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85화 (85/401)

< 그가 특별한 이유 (6) >

"네! 어서오세~ 뭐야? 너 왜 왔어?"

"왜 오긴. 여기 우리 형 가게야. 미친놈아."

"나가. 먹으려면 돈 주고 먹어. 돈도 많은 새끼가."

"뭐래 병신이."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형한테 들리니 정석이 놈이 지랄지랄을 한다.

"어이 직원. 물 좀 갖고오지?"

"야. 뒤질래?"

"여기는 서비스가 뭐 이래? 장사 드럽게 하는구만."

"이 새끼가 쳐돌았나. 너 그대로 있어라. 동영상 찍어서 언론에 제보해버리게. 육상영웅 알고보니 개새끼. 내가 이거 반드시 신문 톱기사로 올린다."

"하하하! 형들은?"

"시장. 매니저님이랑 같이."

점심 저녁 가운데 한가한 시간이라 정석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둘이 앉아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일은 할 만하냐?"

"물론이지. 야 나 아까 아저씨들이 팁 주셨다?"

"오오~ 그럼 다음엔 이정석이 쏘는걸로?"

"벼룩의 간을 빼 쳐먹어."

"하하하하~!"

"근데, 너 진짜 밥 먹으러 온 거야? 뭐 차려 줘?"

"아니. 그냥 옷 좀 가져가려고. 지나가는 길에 형 보려고 왔어."

"그러게, 너 뭐 애들이 그러는데, 무슨 스키 탄다며?"

"아. 이번에 한번 해보려고."

"미친놈. 안 피곤하냐? 힘이 남아돌면 딸이라도 치든가."

역시, 이놈은 태윤이나 남수한테 없는 특유의 빡침이 있어. 하여간 그리운 새끼.

"정석아. 근데 진짜 안 갈 거야? 모르는 애들도 오는데... 너 없는 것도..."

"하하하. 미치겠네. 너 이 새끼 김태윤이 보냈지?"

"아니. 나도 좀 그러니까."

"야. 나도 놀고 싶어. 그치만 어떡하냐? 보내줘야가지!"

"지랄하지말고. 먼저 형한테 물어보니까 우리 졸업여행 가는 거 아예 모르고 있더만."

그러자 원래도 욕을 달고사는 정석이가 다른 어감으로 정색하면서 욕을 뱉었다.

"아 씨발 미친놈이... 사장님한테 말하지 말라니까..."

"형 하루 이틀 휴가 잘 준다니까. 겨울에 손님도 없고."

"야. 구마하."

"..."

무게감 있는 시선에 일단 입을 멈췄다.

정석이도 가만히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후우. 됐어. 나 괜찮으니까. 니네들 가서 재미나게 놀고 와."

"정석아."

"야. 사장님 오신다. 너 밥먹을 거면 돈 내라."

"..."

시장 다녀 온 형들 때문에라도 더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어? 너 언제 왔어?"

"방금."

"오오! 성남의 자랑 구마하 아니야! 마하야 너 이번엔 스키 도전한다며? 형 뉴스 봤다."

알바에서 매니저로 올라선 형과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우리 형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키는 탈만 해?"

"응. 형 안 그래도 나 내일 강원도 간다."

"벌써? 대회는 다음주라면서?"

"미리가서 몸 좀 풀고 있으려고. 빙질도 익히고, 오늘도 옷이랑 팬티 가지러 왔어."

"그래라."

"아 형 그리고"

그 순간, 멀리있던 정석이가 장 본 품목들을 들어보이며 큰 소리로 우리 형을 찾는다.

"사장님! 이거 어디다 놔요?"

"어? 어. 거기 냉장고 앞에 내려 놔."

정석이가 주방으로 가기 전 나를 가리키며 손으로 입에 자크를 다물라는 제스츄어를 보였다.

그리곤 수도를 펼쳐 목을 긋는데.

"새끼 거 참..."

"왜? 무슨 얘기 하려고 그랬어?"

"..."

정석이 문제도 있지만, 당사자가 하지 말라니 선을 지켜줘야지.

