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1)
6월 말. 선수선발전을 마친 육상 연맹 인사들이 대회의실에 모였다.
"마지막으로 장대높이뛰기까지. 모두 서른 명의 종목별 대표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무님. 대회 운영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아테네 개막까지 남은 시간 60일.
회장은 전무이사 천병욱에게 전권을 넘겨준다.
"현장은 현장이 아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경영팀들. 앞으론 더더욱 대표팀 운용에 코치님이나 집행부에 쓸데없는 입김 넣는 일 없도록 주의해 주세요."
회의를 마치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동하는데 천병욱에게 박문기가 찾아왔다.
"전무님. 잠시만요."
"네. 부회장님."
"아이고 이거 위에서 딱 잘라놓으니 무서워서 다가갈 수 있나."
"하하.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박문기가 지난 번 올린 보고서를 언급한다.
"초청선수에 그 친구 이름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그 구마한가 뭔가 하는 애."
"아. 아무래도 재능이 뛰어난 친구다 보니까 다음 베이징을 위해서라도 미리 큰 무대를 경험해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원래 그렇게 하는 건가요?"
"그럼요. 초청선수라는 게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 나누어주는 초대장 아닙니까."
수영이나 기타 다른 종목들도 어린 친구들에게 세계적인 무대를 경험시켜준다. 올림픽의 맛만 보더라도 동기부여는 충분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십쇼."
"네. 그럼."
망할놈의 새끼. 끝까지 겐세이를 치는구나.
두고봐라. 마하가 본선만 진출하면 그날로 모든 설움은 끝이다.
천병욱의 미소 뒤에 서슬퍼런 칼날이 벼려지고 있었다.
"흠."
하지만, 박문기는 눈치가 있는 인물이다.
에둘러 말하지만, 그러기엔 뭔가 있어 보인단 말이지.
평사원부터 시작해 대기업 임원까지 올라간 감각이 구마하에 대한 관심을 끌어당긴다.
"어떻게 생각해요? 초청장 한 장의 가치를 해줄 수 있을까?
박문기가 그와 가까운 사람들을 사무실로 불렀다.
"이 친구 이름은 저도 들어봤습니다."
"네. 큰 문제 있겠습니까? 그래도 천 선배가 사람 보는 눈은 있는 분인데."
"어찌됐든 고교신기록을 달성했으니까요. 세 종목 메달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가서 일들 보세요."
박문기는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한숨을 내쉰다.
이래서 운동만 한 사람들과는 대화가 통하질 않어. 인간들이 쓸데없는 욕심이나 부리고 막상 기회다 싶은 걸 잡지 못 해.
한국에서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과 IOC의 기준을 넘어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지난번 천병욱이 들려준 것과 같이, 최종 선발에 있어선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과감하게 초대장을 써서 무명의 선수를 불렀다?
뭔가 있다는 말이지.
대체 뭐하는 놈인지 미리 얼굴 좀 봐두면 좋겠는데.
"뭐? 태릉에 없다고?"
"네. 그 친구는 아무래도 자격도 자격이고, 따로 개인훈련 한다고 합니다."
"..."
오호라~ 그럴싸한 변명까지 써가며 보호한다?
이거 정말 놓칠 수 없는 이야기로구만.
* * *
미지의 선수에 대한 관심은 육상연맹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었다.
NICE 코리아 본사.
"그래서?"
"그래서. 이두희 대표팀 감독까지 나서 서 메디컬 테스트도 마쳤다고 합니다."
"흠."
"무엇보다 기록이 우리의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기록이라..."
아무리 조용하게 움직여도 그림자가 따라온다.
무엇보다 비공식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입에 자물쇠를 걸어도 흘러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친구라면 연맹측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그래서도 더 감추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
직원들도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경력이 짧아 검토가 필요하지만, 그 짧은 경력에서도 기존 고교신기록을 갈아치우고, 단거리 중거리 두 종목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가졌다는 게 높은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디아다스에서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계약을 맺어두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다양한 욕망이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기업도 연맹도 모두가 새로운 꿈과 미래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선수는.
"태윤아. 뭐하냐?"
"어. 왔냐."
쉬는 시간, 친구 김태윤을 찾아가 매점으로 불렀다.
* * *
"이번 주말? 토요일? 뭐 없지. 왜?"
"그냥. 애들이랑 노래방이나 갈까 해서."
"노래방말고 다른 데 가면 안 되냐? 지겨운데."
"미친 새끼. 지가 맨날 노래방 가자고 그러면서."
