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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16화 (16/401)

〈 16화 〉 남자는 허리가 생명 (5)

"그렇지. 끝났다고 앉지 마. 다음!"

"주영아 잠깐 스톱해야겠다."

"왜?"

"사람들."

7월 말부터 이어진 길었던 합숙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8월초. 골드시즌이었다.

한적했던 시골 해변도 휴가객들이 늘어간다.

한상률과 이주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제보다 더 늘었네. 뭐 볼 거 있다고 여기까지 밀려오냐?"

"경포대나 해운대는 애들이나 가지. 사람 없는 해변이라는 자체가 메리트잖아."

"쩝. 우리가 바닷가 전세낸 것도 아니고. 내일은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가볼까?"

"좋지."

태양을 가리기 위해 깊은 챙과 진한 선글라스를 쓰고있는 두 사람. 타이어 줄을 어깨에 걸고있는 선수들을 지켜본다.

"슬슬 진행해도 되겠지."

"음. 마하 차례네."

이주영이 호루라기를 불자 구마하와 3학년 학생이 동시에 출발했다.

모래를 박차며 달려오는 두 선수.

이를 악문덕에 목에 힘줄이 터질 듯 올라서고 있었다. 온 몸의 기력을 끌어올리는 것 같다.

"훅. 훅!!"

"오~! 새끼 좀 빨라졌는데?"

"아 형 빨리 가요!"

힘차게 달리면서도 농담이 나오는 두 친구를 보며 코치들도 웃어 보였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섣부른 기대를 걸어선 안된지만, 씩씩 거리고 눈앞을 지나치는 구마하를 보자면 묘한 희망이 안 생길 수가 없다.

"하하! 봤냐? 마하 자식 아주 그냥 죽을 똥을 싸면서 달리네."

"주영아. 정욱이가 너네 학교에서 제일 파워 있는 애라고 그랬지?"

"맞어. 저 녀석 중학교땐 씨름 했었어."

"그런데도 거의 따라잡고 뛰었네."

열흘 간 이어진 거친 훈련과 고단백질식사는 맨들맨들한 살결도 굴곡을 만들었다.

첫날 타이어 훈련 때는 혼자 뛰기도 버거워하던 구마하였는데, 이제는 가장 힘 좋다는 3학년 학생의 뒤를 쫒았다.

"대단한 재능이야. 볼수록 축복받은 몸 같애."

"성장기라 그러겠지. 원래 저 나이 때 애들은 먹으면 다 커."

"좀 잘하면 잘한다고 해줘라. 지 학생이면서."

"안돼 안돼. 마하 그럼 또 은근 방방 뛰어서 집중 못 해."

"애가 좀 칭찬에 약하긴 해. 자신감이 없는 건지."

오후 훈련은 행락객들로 인해 취소했다.

선수들은 점심을 먹고 한상률과 이주영은 남은 일정을 정리했다.

"내일 오전도 똑같겠지?"

"이제는 계속 온다고 봐야지."

"그럼. 모래밭은 여기서 끝내자. 내일 오후에 기록 재는 걸로 하고."

"그러자. 애들 피로도도 있는데."

일찍 점심을 끝낸 선수들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넸다.

전달사항을 알려주고 두 사람도 식당으로 건너갔는데.

"진짜요? 밥이 이거밖에 없어요?"

"이 자식들 오늘도 밥솥 긁었어요?"

"엄청들 먹어. 우리 또 저녁 하려면 장보러 가야 돼. 하하하!"

"어쩔 수 없죠. 저희는 간단하게 라면이나 끓여먹을게요."

"그래도 감독님들인데 어떻게 라면만 먹나. 잠깐만 기다려. 고기 남았으니까 김치 넣고 찌개 끓여 줄게."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한상률이 TV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주영이 리모컨을 들어 꺼버린다.

"왜? 놔둬 봐."

"야. 그보다. 마하가 그러는데 너 올해는 대회 없다고 그랬다며?"

"어."

"니네 교장이 뭐라 안 해?"

"뭐라 할 게 뭐 있어. 우리가 육상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육상 특기생을 뽑을 것도 아닌데."

"와 진짜 부럽다. 압박없는 직장이라니. 역시 운동은 취미로 해야지."

"새끼야. 무슨 말을."

"진짜 마하 선수로 키울 생각은 있는 거냐?"

"당연하지."

한상률이 무심하게 리모컨을 뺏으며 말했다.

"최고의 선수로 키울거야."

"그럼 애를 생각해서라도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

자신의 지도철학을 지키고 싶지만, 이주영에게 구마하를 너의 제자 중 하나로 보라고 한 것도 본인이었다. 한상률은 타협적인 선을 찾았다.