"어. 나 서울에 집 산다고."

"뭐?"

정준이 형을 통해 들었는데 메달리스트에겐 나름 여러가지 혜택이 있었다.

형네 가게를 나와 혜정이네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공인중개사를 찾아왔다.

"아줌마."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예비사위 아니야!"

"그러지 마세요. 저 혜정이한테 진작에 차였다니깐요?"

"걔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래."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몸은...

아니다. 이런 개소리는 속으로라도 생각해선 안된다. 농담도 할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저. 오늘은 다른 게 아니라, 뭐 좀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음? 뭐?"

"서울에 집 하나 사려고 하는데."

"어머. 어머어머... 어쩜 너희 형제들은 하나같이 어머어머..."

"하하하! 그게 아니라. 저도 이번에 들었는데, 저한테 우선분양제 뭐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또다른 혜택. 지난 여름 짧게 원룸 살 때도 그러자는 꿈을 품었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혜택은 빨리빨리 챙겨 먹어야지.

"그래 알았어. 내가 잘 찾아보고 연락줄게."

"네. 고맙습니다."

"아우~ 진짜. 마하야. 우리 혜정이 좀 어떻게 해봐라. 내가 너라면 당장이라도 식장 알아보는데..."

"하하하! 걔가 저랑은 절대 연애 안 한다고 했다니까요."

* * *

"하아 하아~"

"그래서 아줌마가 나한테 막 너 어떻게 해보라고 하시는데."

"야. 쓸데없는 얘기 좀 그만하고. 집중이 안 되잖아."

집에 온 김에 혜정이한테 연락을 해봤다.

안 그래도 집에서 뒹굴고 있다길래 바로 내려오라고 콜.

거실 소파에 눕혀놓고 열심히 섹스 중이다.

"그래서? 너 집 산다고?"

"아직. 좀 알아보고."

"오오~ 방 하나 내꺼 콜."

"뭐냐? 니가 왜?"

"나 동국대 합격했어."

"오 진짜! 그럼 오늘은 합격 기념 세 번은 해야겠는데?"

"하하하! 아 진짜..."

수다를 끝내고 다시 그녀를 향해 골반을 밀어 올렸다.

움직임에 맞춰 혜정이의 표정이 바뀌고 가슴과 온 몸이 들썩이고 있다.

느끼는 얼굴을 지켜보다가 키스를 해주고 목을 타고 내려와 혀 끝으로 간지럽히니 다시금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 나온다.

"아~ 아아~ 하앗~"

"이혜정. 이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 지금 뭐하는 거야?"

"..."

"남자한테 방을 내놓으라고? 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어?"

"......"

"그럼 슬슬 끝낼까?"

아줌마 죄송해요. 제가 아줌마 사위는 못 돼고, 대신 오늘 아줌마 딸 피부 탱탱하게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혜정이의 허리를 잡아 일으키며 자세를 바꿨다.

나도 좋아하고 얘도 가장 좋아하는 좌위 자세.

넓게 벌려지며 밀착되는 그녀의 골반을 보면서 가슴을 입에 문다. 그리곤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는데.

"음?"

애가 조용하다. 원래는 이렇게 해주면 참지 못한 흥분에 숨이 끊어질 듯한 소리를 내는데.

"으음?"

그래서 살짝 눈을 떠 쳐다보니.

"..."

"...?"

애가 들썩들썩 내 움직임에 맞춰 위 아래로 움직이고는 있는데, 싸늘한 눈빛으로 가만히 내려다만 본다.

왜 이러지? 뭐 잘못됐나? 일단 나도 분위기에 맞처 입에서 가슴을 때고 물어보았다.

"왜?"

"야. 구마하."

"...?"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왜 이렇게 목소리를 깔어?

"왜?"

"빼..."

"..."

"빨리 빼라고."

"왜? 아팠어?"

"후우. 됐으니까 빼라고... 짜증나."

