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으로 (5)
오랜만의 만남(?)을 끝내고 둘이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
"스테판도 진짜 올 줄 몰랐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공항에 나와 있더라고."
"그 사람도 우리랑 동갑이야?"
"아냐. 형이지. 스물여섯인가 그래."
"근데, 그렇게 이름으로 불러도 돼?"
"먼저 친구라고 하더라고."
"그 언니는 누나라고 하면서."
"야. 여자랑 남자랑 똑같냐."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지..."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도착. 스테판을 만나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
생각보다 번거로워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가족형제들까지 다들 나와 반겨 주는 바람에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가족들이 나를 알더라고."
"당연히 알지. 그런 일을 했는데."
"순간의 오지랖이 그렇게 될 거라고는..."
"좋겠다 오스트리아 그래서? 어디로 갔어?"
"잘츠부르크."
알프스는 다 스위스라고 알았는데 오스트리아도 알프스를 가지고 있는 국가였다.
잘츠부르크는 보통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도시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곳은 하얀 설상이 웅장하게 펼쳐진 스키의 도시로 다가왔다.
"너무 좋겠다~~ 나도 유럽 가고 싶어."
"다음에 같이 가자. 우리나 크리스마스가 커플들의 축제지, 그쪽은 완전 명절이었어. 스테판네 가족들도 언제든지 오라고 했고."
"..."
같이 가자는 말에 혜정이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변한다.
"왜?"
"너 지금 나랑 사귀자고 그러는 거야?"
"어. 싫어?"
"좋아... 대신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또 뭘 물어보려고 이러나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니.
"진짜 솔직하게 말해야 돼. 너 그 언니 말고 또 있지?"
"뭐? 내가 뭐가 있는데?"
"진짜 그 언니 말고 만난 사람 없어?"
"없어."
"진짜로...? 정말? 진심으로?"
"..."
"나 거짓말 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아니. 근데..."
스테판네 가족과 함께한 시간 동안 많은 친척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온다는 말에 거의 그 마을 사람들이 환대해 주었다.
이웃들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오늘은 이 집에서 밥을 먹고 다음 날은 저기서 먹고.
그렇게 매일을 다양한 사람들과 20대 청춘 형님 누님들을 만나다 보니.
"뭐. 그냥 여기저기 그 나라 클럽도 가 보고..."
"..."
"원체 추운 나라다 보니까..."
"으이구! 으이구!!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많고 다양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혜정이도 막 여기저기를 찰싹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그래 놓고 뭐? 나랑 무슨 연애를 하자고?"
"야! 그건 근데 여행에서 있던 일이잖아!!"
올림픽에 가도 여자를 만나고, 여행을 가도 여자를 만나고. 그런 주제에 어떻게 자기랑 연애를 하자는지 따져 묻는다.
"그 바람기를 어떻게 감당하라고..."
"아니. 이건 바람이 아니라."
"어쩐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하다 싶더라니..."
"아무튼, 솔직하게 답해 줬으니까 너도 대답해 줘."
"싫어. 너랑 연애는 절대 안 해."
"왜?"
혜정이가 또 손을 들어 막 찰싹찰싹 여기저기 몸을 때린다.
"근데, 내가 왜 맞아야 되는 거야? 여자 친구도 아니라면서 왜 이러는 건데?"
"여자 친구가 아니니까 이 정도지."
"아니. 어쨌든 거긴 유럽이고."
"으구 으이구"
침대에 풀썩 누워 있으니, 혜정이도 다가와 안긴다.
"저리 가. 싫다고 때릴 땐 언제고."
"후우. 나도 모르겠다. 근데 죽어도 너랑 연애는 못 할 거 같아..."
"섹스는 괜찮고?"
"..."
대답을 대신하듯 혜정이가 손을 옮겨 피곤한 듯 푹 죽어 있는 똘똘이 녀석을 부드럽게 만지며 말했다.
"바쁘고. 만나기도 어렵고. 그러면서 여자는 쉽게 쉽게 만나고.
또 하면 이렇게 사람 미치게 만들고."
부드러운 손길에, 슬금슬금 녀석도 음? 형님 벌써 아침입니까?
라는 듯 몸을 일으켜 세운다.
"마하야. 나 같은 애들한테 너는 너무 위험해."
"그럼? 그냥 파트너로만?"
"..."
"아니면 이것도 오늘로 끝? 마지막? 디 앤드?"
나와 영영 이런 순간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자기가 봐도 그건너무 아쉬운가 혜정이가 마지못해 받아들인다는 듯 말했다.
"뭐. 둘 다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야... 나쁠 건 없을지도..."
"하하하! 그래. 좋아."
"웃지 마! 짜증 나니까!"
똘똘이 녀석을 대충 슬금슬금 문지르던 혜정이도 손안에 기둥을 꼭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며 고개를 돌려 본다.
"아... 정말 이게 문제야... 이게."
"혜정아 문제는 풀라고 있는 거야."
실없는 농담에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는 혜정이가 점점 손을 빠르게 움직인다.
"누워 봐."