"하하하! 진짜 어이가 없다니까. 가잘 때 안 가고 왜 늦게와서 지랄인데 "
정석이도 부르고 남수도 불렀다.
다들 주말에 놀자는데 찬성하고 있었다.
다만, 갑자기 왜냐는 질문을 하는데.
"그냥. 하루 정도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싶어서."
"오~ 너도 지치는 때가 오는구나?"
"그래. 씨발 좀 놀자. 사람이 놀 땐 놀아야지."
"아무튼, 토요일이라고? 학교 끝나고 바로 나가면 되겠네."
비공식 테스트를 마치고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만 잠실이고, 800미터 땐 한체대 운동장을 쓰기도 했고, 병원도 찾아가 신체검사와 체력테스트도 가졌다.
내가 태극마크를 단다.
단복은 국가대표팀이 정식 발족하는 7월에 나눠주신다고 했지만 확실한 대표팀이 됐다.
누구보다 우리 친구들에게 먼저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토요일 방과 후. 학교 근처 패스트 푸드 점.
"야. 먹으면서 들어라."
"뭐? 설마 이것만 니가 사고 나머지 뿜빠이 하자 이런 거냐?"
"아니라고 새끼야. 아 씨발! 아무렴 내가 니네 불러놓고 돈 쓰라고 하겠냐고?"
"뭔데? 너 또 여자친구 사겼어?"
"아니. 나 대표팀 됐다고."
"무슨 대표?"
"뭐? 이번엔 어디 단체시합 나가냐?"
그나마 남수가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너 설마... 국가대표?"
"어. 나 올림픽 간다."
그제서야 태윤이랑 정석이도 감자튀김을 놓고 쪽쪽 거리던 콜라를 내려놓으며 돌아본다.
"잠깐만... 진짜로?"
"응. 그래서 나 다음주부터 훈련 때문에 학교 못 나와."
"야. 그럼 출석은?"
"하하! 이제와서 출석 걱정 너무 늦은 거 아니냐?"
올림픽에 간다는 말에, 친구들도 처음엔 벙찌는 얼굴을 하더니 금새 목소리 데시벨이 확 올라가기 시작했다.
"야 이 씨발! 넌 그런 걸 왜 이제야 말하는데!!"
"뭐래. 이제야 확정이 됐으니까 그러지. 친구들 중에서 니네가 젤 빨리 아는 거야."
"야. 미친놈아. 니가 진짜로 올림픽을 간다고?"
"그렇다니까."
"마하야. 그럼 초청선수는 대표팀이랑 다른 거야?"
"하는 건 똑같은데, 난 개인훈련으로 빠지기로 해서. 아마 대표팀 합류는 출국 때나 되지 않을까?"
"미친 이거 진짜냐? 진짜로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국가대표가 나왔다고??"
"우와... 이 짐승같은 새끼... 널 대체 어따 써먹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라에서 부르다니..."
"하하하! 생각해보니까 황당하긴 하네. 아무튼 대단하다. 올림픽 간다더니 진짜로 가? 크하하하!!"
친구들은 평상시보다 더 크게 웃었다.
물론 욕도 평상시보다 80% 정도는 더 늘어나긴 했지만...
정석이와 남수가 작년 이맘 때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난 그때부터 이 새끼 운동한다고 했을 때 뭔가 일 칠 줄 알았어."
"꺼져 병신아! 너 그때 남수한테 전화해서 존나 지랄했었어!!"
"하하! 맞어. 이 새끼 뒤늦게 지한테 유리하게 기억 왜곡하고 있어. 간사한 새끼."
"뭐 씨발! 내가 언제?!"
태윤이도 최근 기사에서 봤다면서 말해준다.
"마하야.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메달 따라. 그거 완전 대박이더라."
"넌 메달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아냐."
"왜? 메달 따면 뭐 줘? 연금주고 땡 아냐?"
"야. 근데 그거 진짜 금이냐?"
"아 새끼들 말 존나 많네 진짜."
나도 잘 몰랐는데, 태윤이가 말해주길 연맹에서 메달 획득에 10억. 한국 신기록만 넘어도 1억이란 포상금을 나눠준다고 했단다.
쳇, 빌어먹을 11억 날렸구만...
"진짜? 구라치지말고 진짜?"
"그럼 메달 별로 그렇게 주는 거야?"
"몰라. 쟤한테 물어봐. 내가 선수냐."
"모르겠다. 난 상금은 별로."
"하긴, 넌 처음부터 목적이 돈보다 여자였지."
"크하하하! 야 너 그러다 올림픽가서 진짜 해보는 거 아냐?"