움직임을 멈추자 혜정이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날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따뜻하고 은밀한 곳에서 촉촉한 친구와 놀던 녀석이 갑작스레 튕겨나오자 놀란 듯 펄떡거리며, 뭐야! 무슨 일이야! 라는 듯 꿈틀대지만. 지금 녀석보다 걱정되는 건 눈앞의 혜정이였다.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깊은 짜증을 담고 있었다.

"너 뭐야 방금?"

"뭘? 내가 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있어..."

"내가 뭐라고 했는데...?"

"..."

혜정이는 대답 대신 옆에 놓인 팬티를 잡아 들었다.

"왜 그래? 나 뭐 실수했어?"

"야. 만지지 마."

"아니 니가 먼저 방 하나 니꺼라고 했잖아."

"그거 아니니까. 만지지 말라고."

삐진 상태로 팬티와 브라자까지 다 입은 애가 한숨을 훅 쉬면서 돌아본다.

진짜 화난 얼굴로. 내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넌 농담이랑 진담도 구분 못 하냐?"

"..."

"아 씨 괜히 왔어..."

똘똘이 녀석도 분위기를 파악하며 축 늘어져 묻는다.

형... 무슨 일이에요? 모르겠다. 니가 안에서 쿠퍼액이라도 흘린 거 아니냐?

병신같은 자문자답으로도 그녀의 반응을 이해 못 해 문을 열고 나가려는 걸 붙잡았다.

"야. 너 진짜 왜 이래?"

"놓으라고."

"못 놔. 이유라도 알려주고 가."

"..."

혜정이도 머리를 슥 넘기며 말해준다.

"내가 뭐? 세상물정을 몰라?"

"아니. 그건..."

"됐어. 말하지 마. 듣기도 짜증나니까..."

쿵!

"..."

사납게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박력에 쫄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감정이라는 게 있어 혼잣말이나 주절주절 거리는데.

"니네 엄마가 그랬단 말이야... 왜 나한테 화를 내..."

* * *

"어이. 어이... 마하야? 너 인마. 왜 이렇게 무게를."

후욱 후욱!

다음 날 강원도. 강릉시청 선수들이 사용하는 웨이트 훈련장을 찾아 전날 풀지 못 한 양기와 짜증을 무게로 치고 있었다.

"괜찮냐...?"

"그럼요! 후욱 후우!! 전 구마하잖아요!"

"허허. 이 자식."

"후우우! 후우!!"

"어어... 조심조심."

"형 저 괜찮아요. 안 잡아 주셔도 돼요."

"야. 너 지금 스쾃을 대체 몇이나 두고..."

"괜찮습니다! 하압!"

암. 난 괜찮아. 난 구마하니까.

운동도 잘하고 몸도 튼튼하지만. 또한 섹스에 집중 못하고 개소리나 지껄이다 여자애한테 "빼" 소리나 들은 병신같은 놈이지.

분노의 무게를 치고 난 뒤 벤치에 앉아 오늘 아침까지 혜정이와 대판 싸운 문자 내용을 다시보고 있었다.

* * *

[니가 먼저 방 내달라고 하지 않았냐? 너 나랑 절대 연애 안 한다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데?]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니잖아. 사람이 할 말 안 할 말 구분을 해야지. 내가 무슨 니 노리개야?]

대충 어감이 그렇긴 했지만, 음...

근데 인정하면 내가 쫄리는 입장이 되니까.

[그건 그냥 분위기를 타다 보니까 나온 말이지.]

[무슨 분위기? 착각하지마. 내가 너한테 섹스용품이면, 너도 나한테 마찬가지야.]

얘는 또 뭔 말을 이렇게까지 하는지.

서로간에 날 선 말들이 오고 갔는데. 그러다보니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됐다.

[내가 심하다고? 니가 심한 거 아닐까? 집에 있는 사람 갑자기 전화해서 오라고 해놓고. 그래놓고 하는데 집중도 안 하고. 자꾸 말이나 걸고. 이상한 말 툭툭 뱉고. 그래도 내가 너무 했다고 생각해?]

대화를 할 거면 대화를 하든가. 놀 거면 놀든가. 섹스를 할 거면 섹스를 해야지. 왜 하나에 집중 못하고 내 기분만 생각하냐며.

