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THE REAL WORLD CHAMPION (6)
"어머 어머. 혜정아 마하는 벌써 연세대 입학이 확정됐단다. 얘."
"좋겠다. 연대라..."
"아 금메달 땄는데, 연대가 뭐야. 서울대라도 가야지."
구마하의 이웃주민이자 첫 연인 이혜정이 가족들과 TV를 보고 있었다.
1500미터 시작을 앞두고, 방송국은 구마하의 단거리 두 경기와 전날 800미터 시합을 두 시간 째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하이라이트 장면이 끝나면, 화면에는 미국 수영의 마이클 펠튼과 한국 육상 구마하의 사진을 동시에 올려놓고, 이번 올림픽 최대 이변과 최다 메달 획득의 성과를 비교하고 있다.
"대체 육상과 수영이 무슨 상관이라고 저걸 보여주지?"
"어머 어머. 세상에나 마하보다 메달을 더 딴 선수가 있었구나..."
"엄마. 근데 쟤 알어? 왜 이름으로 불러?"
"알지. 구 사장 동생이잖아. 어릴 때부터 봤는데 내가 이름도 못 부르냐?"
이혜정은 한숨을 쉬며 떠들썩한 단지 내 중앙 주차장 쪽을 돌아본다.
아파트 주민들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대형 스크린을 펼쳐 놓고 거리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다들 왜 이렇게 난린지..."
네 번 째 금메달에 도전하는 구마하.
한국 대표 선수 가운데 양궁에서 세 개의 메달을 딴 선수는 있었다.
하지만 네 개의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없다.
한국 육상 최다 메달이자 최대의 도전.
구마하의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엔 다 같이 출발하네? 저러면 바깥쪽에 있는 게 불리한 거 아냐?"
"당신도 좀 조용히 하고."
"아빠. 여기 소리가 저기까지 들리는 것도 아니고 왜 엄마한테 뭐라고 그래."
"부정 타 이 녀석아."
"진짜. 다들 왜 이렇게 난린지..."
8월 말 일찌감치 2학기 개학을 맞이한 성남 영군 고등학교.
학교 친구들도 매일같이 마하의 이야기를 떠들고, 아테네까지 응원을 다녀온 세 사람은 전교생의 인기를 한 몸에 끌어모으고 있다.
이혜정도 지나가는 길에 박남수를 만나 마하의 근황을 들었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엔 은근히 가슴 속 걱정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마음은 그렇다 하더라도, 입은 툴툴 대는 이혜정 19세.
그녀도 TV에 나오는 구마하의 얼굴을 지켜본다.
"..."
"혜정아. 너가 봐도 마하 쟤 운동하면서 얼굴이 좀 변한 거 같지 않니?"
"뭐가 변해. 똑같은데."
"아니. 그래도. 예전엔 애가 좀 음울해 보였다면, 지금은 남자 답고 멋있어 보이잖아."
"엄마 그만해. 갑자기 이러면 사람 정말 없어보여."
"그래. 당신 먼저는 구 사장 그 친구 동생이랑 비교하면서 형제가 왜 이렇게 다르게 생겼냐고 그랬었잖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래. 아 왜 자꾸 말을 지어내 당신은?"
그저 얼굴만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아이에서 사랑을 갈구하던 친구.
그리고 한 때는 연인이라 부를 정도로 서로를 탐닉하던 존재가 이제 대스타가 되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파이팅. 이겨야 돼 마하야.
이혜정은 진심을 담은 간절한 마음을 아테네 하늘로 띄워 보낸다.
경기장에 시작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지 그렇지! 또 1등으로 나왔다!!"
"꺅~!! 마하 파이팅!!"
안지민을 비롯해 구마하까지 두 명의 육상선수를 사귀었던 이혜정이었다.
그녀 아니어도 2002월드컵 때 그러했듯, 전 국민이 육상 경기의 박사가 되어 있었다.
트랙을 몇 바퀴나 달리는 중거리 레이스에서 시작부터 선두란 크게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구마하 선수. 시작부터 빠르게 치고 나오는데요.]
[예선과 똑같은 작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마하 선수 이대로 쭉 결승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면 또 한번 메달을 목에 걸게 됩니다!!]
이현석 교수의 사심 듬뿍 담긴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나가는 순간, 구마하가 중위권으로 처지기 시작한다.
"어머. 왜 벌써 내려가...?"
"아직 경기 끝난 거 아니니까."
엄마와 아빠의 요란스런 모습에 이혜정은 피식 웃음을 지어보이지만,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선수들. 두 번 째 코너에 들어섭니다. 구마하 선수는 현재 6위.]