"뭐. 전국체전 정도면 경험 삼아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대한민국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전국체전.

전국체전은 한국 스포츠 인프라를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전국 실업팀과 학생 선수들에겐 올림픽보다 더 현실적인 무게감이 있는 곳이다.

현직 코치인 이주영도 대회는 대회 나름 배울 것들이 많다며 참가를 권했다.

"마하가 자기 위치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

"또 누가 뺏어갈까 그래? 이 자식은 선생이라는 놈이 속이 좁아."

"뭔. 하하! 야 그러는 너는? 니네 학교 학생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마하를 대회에 내보내고 싶어하냐?"

한상률이 구마하에게서 단거리의 재능을 보고 있다면, 이주영은 중거리의 재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중거리라. 될까?"

"마하 폐활량이면 충분히 돼."

"저 녀석은 단거리만 뛰고 싶어 하던데?"

"백지장 같은 놈이야. 이상한 버릇도 없고 고집도 없어. 한참 쑥쑥 받아먹을 때 둘 다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가을 전국체전 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차분히 지켜보며 선수의 육성방향을 고민하는 코치들이다.

*   *   *

"진짜요? 오후 훈련 없다고요?"

꿈같은 소식에 구라 조금 섞어 다들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거나 지린 팬티를 갈아입었다.

하루를 쉬라니. 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란 말인가.

몇 사람은 바로 반바지만 입고 바다로 뛰어갔고 숙소에는 나랑 동민이 그리고 몇몇이 남아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징하다 진짜. 이 마당에 수영을 해...? 잠을 자야지."

"동민아. 원래 이렇게까진 안 하지?"

"당연하지! 그럼 죽어 새끼야."

"근데 저는 태릉은 이것보다 더 시킨다고 들었어요."

"와... 그러니까 메달을 따는구나..."

이제는 선수들과 보폭을 맞출 수 있지만 처음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물론 운동이야 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근력 체력 지구력 등 말도 못 하게 좋아지고는 있지만.

나아지는 것도 적당히지. 수행이란 뭐든 빡시구나.

"태릉이라. 허허."

"마하 형. 형은 올림픽이 꿈이라면서요?"

"어? 어떻게 알았어?"

"그냥 감독님들 하시는 이야기 들었어요."

"진짜냐? 너 올림픽 나갈거야?"

"뭐. 일단은. 멋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섹스도 할 수 있고. 켈켈켈.

올림픽이란 말에 친구들이 말했다.

"국가대표가 되면 기분이 어떨까?"

"글쎄다. 간지는 나겠지."

"전 싫을 거 같애요."

"왜?"

"그러게. 왜?"

1학년 동생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그렇잖아요. 뭐만 하면 국가대표가 그러면 안 된다. 국가대표가 나라의 체면을 깎는다 지랄할 거고."

"야. 그거야 당연하지."

"그럼.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그러니깐요. 그런 중압감을 어떻게 맨날 견디고 살아요. 거기다. 또 육상은 가뜩이나 비인기 종목인데, 훈련만 죽도록 시키면서 중계 하나 안 잡아주고."

"이 새끼 1학년 주제에 은근 냉철한데?"

"그러게. 니네 학교 운동부 머리 좋은데?"

그런데도 올림픽 나가고 싶냐는 동생의 질문에 빡시긴 해도... 그래도 뭐. 가고싶다고 답했다.

"와... 난 못 해. 아니 안 해. 운동은 대학까지만. 저도 감독님들같이 체육선생님 할 거에요."

이것저것 떠들다보니 동민이는 꾸벅꾸벅 졸고있고, 다른 애들도 끼리끼리 놀겠다고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혼자 해변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대화지만 의외로 내 안에 큰 의문을 남기고 있었다.

국가대표는 개인의 사생활이 제약되는 직업인 건가?

비인기 종목이면 선수촌에서 섹스도 못 하나??

그나저나 모든 선수들이 다 올림픽을 꿈꾸는 건 아니구나.

하긴, 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있으면 경쟁률 높아지니까 나한테는 좋은 소식이지.

"흐음."

그런데도 저만큼이나 강하다.

별로 큰 포부도 없는 일반 고1 선수조차 몸놀림이 보통 사람을 웃도는데. 대체 국가대표란 인간들은 얼마나 강한걸까...?

그리고 그런 인간들만 모아놓은 올림픽 참가자들은 또 얼마나 괴물들이고...

그들 모두를 넘어서 최고가 된 이에게만 수여되는 것이 메달.

