연구원이 없는 편이 더 좋은가? 그치만 남자랑 단 둘이 있는 건 조금 그런데...그렇다고 어제처럼 흥분하는 모습을 다른 여자한테 보여 지는 것도 그렇단 말이야...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씨받으면서 흥분한다고 욕했을 수도...하...갑자기 짜증나네. 그러면 오늘은 없이 해볼까? 좋아, 어차피 이제 오늘 내일 딱 두 번 남았으니까, 오늘은 없이 해보자.’

처음만 하더라도 그녀는 여자 연구원이 필수로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임신 능력자라는 낯선 남자와 단 둘이 있는 것도 싫었고, 어색한 분위기도 싫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여자 연구원이 섹스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어제의 일을 떠올리면 더욱 그랬다. 분명히 그 연구원은 그녀가 흥분에 점점 반응하는 것을 모두 지켜봤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만큼은 연구원이 없이 정액을 주입하는 쪽으로 결심했다. 오늘 한 번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약을 바르는 것처럼 이미 한 번 경험한 일이었기에 이제부터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진료실을 나온 그녀는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대기시간을 가진 뒤, 간호사를 따라서 임신실로 이동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이 과정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지만,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오늘은 큰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좋아, 오늘도 힘내서 해보는 거야. 흥분할 수도 있겠지만, 어제처럼만 하면 될 거야. 어제처럼만 신음소리를 참는 쪽으로 가보자.’

임신실 문 앞에 선 그녀는 각오와 함께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임신실 문을 열었다.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어제와 같은 임신 능력자였다.

“안녕하세요.”

“아...네...”

방의 모습은 어제와 비슷했다. 위치만 달라졌을 뿐, 인테리어부터 장비까지 모두 같았다. 다만, 여자 연구원이 없다는 점이 분위기를 조금은 다르게 만들고 있었다.

‘역시 연구원이 없으니까 어색하네. 그래도 바로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

여자 연구원이 없어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역시나 시선 처리였다. 그녀는 차마 임신 능력자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이나 다른 곳에 시선을 둔 채 인사를 했다. 자신에게 씨를 주는 남자이기에 정확한 생김새나 체격 등을 살펴볼 필요도 있었지만, 민망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이아현씨 맞으시죠?”

“아, 네...”

“제 이름은 성준이라고 해요. 편하게 아현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네...”

"아현씨도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면 될 것 같아요."

"...네, 그럴게요..."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임신 능력자가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자신의 이름은 ‘성준’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은 이미 서류를 통해서 확인했지만, 막상 그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니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오늘은 아시다시피 어제와는 조금 달라요. 어제는 딱 한 번으로 끝났지만, 오늘은 두 번 진행될 예정이에요. 혹시 불편하시거나 궁금하신 거 있으세요? 편하게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아, 아뇨...없어요...”

“그러면 바로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네...”

그녀는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감정적으로 매우 불편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저 빨리 그에게서 씨를 받고 집에 가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이동하셔서 어제처럼 자세 잡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녀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챈 임신 능력자는 바로 섹스를 시작하고자 했다. 그녀는 어제처럼 준비된 장비로 이동해서 허리를 숙이는 후배위 자세를 취했다. 어제 이미 한 번 경험해본 자세였지만, 오늘은 여자 연구원이 없어서인지 더욱 민망함이 느껴지는 그녀였다.

‘하...그냥 연구원 부를까? 지금이라도 불러달라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너무 어색해...미칠 것 같아...그래도 어제보단 흥분은 덜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인가...모르겠다...에휴...’

그녀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다음 상황을 기다렸다. 곧 임신 능력자가 덜렁 거리는 자x를 가지고 그녀의 뒤로 이동했고, 그녀의 하체를 가리고 있던 옷이 위로 올라가 사라지게 되었다. 어제에 이어서 두 번째 씨받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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