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반짝반짝 작은 별 (8)
"축하한다. 잘 뛰더라. 너."
"고... 고맙습니다."
누구신지는 몰라도, 뭔가 당당한 목소리나 자세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숙이게 만드는 포스가 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한 감독님께 '누구세요?' 라는 눈빛을 건네자, 감독님도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씀하신다.
"천병욱 선생님이시라고. 내 국대 시절 감독님이셨다."
"어우! 어우우!! 그... 그럼 태릉?!"
"하하하~ 오래 된 이야기지. 지금은 연맹에 몸을 두고 있네."
"아우! 이거 제가 절이라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닌지...!"
"야. 야 뭐해 일어나."
"하하하! 녀석 아주 에너지가 활기차구나."
장난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는 몸짓이었다.
감독님도 어려운데, 그보다 더 높은 대감독님이라니. 이것이 무림에서 말하는 대사부? 지존?
"아 안녕하세요. 우와... 태릉... 오오~"
"후후. 마하야 태릉에 관심있니?"
"그럼요. 우와... 저 감독님?"
"왜?"
"아... 악수 한번만 부탁 드려도 괜찮을까요?"
"하하하! 안 될 거 없지! 자!"
꾸벅꾸벅 조심스레 손을 내밀자 대사부님이 힘차게 잡아주신다.
역시 선수는 나이를 먹어도 선수구나. 손 힘이 어우야.
"남은 경기도 힘내라. 지켜보마."
"네."
"난 선생님 모시고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저녁 먹고 들어가서 쉬어라."
"네. 저 근데요 감독님? 저 저녁 친구들이랑 먹기로 했는데."
"알아서 해."
"후후후. 마하야."
"네! 대사부님?"
"단거리 우승 축하한다."
어른들을 먼저 보내드리고 숙소로 돌아와 옷 갈아입고 다빈이를 만났다.
"진짜로~♡ 너네 선생님 약속 있어서 갔다고?"
"음."
"언제 오신데? 오늘도 늦는 거 맞지?"
"으음..."
"왜? 뭐 있어?"
"저기 다빈아."
"응?"
"우리 오늘은 그냥 밥만 먹고 들어가자."
"왜!?"
"어우 깜짝이야...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그래도. 같이 있고 싶은데..."
"아니. 나도 그러고 싶은데 뭔가 딴 짓 하면 안 될 거 같애."
한 감독님 분위기가 우승했다고 신나 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뭔가 마지못해 따라가는 듯한 느낌?
예상보다 빨리 돌아오실지도 몰라 오늘은 그냥 넘기자는데. 다빈이는 아픈 강아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낑낑 거렸다.
"싫어~ 같이 있고 싶다고."
"근데, 어제도 얘기했잖아. 나 잠깐 기자들이랑 얘기 했다가 그거 가지고도 뭐라 하는데, 너랑 있다가 걸리면..."
"아 그건 그거고..."
"올라가서 봐. 오늘은 밥만 먹고 들어가고. 너도 지난번이랑 다르게 숙소 멀잖아. 돌아갈 시간 따져야 될 거 아냐."
"아 몰라!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니까 그러지!"
"야. 나도 너랑 같이 있고 싶다니까! 왜 나한테 화를 내."
"미리 말을 해주든가..."
"미안. 근데 어쩔 수 없잖아... 언제 돌아오실지도 모르는데."
"..."
* * *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한주 고등학교 이주영이라고 합니다."
"음. 이 선생. 애들 가르치느라 고생이 많지?"
"아닙니다. 재밌는데요."
"그래. 일단 들지. 오늘도 다들 고생했어."
천병욱과 한상률 그리고 이주영이 조용한 식당을 찾았다.
초록 병이 가볍게 돌아가며 천병욱이 먼저 묻는다.
"이 선생은 아깝지 않어?"
"마하 말씀이십니까?"
"어려운 결정했더만. 대단한 희생정신이야."
"별 수 있겠습니까. 억울하면 친구를 잘 사귀었어야죠."
"..."
"웃어. 농담 삼아 한 말 가지고 왜 그래."
"밥이나 먹어 새끼야..."
"하하하~ 그래도 이렇게 인재를 키워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뭔가 마하 녀석은 처음부터 천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률이가 재능을 잘 봤죠."
"그 친구는 축구나 다른 운동을 하고 싶어하진 않던가?"
"처음부터 육상하고 싶다고 찾아 왔어요."
"어떻게 또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
"단순한 놈입니다. 운동 시작한 계기도 별 거 없고요."
