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천일의 밤 (7)
대체 뭘 따먹으라는건지...
혜정이를 가리키는 말인지 아니면 다른 걸 의미하는지...
워낙 입이 거칠고 이해 못 할 행동을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정석이를 보는데 한 가지 명확해 짐을 느낀다.
이놈도 의지가 되는구나. 마냥 생각 없이 야동이나 공유하는 놈이 아니었어.
정석이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가장 들어야 하는 순간 들려주었다.
뺏기지 마라. 포기하지도 마. 그래서 보란 듯이 쟁취해라.
물론 조금 순화해서 이해하고 있었다.
"야 마하도 아니고 왜 니가 흥분해서 지랄이야."
"몰라 새끼야. 아 콜라를 너무 마셨나 오줌 마렵네."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가는 정석이를 보며 태윤이가 말했다.
"병신. 가만있던 놈이 갑자기 오줌이 왜 마려."
"냅둬 쪽팔리니까 그러나보지. 말에 진심이 담겨 있었잖아."
"너도 느꼈냐?"
"새끼. 답지않게 오버하기는"
"오버 아냐. 그래도 우리 니 걱정 많이 해. 쟤도 그렇고. 남수도 그렇고."
"고맙다."
할 얘기는 다 끝냈고 우리도 반 애들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얼굴이 좀 변한 거 같은데?"
"변할 게 뭐 있어. 늘 똑같이 못 생겼지."
"못 생겼는데, 우울하던 게 사라졌다고."
"..."
"왜? 속마음 들키니까 너도 쪽팔리냐?"
"지랄. 미친놈이..."
투박한 우정 속에 위로를 얻는다.
친구들에게 야동 말고도 얻을 게 있다니 새삼 그 존재감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 선생님 왜 그런 걸 이제서야 말씀해 주세요..."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난 우리 반이 뭐 하나는 나갈 수 있을 줄 알았지."
반 친구들이 모여있는 운동장 벤치.
담임이 애들이랑 뭐라뭐라 떠들고 있길래 물어보니 이번 운동회에 상품이 있었단다.
"상품이 뭔데?"
"그런 게 있었어??"
고등학교 운동회가 내신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공책이나 연필세트 같은 걸 목숨걸고 쟁취할 인간은 없다.
그래도 일년에 한번 있는 큰 행산데 학생들 참여도 저조하고. 반장이 빅맥을 쏴도 와퍼가 아니라고 투덜대는 놈들 투성이라 선생님들이 머리를 쓰셨다는데.
"아 선생님! 그걸 왜 이제 말씀해 주세요!!"
"맞아요! 그런 거면 진작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니네는 어디갔다 이제 와서 뒷북이니...?"
1,2학년 남녀반 뒤섞여 홍팀 청팀 나뉘어진 가운데 이기는 쪽은 방학까지 급식 우선권을 가진다.
상품이라기 보다는 엄청난 혜택이었다.
남들보다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다니.
와우. 역시 교육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근데 어떻게 평가를 하는 거야? 반장 알어?"
"점수가 있데."
"점수가 있어? 어디?"
구령대 앞에 써 있다는 말에 우르르 달려가 보았다.
애들도 아니고 운동회에 큰 관심 없었는데 진짜 할 건 다 하고 있었구나.
"우리가 지고있네?"
근 100여점을 홍팀이 앞서고 있었다.
남은 경기가 몇 종목 없는 가운데 역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마하야. 계주가 남았잖아."
"그래서...?"
"너밖에 없다."
"왜 또 나야...?"
"계주만 이기면 역전이야. 그건 모든 운동회의 진리잖아."
"암. 그렇지. 계주 이기면 끝이지."
"이것들이 뒤늦게 나만..."
"새끼야 투덜대지말고 잘 하라고. 늦게가면 반찬 리필 안 주는 거 알지?"
"이놈은 또 언제 왔어??"
"오줌은 잘 눴냐..."
화장실 간 놈이 뭘 안다고 떠드나 했더니 오줌싸고 오는 길에 남수를 만나 들었단다.
옹기종기 모여 점수판을 확인하는 가운데 뒤편으로 홍팀 녀석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친구 남수가 정 가운데 떡 하니 서서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아이고 다들 여기 계셨네. 어디 보자. 100점이면 끝난 거 아닌가?"
