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승자의 품격 (7)
"아~ 새끼들. 한 시간만 더 있지 의리없게 지들끼리 가냐."
"가야지. 이때 아니면 언제 놀아 우리가."
결승 두 시간을 앞두고 한 놈 한 놈 이런저런 이유로 가버리더니, 마침내 진운이와 둘만 남게 되고. 뭔가 오늘 처음 본 애랑 계속 있기도 어색해 나도 감독님 곁으로 가볼까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하야...?"
"어.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
"난 최선을 다할 거야."
얜 또 왜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지?
고개를 돌려보니. 진운이의 눈빛에 뭔가 단단한 결의가 차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당연하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 마음이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응."
"너 빠르잖아. 오픈 코스 끝날 때 최대한 내 옆에서 멀리 가주면 안 되냐?"
"뭔 소리야 갑자기?"
800은 전략적인 경기였다.
운동장 두 바퀴 전후반 400 레이스의 균형을 다르게 뛰기도 하며, 작전이나 인코스 파고들기에 따라서 트랙 길이도 달라진다.
그런 가운데 오버페이스를 부탁하는 진운이.
착한 애 아니었나? 그런 애가 일부러 상대선수 컨디션 떨어지라고 저런 말을 한다고??
"왜? 뭐 있어?"
"없어. 간다. 잘 해. 아이스크림 잘 먹었어."
"야. 뭐야 갑자기?"
"그냥. 부탁할게."
* * *
"원반 끝나고 바로 들어갈 거니까. 800, 1500, 그리고 5000미터 선수들 준비해 주세요."
오후 시합을 앞두고 주최측이 시합일정을 알려주고갔다.
구마하는 어른들과 함께 있었는데, 한상률 감독이 콧김을 씩씩 거리며 말했다.
"자! 아무튼!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보는 거다.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나와 인마. 갑자기 애한테 부담을 주고 그래."
"왜? 뭐! 결승을 왔으면 당연히 끝장을 봐야지!!"
"비키라고. 마하야. 니네 선생 왜 이러냐?"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주영이 여러가지 체크 사항을 알려주었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그래도 순간순간 욕심이 보여. 낭비되는 자세가 많다는 뜻이야. 팔 너무 크게 흔들지 말라고 했잖아 체력만 떨어진다고."
"그래도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돼?"
"아니요... 죄송해요."
"페이스대로 가. 차라리 더 빠르게 뛰고 싶으면 초반부터 스퍼트를 올리든가."
초반 스퍼트라...
구마하는 김진운을 떠올리며 물었다.
"저 감독님. 아까 대한 체고 애를 만났는데요."
"음."
"걔가 좀 빨리 달려주면 안 되겠냐고 그랬거든요?"
"무슨 소리야 이건 또?"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주영은 상대 진영을 날카롭게 돌아보았다.
조영욱. 애들 시합에 이게 무슨...!
"..."
구마하도 이 감독의 감정섞인 기운을 바라보며 직감적으로 느낀다.
역시 뭔가 있구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였어... 과연 의인.
"저. 감독님?"
"마하야. 누가 그랬다고?"
"저기 끝에 있는 애요."
"그래..."
마하가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니고. 여기까지 해 준 것도 너무 기특하고 고맙기에 편하게 마무리 하길 바랬는데, 아무래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한 학생의 미래가 걸려있으니까...
목소리를 바꾼 이주영이 구마하를 돌아본다.
"이거... 아무래도 이겨야 할 경기 같다."
"물론이죠. 이길 겁니다. 우승해야죠!"
"훗. 자식."
지금까지 구마하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스승들을 만난 덕에 무리없이 시합을 즐겨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스승들도 대한 체고만 끼어들면 이상하게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 같다.
아니, 대한 체고가 아니겠지. 문제는 저 덩치 큰 감독이겠지.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물어볼까? 구마하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서울대 나오셨다면서요?"
"상률이가 그러냐."
"두분 다 공부 되게 잘하셨나 봐요. 서울대 아무나 가는 거 아닌데."
"우리야 공부가 중요하나 운동이 중요하지."