한상률의 이야기에 천병욱이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서? 아직도 연맹이 그리 못 미덥니?"
"그거야 뭐. 겪은 게 있지 않습니까."
"후후. 녀석. 이 선생 생각은 어때?"
"뭔가 빠르게 답하긴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 자리도 그렇고. 같이 있는 사람도 그렇고..."
"니가 언제 내 눈치를 봤다고. 편하게 얘기해. 뭐 어때."
"그래. 편하게 말해 봐. 현직에서 새싹을 키워내는 시각은 어떤지 나도 한번 들어보고 싶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이주영이 당당히 소신을 밝힌다.
"연맹은 전격적으로 의지할 순 없으나,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중요한 존재라고 봅니다."
"음."
"뭐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박쥐 새끼 마냥."
"박쥐같이 살아야 돼. 연맹이 없으면 선수도 없어. 그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야."
"후우..."
"그렇지. 필요악. 그게 연맹이 존재의 의미지."
천병욱이 술병을 들며 무거운 의견을 받아들인다.
"연맹은 사회다. 사회가 없는 이들은 개인으로 분리 될 수 밖에 없어."
이주영의 잔을 먼저 채워주고 한상률에게 술병을 건넸다.
한상률도 예의있게 작은 술잔을 들어 올렸다.
"연맹이 없음 구마하란 친구도 그저 뜀박질 잘하는 학생에 불과하겠지."
"그렇겠죠..."
"그러니 상률아. 고집 그만 부리고"
"그런데요 선생님. 저는 사회란 변화하는 존재라고 봅니다."
"흠."
"문제가 있으면 바꾸려고 노력하고. 똑같은 문제가 다시 나오지 않게 예방책을 마련하죠. 그렇게 발전을 도모하는 게 사회 아닐까요?"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 이주영이 그를 말렸다.
"야. 왜 그래 또..."
"가만있어. 선생님 저도 연맹이 존재해야 한다는 건 동의합니다."
"그래."
"저 역시 마하가 좋은 선수가 되고 태극마크를 달아 멋진 결과를 내길 바라고 있어요. 선생님이나 다른 많은 분들이 노력하시는 것도 압니다."
"..."
"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빠르게 변화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아는데, 그런데도 참 어렵습니다... 우리만 되는 게 아니니까요. 언론도 그렇고..."
"마하가 상률이 첫 제자라 더 그럴 겁니다. 이 녀석 마음도 이해해 주세요."
"알고있네."
술병을 내려놓은 천병욱이 잔을 들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이 녀석도 나의 대표팀 시절 첫 제자였으니까."
"..."
"건배하자."
세 사람이 조용히 술잔을 부딪혔다.
"늘 너에겐 빚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
"상률아. 인간 천병욱이 아닌 내 마음의 부채 의식을 믿어 보거라. 그건 믿어도 좋다."
"우리 마하 잘 부탁드립니다..."
* * *
다음 날 800미터 예선.
"컨디션은 어떠냐?"
"괜찮아요. 근데 감독님 오늘 올라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큰 손님이 있으니. 너만 두고 갈 수 있나. 학교엔 이야기 했어."
구마하는 운동장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혹시 오늘도 그 분 오셨어요?"
"누구? 천 선생님?"
"네."
"어딘가 보고 계실 거야."
"우와... 태릉에서 나를..."
그래. 이게 바로 태릉이 가진 힘이다.
나도 그랬었다. 그들의 눈에 띌 수 있다는 것 하나가 희망이자 운동의 목표였었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결국 마하의 운명이 결정할 일이다.
"아무튼, 지금은 시합에 집중하고."
"네!"
800미터 예선을 좋은 성적으로 마감하는 구마하.
천병욱도 객석에 앉아 국가대표 코치들과 여러 상황을 의논하고 있었다.
이주영이 멀리서 그들을 알아보며 한상률에게 다가온다.
"저 정도면 거의 확정이라고 봐야겠지?"
"음."
"야. 진짜 그렇게 싫으면 애한테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해."
"됐어. 니 말대로 저 녀석이 결정할 문제야. 내가 나설 수 있는 게 없어."
800미터 결승 시작.
천부적인 재능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구마하는 또 한번 800미터 우승을 해내며 단거리와 중거리의 실력을 입증해냈다.
시합을 마친 마하에게 천병욱이 사람들과 함께 다가온다.
"잘했다! 정말 훌륭하구나!!"
"고맙습니다."