[여자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내가 몇 번을 말을 해줬는데!]

하이고. 그만 좀 해라. 그렇게 여자 감성을 이해하면 내가 구마하냐. 구마윤이지...

[미안. 알았어. 화 풀어.]

[너 내가 너랑 파트너 한다고 사람이 가벼워 보이는가 본데 진짜 말조심하자.]

[응.]

[단답으로 보내지 좀 말고!! 진짜 또 이러면 그땐 파트너고 뭐고 다 끝이야!!]

어느정도 화가 풀린 혜정이도 보다 더 자세한 상황을 알려주는데.

세상 물정 모른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집에서도 아줌마가 맨날 그 소리를 하고 계시단다.

[엄마는 내가 무슨 세상을 몰라. 아니 여기서 거기가 어디라고 통학을 하라는 거야. 버스 타다가 하루 다 보내라는 것도 아니고.]

[따져보면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아줌마도 그런 뜻으로 하신 말은 아닐 거고.]

[야. 넌 누구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거야!!]

그래. 방 하나 내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면 된다. 집이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내가 실수한 문제에 깔끔하게 사과하며 애를 달랬다.

무엇보다 지금 혜정이가 돌아서면 여자애들도 졸업 여행 다 취소라 설설 기어야 했다.

* * *

"오! 그래! 이번에 좋았어."

구마하의 스키 준비는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그동안 이혜정과 함께 한 덕분에 음양조화도 나름 조화롭게 이루고 있다.

몸이 튼튼하니 기술도 빠르게 몸에 익혀갔다.

대회 전 날. 친구들이 한상률과 함께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는 문자를 보며 구마하는 슬로프로 걸어나갔다.

"친구들은 언제 와?"

"지금 오고 있데요."

"그나저나 신이 내린 재능이라는 게 진짜 있구나... 너 같이 빨리 배우는 놈 내가 본 적이 없다."

"모든 건 다 뛰어나신 형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이 자식. 띄워주기는."

김정준은 이왕지사 친구들도 오는 거, 리프트 타고 올라가 멋지게 나타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냈다.

"음. 뭔가 좀 오버하는 거 같지 않을까요?"

"어차피 내일 너 스키타는 거 보려고 관중들 몰릴 건데,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내려와 봐."

"형님. 이건 제 자랑이 아니고요. 아테네에서 저 보려고 몰렸던 관중들이 대략"

"어이고 그래. 미안하다. 내가 우리 대스타님을 못 알아 봤구나."

"하하하! 올라가 있을게요. 아 근데 넘어지면 어떡하죠?"

"하하! 멋지게 내려와라."

구마하가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리프트에 올랐다.

같은 시각. 성남에서 출발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 안.

한상률이 개인사정으러 멀어진 제자들을 향해 마이크를 들었다.

"다들 오랜만이다. 너희도 알다시피 난 이제 마하랑 같이 일하는 동료니까, 선생님이라고 보지 말고 그냥 가이드라고 생각해. 이번 여행 즐겁게"

"아저씨! 우리 휴게소 언제가요?"

"최익현. 너 이 자식..."

"하하하~! 죄송해요."

"내려. 니네 여행 경비는 우리 회사에서 나가는 거니까. 아무리 마하가 불렀어도 나한텐 초대장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내려. 아저씨 차 좀 세워주시겠어요? 한 사람 내릴 거 같은데."

"선생님 잘못했어요!!"

구마하와 한상률이 초대한 영군 고 학생들의 졸업여행.

전교생 모두가 참가한 건 아니지만, 멋진 추억을 기대하는 웃음과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오직, 김태윤과 박남수만 긴장된 얼굴로 다급하게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아. 이 새끼 왜 전화를 안 받어..."

"미치겠네 진짜..."

박남수가 저 앞에서 혜정이와 수다를 떨고있는 한 아이를 보았다.

여자애들 초대는 혜정이가 알아서 하는 걸로 알고 있기에 미처 생각지 못했다.

채민서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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