"그럼 대한 체고 감독님도 서울대 출신이세요?"
"녀석.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가지고."
구마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 감독은 내 고등학교 두 다리 윗 선배야. 그때도 참 지랄같은 인간이었지..."
"어? 한 감독님도 선후배 하는 거 같던데요?"
"상률이와는 태릉에서 만났어."
"네...?"
"왜?"
"한 감독님 국대 출신이셨어요???"
"말했었잖아. 대한민국 육상의 가능성이었다고."
"우와우~ 가능성이 그런 뜻일 줄이야. 전 좀 잘했다는 정도인 줄 알았죠."
대한민국은 학벌지상주의 사회다.
서울대란 배경에 뛰어난 실력.
한상률에겐 당시 언론의 지대한 관심이 모여들었다.
"완전 처음 듣는데요?"
"육상이 원체 비인기 종목이니까. 달리는 놈들 사이에서나 유명했던 이야기긴 한데."
그 정도를 갖고 유명세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않나 싶은 구마하지만, 이주영은 그정도 유명세도 누군가에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해준다.
"몸은 큰데 속이 좁은 어른이 있었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좁쌀만한 경쟁심리도 어떻게 운이 좋았는가, 지금은 많은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도자의 위치에 올랐지."
한상률은 언론의 관심과 기대를 끌어모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육상인들의 축제.
하지만, 결과가 기대만치 나오질 않았고, 세계라는 벽은 그들이 알던 것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레벨을 보여주었다.
"아. 예전에 세계선수권대회 말씀하셨던 적 있었어요."
"하하! 우리끼리 있으면 늘 자랑해. 그래도 우리 가운데 거기까지 가 본 놈도 상률이가 최초라."
대회를 마치고 초라한 모습으로 귀국한 한상률.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졌지만 잘 싸웠다는 주변의 위로가 아닌, 벼를 날만 기다리던 조영욱의 괴롭힘이었다.
"군에 있는데 상률이가 찾아와 그러더라. 스무살 넘어서까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고."
"..."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녀석도 은퇴를 선언하고 입대했다. 그렇게 우리는 체육을 떠나 교육계로 넘어왔지."
역시. 이분들의 스포츠철학은 아픔을 겪어 본 입장에서 풀리는 이야기였구나.
구마하는 여러 사정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제가 꼭 우승하겠습니다!"
"각오 좋다. 그럼 어떻게 우승할 거냐?"
"어... 아무래도 열심히 해야겠죠?"
이 감독님이 구마하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서, 시작부터 죽을 각오로 뛰어라."
"...네?"
늘 밸런스를 맞추라던 이주영도 오버페이스를 지시한다.
"마하야. 역시 너한테 가장 큰 약점은 경험이 없다는 거야. 다른 선수들보다 인사이드 자리싸움이 서투를 수밖에 없어."
800미터는 육상의 격투기라고도 불릴 정도로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구마하도 1,2차 예선전을 복기해본다.
인사이드로 몰려드는 선수들로 불규칙해지는 스탭과 간격. 몸싸움을 피하기 위해 아웃사이드로 물러난 그는 남들보다 70여미터는 더 되는 거리를 뛰어야 했었다.
"차라리 시작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 선두를 잡으면 몸싸움 할 일도 없겠지. 안 그래?"
"감독님. 제 체력이 버틸수 있을까요?"
"이놈아. 넌 운동장 100바퀴를 뛴 놈이야."
그러고보니 40키로 달리기도 해냈었다.
그때에 비한다면 800미터 두 바퀴는 초단거리에 불과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만, 김진운이란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1학년도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감독님... 애들 대회에서 그런 짓까지 한다고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인간들이 뭔 짓은 못 하겠니."
"..."
"그러니까 이겨줘야 한다는 거다. 너만 치고 나가면, 쟤들도 앞으로 양심을 괴롭힐 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버티고 또 버텨서 힘이 남는다면 단거리 우승자인 너에게 유리한 경기가 된다. 할 수 있다. 가봐라."
"네!!"
* * *
운동장에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없이 종아리를 풀고 있는 애들도 있고 여기저기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아이들도 있었다.
