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비너스와 에로스 (7)
"비키. 어제도 오른쪽으로 누워서 잤지?"
"하하... 코치.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그런 걸로 시합에서 이길 수 있으면 뭐하러 고생스럽게 훈련을 해요?"
비키는 빅토리아 알렉산드라의 애칭.
테니스 일정에 앞서 그녀가 훈련장을 찾아와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 좋아보이네?"
"어제 파티가 재밌었거든요."
"무슨 파티?"
"NBA선수들이 하는 파티였는데. 미국인 선수촌에서 했었어요."
"미국인 선수촌이 어디 있더라... 서쪽 아닌가?"
"아 코치. 제발 그만."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저 잘 때도 오른쪽... 밥 먹을 때도 무조건 동쪽으로 자리잡고... 시키는대로 하고 있어요."
"그래 그래. 잘하고 있어."
"코치. 떠돌이 집시가 한 말에 너무 휘둘리는 거 아니세요?"
"아이. 그러지 말라니까. 그분이 그냥 집시가 아니야. 아주 영험한 점성술사라고."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사람들에게 점성술은 큰 의미가 있다.
몇 년 전부터 함께해온 코치가 이번 올림픽에 앞서 점술을 듣고 왔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별이 그녀에게 힘을 준다.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빅토리아는 식당을 가도 코치의 오른편에 앉고 차를 타도 오른쪽.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다녀도 오른쪽 좌석.
심지어 다른 벨라루스 선수들이 그리스 직항을 타고 올 때도 그들은 일부러 그리스 동부 터키를 거쳐 입국하는 길을 선택했다.
"파티엔 누구누구 왔었어? 미국 선수들은 어때?"
코치의 질문에 빅토리아가 멈칫 자세가 굳었다.
"왜?"
"으음. 아니요."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괜찮아요. 공 주세요."
어젯밤 구마하와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리는 빅토리아.
동쪽에서 떠오르는 별이라. 에이 설마...
그러고 보면, 생각지도 못한 사랑 타령을 해서 그렇지, 그와 보낸 시간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남녀의 섹스에 있어 이기적인 건 언제나 남자들이다.
특히나 명성있고 유명세를 떨치는 남자들일수록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일방적인 성욕을 풀어버리는 일들이 흔하다.
앞에선 온갖 달콤한 말을 뱉어도 실제 침대까지 그만한 느낌을 채워주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은데. 적어도 구마하는 조금 달랐다.
아직 미숙하나 그의 행동엔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담겨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내일도 이렇게만 하면 두달 전 윔블던에서의 설욕을 갚을 수 있겠어."
"코치. 우리 오후에 시작이라고 했죠?"
"응. 일정이 잘 나왔어. 푹 자고 여유롭게 가면 돼."
"그럼 오늘 밤 산책 좀 다녀와도 될까요?"
"물론이지."
혹시나 해서 하는 일이다.
딱히 점성술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절대 아니다.
원래도 징크스나 암시에 휘둘리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냥 느낌이 좋았으니까.
무엇보다 시즌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올림픽까지 겹쳐 성생활이 너무 부족했다.
겸사겸사 한국인 선수촌이나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빅토리아.
그런데, 구마하가 먼저 그녀의 숙소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벨을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웃기웃 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훗. 뭐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어딘가 조금 부끄럽다.
빅토리아는 구마하의 강하고 위대한 모습보다 소박한 몸짓에서 커다란 공감과 친근감을 느꼈다.
"헤이."
"어? 어. 훈련 갔다와?"
"응."
설마 싶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하니. 혹시 날 만나러 온 거냐 물어보니, 그가 멈칫멈칫 고개를 끄덕인다.
빅토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
"아니. 그게..."
마음 같아선, 바로 들어가 열정적으로 몸을 뒤섞고 싶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허락하는 건 여자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으니. 빅토리아는 슬쩍 거리감을 두어본다.
"그런데, 마하. 나 내일 경기 있어."
"아. 맞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하고 싶다고 해. 당장 고개를 내려, 힘이 넘치는 녀석을 주체하지 못한 난처한 표정을 보이라고.