남수를 슬쩍 돌아보니, 두 녀석 모르게 끄덕끄덕 고개를 흔든다.
고맙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엔 입이 무거워지는구나.
"다빈이랑도 그래서 깨졌구나. 존나 아깝다. 애 이뻤는데."
"뭐 꼭 올림픽 때문은 아닌데. 훈련에 집중해야지."
"잘했어. 남자는 능력인데. 넌 이제 메달 따고 존나 박아댈 일만 남은거야. 왜 한 사람한테 매달려?"
"크하하! 미친새끼!"
"야. 마하 걱정말고, 우리나 신경 써. 수능 반년도 안 남았어."
정말 오랜만에 다 같이 쇼핑도 다니고 오락실도 들리고 피씨방도 갔다가 태윤이 좋아해 마지않는 노래방도 들려 원 없이 소리지르고 왔다.
"그럼 아에 학교를 못 오는거네."
"음. 7월부터는."
"기말은?"
"재끼는거지. 어차피 이제와서 나한테 내신이 큰 의미가 없잖아."
"진짜 멋있다. 부럽다 씨발. 고3에 꿈을 이루다니."
"꿈을 이룬 건가?"
나의 꿈. 올림픽 선수촌 입촌. 그리고 올림픽 공식 콘돔 사용.
물론 뭐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이제와선 올림픽을 가는 것도 맞지만.
메달도 따고 싶다. 메달을 거부할 선수가 어디있단 말인가.
다만, 선수선발전이나 대표팀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올림픽에 나가게 되니까, 어딘가 연맹에 빚 진 기분이 들어 감히 내 욕망을 챙기질 못 하겠다.
미친 듯이 하고싶어 죽을 거 같아도, 주변의 시선이나 기대감이 옴짝달싹 못 하게 묶어 놓는 기분이었다.
7월. 담임 선생님에게 허락과 축복을 동시에 받으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한 감독님과 개인 면담 시간을 가지며 다음 훈련 일정에 대해서 전해 듣는 자리였다.
"이현석 교수님이라고. 두희 선배나 나 사이에 가교역할을 해줬던 분이 계시거든, 그분이 이번에 연대로 옮기셨는데."
연세대학교 체육과 교수님으로 재직중인 분의 도움을 얻어 신촌에서 훈련을 가진단다.
와~ 신촌이라. 한국 여성들의 자존심 이화여대가 있는 곳 아닌가. 연대도 거기 있었구나.
"제가 그런데서 운동해도 돼요?"
"그럼. 학생들도 방학이고. 운동부는 전지훈련 나가서 한산한가 봐."
"저는 한체대로 갈 줄 알았는데."
"한체대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거기는 아무래도 현역 선수들이 많고 여러모로 눈치가 보일 거 같아서."
"눈치라... 흠..."
"너도 알다시피. 좋게 말해 승부욕이지, 이 바닥에 질투심 강한 애들이 많다. 다른 걸 떠나서 운동만 집중하라고 일부러 이 선배한테 널 부탁드리는 것도 있어."
"매일 신촌으로 왔다갔다면 빡시겠네요."
"아니야. 연맹에서 학교 근처 방 하나 얻어줄거야."
"네? 저 자취하라고요?"
"그렇지. 여기서 거기가 어디라고 매일 왔다갔다 할 거야. 몸 상하게."
"..."
오호라~ 자취라.
아니지. 좋아할 게 아니구나. 나 여자친구 없지...
"형님이랑도 잘 이야기 해보고. 운동만 집중하라고 다들 신경써주는 거니까."
"감독님은요?"
"난 학기말 까지는 학교에 붙어야지."
"그럼 저 혼자 가서 운동하라고요?"
뭘 그렇게 놀래? 평상시도 혼자 잘 하고 있었잖아? 하시지만.
"아니. 그래도. 거긴 모르는 동네기도 하고."
"이 선배가 다 챙겨 줄 거야. 그리고 마하야. 비공식이라곤 해도 너 지금 세계신기록을 냈어. 누가 널 가르쳐? 나도 좀 부담된다."
"..."
"걱정마라. 먹는 거 자는 거. 다 주변에서 알아서 해줄 거다."
다음 날엔 한 감독님과 함께 연세대로 건너갔다.
"와... 여기 엄청 화려하네요. 사람도 많고."
"후후. 그래서도 연대가 고대보다 인기가 좋은 것도 있지."
"고대. 고대는 태릉 근처에 있죠?"
화려함이 넘치는 동네에서 새로운 코치님도 소개받고 훈련 시설도 안내를 받았다.