진운이 곁에는 대한 체고 코치님으로 보이는 젊은 선생님이 자리하고 계셨다.
갑자기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눈을 감고 기운을 꾹 눌러 담아 청력에 집중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너무 부담갖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후우~ 힘내라 진운아. 승태도 승태지만 선생님은 너 응원한다."
"고맙습니다..."
젊은 코치의 목소리가 꼭 뭔가 불편한 것들을 지시하는 듯한 미안함이 담긴 말투로 들렸다.
[6번 레인. 성남 영군고등학교 구마하.]
오른손을 번쩍 들며 출발위치로 걸어가자 곧이어 7번 8번 선수의 이름도 불렸다.
[8번 레인. 서울 대한 체육고등학교 김진운]
"..."
의인이 불의한 일에 빠져있구나.
이 감독님 말씀대로 이 경기 반드시 이기자는 각오로 임하자.
그것도 다시는 덤벼들지 못 하게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는 거다.
"준비"
초반 스퍼트.
치고 나간다.
빨리 선두를 잡는다.
내 앞에 아무도 두지 않는다.
탕!
가자!
* * *
미리 각오한대로 빠르게 달려 나가는 구마하.
단거리 우승자인 그가 손쉽게 첫 번재 코너를 지나 인코스로 파고들자, 관중석의 조영욱도 김진운을 돌아보았다.
"흠."
지가 알아서 저렇게 오버페이스로 가준다면 희생 작전도 필요 없겠군.
조 감독은 김진운에게서 시선을 때 유승태를 보았다.
승태의 강점은 후반부에 나오니까, 마지막 직선 100미터에서 승부가 갈리겠지.
오히려 제풀에 쓰러지면 우리한테 고마운 일이니까.
더 없이 흐뭇한 미소 속에 그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선수 관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800미터 결승을 지켜보고 있다.
각 학교의 선수. 지도자. 그리고 어린 중학교 선수들.
물론, 성운여고도 운동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구마하의 연인(?) 최다빈이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빨러! 너무 빠른 거 아냐? 왜 저렇게 오버해서 뛰지...?"
"다빈아. 야 왜 너가 긴장해서 그래? 쟤 알어?"
"어? 아니... 그냥..."
기연정의 질문에 최다빈이 어물쩡 넘겨버리지만, 옆에 있던 후배선수들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도 전 이왕이면 저분이 이기는 거 보고 싶어요."
"나도 나도!"
"왜?"
"너네는 왜?"
"멋있잖아요!!"
두 종목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
어린 선수들은 그가 보여주는 월등한 기량에 자신의 꿈과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늘 새로운 육상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땡땡땡땡~~!]
선수들이 400미터를 지나자 마지막 한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구마하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참아가며 레이스를 펼쳤다.
역시, 결승은 결승이구나. 이만큼 내공을 쓰는데도 거리가 벌어지질 않다니...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힘찬 발소리에 구마하가 다시한번 기운을 뽑아 속도를 올렸다.
"헉-! 헉--!"
유승태도 헐떡이는 숨을 참아가며 구마하의 뒷통수를 노려보며 달린다.
새끼. 적당히 물러서지. 고집스럽게 버티네...
시합은 체력 여하에 따라 선두 그룹과 하위권 그룹으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선두에는 구마하와 유승태. 마지막으로 김진운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막 두 사람을 따라잡으려 피치를 올리고 있었다.
"후욱! 훅! 헉!!"
다시 관중석. 시합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와 다들 미쳤는데...?"
"아무리 800이라고 해도 그렇지..."
800미터의 특성이 그렇지만, 지금 선수들은 초반 100~200 구간보다 400~500 구간을 더 빠른 속도로 통과중이다.
"마하야!! 얼마 안 남았다!!"
"마하 형! 파이팅!!"
한주 고 선수들의 응원 소리에 한상률과 이주영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한계 같은데?"
"다 왔어. 다 왔다. 마지막 코너만 지키면 너가 이기는 거야..."
수준급 선수들 가운데 이 정도 선두를 지켜 온 것만도 칭찬받아 마땅하나, 구마하는 다른 누구보다 승리에 목이 마르다.