"근데, 나 지금 좀 민감한데..."
"민감하니 좋은 거지."
"음."
아까의 반 정도 애무를 해 주자, 또 허리가 들썩들썩거리는 모습에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른 채 시간을 보냈다.
"하아 하아... 마하야 이제 진짜 그만... 나 더 하면... 그땐 정말..."
"후우. 그럴까?"
"너도 숨을 몰아쉬긴 하는구나...?"
"그럼. 야 나도 힘들어."
마지막은 뒤로 엎드려 눕혔다.
머리를 푹 숙인 채 이불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끝을 보면서 천천히 움직였다.
"아. 아아~♡"
혜정이는 또 한 번 달아오르는 숨을 어쩌지 못해 베개에서 고개를 돌렸다.
슬며시 눈을 떠 보더니 뭐가 짜증이 난 듯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야! 뭘 보고 있어."
"너 지금 얼굴이 진짜 야한 거 알아?"
"아 진짜..."
표정을 감추려고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지만 그렇게 둘 순 없다.
다가가 고개를 꺾어 키스를 해 주자, 혜정이도 혀를 내밀며 열심히 움직임을 맞춰 온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화음에 맞춰 그녀의 몸 저 안쪽부터 헐떡이는 숨이 밀려오고 있다.
그대로 절정으로 달아올라 부드럽고 굴곡진 등 위에 또 한 번 뜨겁게 열정을 쏟아 냈다.
"후우~"
"하아. 하아. 하..."
아이고 힘들다. 이런 자세로 끝까지 하는 건 나도 빡시네. 후우우...
"후우 후우."
"야 아 눕지 말고. 나 닦아 줘야지."
"어? 어. 허억 허억."
"아아 빨리! 흐른단 말야!"
움푹 들어간 가녀린 등에서 체액이 흐를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으니, 혜정이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말했다.
"너 이러면 나 다시는 너랑 안 할 거야."
"이혜정. 또 때릴 거냐?"
"아! 야 됐으니까! 빨리 휴지부터 갖고 와 흐르잖아!!"
연애를 못 해도, 연인이 되지 않아도 언제든 이런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우리는 파트너 관계로 돌아갔다.
"저녁에 애들 보러 간다고?"
"응. 같이 갈래? 술 마시기로 했는데."
"흠. 근데, 너랑 둘이 같이 가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뭔 상관이야. 친구들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음."
"왜? 내가 애들한테 여자 친구라고 할까 봐?"
"미쳤어? 너 같은 남자 친구 젤 싫다니까."
밤 7시. 약속을 생각하면 슬슬 움직일 시간이었다.
"혜정아. 나 좀 씻고 갈게."
"그래. 수건 가져다줄까?"
"아까 있는 거 써도 돼."
씻는 김에 같이 씻자고 서로 비누를 들어 여기저기 만져 주는데.
어떻게 분위기가 또 그렇게 되고 만다.
혜정이의 가슴을 부드럽게 입으로 애무해 주고 있는데, 애가 얼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으음. 근데 마하야 잠깐만."
"왜?"
"또?"
"싫어? 너도 지금 반응 오는데?"
"..."
"한 번만 더 하자."
"가야 된다면서."
"뭐 어때.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 되는 거지."
"후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혜정이가 말했다.
"근데 여기서 하면 다른 집에 들를 수도 있고..."
"음. 하긴 그런가?"
"빨리 수건으로 몸만 닦고 나가든가."
이번엔 애무도 없다. 바로 방으로 돌아와 눕히면서 키스와 삽입모든 걸 끝냈다.
"헉 허억! 마... 마하야... 나 진짜 그만..."
"혜정아."
"응? 으음 읍! 왜?"
"입 좀 벌려 볼래?"
"왜...?"
"빨리. 그럼 또 몸에다 할까?"
"..."
네 번째 사정. 입에 해 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은 혜정이도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그대로 몸을 당겨 입에 넣어 사정을 끝내자, 인상을 쓰지만 다 받아는 준다.
"흐으응... 빨리 휴지..."
"여기."
"진짜 너랑은 절대 연애 안 할 거야..."
"알았어."
장장 다섯 시간에 걸친 세 번의 섹스에, 혜정이는 완전히 지쳐 쓰러져 흐느적흐느적거렸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씻고 누워. 너 또 이러다 그냥 잠든다?"
"배도 고프고 너무 힘들다..."
먼저 씻고 오니, 엎드린 자세 그대로 콜콜 잠이 든 혜정이를 보면서 태윤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 미안. 나 좀 늦을 거 같아. 조금만 있다가 갈게."
통화 소리에 잠이 깼는지 혜정이도 부스럭거리고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나 괜찮아. 애들 보러 가."
"가도 일단 너부터 좀 챙기고 가야지. 너 이러다 내일 아줌마오실 때까지 누워 있는다."
"으음... 너무 졸려..."
혜정이도 주변을 둘러본다.
잔뜩 어질러진 침대에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수건과 옷들.
열정적으로 나누었던 사랑의 흔적들에 지가 봐도 이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근데... 왜 니 옷만 있지? 내 옷은 어딨어?"
