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78화 (78/401)

다시 처음으로 (4)

눈이 내리고 있었다.

혜정이 방은 베란다를 확장해 넓게 쓰고 있었는데, 창문에서 다가오는 찬 기운이 등을 타고 온다.

그럼에도 춥지 않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나도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음. 으음."

키스를 나눈 뒤에는 목을 지나 또 하나의 붉은 도장을 그녀의 몸 위에 남기며, 내가 만들지 않아도 이미 핑크빛 빛깔이 반짝이는 가슴으로 향했다.

"앙 아~♡"

원래도 목소리가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비단실 같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혜정이는 여전히 눈을 감고 몸으로, 감각으로. 나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다가와 머리를 쥐어 잡으며 고개를 돌리지만 떨어지지 않고 집요하게 가슴을 애무해 줬다.

"아. 마하야~"

뭐? 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두고 봐 이혜정. 오늘 내가 이 허리 휘어지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발전한 구마하를 느껴 보라고.

"어?"

"엎드려 봐."

"벌써...? 뒤로 하게?"

"아니. 누가 벌써 한데."

"근데 왜?"

"빨리 엎드려 봐. 더 기분 좋게 해 주려고 그러니까"

의심은 들지만, 더 기분 좋아진다니 혜정이가 몸을 뒤척여 눕는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있는데, 손을 배 아래로 넣어 골반을 훌쩍 들었다.

"어! 야!?"

"가만히 있어 봐."

환하게 드러난 그녀의 비밀로 천천히 입을 가져갔다.

"음-!"

"왜? 부끄러?"

"아. 몰라..."

엉덩이를 움직이며 피하려는 애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아무리 서로 많은 섹스를 했다지만, 이런 자세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남자에게 보여 주는지라 혜정이도 부끄러움에 더 푹 얼굴을 감추고 있다.

손과 입을 써서 그녀의 몸을 즐기고, 또 즐겁게 해 주었다.

흥분되는 느낌에 베갯속에 감춰진 순정 어린 얼굴이 빨갛게 변해 고개를 돌렸다.

"하아~♡ 근데 너무 숨 막혀."

"그러니까 누가 그러고 있으래?"

"아. 몰라..."

몸은 하얀데, 빨개진 귀와 두 볼이 더 나를 자극시킨다.

몸도 점점 허리를 기점으로 낮아진다.

한참을 고양이같이 엎드려 있던 혜정이가 순간순간 허리를 움찔하지만, 점점 자세가 뻐근한지 몸을 일으키길래 다시 침대에 눕혔다.

"옳지 말 잘 듣네."

"..."

"왜?"

"뭔가, 낯설어 너."

"뭐가? 나는 나지."

"아. 몰라. 변한 거 같아..."

우리는 서로를 알고 서로가 하던 나름의 원 패턴 섹스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혜정이는 내가 뭔가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다.

"힘도 더 좋아지고. 몸도 더 커진 거 같고. 그러면서..."

"그러면서?"

"...아 몰라. 그냥. 뭔가..."

개미 소리로 꿍얼꿍얼거리길래 끝까지 말하라고 입으로 여기저기 간지럽히자 꺄르륵 웃으며 말해 준다.

"하하! 아. 그러니까 이런 게 이상하다고. 왜 이렇게 잘 아는데?"

"뭘? 너 기분 좋으라고 해 주는 거잖아."

"음..."

"왜? 싫어?"

"으음. 아니야. 계속해 줘."

갑자기 투정이지? 열심히 애무해 주면 좋은 거 아닌가? 뭐 좋아. 그렇게 나오시겠다면.

손끝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그곳을 촉촉하게 만들면서. 슬금슬금 움직여 똘똘이 단계를 넘어 힘찬이가 된 놈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음~."

혜정이도 다가오는 뜨거운 열기에 슬쩍 눈을 떠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녀석을 잡고 입으로 가져간다.

"우음. 흐음. 우으음."

몸에서 오는 흥분과 입을 막는 나의 그곳으로 그녀가 숨을 몰아쉬었다.

목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숨 때문에 가녀린 배와 봉긋한 가슴이 들썩이고 있다.

젖은 머릿결. 청순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야릇한 움직임.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했지만 여기저기 음흉한 흔적이 남아 있는 그녀의 몸.

최고다. 역시 혜정이가 입으로 해 주는 건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이야.

그녀는 편하게 누워 있었고, 나는 아무리 불편해도 튼튼하게 버텨 줄 체력과 몸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편안하게 애무해 주자 이제는 그녀의 얼굴만이 아닌 몸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보인다.

"하아~ 아아. 마하야...?"

"응?"

"이제 우리 하면 안 돼?"

"조금만 더. 나도 오랜만에 입으로 해 주니까 너무 좋아서."

"음... 그치만..."

달아오른다. 그녀도 더는 참기 어려운 몸을 어쩌지 못하고 손끝에 닿은 골반을 가볍게 밀착하며 자극을 높였다.