"땀 좀 닦고. 어이~! 누구 수건 가진 사람 없나?"
"하하... 아 괜찮은데..."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가 나타나다니!
넘쳐나는 재능에 천병욱이 감탄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기쁨에 겨운 모습으로 마하의 손을 굳세게 잡았다.
"마하야."
"네. 대사부님."
"하하! 그래! 니가 좋다면 내가 대사부님이 되어 주마!!"
흔들흔들 악수를 나누며 미래의 인재에게 말한다.
"다음 달에 우리 연맹은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과 해외 시합을 나갈 거야."
"해외요?"
"음!"
구마하는 한상률을 돌아보며 이게 무슨 뜻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올림픽에 가려면 국제대회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언제 한번 이야기 해줬었지?"
"네."
"그래. 방금 한 감독이 말한 포인트를 확보하러 가는 길인데, 어떠냐? 같이 가보겠니?"
"제가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혀 가는 거다. 물론, 그 전에 태릉에 모여 훈련을 해봐야겠지?"
"..."
구마하가 주변을 둘러본다.
낯선 얼굴들. 기대에 찬 눈동자들. 강인해 보이는 얼굴들.
그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제가 태릉에서 운동을 한다고요?"
"그렇다니까."
"그럼... 합숙하나요?"
"하하! 당연하지."
천병욱의 곁에 있던 지도자도 웃으며 다가온다.
"구마하 선수. 자네한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운동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제시될 거야."
국가대표를 양성하는 곳 태릉선수촌.
엘리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들을 모아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곳.
구마하는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저... 꼭 가야 되나요?"
"뭐?"
손을 잡고 있는 상대는 국가대표 감독 출신이자 육상연맹의 천병욱 전무였다.
누구도 학생인 구마하가 그의 제안을 거절하리라 생각지 못 한 상황에서 나온 대답이었다.
"아니. 저도 태릉은 가고 싶은데, 당장은 조금..."
"왜?"
"그게... 거기 가면 쉽게 못 나온다고 들었거든요."
"그렇지... 지금은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저... 이거 제가 거절할 수 있는 건가요?"
천병욱과 태릉 관련 사람들은 물론, 한상률도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야. 너 왜 그래?"
"음... 그러게. 혹시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그게. 아직 제가 시합이 남아서..."
"..."
"제 시합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고요한 폭풍이 지나갔다.
천병욱과 태릉도 별다른 소득 없이 물러나야 했다.
당사자가 싫다는 데, 억지로 끌고 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노을이 저무는 운동장에서 한상률이 구마하를 앉혀놓고 물었다.
"왜 거절했어?"
"감독님이 오기 전에 누가 뭐라든 시합에 집중하라고 하셨잖아요."
"..."
순간, 이 자식 지금 개기는 건가? 싶지만, 어찌됐든 본인이 한 말을 선수가 지켰으니 한상률도 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니. 그래도 아까는 막 기대하는 눈치고 그러더니?"
"설마 바로 그렇게 따라와라 할 줄은 몰랐죠."
"허허... 이 자식..."
"감독님. 저 이대로 제명 당하고 쫓겨나는 건 아니겠죠? 그쵸?"
"아무렴 그러기야 하겠냐. 니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시합에 집중하고 싶다는데."
"그렇죠? 아 괜히 쫄리는데..."
한상률도 가만히 지켜보다 묻는다.
"올림픽 가기 싫어?"
"아니요."
"근데 왜?"
"아. 그게..."
"혹시, 여자친구 때문에 그러냐?"
"아니요! 아니... 그것도 조금은 있지만..."
구마하가 조심조심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꺼내 들었다.
"감독님. 저 실은요...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는데요."
"뭔데?"
"저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요."
"진심이냐?"
"네. 이번에 나와서 시험해 봤는데, 될 거 같아요."
"..."
"올림픽도 태릉도 놓치고 싶진 않아요... 그렇지만..."
"환경이 바뀔까 그게 걱정되냐?"
구마하는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지금이니까 되는 건데. 가면 아무래도 정말로 '운동'만 해야 될 거고... 그럼 또 뭔가 틀어질 거 같고..."
"이 자식 이러니 저러니 결국 여자친구 맞았구만."
"그게 왜요?"
"뭐?"
"연애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마하야..."
"감독님. 제가 누굴 괴롭히거나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 진짜 운동 잘 할 수 있거든요. 근데 여자친구는... 죄송해요... 그냥 지금이 좋아요..."