[그래도 지쳐 보이진 않습니다! 분명 체력을 비축하고 있을 겁니다!!]
현지에 가 있는 이현석의 해설이 들렸는가, 구마하가 6위에서 5위 선수를 지나쳐 4위로 올라선다.
아파트 주차장은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고 해설들도 목소리에 생기가 담겼다.
[구마하 선수! 다시 역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힘내야죠.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1,2위를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이 주거니 받거니 서로를 도우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구마하 선수 현재 4위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으며, 3위 오스트리아 스테판 선수를 따라잡고 있습니다.]
[힘내야 합니다! 경기는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요!!]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동시에 부른다.
이혜정의 양친도 그들과 함께 11층 이웃 주민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구마하! 구마하!!"
이혜정도 속으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경기는 계속 된다.
선수들의 리드미컬한 다리가 트랙을 치고 달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액션 카메라가 그들을 따라가며 저 멀리 관중석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친다.
어느 정도 정체 된 듯한 시합 양상은 경기 후반에 접어들며 바뀌기 시작했다.
선두 2위를 지키던 케냐의 음와 카마쇼 선수가 조금씩 뒤처지고, 1위. 벤자민을 제외한 오스트리아 스테판과 4위의 구마하가 음와 카마쇼의 자리를 차지한다.
[구마하 선수! 3위에 올라섭니다.]
[할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뜨거운 응원을!!]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그의 네 번 째 금메달을 기대하는 순간.
1위를 달리던 벤자민도 마지막 코너에 들어서며 몸짓이 커지고 다리가 느려지는 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2위 스테판과 구마하도 거리를 좁혀 이제 세 사람은 나란히 코너를 돌고 있다.
[남은 거리 100여 미터 직선코스!!]
[그렇죠. 여기부턴 구마하 선수의 주특기죠! 끝까지 최선을 어?]
[어? 이건?]
해설을 하던 사람들도 아파트 밖 거리 응원을 펼치던 주민들도. 이혜정과 가족들 모두 동시에 소리가 멈췄다.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가던 스테판이 넘어지며 구마하도 달리기를 멈췄다.
* * *
아테네 스타디움 현지.
한상률과 이두희 대표팀 감독이 출발선 근처에서 시합을 지켜보고 있다.
구마하가 저 앞에서 다리를 멈추고 숨을 몰아쉰다.
그가 스테판을 돌아보는 사이 후위권 선수들이 역전하며 치고 나갔다.
"마하야!"
"이놈아 뭐하고 있는거야!! 빨리 뛰어!!"
한상률과 이두희 감독이 소리치자 구마하가 헉헉 거리며 고개를 돌려 그와 결승점을 빠르게 보았다. 그리곤 바로 스테판에게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킨다.
"후우! 허억 헉!! 아 씨발..."
스테판은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 독일어로 뭐라뭐라 다급하게 말을 거는데. 구마하가 그를 무시하며 소리쳤다.
"뭐라는 거야 새끼야. 빨리 일어나! 겟업!!"
"KOO! What the fuck are you doing?!"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근대 프랑스인과 백인들의 합의에 의해 부활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신체적 조건이 우월한 흑인들이 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특히 육상은 탄성이 뛰어난 그들의 주무대였다. 백인과 아시아인들은 육상 무대의 주인이 되기 어렵다.
그나마 구마하가 내공이란 비밀스런 무기를 가지고 세계 무대를 석권하고 있을 뿐.
모두가 메달을 원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1500m 결승까지 오른 스테판의 어깨에도 그 나라 국민들의 응원과 기대가 걸려있었다.
스테판의 몸은 그래서도 한계에 달해 있었다.
이미 구마하 때문에라도 케냐를 비롯 다양한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점 그 이상의 힘을 내며 결승전을 달렸다.
구마하가 스테판을 일으켜 세우자 그의 다리가 흔들린다.
"아 진짜..."
"No no. don't do that. KOO. go. just go!!"
"야. 너. 두 유 원트"
공부를 소흘히 한 과거를 짜증내며 구마하가 머리를 쥐어 짜 문장을 완성했다.
"두. 두 유 원트... 아 씨 포기가 뭐지? 어 그래! 두 유 원트 기브 업 게임?"
"...No."
"그래. 그러니까 가자. 젠장."
두 선수가 어깨를 지탱하며 트랙을 걸었다.
숨을 조이며 지켜보던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이 터져라 박수를 쳐준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운 함성이 그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KOO. You see that? Thank you. Thank you..."