그럼 못 이기는 척 너를 데려다 마음대로 다뤄줄테니까.
검은 머리의 동양인.
구마하의 외모는 서양인의 시각에서도 결코 준수하다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마르스나 아폴론의 몸을 가졌다.
완벽한 비율과 튼튼한 근육.
넓은 어깨와 에너지가 넘치는 하체.
구마하가 아닌 빅토리아의 본능이 먼저 그의 몸을 탐내며 성욕에 꿈틀대기 시작하는데.
"저기. 빅토리아 나 뭐 하나만 물어 볼 게."
"뭔데?"
"사랑이 뭐야?"
"..."
"아니.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모르겠어서, 그냥 사랑이 뭔지 빅토리아라면 알 거 같아서."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싶은 표정으로 그녀가 구마하를 보며 물었다.
"그게 아직도 궁금해?"
"아니. 그러니까... 나한테는 꽤 중요한 문제라서."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가지고 Important thing이라 힘주어 말하는 구마하.
그래. 너가 사랑에 진지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그저 섹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시합을 앞둔 긴장감을 벗어던질, 오르가즘에 미쳐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울부짖을 짐승같은 쾌락일 뿐.
"후우..."
빅토리아의 한숨에 구마하는 주저하듯 말했다.
"미. 미안. 근데, 누나라면 알 거 같아서..."
"후후. 누나. 누나라..."
그래. 뭐라 할 문제가 아니지.
그에겐 다른 무엇보다 사랑이 중요할 수 있을거야.
오히려 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다는 게 어찌보면 다행 아닌가?
"마하. 사랑은 쉽게 말로 표현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잠깐. 잠깐. 조금 천천히."
"무엇보다 나는 내일 시합이 있어서. 지금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는 조금 어려워."
"아. 그... 그렇지."
"미안. 지금 질문에 답을 해주기는 어려울 거 같애."
구마하를 놔두고 그녀가 숙소로 들어간다.
빅토리아는 훈련과 시합 외 코치와 사생활을 나누지 않는다.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다시 저녁을 먹기위해 밖으로 나서는 빅토리아.
그런데.
"어?"
"헉 헉! 누나 잠깐만..."
"뭐야? 뭘 했는데 숨을 몰아쉬고 있어?"
"아. 방에 좀 갔다오느라고."
"지금?"
"응. 뛰어갔다왔어."
하긴, 이 친구가 지금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남자였지?
"왜?"
"누나 이거."
그리곤 구마하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메달들을 꺼내 건네준다.
"...뭐야?"
"미안.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있던 거 같아서."
"그래서?"
"누나 시합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으라고."
"...마하. 이건 골드메달이야."
"알어. 뭐 어때."
구마하의 말은 이러했다.
어렸을 때 정말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었는데, 집에 돈이 없어 아쉬움만 꾹꾹 눌러담고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마트에 가서 그 장난감을 한번 들어보라고 했다.
"그때 형이 그랬어. 이렇게 한번 손에 쥐어보면, 언젠가 그게 꼭 내꺼가 된다고."
"..."
"누나도 오늘 이거 가지고 있어."
"하하하. 하하하하~!!"
참으로 묘하게 여자의 마음을 홀리는 남자가 아닐 수 없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아니지만, 도전 정신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세련된 화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에 진지하게 고민한다.
차림새가 멋진 건 아니나, 몸이 볼품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그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탄생한 월드스타였다.
"저녁은 먹었어?"
"응. 근데, 밖에서 먹어서 별로 맛도 없고."
"그럼. 나 지금 피자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
"좋지!!"
두 사람은 선수촌 식당을 찾아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마하를 먼저 알아보고 뒤이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이상하게, 알 수 없는 자부심이 샘솟는 기분이다.
마치, 학창시절 교내에서 제일 인기있는 남자친구를 사귄 여학생의 마음이랄까?
초중고 학창시절을 가족을 따라 외국에서 보낸 빅토리아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어딘가 든든하기도 하고. 그가 옆에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하는 그런 기분에 빅토리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절로 그려지고 있었다.