"병신아. 계주 남았거든."
"근데? 우리는 선수 없냐고."
남수가 홍팀 스탠드를 턱 끝으로 가리킨다.
키 큰 녀석 하나가 몸을 풀며 주변의 응원과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최익현이라고 나랑 태윤이와 같은 중학교를 나왔는데. 어떤 의미론 또 하나의 지민이 형같은 캐릭터다.
익현이는 어릴 때부터 체격도 좋고 운동신경도 좋아 싸움도 잘하고 수학여행가면 나가서 춤도 추고 남자나 여자 두루두루 인기좋은 친구였다.
"힘내봅세들. 승부는 냉정한 거니까 져도 원망하지 말고."
"야. 박남수 저 새끼 앞으로 우리 반 놀러오면 문 닫아버려."
"씨발 소금 가져와!"
"꺼져. 니네나 밥 먹으러 갈 때 제발 끼워달라고 사정하지 마."
남수가 반 친구들과 껄껄 거리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우리끼리 누가 홍팀 아니랄까 봐 반동분자 새끼들같이 논다고. 미친 빨갱이들이라고. 저런 놈들은 씨를 말려야 되는데 등등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여자애들도 뒤늦게 소식을 들었는가 우르르 몰려와 점수판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 역시 우리가 지고있어!"
"아까 피구만 이겼어도 점수 괜찮았을 건데."
"미안..."
"괜찮아. 혜정아. 넌 끝까지 남았는데. 니가 뭐가 미안해."
혜정이도 아쉽다는 듯 점수판을 쳐다보는데 역시나 우리쪽은 외면하고 돌아선다.
"쟤네도 청팀이었구나."
"마하야. 꼭 이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거 같지 않냐?"
"시끄럽다고."
행사는 순서대로 진행되고, 마침내 계주 차례가 다가왔다.
"야. 선수들 나오래."
친구들의 힘찬 응원을 들으며 각 반 빠르다 자부하는 아이들이 하나 씩 운동장으로 집결한다.
최익현은 당연히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내고, 여자 반에서도 날쌔 보이는 애들이 하나 둘 나서는데, 거기에 혜정이가 있었다.
쟤 잘 뛰나?
하긴, 계주는 달리기 빠른 애들도 있지만 인기투표로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야. 구마하."
"음? 아. 감독님."
"너 이 자식 어제 학교 안 나왔지?"
"..."
"그런 주제에 오늘 운동회는 나오냐?"
일부러도 눈에 띄지않게 숨어 다녔는데, 운동장에서 심판 보시던 한상률 감독님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저. 감독님."
"왜?"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합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시끄러 인마. 다른 애들도 있어. 운동회나 집중해."
뺏기지 마. 포기하지 마. 그래서 따먹, 아니. 쟁취하라고 그랬지 정석아.
그래. 초심을 잊지 말자.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운동을 시작해서 제일 좋았던 건, 몸이 변해서나 잘 생겨질 수 있다는 희망보다 내가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는데 있었다.
난 자존감도 낮고 누구에게 주목받는 것도 싫었던 찌질하고 못생긴 구마하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리드하는 게 아닌, 나를 내려놓고 놀림거리가 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었다.
오직 운동만이 처음이었다.
이기고 싶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 그런 마음을 갖게 해준 게 바로 운동이다.
"규칙은 뭐 따로 설명할 거 없을 것이고. 다른 선수 진로 방해하지 말고, 무엇보다 다치지들 마라. 알겠지?"
"네!"
초등학교 때 뛰어보고 오랜만의 계주시합이다.
둘둘 짝을 이뤄 남자는 운동장 아래, 여자들은 위에 자리잡았다.
아는 얼굴도 있고 학교 다니면서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애들도 있었다.
그래도 각자 청팀 홍팀으로 나뉘어 출발 순서를 정해본다.
"복잡한데, 그냥 반 순서로 할까?"
"그래도 라스트는 정해야지."
"그러니까. 야. 누가 마지막에 뛸래?"
"마하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 나 왜?"
"애들이 그러는데 너 육상 한다며. 시합도 나가고 그런다고 하지 않았어?"
부담돼 싫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홍팀 마지막 주자는 누가 봐도 최익현이었다.
고개를 돌려 상대 선수들을 보았다.