"됐어. 넘어질 거면 뒤에서나 넘어지든가."
국민들이 네 번 째 메달을 기대하고 있어도, 그에게 내공이 없었다면 세 개의 메달도 없었다.
곤륜의 정신을 버릴 수 없다. 곤륜의 힘이 있었기에 구마하의 영광도 있다.
옳은 것은 바른 길을 간다.
여기서 메달 하나 더 딴다고 연금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구마하는 자신의 기준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
* * *
[구마하 선수가 스테판 선수와 결승점을 향해 걸어오고 있습니다. 정말... 수년 간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네 구마하 선수... 어린 친구가 이런 큰 무대에서 어떻게 저런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용인 한주 고등학교.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선수와 감독 모두가 모여 응원을 펼치며 구마하와 스테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와 마하 형... 어떻게 거기서 멈출 수 있지...?"
"새끼. 존나 멋있네."
이주영도 제자들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상률아. 어쩌면 우리가 원하던 건 승자의 메달이 아닌 이런 게 아니었을까...? 그걸 이놈이 보여주는구나...
올림픽의 감동.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 한 선수들의 우정.
허울 좋은 이야기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사람들의 가슴이 울컥해진다.
경쟁이 아닌 협동. 승자와 패자의 영광이 갈리는 올림픽에서 구마하가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래. 이것이 드라마다."
"선배님?"
"...멋진 기사가 나오겠어."
임한기와 동료 기자도 눈앞을 지나가는 구마하를 보며 박수를 쳐줬다.
1,2,3위를 확정 짓고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들도 세리머니를 하지않고 두 사람을 기다려 주고 있었다.
[시청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 들리십니까? 지금 이곳 올림픽 스타디움에 정말 뜨거운 박수 소리와 함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 저것이야 말로 진정한 챔피언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구마하 선수.]
구마하의 마지막 도전은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마치게 되었다.
그러나 남자 1500m 결승전은 그에게 안겨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스테판의 사진과 함께 올림픽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 *
시합을 마치고 감독님들한테 다가가는데, 뭔가 쭈글쭈글 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운동장에 있느라 큰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에잇 젠장. 너무 기분대로 휘둘렸나?
"죄송합니다 감독님. 죄송해요..."
"마하야 너 지금 카메라 찍고 있는데, 그러고 우리 앞에 와서 고개 숙이면, 우리만 나쁜 놈들 되잖아? 얼굴 들어."
"형님. 나쁜 사람 많잖아요."
"뭐?"
"잘했다. 그래. 그러면 된 거지 뭐."
"고맙습니다. 감독님."
"상률아? 카메라가 찍고 있다니까?"
이두희 감독님도 오셔서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그래. 잘했다.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지."
"정말요...?"
"그럼. 아니 왜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고 그래?"
"근데 저도 옆에서 자빠지는데, 그냥 가기가... 아 그 인간은 왜 거기서 넘어져서..."
"하하하! 마하야. 카메라가 찍고 있다니까?"
대기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데, 또 한번 스테판과 오스트리아 코치들이 다가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야. 옆에서 넘어지지 않았다면 그냥 달렸다고 전해줄까?"
"넘어가죠 감독님... 굳이 뭐하러..."
"하하하! 이 녀석!"
메달을 딴 선수들.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
다들 뭔가 끈끈한 느낌이 들어 서로를 끌어안고 축하와 기쁨을 나눴다.
모두가 승리자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의 추억을 가져가기로 했다.
"Hey KOO."
"음?"
"I think you are a true world champion."
"고맙네. 독일어로 고맙다는 뭐라고 그러지?"
시합을 마치고 한국 기자 분들을 만났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정말 멋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모르겠다고 본능대로 행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단, 거기서 그냥 지나가면 형이 나중에 되게 뭐라고 할 거 같았어요."
"하하하! 형님이 무서우신가봐요?"
"아... 진짜 말도 못 하죠..."
"그래도 시합을 접기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텐데."
"저도 전데, 그 선수도 포기하면 좀 그렇잖아요. 거기까지 갔는데."
"구마하 선수. 결과가 아쉽진 않으세요?"
"뭐. 원래 하던 종목에선 메달 땄으니까요. 크게 아쉽진 않습니다. 좋은 시합을 한 거 같습니다."
선수촌에 와서도 한국 선수단 분들께 같은 질문과 이야기를 들었다.
"어째 메달 땄을 때보다 더 정신없네..."
"후우. 그러게요. 차라리 메달을 딸 걸 그랬나?"
