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셜 리스트의 가치 (3) >
"하하하~ 그래서? 마하가 혼자 가서 계약을 하고 왔어?"
"어..."
"하여간 뱃심도 좋다. 스무살이 덥썩 외제차를 사고."
"하여간 정신빠진 자식...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취소하면 되는 걸, 뭘 그렇게 애 욕을 하고 있냐."
"또 그 와중에 가오 빠지기 싫다고 계약금을 걸어 놨어요."
"크하하하 마하 이 녀석 사고 제대로 쳤구만!"
이주영과 통화하는 한상률.
구마하의 자동차 문제로 씩씩 거리는데, 이주영이 그냥 허락해 주라고 한다.
"그냥 사라고 해. 지 녀석이 번 돈으로 사는 걸 니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니잖아."
"주영아. 대학생이 탄다고 쳐도 국산차 중고나 끌고 다니는 거지. 무슨 외제차야 외제차는"
"구마하 정도면 그정도 타도 되지 뭘."
"그것도 상금으로 잔액을 채운다는데. 야. 너 사람들이 그거 보면 뭐라고 하겠냐?"
고교리그와 다르게, 대학, 실업팀 같은 육상대회는 상금이 주어진다.
한상률은 남들은 그 돈으로 생활비 훈련비 하려고 죽을 똥을 싸는데, 세계챔피언 자식이 자기 자동차 끄는데 그 돈을 넣었다가 돌아올 사회적 비난이 두렵다고 말했다.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억울하면 구마하보다 빨리 뛰든가."
"허허. 이제 지 손 떠난 놈이라고 말이 쉽지 이 자식. 그리고 엄밀히 이 녀석 차 이것도,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목적이 있어서."
"뭐가 됐든, 그냥 하라고 해. 그것도 경험하면서 배워야지."
"간단하게 말하지 마. 마하는 이미 주변에서 수많은 유혹을 받고 있는 녀석이야. 잠깐만 풀어주면 그대로 또 혼자 날뛸 수 밖에 없다고."
"상률아. 너가 그녀석 아끼는 마음은 알겠는데, 가족은 아니잖아."
"그래서?"
"하고싶은 거 하라고 해. 감독으로서 지켜 봐. 마하도 이제 성인이야. 스스로 자기 성품을 키워 낼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냐?"
"..."
"예전에 내가 학생회 소속되어 있을 때 그런 애가 하나 있었어."
이주영이 자신의 경험을 말해준다.
어른이 봤을 때 큰 문제 될 거라 하지마라 했을 때. 바로 말을 듣고 안 하는 놈들은 나중에 가서 더 큰 사고를 친다.
"아닌 놈들도 있어. 착실하게 선생 말 잘따르는 녀석들도 많다고."
"있지. 그러나 마하는 아니라는 거야. 우리도 마하한테 하지 말라고 한 게 많어. 그래도 지가 하잖아. 당장 800미터도 뛰지 말라고 했는데, 저 혼자 계속 운동했고. 스키는 안 그러냐? 누가 스키 타라고 마하 등 떠밀었어?"
"그러고보니까 이 자식 은근 사고 치고 다니는 놈이네?"
"마하 같은 애들이 지금 겪어야 나중에 큰 사고 안 친다. 지가 깨달아야 '아 이래서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거구나' 하는 거야. 괜히 억대 연봉받는 스포츠 스타들이 도박장 기웃거리겠어? 그 사람들이 학생 때나 신인 때 방탕하게 놀던 사람들이야? 아니야. 다들 착실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운동만한 사람들이잖아."
"..."
"사라고 해. 외제차 타고 다니면서 돈 무서운 줄 알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거다."
이주영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한상률도 답답한 속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너나 나나 똑같은 선생인데, 왜 이렇게 관점이 다르지?"
"난 그래도 학생들을 아끼는 스승이고, 넌 그냥 선생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거고."
"재수없는 새끼. 말하는 싸가지 봐라."
"하하하~ 삐지지 말고. 이기적인 놈아."