정말 금메달따면 섹스를 안 할 수가 없겠구나. 나 같아도 손으로는 해주겠다.

운동의 힘겨움을 몸소 느낀 합숙훈련. 내일은 기록을 잰다고 하셨다.

고된만큼 성과가 따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하하하!"

"아 파울 병신아!"

"꺼져. 야! 빨리 패스해!"

숙소 근처 해변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한주 고 선수들을 보며 생각했다.

모두가 좋다.

진짜 너무 좋아하는 형 동생 그리고 친구들이 됐지만.

저들 가운데 실력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면 좋겠다.

*    *    *

"그래서? 오늘 기록 쟀냐?"

"응?"

"몇 초 나왔어."

다음 날 저녁. 모든 합숙 일정을 마친 구마하에게 친구 김태윤이 전화를 걸었다.

"12초 3"

"뭐야? 왜 느려졌어?"

"뭘 느려 새끼야. 피로도를 생각해야지."

그동안 구마하는 피지컬이 아닌 내공에서 좋은 기록을 뽑았었다.

그래서도 이번 기록에서 내공을 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피지컬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코치나 주변 선수들도 조금 놀라는 눈치였지만, 근육이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 본인도 충분히 만족하는 결과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훈련 존나 빡셌어. 감독님들도 이해해 주셨고."

"오~ 너 이제 한상률. 감독이라고 부르냐?"

"당연하지. 학교 가서도 감독님이라고 부를거야."

"하하! 새끼 운동한다고 생색은."

아무튼, 근황은 만나서 나누면 되는 것이니, 김태윤은 여행에 대해서 다시한번 전달한다.

"울산이니까 바로 부산으로 올 수 있지?"

"음..."

"아 오라고. 괜찮으니까. 여자애들이라 모르는 애들이랑 놀러 가는 게 부담돼서 그랬다잖아."

김태윤과 이정석 그리고 박남수는 이번 여행의 큰 추억을 만들려하고 있었다.

박남수의 여자친구가 다행히 친구 둘을 더 섭외 해 인원수는 총 여섯.

마하가 포함되면 4:3이 되지만 친구들은 개의치 말고 같이 놀자는 뜻을 보이는데.

"역시 안 갈래."

"아 진짜... 괜찮다니까!! 남수만 지 여자친구랑 한 방 쓰고, 우리는 남자방 여자방 따로 쓰는거야."

"그게 아니라."

학창시절 마지막 추억이 될 여름 바다. 무엇보다 여자애들이 함께 있는 자리였다.

과거의 구마하라면 울면서라도 끼워달라고 매달렸겠지만, 지금은 그저 피식 미소만 지어보인다.

"놀면 몸 다 풀어져. 돌아와서 또 훈련 해야 돼."

"너 거기서도 좆빠지게 굴렀다며. 사람이 쉴 땐 쉬어야지."

"못 들었냐? 나 기록 12초 나왔다니까?"

"괜찮다며."

"암튼. 난 빼고 니네끼리 잘 갔다와. 올라와서 보자."

완곡한 거절과 함께 구마하가 물었다.

"근데 진짜 남수 지 여자친구랑 한 방 쓴데? 집이 그렇게 커?"

"몰라. 미친 새끼. 할아버지가 좀 산다는데, 지금 정석이랑 나도 뭔 분위긴줄 모르겠어."

"와... 그래도 한쪽에서 그러면... 너네도 콘돔 챙겨야 되는 거 아니냐?"

"안 그래도 정석이랑 편의점 도전해 봤는데... 그냥 남수 가져오는 거 빌리자고. 존나 쪽팔리더만."

"하하하! 뭘 쪽팔려 하고있어. 병신아! 그냥 사고 나오면 되는 거지."

"미친놈. 알바생이 아는 누나였다고. 막 씨발 콘돔 사면 존나 이상하게 볼 거 아냐. 엄마들 다 알고."

"이 새끼들 이러다 진짜 하고 오는 거 아냐?"

"그러니까 너도 오라니까."

"꺼져. 난 올림픽 가서 할 거야."

불순한 의도가 다분하지만, 올림픽이란 목표만은 순수하게 보고있는 구마하.

부산 바다와 섹스라는 강렬한 이름은 소년의 꿈마저 단숨에 날려버릴 것 같지만.

그는 고된 훈련을 겪었다.

그 꿈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함부로 마음을 풀어놓을 순 없었다.

"진짜 스포츠맨 다됐네."

"너네 지금 나 보면 존나 놀랄 걸?"

"왜? 까매서?"

"그것도 있는데 나 키 더 컸어."