"정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
"왜?"
"아. 진짜 옆에서만 안 넘어졌어도..."
"하하하! 늦었어 이놈아. 밥이나 먹으러 가자."
선수촌 식당.
역시 1500까지 네 경기는 무리였어... 또 다시 내공이 완전 비워지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아는 척하고 다가오든 악수를 하자고 하든, 브라운 제임스가 자기 친구들과 사진 좀 찍는다고 어깨를 끌어가든 일단 먹어야 했다.
"이제 니 먹성은 여기서도 유명해 지는구나."
"웁. 우웁? 네?"
"먹어라. 그래. 먹어. 다 먹자. 우리도 끝났다!!"
"하하하! 그래요 끝났어요 감독님!!"
모든 일정을 마쳤다. 마치 중간고사를 끝낸 토요일 오전 같은 기분이다.
이제 놀아야지. 쉴 거야. 자고 먹고 자고 진짜 그것만 할 거야.
다시 음식 코너로 가서 식판에 음식을 퍼담는데 누가 슬쩍 와서 말을 건다.
"MA-HA?"
뭐지? 누가 날 쿠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지?
"어? 빅토리아."
"Idiot."
"에이. 왜 이래. 한국 말 하잖아?"
아직도 그날 밤 리듬체조 선수한테 말 좀 걸었다고 삐져있는 건가?
근데... 리듬체존데... 모르는 척 하는 게 더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시합 어땠어? 아까 결승 가는 건 봤었는데."
"Bronze."
"오 진짜!! 축하해!!"
"시끄러..."
빅토리아가 주먹을 퍽퍽 배를 세 번 때리며 말했다.
"너도 축하해."
"하하하~ 메달 세 개 분의 축하 빵인가?"
"great 했었다며? 시합 때문에 못 봤는데 뭘 한 거야?"
"아. 오늘 좀 감동이었지."
"대체 뭘 했는데 그래?"
"음."
슬쩍 감독님을 돌아보니 다른 한국 선수분이나 코치님들과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웃고 계셨다.
"저기... 빅토리아. 우리 방에 가서 이야기 하면 안될까?"
"Shut up!!"
"제발. 그럼 앞으로 평생 누나라고 부를게. 진짜. 내가 평생 누님으로 모실게."
빅토리아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적시며 웃더니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세상에 누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동생이 어딨어?"
"그거 알어? 방금 그 말 진짜 흥분되는 거?"
빅토리아가 또 한번 주먹을 퍽퍽 때린다.
그리곤 혼자 슥 저만치 걸어가는데. 혹시 몰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휙 돌아보면서 손가락을 까딱했다.
"후후후."
허락도 받았고. 시합도 마쳤고. 눈치 볼 거 없지 뭐.
아직 배가 찬 건 아니지만, 할 정도의 체력은 됐으니까.
식판을 배식구에 놓고 감독님 테이블을 슬쩍슬쩍 보면서 식당을 빠져나갔다.
아 몰라 혼나면 혼나는 거지. 일단은 좀 해야겠어.
뭘? 당연히 섹스지!
나의 첫 올림픽은 그렇게 끝났다.
세 개의 메달과 두 개의 기록.
남은 시간은 정말 미친 듯이 놀며 시간을 보냈다.
파티를 하며 추억을 남기고, 선수들과 이메일도 주고받고. 스테판도 다시 만나 서로 우정 어린 그날의 장면을 모두의 앞에서 재현하는 식으로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었다.
무엇보다 빅토리아. 내가 만난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그녀와 함께한 마지막 4일이 있기에 나의 올림픽은 완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연인들이 할 법한 데이트를 즐겼다.
즐거움을 함께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그리스 조직 위에서 만들어준 문화를 원 없이 누렸다.
그리고 밤이 되면.
"오늘 밤엔 룸메이트 안 오지? 이제 이불 쓰고 하는 것도 지겨운데."
"그럼 이렇게 오질 말든가."
"뭐라는 거야. 누가 지금 사람 못 빠져나가게 허벅지로 꽉 묶고 있는데?"
"Shut up. focus."
"이번엔 누나가 올라와."
"Okay. I love it."
"사랑한다고? 드디어 내 마음을 받아주는 거야?"
"Not you. 너 말고 내가 위에서 하는 게 좋다고."
힘도 좋으셔라. 허리 꺾는 거 보소. 머리카락 휘날리는 거 봐. 이게 금메달이다.
"Ah~♡"
사랑도 사랑이지만, 역시 섹스가 최곤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