여전히 예쁜 얼굴과 진하게 감은 두 눈이 몰입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단호함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고 간식을 즐겨 먹는 입이 나의 것을 앞뒤로 담아 가며 침으로 번들거렸다.

"혜정아. 아래도 해 줄래?"

"엉덩이 들어 봐."

몸을 슬쩍 들어 올리자 그녀가 고개를 더 숙여 아래로 내려간다.

젖어 있는 녀석은 손으로 만져 주고, 고환에선 따뜻한 느낌이 전신을 타고 올랐다.

엄청난 쾌감이 밀려오는 바람에 잠깐 눈을 감아야 했다.

"음. 으음."

"좋아?"

전신에 퍼지는 감각에 나도 기분 좋은 소리를 참기가 어렵다.

혜정이의 가슴엔 내가 남긴 키스 마크들이 곳곳에 있었다.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음부가 가까운 그곳까지 나의 도장이 찍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위에서 지켜보는 그 자체로도 뭔가 흥분도가 최고조에 달하는데, 고환을 따뜻하게 해 주던 그녀가 다시 내 것을 가져다 입에 물었다.

그 순간 그녀의 입에 사정하고 말았다.

"웁!"

"으으음."

참지 못한 게 아니다. 참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자체로 완벽했기에 사정감을 막고 싶지 않았다.

혜정이도 난처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막고 손을 들어 휴지를 찾았다.

"여기."

"아 뭐야. 갑자기 입에다가..."

"미안. 근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퉤 퉤... 말을 하든가..."

입안에 있는 정액을 다 뱉어 낸 혜정이를 보며 키스를 해 줬다.

"야. 나 아직 입에...?"

"뭐 어때."

그녀의 입에서 풍겨 오는 나의 냄새와 몸에서 나는 체취. 그리고 샴푸 향기. 세 가지 향이 뒤섞여 더없이 야릇한 분위기가 되었다.

우리는 또 한참을 키스를 하며 혀와 혀를 느꼈다.

"음. 으음."

"됐지?"

"...더럽지 않아?"

"뭐가 더러워. 그럼 나도 니 입에 하지 않았겠지."

그 말이 용기를 주었는가 혜정이가 다시 자세를 바꿔 나를 입에 머금는다.

이번엔 침대 끝에 서서 애무를 받았다.

엎드려 숙제를 하는 아이같이 그녀도 눈을 감고 열심히 움직이 는데.

"손으로 만져 봐."

"응? 어딜?"

"너. 니 몸."

"..."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녀가 한 손을 아래로 해 자신을 만지기 시작했다.

정말 자위 안 해 봤나? 아래로 손을 했다가 불편한지 뒤로 했다가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보던 혜정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근데, 이거 좀 불편해. 허리도 아프고 한 손으로 버티는 것도 힘들어."

"그게 다 코어 힘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야. 내가 운동선수냐?"

그녀의 두 번째 애무 덕에 녀석이 다시 빳빳하게 살아나 꿈틀거리고 있다. 아니어도 오늘은 한 번만 하고 갈 생각이 없었다.

"이제 누워 봐."

"하아. 하아~"

"뭐야? 아직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숨을 몰아쉬어?"

"모르겠어. 숨쉬기가 힘들어."

계속해서 몸을 뜨겁게 만들어 그런가? 녀석을 촉촉한 물이 흐르는 그녀의 몸에 문지르기만 했는데도 숨이 가빠진다.

"아. 아아~ 마... 마하야♥"

그리고 오랜만에 그녀의 몸에 들어왔다.

예전엔 아파서 내던 신음과 좋아서 내는 신음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것도 지금 오랜만에 사랑을 나누는 상대가 혜정이라서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여자가 충분히 흥분되어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땐질 속이 아무 저항 없이 부드럽게 들어간다.

혜정이도 깊은 속을 허락하며 미간에 주름 하나 잡히지 않고 가볍게 입을 벌렸다.

"아 마하야. 아~♡ 음!"

천천히 움직였다.

아테네의 신화라고 불리는 무쇠 같은 허벅지에 그녀의 두 다리를 올려 두고 가볍게 하복부에 압박을 주며 허리를 움직여 준다.

악기가 연주되듯 혜정이가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그만. 그... 그만...!"

"뭘 그만이야. 이제 시작했는데."

"으응!"

그만하라는 입을 키스로 막아 버렸다.

그러자 목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며 혜정이가 나에게 바짝 다가와 안긴다.

"음! 으음~!"

허리가 들려 있어 손을 넣어 받쳐 준다.

그 상태로 다시 몸을 떼어 내자, 그녀의 하복부가 완전히 내 몸에 밀착되며 가슴 위로 몸이 힘이 빠진 듯 흔들렸다.

"하아! 앙 아앙♡ 음!! 으~음!! 그... 그만!"

"진짜 그만해?"

"아니..."

부끄럽다고 또 인상을 푹 쓰지만 다시 바로 풀어 헤쳐진 모습에 허리를 끌어당겨 자세를 바꿨다.