"내가 뭐가 이기적인데?"
이주영은 구마하가 작년 한주 고에 기증한 수천만원 대 스포츠 용품과 운동기구들을 언급하며 말했다.
"마하가 우리한테 큰 돈 쓸 땐 아무 소리 안 하고, 개인의 즐거움은 뭐라고 하는 게 이기적인 거 아니냐?"
"야 그건 다른 이야기지..."
"넌 너무 그 녀석을 우상화 하려고 하고있어."
"내가 뭘 이 녀석을 우상화 해? 개소리하고 자빠졌어."
"완벽한 스포츠 스타. 인성도 실력도 뛰어난. 그래서 모든 이들이 꿈꾸는 그런 위인. 아이고 마하도 불쌍하지... 한상률 밑에서 애가 숨이나 쉬겠냐? 한번 놀러오라고 해야겠네. 와서 후배들도 보고 자기 가치도 확인해보고. 고기도 좀 구워먹고."
"끊어라. 수고하고."
"하하~! 야 진짜 한번 둘이 내려와라. 애들이 구마하는 안 오냐고 난리다."
"요즘 한주 고는 어떠냐?"
"힘들지. 그래서 좋고. 작년 3학년은 동민이랑 마하 두 녀석이었잖아."
"그치. 엄밀히 한주 고 3학년은 동민이 하나였지."
"그랬던 게 올해는 열 두명은 있으니까. 동민이 마하랑 같이 뛴 1학년들도 2학년 올라오면서 후배들 이끌고. 재밌어."
"한주 고도 이제 강팀이네."
"학생들은 재밌는데, 학부형들이 난리다... 아이고야... 다들 금메달이 무슨 몇 년 뛰면 쉽게 얻어지는 것 같다."
"확실히 이 녀석이 괴물이었지."
"그러니까. 아무리 봐도 녀석이 특별한 케이스였어."
"진짜 한번 가봐야겠다. 궁금해지는 걸."
"수고하고. 마하 챙길라 말고 니 녀석 장가나 가. 그래서 니 가족을 그녀석 같이 아껴 줘."
"하하하! 야. 장가는 혼자 가냐?"
"소개 시켜 줘? 요즘 주변에서 너 묻는 사람들 몇 명 있는데."
"이 자식은 쓸데없는 말만 주구장창 꺼내고 있고. 당장 준비해! 나 결혼하고 싶어!"
"하하하 이 자식. 지 좋은 일은 덥썩 물면서."
* * *
같은 시각. 한수빈이 사교계 멤버 강세준의 아파트를 찾아가고 있었다.
"으음~♪"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빌라.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여는 구조라 한수빈은 태연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구두를 벗었다.
"오빠들 나 왔어."
그러자 저 안쪽 방에서 이도형이 밖으로 나와 그녀를 맞이해준다.
그가 문을 열었을 때, 방안에선 여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직도 그 언니들이야? 한 이틀 되지 않았어? 오래 있네?"
"응. 애들이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애."
"지겹지도 않나... 오빠 파트너는?"
"걘 첫날 보내고 갔어."
"흠. 그 언니는 좀 싸가지 없게 보이긴 했어."
"니가 발톱을 세우니까 걔도 그러지."
"내가 언제?"
"아무튼, 여긴 왜 왔어? 시비 걸려고 온 거야?"
"아니. 심심해서."
한수빈의 속내가 뭔지 끄집어 내려 하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뭐야?"
"누구? 여자?"
"아니. 원석이."
방에서 여자들과 있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이도형도 의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어. 맞어. 수빈이. 너 왜 왔냐고."
"그냥 놀러왔는데."
"그냥 놀러왔데. 알았어 빨리 보낼 게."
한수빈도 큰 소리로 방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왜? 나 있으니까 쪽팔려? 나 가서 구경할까?"
그러자 흐릿하게 들리던 여자들의 신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이도형이 수빈을 말리며 말했다.
"야. 제발 좀 가만 있어..."