승리의 영광보다 사랑(?)이 우선이란 말인가?
이유야 어찌됐든 선수의 컨디션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나저나 황당한 이유구나.
여자친구 때문에 태릉을 거절하다니.
그러면서도 원하는 것을 달성하겠다니...
마하의 이야기를 되집어 보던 한상률은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하하하. 크하하~!!"
"감독님?"
"아하하하! 이런 얼빠진 자식을 봤나!"
그래. 운동하는 놈들이 별 수 있나. 계산 할 줄 몰라. 그저 본능을 따를 뿐이지.
그는 교육자가 되어서도 체육계을 관찰했다.
한발 물러나 바라보니 그곳이 가진 문제점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체육인들은 너무 참는다.
작은 성공과 영광을 찾느라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인간의 삶을 등한시 한다.
초인적인 인내는 발전을 끌어당기지만 그 속에 개인의 행복과 감정이 사라지고.
그렇게 어른이 된 체육인들은 자신의 과정을 후배들에게 답습 시킨다.
물론, 정답은 없다.
오직 구마하가 사랑과 승리 두 가지를 양립하겠다는 큰 도전만 남을 뿐이었다.
"하하하! 그래. 그것도 선택이지. 누가 뭐라고 하겠냐."
"감독님. 안 그래도 저 오늘도 저녁 친구들이랑 먹기로 했는데요."
"친구들이냐? 다빈이냐?"
"아. 그게... 다빈이랑 동민이 소개팅 시켜주기로..."
"근데, 동민이 아까 주영이가 애들이랑 다 같이 피씨방 간다던데?"
"..."
"크하하! 이 녀석아. 너 자꾸 이렇게 살살 거짓말 할래?"
"정말 밥만 먹고 올게요! 다빈이가 진짜 너무 졸라대가지고..."
"그래. 다녀와라."
"정말요?"
"돈은 있어?"
"네. 형이 용돈 줬어요."
한상률이 지갑에서 이만원을 꺼내 건네줬다.
"고맙습니다!"
"사고치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
"네!!"
"아이고... 이 자식."
한상률이 담배를 꺼내 물며, 친구 이주영이 건네주었던 이야기를 돌이켜 본다.
'너의 마음이 선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걱정마라. 이 녀석이라면 스스로 태극기를 걸어 보일 테니까."
그래. 내가 바라던 선수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인성과 실력이 비례하는 인물. 진정한 스타!
한상률은 큰 마음으로 제자의 미래를 그렸다.
"선생님. 접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아니다. 그녀석도 여러모로 놀라서 그랬겠지."
"가시는 길이신가요?"
"음. 톨게이트 지나고 있는데, 차가 많이 막히는구나."
"저 선생님. 연락 드린 건 다름아니라,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뭐냐?"
올림픽에 가는 방법은 국가대표가 되어 훈련과 국제대회 포인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 사항이 하나 있다.
"초청선수 한 자리만 빼주십시오."
"마하를 초청선수로 부르잔 말인가?"
"네."
신을 향한 제천행사로 치러지던 올림픽은 현대에 들어와 아마추어들의 무대로 부활되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르게 현대의 올림픽은 국제적인 이벤트로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빨아들인다.
국가 간 자존심. 대기업의 홍보 시장. 넘치는 권력 속에 점점 선수들은 전문화 되고 프로만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올림픽엔 프랑스의 교육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정신이 살아있었다. 그것이 각 나라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 존재하는 초청선수 티켓이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건 알지만 초청선수 자격을 얻기에는..."
"9초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대신, 비공식으로요. 아직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지금 확답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더 태릉으로 와야지!"
"선생님 이건 제 고집이 아니라는 걸 아까도 보셨잖아요? 선수 본인이 결정한 문제라고요."
"으음... 그 선생에 그 제자라고..."
"녀석은 행복할 때 실력이 오르는 놈이에요. 제가 잘 타일러 볼테니 연맹을 설득해 주세요."
"그럼 선수 선발전을 치루고 나오든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알겠다. 준비되는 대로 연락해라. 9초라면 연맹도 거부할 순 없겠지."
"그리고 하나 더요."
"또 뭐냐?"
"만약, 이 녀석이 올림픽에 가게 된다면, 제가 코치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음. 그래 알겠다. 안 그래도 일손 딸려 죽겠는데."
"연맹에 들어오라고요?"
"당연하지. 언제까지 니 좋을대로만 살려고 그랬냐."
"알겠습니다."
바라던 바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