그래서도 몰려드는 숨을 참아가며 더더욱 힘차게 다리를 뻗는다.
지적받은 팔운동을 몸에 바짝 붙이며 전략적으로 파고든다.
할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으니까.
"헉-! 허억!!"
"훅... 후욱...!"
마지막 코너.
유승태는 이러다 내가 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조급해 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지면 안 되는데... 그러면 큰일 나는데...
그때 유승태에게 경각심을 날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고 있어 새끼야!! 빠져! 빠져서 따라잡으란 말이야!!!"
유승태도 더는 안되겠다는 시선으로 아웃사이드로 눈을 돌리는 순간.
그보다 더 먼저 김진운이 몸을 뻗어 나섰다.
"헉! 헉?! 야. 비켜 씨발!!"
"후욱 후욱!!"
구마하가 선두로 직선코스에 돌입하고. 그를 이어 처음부터 아웃코스를 보고 있던 김진운이 모습을 나타냈다.
김진운이 구마하의 뒷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선수가 그동안 무명으로 있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그렇다.
시작부터 엄청 빠르게 치고 나갔지.
진짜 말도 안 되는 부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마하는 저렇게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유승태나 조 감독이 두렵지 않다. 지금 선두는 마하니까!!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따라잡는 몸짓 속에 김진운의 갈등이 사라져간다.
참고 억누르고 맞아가며 키운 실력이 아닌 진짜 선수를 보면서.
그를 이기고 싶다는 의욕이 선수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헉! 허억!!"
후발주자까지 직선코스에 돌입하며 선수들이 넓게 다이아몬드를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선두 두 선수를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운아! 가라!! 가!!"
"다 왔다 힘내!!"
조영욱까지 뒤늦게 우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수를 응원할 때, 사람들은 구마하를 지켜본다.
그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김진운과의 간격이 좁혀지고 있었다.
다들 단거리 선수가 여기까지 한 게 어디냐 하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투혼을 응원해주지만.
"으으읍!! 후읍!!"
구마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더 이를 악물고 온몸을 불사지른다.
이기고 싶다.
이길거야!
포기하지 않겠어.
난 10년을 기다린 끈기와 인내를 가진 남자란 말이다!!
그래서 결국 해낸(?) 남자 구마하. 그것도 두 사람(?)이나.
그의 끊어지지 않는 정신력에 보답하듯, 지쳐있던 팔 다리가 다시한번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어어어...?"
"뭐... 뭐야?"
"아직도 힘이 남았어??"
한상률과 이주영은 물론, 조영욱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눈앞에 벌어지는 풍경을 보면서도 믿기가 어렵다.
"훅!! 후욱- 하악!!!"
구마하가 힘찬 기합을 내지르며 앞선 그 어떤 구간보다 더 빠르게 치고나가 김진운과의 간격을 벌려버렸다.
압도적인 차이였다.
마치 그 혼자만이 방금 막 시합을 시작한 사람 같았다.
결승선까지 10여미터만 남긴 상황에서 구마하도 변화를 눈치챘다.
이건 뭐지 놀라운데? 호흡이 잦아지고 몸에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다.
아~ 형이 말했던 일 갑자에 달한다는 힘이 이건가?
이게 진짜 내공이구나.
지금까지는 껍데기에 불과했던 거야!
계속된 훈련 끝에 마침내 힘의 진원에 도달한 거였어!!!
몸이 한계를 넘어설 때 육체는 감춰진 진가를 들어내는 법이라고들 한다.
바람 소리를 내며 구마하가 결승점을 통과.
1:50:45
준결승에서 7초가 줄어든, 말도 안 되는 기량을 선보임과 동시에, 오늘 또 하나의 대회 신기록이 탄생했다.
"헉. 하하~ 헉- 허억. 헉... 카하하하~"
운동장에 벌러덩 드러누운 구마하가 시원하게 웃는다.
감히 내가 있는 곳에서 개수작을 부리려 하다니.
인간들이 품격있게 놀아야지.
에이스는 에이스의 숙명이 있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