"뭐 어때? 오빠들은 어떻게 하나 궁금한데?"
"이리 와. 까불지 말고."
이도형이 그녀를 안방과 먼 곳에 위치한 서재로 끌고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왜? 그냥 심심해서 온 거 아닐 거 아냐."
"아니. 혹시 그때 그 이야기 어떻게 됐나 해서..."
"뭐? 구마하 부르라는 거?"
"응. 이틀이나 지났는데 말이 없길래."
이도형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수빈아. 너 왜 그렇게 걜 마음에 들어하는 거야?"
"몸이 좋잖아. 그리고 세계 챔피언이고."
"메달 따고 몸 좋은 애들 필요하면 유도도 있고 찾아보면 많은데 꼭 걔여야 돼?"
"음. 그런 사람들은 무식해서 싫어."
"구마하는 유식하고?"
"일단은 연대생이잖아. 나 은근 남자 만날 때 학력 보는 편이라."
"입맛도 까다롭다 기집애."
이도형이 그때 그 친구도 아직 여기 있으니 한번 더 말해보겠다고 지금은 가라고 한다.
한수빈도 그럼 용건은 마쳤다는 듯 의자에서 일어선다.
"오케이. 그럼 가기 전에 물 좀 먹고."
"부엌에 과일 주스 있어."
그녀가 서재를 나와 이도형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안방 쪽으로 도도도 달려간다.
이도형이 깜짝 놀라며 따라와 그녀를 말렸다.
"하하하하!! 아하하!"
"이게 진짜 미쳤나!"
"오오~ 오빠들도 사람들 눈치를 보는구나?"
그녀의 웃음 소리에 방에서 들리던 소리가 다시 잦아들었다.
한수빈도 진짜 용건은 다 끝났다는 듯 이도형의 품에서 멀어지며 말했다.
"언니들 혹시 강간당하고 있는 거면 빨리 말해. 내가 가기 전에 경찰 불러줄게."
"야. 가 빨리! 까불지 말고."
"후후후. 재밌게 놀아."
한수빈을 보내고 이도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왔다.
강간은 아니었다. 파트너들도 동의했고, 이는 어디까지나 합의하에 벌어진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보이는 상황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클럽에서부터 함께 해온 강세준과 김원석의 파트너는 두 손이 묶인 상태로 이제는 남자들을 바꿔가며 상대하고 있었다.
이도형이 방안에 마련된 소파에 앉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듯 한숨을 쉬었다.
김원석이 강세준의 파트너였던 여성을 무릎 꿇리고 애무를 받으며 물었다.
"수빈이 갔어?"
"어. 후우... 기집애 여길 들어오겠다고..."
"걘 진짜 미쳤나. 애가 애가 겁이 없어."
강세준도 김원석의 파트너를 침대에 눕혀 거칠게 뒤로 하면서 묻는다.
"왜 왔데?"
"윽. 으윽 흑!"
이도형이 강세준의 움직임에 고통스러운 듯 이를 악물고 있는 그녀를 보며 말한다.
"구마하 부르는 거 어떻게 됐냐고."
"하여간 지 필요한 거라면 애가 참을성이 없어요... 야. 너였지?"
강세준이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 잡으며 고개를 들렸다.
"으윽... 네..."
"야. 아퍼. 그러지 마."
"뭐 어때. 애가 무용한 애라 그런가 허리가 아주 유연해."
뒷 머리를 잡아 챈 김에 강세준이 그녀를 향해 거칠게 허리를 부딫힌다.
"윽! 흐윽..."
"울잖아. 놔 줘."
"야. 서둘러라. 수빈이 저 년 조금만 더 늦으면 히스테리 장난 아니다."
"으으윽! 윽! 그... 근데 조금만 살살... 너 너무 아파요..."
"이 씨발년이 뭐라고?"
강세준이 몸을 빼 그녀를 돌려 침대에 눕힌 뒤 올라탔다.
"야. 세준아."