"진짜?!"

"정석이한테 전해줘라. 좆밥이라고. 이제는 남수 차례다."

"허... 이 새끼... 그럼 우리도 필사적으로 하고 와야겠는데?"

통화를 마치고 친구들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가슴 속 깊은 곳 부러움과 질투가 피어올랐다.

"아 개새끼들... 존나 부럽네..."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이라도 껴달라고 할까?

애들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보면서 혼자 해도 큰 추억이 될 거 같은데... 그러다 운 좋으면 가슴 정도는 한번 만져보게 해줄지도...

아니 뭔 개찐따 같은 소리를 하고있는거냐.

나의 순결은 친구한테 꼬불친 지하쳘 자판기 콘돔이 아닌, 올림픽 선수촌에서 나눠주는 무료콘돔으로 해결한다.

감정을 눌러담아 운동에 집중하는 거다.

나는 할 수 있다. 하고야 만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네!!"

"마하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

"고맙습니다."

"상률아. 너도 한 마디 해."

"심심하면 우리 학교 놀러와. 선생님이 밥 사줄게."

"한 감독님! 영고 애들이랑 소개팅도 가능한가요?"

"하하하! 정신빠진 자식들."

돌아오는 기차 역. 동민이가 투덜투덜 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똑같이 까매졌는데 누구는 놀다가고 누구는 좆빠지게 뛰고가고."

"내 친구들 부산 갔는데."

"진짜? 너도 얘기해서 빠지지. 가까웠잖아."

"됐어 올라가서 훈련 할래. 낼 모레 운동장에서 모인다고 했었지?"

"이 새낀 우리 학교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해."

"해야지. 개학하면 또 그만큼 못 뛰는데."

멋진 추억을 만든 합숙훈련을 마친다.

그래도 훈련은 계속된다.

선수는 은퇴하기 전까지는 현역이니까.

"훅! 후욱! 할아버지! 모래 주머니 갖고 왔어요."

"음? 한동안 안 보이더만. 떠난 거 아녔어?"

"무슨 소리세요. 훈련 갔다 왔어요. 바닷가로."

"그랬어? 아이고 몸이 엄청 다부져 왔구만."

"하하. 할아버지 저 복근 보세요. 王자 보이죠?"

"멋있어졌네 그려."

남은 방학기간도 특별하게 뭘 하지않고 그저 먼저 하던 걸 계속했다.

새벽엔 남한산성을 뛰었고 공구리 역기를 들어 근육을 키웠다.

오전 훈련이 시작되면 한주고에 도착해선 사람들과 오후까지 운동장을 달렸고, 저녁은 동네에 돌아와 형한테 들려 밥을 먹고 기절해서 잤다.

몸은 계속 커졌다.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고 하는데 선수도 허리가 생명이었다.

엄지를 그리워하는 공포의 외인구단같이 타이어 끌고 다니면서 가장 크게 얻은 건 등과 복근의 힘이었다.

2학기가 시작됐을 때, 키는 180. 몸무게는 70키로가 되어 있었다.

친구들을 근 한 달만에 보는 자리였다.

"진짜 마하냐?"

"너 뭐야? 방학 동안에 계속 금딸 한 거야?"

"아니... 아무리 금딸이래도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고??"

"후우 병신들. 존나 반갑네."

아 그리고 부산으로 간 친구들은 어떻게 됐느냐?

만화 슬램덩크의 엔딩을 조금 빌려 말하자면.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혼자만의 망상에 모든 힘을 쏟아낸 남수의 시커먼 속내를 정작 여자친구는 모르고 있었고.

이어지는 일정에서 세 여학생은 거짓말 같이 자기들끼리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후우..."

"그럼. 해어진 거야?"

태윤이와 정석이가 목을 손으로 긁으며 끝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

"...기운내라."

"됐어. 씨발..."

"괜찮아. 뭐 어때. 사귀다보면 헤어질 수도 있지."

"근데, 남수야. 난 아직도 너가 걔랑 1년 동안 사귀면서 못 하고 있었다는 건 좀 충격이다."

"아 할 기회가 없었다고..."

"그래도 요즘은 다들 그 정도면... 어떻게든."

"닥쳐 김태윤..."

"괜찮아. 우리 아직 다 못 해봤어 뭐 어때."

"아 시끄럽다고. 저리 좀 가. 갑자기 쑥 커져서 대가리 들이밀지 말고."

"그래. 덕분에 포경 안 한 것도 안 틀켰잖아."

"이정석 개새끼야 진짜!! 싸우자는거냐!"

아무튼, 즐거운 2학기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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