인상을 쓰면서 숨을 조절하면서, 그러면서도 안 되는 가쁜 호흡에 가슴이 마구 들썩거리는 혜정이가 좌위로 앉아 몸을 밀착하며 안겨 온다.

"이거, 우리 처음 할 때 자세."

"응. 맞아."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안아 주며 혜정이가 올라갔지만, 지금은 내가 그녀의 몸을 리드하며 이끌고 있다.

"근데 너..."

"응?"

"너 솔직히 말해. 너 여자 더 있지?"

"하하하! 야. 이 와중에 그게 뭐가 중요해?"

"으음... 음! 으음."

"왜? 왜 물어보는데?"

"그냥..."

들썩들썩 허리를 움직이며 뭐가 속상한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혜정이.

마치, 저 혼자 사우나라도 다녀온 듯 빨개진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 주며 귓속말을 해 줬다.

"혜정아. 좋아해."

"..."

처음에도 느꼈지만, 남자에게 섹스와 자위의 메커니즘은 다를게 없다.

남자의 쾌감은 사정에서 오는 도파민 분비 작용이지, 여자들같이 계속해서 온몸에 감각이 퍼져 나간다든가 발끝까지 전해지는 짜릿함 같은 건 느끼기 어렵다.

심지어 어떤 날은 딸딸이가 섹스보다 더 좋을 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섹스의 위대함은 역시 나 혼자 위로가 아닌, 서로의 교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 하아~♡"

"후후후. 좋아?"

"아. 아아 앗 아아...♡"

나로 인해 상대가 기쁨의 얼굴을 해 보인다.

가쁜 숨을 내쉬며 쉽게 볼 수 없는 쾌감에 빠져드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혼자 독점할 수 있다.

자세를 바꿔 그녀의 허리를 더 끌어당기자, 혜정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 주는데, 이제는 뒤로 누워 완전한 기승위가 되었다.

편안하게 미소 지으며, 한 손은 가슴을 부드럽게 만져 주고 다른 손으론 엉덩이를 받쳐 힘을 더해 줬다.

"마... 마하야..."

"응?"

"음. 으음...!"

혜정이 정도야 가볍지. 힘을 더해 주니 그녀도 더 빠르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더 큰 자극을 찾으려는 듯 위아래로 움직이던 골반이 하복부를 뭉개려는 듯 몸에 힘을 주어 앞뒤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너... 너무 좋아...♡"

"혜정아"

"음. 흐음! 응...?"

"키스해 줄래?"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엉덩이를 멈추지 않고 키스를 해 주는 혜정이.

그녀의 흥분이 절정을 향해 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하 하아! 아앗! 읍!"

그녀의 리듬에 맞춰 가볍게 허리를 올려 주자 큰 소리가 나는 걸 입으로 눌러 막는다.

혜정이도 마지막 스퍼트를 향해 모든 힘을 쏟아붓듯 엉덩이를 빠르게 흔드는데, 갑자기 애가 파르륵거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윽. 으읍! 으으윽!"

오르가즘이 왔나 보다. 놀라지 않게 일어나 몸을 꼬옥 안아 주니 두 팔 안에서 그녀가 요동을 쳤다.

"읍! 으윽... 하. 하아아. 마... 마하야..."

"괜찮아. 괜찮아. 좋은 거야. 괜찮아."

"음. 으음. 음..."

"괜찮아. 괜찮아."

"으으. 왜... 왜 이러지...? 음. 으으♡"

혜정이의 몸이 덜덜 떨린다.

오랜만의 섹스에서 느낀 커다란 쾌락에 애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온몸에 너무 큰 느낌이 휘몰아치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가만히 있으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따뜻하게 몸을 안아 준 상태로 가만히 그녀가 진정되도록 다독여 주고 있으니 한참이 지나서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나를 원망하듯 쳐다보았다.

"왜?"

"...몰라. 너 싫어."

"하하. 근데, 난 아직 안 끝났는데?"

"아! 잠깐만. 지금 움직이면. 아♡"

지금 움직이면 뭐? 두 번째 오르가즘이 오겠지?

피임이 없는 상태로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도 안에서 끝내지 않게 타이밍을 잘 맞춰야만 했다.

"하아. 하아... 이제 그... 그만... 지... 진짜 그만♥"

이제는 끝내야겠다. 발끝을 오무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는 혜정이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빠르게 움직이고 난 뒤엔 녀석을 그녀의 몸에서 꺼내와 손으로 잡았다.

"혜정아. 혜정아? 봐 봐."

"허억. 헉... 응?"

"혼자 하는 거 보여 달랬지."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어렵게 눈을 뜬 애 앞에서 마지막 자위를 해 줬다.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얼굴과 몸 위로 쏟아져 내린다.

"뜨거워."

"하하하! 그렇지 뜨겁지."

어른들이 안 계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혜정이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본래의 호흡과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우~ 아직도 얼굴이 뜨거운 거 같아..."

"뭐? 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

분하다는 듯 심통을 부리는 이혜정 양. 하지만 힘이 다 빠져서 괜한 심술만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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