이도형이 말려도, 그는 가감없이 그녀의 목을 조르며 빠르게 허리를 흔든다.
"컥! 커어억!!"
"어디서 말대꾸야 개같은 년이..."
"야. 그러다 또 기절한다고."
"하하하! 그러면 안돼지. 그치?"
"커억~! 허어억!"
"어때? 좋지? 숨통이 트이면서 쾌감이 확 밀려오지~?"
무릎을 꿇고 앉아 김원석을 애무하던 여성이 그들을 보며 겁을 먹었다.
방송국, 정치인. 그리고 대법관의 자식들...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는 사람들...
첫 날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나가서 비싼 핸드백을 사주길래 다시 따라왔더니,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가축 대하듯 다뤄지고 있다.
겁먹은 시선으로 지켜보던 그녀의 고개를 김원석이 낚아채며 물었다.
"야. 안 하고 뭐해?"
"흑... 흐윽..."
"쟤 때문에 그래? 하여간 가학적인 새끼. 말만 친절하게 하면 뭐하냐. 내가 낫지 그치?"
"...윽 으윽."
"울지 마. 왜 울어? 우리가 너네 때렸어? 괴롭혔어?"
"아... 아니요."
"괜찮아. 쟤도 좋은거야. 그치?"
"야. 너한테 물어보잖아. 빨리 대답해."
"윽. 으윽. 네..."
지독한 사람들이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아니. 아까 한수빈이 말했을 때 경찰을 불러달라고 할 것을...
"야. 너 지금 수빈이한텐 이러지도 못하면서 왜 너네한테만 이러냐 그런 생각하지?"
"아! 아니요... 안 그랬어요..."
이도형도 웃으며 물었다.
"수빈이한테 이랬다간 다 죽는거지."
"그러니까. 하하하!"
"어이고야... 감히 한수빈한테? 난 줘도 싫다."
두려움에 앞서 본능적인 호기심에 그녀가 물었다.
"왜... 왜요? 수빈 씨네 집안은 뭔데요?"
그러자 이도형이 씩 웃으며 말해준다.
"한동그룹 외동딸."
"..."
한동그룹... 진짜 재벌이었구나... 그것도 그냥 저냥 이름만 있는 재벌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계를 지지하는 기둥 중 하나.
그래서 이들이 방송 정치 법관이란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히 그녀의 기분을 거스를 수가 없구나.
비겁한 새끼들. 힘 있는 사람한텐 찍소리도 못 하면서, 아닌 애들은...
이도형이 그녀의 눈빛을 읽은 듯,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아차. 이거 비밀인데."
"..."
김원석도 웃으며 그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게. 너 이거 어디가서 이야기 하면 안 되는데. 수빈이 자기 집안 밝혀지는 거 젤 싫어하는 애라."
"네? 아... 아니. 제가 그런 걸 왜 떠들어요..."
"모르지. 원석아. 고생해라."
"어. 가려고?"
"응. 세준아 간다."
"수고."
이도형은 더 지독한 꼴을 보기 전에 방을 빠져나갔다.
"얘들아 명심해라. 수빈이는 우리보다 더 지독하게 복수한다.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나가면서 다 잊는거야."
"자... 잘못했어요."
"하하하! 뭘 잘못 해. 니네가 잘못 한 건 없어. 안 그러냐?"
"살살 해라. 애 겁먹었잖아.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다뤄줬는데 그치?"
김원석이 강세준 옆에 자신의 파트너를 눕힌다.
두 사람의 여성들이 엎드리고 눕혀진 상태로 서로를 의지하고자 손을 꼭 잡는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이 보기 좋다면서 웃었다.
"하하하! 세준아. 얘들 손 잡는다."
"오~ 그러네. 야. 니네 서로 키스 해 봐."
두 사람은 울면서 혀를 낼름 거리고 키스를 나눴다.
"잘하네. 씨발년들."
"그러게. 야. 우리 이것만 끝내고 또 쇼핑하러 가자. 이번엔 오빠들이 옷 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