"이야기는 들었다만, 얘 진짜 고등학생 맞냐? 몸이 장난 아닌데?"
"이 녀석 근력운동에 꽤 공 많이 들여요."
"으음~ 보기보단 노력형이구나?"
"그냥 재밌어요. 몸도 튼튼해지고"
"그럼 체력단련실 열쇠도 따로 줄까?"
운동으로 유명한 대학이라 그런가 시설이 장난 아니다.
한주 고는 말 할 것도 없고, 동네 헬스장에서도 못 본 기구들이 넘쳐난다.
이 교수님 한 감독님. 다 같이 학교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앞에 정장을 입은 어른들 몇 분이 우리를 알아보며 다가오셨다.
"누구십니까? 여긴 외부인이 못 들어오는 곳인데."
"실례합니다. 구마하 선수 지도자 되시죠?"
"어디서 나오셨습니까?"
"NICE 코리아에서 왔습니다."
"어이고... 대체 어떻게들 알고."
스폰서 쉽을 맺지 않겠냐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중엔 훈련지원비라는 것도 있는데.
"허허. 이거 참. 나는 빠진다. 상률이 니가 지도자니까 알아서 해라."
"감사한 이야기지만. 우리 선수는 아직 고등학생이라서. 이런 금액은"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선수가 실력이 우선이죠."
"..."
"마하야. 어떻게 할래?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저. 하나만 여쭤볼게요."
"네. 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메달 못 따면 이런 거 다 돌려드려야 하는 거죠?"
"괜찮아요. 우리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거니까."
우리 형제는 어른들 없이 성장했기에, 웬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자립심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만 잘하면 옷도 주고 신발도 주고 다 준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보이질 않는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저도 대회 앞두고 신발 새거로 사려고 했는데."
"그러고보니까. 마하 선수는 그동안 신발 뭐 신고 있었어요?"
동네 마트에서 싼 걸로 사서 신고 있었다니, NICE 사람들이 기겁을 한다.
"어우! 이런 거 신으면 발 다쳐요!! 시간 괜찮으면 바로 우리 사무실로 가요. 발 몇 신어요?"
"2... 280요."
"하하! 마하 이 녀석 좋겠다."
나이스 본사에 들려 열 종류 넘짓한 신발들을 꺼내놓고 선택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 신제품 같은데, 뭔가 뭔지는 모르겠고 그냥 젤 비싼 걸로 골랐다.
"뭔가 어안이 벙벙하네요... 감독님."
"익숙해져라. 그나마 이것도 우리가 막아줘서 이정도다."
"..."
"메달이라도 따오면 세상이 뒤집힐 거다."
"부담되네요."
저녁엔 숙소를 찾아갔다.
대학가 원룸촌에 있는 곳인데 깔끔하고 아담한 분위기였다.
"당장 오늘부터 잘 필요는 없어. 짐 챙겨서 내일 다시 와도 돼."
"괜찮아요. 보니까 이불도 있고 그릇도 있고. 칫솔은 사면 되고. 오늘 운동복이랑 신발도 생겼는데, 그냥 당장 내일부터 훈련하겠습니다."
"그래. 형님한테도 꼭 전화하고."
"네. 감독님."
"학교 일 마무리 짓는대로 또 오마. 아까 이 교수님 연락처 받았지?"
"네!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한 감독님을 바래다 드리고 다시 숙소를 찾아왔다.
중간중간 커플들이 집으로 들어가거나 데이트를 즐기러 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제발 우리 집은 방음 잘 되는 곳이길...
그러나 역시나 기대는 예상을 웃도는 법.
"아~ 아! 오빠~~! 살살!"
옆방 커플의 삐걱삐걱하는 침대 소리와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가슴을 적신다.
와 아까 잠깐 봤는데, 존나 평범하게 생긴 누나가 이러다니...
대학생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걸 소리로 듣는 것도 다르다.
미치겠네. 소리만 들리니까 그게 더 꼴리는 거 같애...
젠장! 난 아직 금딸중이라고!!
"아우 씨발!"
이런 데서 메달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운동을 하라니...
고난의 연속이로구나. 하지만, 이것도 올림픽으로 가는 길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참자. 똘똘아. 참는거다. 난 인내의 구마하니까. 포기하지 말고 참자."
펄떡거리는 녀석을 달래주지도 못한채 밤을 청했다.
대신 한 가지를 약속해줬다.
기다려라. 두달 뒤, 반드시 니 녀석이 마를 일 없는 그날을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