"마하. 들어 봐. 사랑은 말이야. 간단한 게 아니야."
"응."
지금껏 많은 애인을 두었지만, 사랑을 배워가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던 남자가 있었던가?
함께 섹스를 나눈 남자가 사랑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라...
정말 묘하게 빠져드는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나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적이 있어."
"누구? 뭐하던 사람인데?"
"질투하는 거야?"
"아니. 그냥."
"아무튼, 그때의 감정은 진심이었지만, 지금와 돌이켜보면, 그 마음을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나도 너무 어렸어."
"지금도 어려. 스물 셋이잖아."
"그래서? 넌 나보다 동생이잖아."
사랑은 달콤하고 좋으나, 생각보단 무겁고 위대한 것이다.
어제 너가 그렇게 말해준 건 고맙지만, 순간의 기분에 취해 함부로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전해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빅토리아 였다.
"난 누나 진짜 좋아해서 한 말인데..."
"알어. 나도 너 좋았어. 좋아해. 지금도 그렇고."
"근데 왜 사랑이 아니라고 그래?"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니까."
"..."
"내가 너에게 느끼는 굿 필링은 어제 그 순간에 한해서였지, 그 마음이 영원불변하지 않게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잖아."
"그럼. 그 굿 필링이 영원히 이어지는 상대가 나타나면?"
"그래.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바로 그런 거야."
조금은 이해가 되는건가?
사랑이 가진 무게감을 이해하는 것일까?
구마하가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근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어..."
"찾아야지. 계속해서 도전하고."
"...만들어 가면 되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만. 난 역시 처음의 느낌. 그 다음의 느낌. 여러 경험이 연속해서 이어질 때 사랑이 완성된다고 생각해."
"음. 조금 어려운데, 쉽게 말해주면 안돼?"
서양과 동양의 사랑에 대한 관념이 같을 순 없을거라 전해주지만, 이번에도 구마하는 잘 이해가 안 되는가 보다.
빅토리아는 그냥 구마하의 손을 잡았다.
"마하. 들어 봐. 지금은 아니라고 했지만, 언젠가는 내가 널 사랑할 수도 있어."
"왜?"
"곰곰이 지내며 생각하겠지. 마하가 참 좋은 남자였구나. 그의 사랑을 받아줄 걸."
"그럼. 지금 받아줘도 되잖아. 뭐하러 나중에 후회를 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모든 사랑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만큼 서로를 알아가야 할 노력과 열정이 지속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내가 널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멀리 있고, 또 같이 마주치기도 쉽지 않다.
빅토리아가 다시한번 구마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해줬다.
"그리고. 내가 아니어도. 넌 누군가 반드시 너를 사랑해 줄 사람이 나타날 사람이야."
"..."
"좋은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너무 실망하면 안돼. 우리는 지금 이어지지 않을 사람이라는 뜻이지, 내가 널 싫어한다는 건 절대 아니야."
구마하가 물었다.
"그럼 누나는 어제 나랑 뭘 한 거야?"
"뭐긴 뭐야. 섹스지."
"사랑하지 않는데, 그런 걸 해도 돼?"
"너는 경기에 훈련도 없이 나가는 선수 봤어?"
"어어~ 오오~~"
"우리는 지금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한 연습을 해나가는 거야."
"흠. 뭔가 알 듯 말 듯."
구마하가 곰곰이 팔짱을 끼고 앉아 고민한다.
"그럼 내가 어제 너무 성급했던 건가...?"
"그걸 이제 알았어?"
"근데, 진짜 좋았거든. 모든 게. 분위기도 그렇고. 느낌도 그렇고."
"나도 그랬어."
아차. 너무 쉽게 벽을 낮췄나?
구마하의 눈빛이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야수의 눈빛으로 변한다.
"오오~ 그래? 으음. 그래서. 내가 좋긴 좋았다?"
"아 그만 먹어야지. 내일 경기 있는데..."
"내가 데려다 줄게."
"..."
결국 빅토리아는 그를 떨쳐내지 못하고, 관계의 우위도 놓친 상태로 숙소로 돌아온다.