"너 아까 안방에서 씻었잖아."
"아 맞다."
비틀비틀 일어나 안방으로 가더니 벗어 두었던 옷들을 툭 내려놓고 다시 침대에 스르륵 쓰러진다.
이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했나...? 얘가 너무 기운이 없는데?
"혜정아?"
"으음. 졸려..."
"야 일어나. 씻고 자라니까."
"몰라. 힘들어."
그래서 내가 안고 들어가 구석구석 몸을 닦아 줬다.
"헤헤. 좋다. 편하다. 따뜻해."
"어이구. 뭔 애도 아니고..."
"마하야."
"왜?"
"다른 여자들이랑 하면 좋아?"
"뭐래..."
"그래서. 그 사람들 중에 니가 원하던 사랑은 찾았어?"
"..."
샤워기를 들어 입을 막으니, 애가 푸푸거리고 심통을 부린다.
"아 뭐 하는 거야?"
"야. 사랑이 그렇게 쉽게 찾아지냐..."
"너 그렇게 막 아무 여자랑 자고 이러면 아무도 사랑해 주는 사람 없을걸?"
"..."
"친구로서 해 주는 이야기야. 잘 들어."
"혜정아."
"응?"
"잔소리 그만하고 체력이나 키워."
결국, 혼자 밥도 못 먹겠다고 징징거리길래 라면까지 끓여 주고 나왔다.
"배고파~ 배고파아~~"
"어우. 이 어리광쟁이..."
"해피야. 저 오빠가 아까 언니를 막 이렇게 들고서 뭐 했는지 알아?"
"알았어! 금방 차려 줄게."
마주 보고 앉아 먹는 걸 지켜보았다. 혜정이는 한 달은 굶은 사람처럼 후루룩후루룩 라면을 먹었다.
"좋다. 따뜻해서 좋아."
"오늘 좋은 거 많네. 이혜정 생일이구만."
조금씩 체력이 돌아오며 혜정이가 다시 물어보았다.
"근데, 너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이랑 막 하고 다니면 이상하지 않아?"
"너도 진짜 섹스에 관심 많구나..."
"아니. 그렇잖아. 누군 줄 알고."
"이번에 빅토리아랑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언젠가 진정한 사랑이 찾아올 때까지 우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 결과. 오늘 너도 이렇게 만족을 시켜 준 거 아니냐고 해 주니.
"그게 내 만족이냐? 지 하고 싶으니까 한 거지."
"그래서 싫었어?"
"아 몰라. 뭔가 싫어."
"싫다는 사람이 그렇게 꼭 달라붙어서 앙앙거리냐?"
"내가 언제?"
"와하하. 하하하~ 이야~ 뻔뻔한 거 봐라."
"그리고. 그건 그 나라 스타일이지. 우리나라 여자들은 다르거든."
"어떻게 다른데?"
혜정이도 빅토리아가 말한 첫 느낌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두 사람의 유대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건 동의한단다.
"근데, 그게,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고 그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 의견도 있겠구나 생각해."
"너 외국 사람 만날 거야?"
"꼭 한국 사람 만날 이유 있나?"
"하긴, 넌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니까 상관없겠구나."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지난번 아테네에서 빅토리아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서, 나도 내가 원하는 사랑이 뭔지 나름 고민을 해 봤다.
"너도 너만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있을 거야. 나도 생각해 보니까 그런 게 있더라고."
"뭔데?"
"함께 있어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
"맞아. 그런 것도 있어."
"사람이 중요하지. 국적은 큰 상관 없다고 봐."
"흠. 사랑은 국경을 넘는다는 건가?"
"국물 더 줘?"
"응."
후루룩후루룩 냄비도 비워지고, 혜정이도 기운을 차린 거 같아 슬슬 가 봐야겠다 싶었다.
"오스트리아 가서 섹스만 했어?"
"하하하~ 아하하하! 야 너 진짜."
"뭐 어때. 이제 와서 우리가 이런 얘기 못 할 것도 아니고."
"진짜 이혜정 대단하지. 대단해."
오스트리아에서 섹스만 했느냐? 아니지. 설상의 풍경이 깊다고 하지 않았던가.
"섹스는 그냥 그날그날 상대가 있고 분위기 탈 때 이야기지, 대부분은 운동했어."
"거기까지 가서도?"
"응. 스키장이 엄청 잘 되어 있었다니까."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물어보았다.
"안 그래도 애들 합격 소식 나오는 거 봐서, 졸업 파티 겸 스키장 갈 건데. 같이 갈래?"
"나 혼자? 너네들 다 있는데?"
"친구들 올 애들 있으면 부르고. 돈은 내가 내. 응원해 준 친구 들한테 한턱 쏘는 거니까."
혜정이도 곰곰이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거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또 오겠다는 애들도 많겠지만."
"응. 오라고 해. 다 오라고 그래. 작년 걔들도 부르고."
"근데, 너 그럼 내 친구들이랑..."
"야. 이혜정. 넌 내가 무슨 짐승 새낀 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