감독님들 정도는 아니어도, 나도 운동 했다고 보는 눈이 생겼는데, 다른 애들도 그렇지만 익현이는 몸이 웬만한 육상선수 못지 않다.
실력도 그렇겠지. 생각보다 꽤 빠를 거야.
뭐 저 친구 운동 잘하는 건 원래 알던 사실이니 이제와 새삼스레 걱정할 건 없고.
반드시 내가 이긴다고 자신 할 상황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만 했다.
"오케이. 내가 뛸게."
"진짜?"
"잘 할 수 있지?"
"마하야. 힘들면 부담 갖지 말고."
"괜찮아. 내가 할게."
"이겨야 된다."
"암. 그럼. 물론이지."
계주 마지막 주자는 시합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다.
줄줄이 이어지는 결과와 예기치 못한 변수는 후발주자에게 과중한 책임이 된다.
여차하면 다 끝난 게임을 처량하게 홀로 달려 시합을 마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급식 우선순위 이런 걸 다 떠나서.
지레 겁먹고 꼬리를 말았던 나의 한심한 모습을 지우기 위해서.
탕!
경기가 시작됐다.
벤치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흔든다.
1학년들이 먼저 경기를 치루며 엎치락 뒤치락 순위가 바뀔 때마다 이쪽이나 저쪽 승리에 대한 열망이 높아져 갔다.
"아이고 난리다 난리야. 밥 누가 먼저 먹는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러게 말이야."
"너 운동한다며?"
"응."
익현이가 시합을 앞두고 말을 걸었다.
하나 씩 하나 씩 저 앞에 있는 선수들이 출발대에 섰다 사라지고 또 긴장하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00미터 몇 초 나와?"
"얼마 안 돼. 12초 정도."
"오~ 그래도 꽤 빠르네."
"넌?"
"나도 12초."
"그래? 너도 빠르네."
"어... 고맙다."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마 익현이는 중학교 때 나 같은 애가 있는줄도 모르고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것에 놀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대 가려고?"
"아니."
"근데 왜 운동해?"
"그냥 꿈이 있어서."
"으음. 애들이 그러는데 너 혜정이랑 친하다며?"
"뭐 딱히 막 그렇게 친한 건 아니고, 그냥 집이 가깝다 보니까 오며가며 인사나 하는 정도."
"와 나 중학교 때 혜정이한테 좋아한다고 했다가 까였는데."
"후후. 그랬어?"
"허..."
"왜?"
"새끼야 왜 웃냐? 내가 차였다는 게 웃겨?"
이자식 봐라. 좆밥이 어딜 나대냐 뭐 이런 건가?
"아니. 나도 좋아한다고 했었거든."
"하하! 니가?"
"..."
"왜?"
"그러는 넌 왜 웃냐. 그게 웃겨?"
"허. 허허... 허허허..."
익현이는 뭐가 그리 믿을 수 없는지 입을 허~ 벌린 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영양가 없는 신경전 상대해 줄 거 없고. 뛰고 있는 애들이나 돌아보았다.
2학년 중반 정도 시합이 진행되고 있고 청팀이 약간 우세하게 앞서고 있었다.
"마하야."
"어."
"열심히 하자? 응?"
"물론이지."
내공을 쓰지 않는 선에서, 아주 그냥 사력을 다해주마.
이제 남은 선수들도 몇 없다. 우리 차례가 다가온다.
순서가 가까워지자 괜한 긴장감에 가슴이 콩닥 거리고 팔 다리에 묘한 경련이 느껴진다.
전국체전도 다녀왔는데 뭐 이런 걸로 떨고 그런담... 한심하게.
"..."
"현아! 뛰어! 뛰어!! 그렇지!!"
아니. 이건 한심한 게 아니야.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정석이도 내 감정 무시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긴장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내가 이기고 싶기에 지고 싶지 않기에 긴장이 된다.
묘하게 나라는 존재를 깔아보는 최익현의 콧대를 낲작하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떨고 있는 것이다.
"다음. 마지막 주자들 준비해라."
그리고 마침내 우리 차례가 왔다.
우리 앞 선수가 운동장 반대편에서 여자 선수들에게 바톤을 건네주고 있었다.
홍팀은 잘 모르는 애고, 청팀은 혜정이였다.