두 사람은 방에 들어와 진한 키스를 나눴다.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에 빅토리아가 흐느적 흐느적 침대에 풀썩 눞는데.
"오늘은 룸메이트가 없네?"
"아마 친구들 만나러 간 거 아닐까..."
"그럼 바로 해?"
구마하가 주머니에서 콘돔을 주섬주섬 꺼내보인다.
이 자식... 사랑이니 뭐니 심각하게 떠들거면 행동이나 일관되게 하든가...
괜히 약이 올라 빅토리아는 구마하를 장난스레 때리며 샤워를 하러 가겠다고 돌아섰다.
"하하~! 깨끗이 씻고 와."
어린놈한테 휘둘리는 게 한심한 듯, 빅토리아는 씻으면서도 한숨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도 몸은 정직하여 그와 나눌 육체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는데.
"후."
다시 온갖 체액을 묻히며 더러워지겠지만, 일단 최대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샤워실을 나섰다.
커다란 가운으로 가린 빅토리아의 몸에선 은은한 열기와 기분 좋은 바디샴푸 향기가 풍겨지고 있다.
스스로가 보아도 너무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데.
"하하하! 리얼리?!"
뭐지? 방에서 나는 소린데? 누구랑 같이 있나?
빅토리아가 조심조심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구마하가 그녀의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진짜로 리듬체조 선수라고요? 우와..."
그가 되도 않는 영어로 재차 몇 번을 확인하자, 그녀의 어린 룸메이트가 부끄럽다는 듯 쪽진 머리를 하고서 인형같은 머리를 조그많게 끄덕였다.
그게 또 좋다고 헤벌쭉 정신을 못차리는 구마하를 보고 있자니.
"..."
빅토리아의 마음에 성욕이고 뭐고 만정이 떨어져 나간다.
"어? 왔어?"
"......"
"리듬체조 선수시래. 누나 왜 말 안 했어?"
이 망나니 같은 자식이...!!
"아. 왜! 갑자기 왜 그러는데!!!"
"이래서 사랑이니 뭐니 내가 남자들의 헛소리를 안 믿는거야!!!"
All men are assholes. 이란 말이 있다.
모든 남자는 개새끼다.
속담도 관용구도 아닌, 대를 이어 내려오는 여자들이 남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오게 행동을 하는 남자들은 억울하다.
"아니. 나 원래 리듬체조란 종목을 좋아했었다니까...?"
"Get out!!!"
그저 사랑을 따랐을 뿐.
구마하는 그녀가 왜 화를 내는지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 * *
"네. 벨라루스의 빅토리아 선수. 준결승에서 아쉽게 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 와서는 각성이라도 한 듯 시합을 주도하고 있군요."
"매력적인 선수입니다. 실제로 모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매치 포인트. 다음 공격포인트를 올리면 벨라루스가 동메달을 가져갑니다."
빅토리아는 원래 어느 대회를 가나 8강을 넘긴 어렵단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선 그녀 스스로도 이상하다 여길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승승장구 토너먼트를 올라섰다.
결승의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3,4위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빅토리아는 생에 최초 올림픽 메달을 수여받았다.
"IN! 들어갔습니다. 경기 종료됩니다!"
"빅토리아 선수. 코트에 앉아 힘찬 함성을 지르네요. 정말 좋아하네요."
"대결 종목에 있어 실제로 은메달보다 동메달이 더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도 있지 않습니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녀가 다른 때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인 건 아마도 구마하 덕분일 것이다. 그와 관계를 가진 여성들은 높은 호르몬 작용으로 좋은 신체 리듬을 보여주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구마하 때문에라도 빅토리아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욕을 가져야만 했었다.
테니스 결승전이 벌어지기 전 날.
구마하는 남자 800미터 중거리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에로스(큐피트)를 아들로 삼았다.
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가 함부로 화살을 남발하여 사랑하는 연인들이 다치지 못하게 다독였다고 한다.
에로스는 프쉬케라는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기까지 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랑을 찾아 나서는, 승부욕이 넘쳐나는 선수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