원래는 간격이 더 벌어져 있었는데 앞에 있던 애가 많이 따라잡힌 거 같다.
"달려! 달려!!"
"화이팅!!"
응원하는 학생들이 코스 바로 앞까지 와 소리치는 가운데, 혜정이와 다른 여학생이 거의 동시에 출발했다.
나쁘지 않은 속도였다. 혜정이가 보기보단 운동신경이 있구나.
하지만, 홍팀 여선수도 마지막 주자로 선정된 만큼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그 순간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상대방의 존재감에 혜정이가 마음을 조급하게 먹은 것 같다.
훈련되지 않은 몸으로 속도를 올리고자 급하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데.
"어? 이런!!"
"야. 너 어디가?"
코너를 거의 다 빠져나올 쯤 역시나 혜정이의 스탭이 꼬이며 넘어지고 말았다.
뒷선수가 혜정이를 넘어서고. 승리를 확신하는 함성과 패배를 직감하는 탄식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단숨에 달려가 넘어진 애한테 손을 내밀었다.
"혜정아!!"
"헉. 헉...! 미안..."
"바톤! 빨리!!"
바톤을 건네받아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최익현은 이미 운동장을 가로질러 반대측 코너에 진입하고 있다.
누가봐도 끝난 경기였다. 반바퀴를 넘어 근 70여미터가 뒤쳐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으니까.
"다 비켜!!!"
달려. 뛰는 거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아직 누구도 골인 지점을 지나지 않았으니까!
"우와아아-!!!"
"꺄아아악!! 미쳤어! 미쳤어!!"
"뭐? 뭐야? 왜 저렇게 빨러!!"
내가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단 말이다!
쪽팔린 건 씨발 이제 지겹다고!!
바로 옆에서 수백명의 전교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함성소리가 전신을 뚫고 지나가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만을 머릿속에 그리며 달렸다.
그러자, 코너를 돌아 나올즈음 급하게 숨이 밀려오는 최익현의 뒷통수가 눈앞에 나타나고.
녀석을 넘어서자 멍청하고도 반가운 놈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마하야!! 조금만 더! 더! 더!!"
"오라고!! 빨리!! 새끼야!"
"하하! 야 이 미친놈아! 그걸 뒤집냐?"
하하. 박남수 병신아. 니네 팀이 지는데 왜 웃고 있는데?
한 감독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준비한 흰 선을 가슴으로 제끼며 골인.
대역전승을 이루자 반 친구들이 몰려와 헹가래를 해줬다.
"구마하! 구마하!!"
"외쳐 더 크게!!"
"구마하! 구마하!"
"더 크게 외치라고!!"
모르는 애들 투성이지만, 다들 우르르 벽을 둘러 쌓고 웃음을 지으며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도 친구들을 뚫고 다가와 칭찬을 해주셨다.
"마하야. 너 원래 이렇게 잘 뛰었니?"
"한 감독님한테 육상 배웠잖아요."
"어쩜 이런 재주가 있구나. 얘! 사람이 아니라 무슨 짐승이 달리는 거 같았어!!"
"선생님. 마하 짐승 맞아요."
"생긴 것도 짐승같이 생겼잖아요."
"아 시끄럽다고!!! 좀 저리 꺼져!"
주변을 돌려보니 익현이도 멀리서 쳐다보고 있는데,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었다.
스포츠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어찌됐든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너도 잘했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니, 저쪽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느정도 다들 흥분이 가라앉고 운동회를 마치기 위해 각자 반으로 흩어지는데, 한 감독님이 다가와 슬쩍 말씀하신다.
"너 원래는 출발선 어긴 시점에 파울이야. 홍팀이 이기는 거라고."
"아 감독님... 그냥 학교 운동회잖아요."
"어이고 이 한심아. 전국체전을 좀 그렇게 뛰지. 애들 노는데 힘자랑도 아니고."
"뭐... 그건 그냥..."
"그래도 잘했다. 멋있었어. 학교 운동회서 흥분되는 건 처음이다."
"고맙습니다."
승리의 맛.
이기는 기분.
천 하루의 밤을 보내지 않아도 좋다.
천일의 밤이라도 노력을 해보는 거다.
그러다보면 오늘 결승선을 통과했듯 올림픽의 브라끈을 젖히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