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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119화 (119/401)

< 여왕의 시선 (4) >

"얘들아.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 춤이나 추고오자."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친구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도 지키고 분위기도 바꿀 겸, 이도형이 사람들을 밖으로 이끌었다.

한수빈도 좋다며 구마하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마하 씨! 우리도 춤추러 가요 네?"

"아. 근데 제가 춤같은 걸 출 줄 몰라서..."

"괜찮아! 나랑 있으면 돼! 나가요!"

그녀가 바짝 다가오자 부드러운 가슴이 구마하의 팔을 압박한다.

아찔한 감각에 입에선 실실 웃음이 흘러 나왔다.

"허허... 허허허..."

"후훗~"

섹스는 원초적이면서 본능적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부족할 것 없는 한수빈에게 섹스는 가장 쉽고 큰 자극을 주는 오락이었다.

가수, 배우, 모델. 그녀는 원하는 상대를 골라 오락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야구선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춤추는 아이돌도 체력 좋고 잘 생겼지만, 운동하는 사람의 스테미너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에겐 멋이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 느껴지는 특별함이 부족했었다.

그것을 구마하가 가지고 있었다.

이 남자는 특별하다. 어떤 맛일까? 이 사람은 절정에 다다를 때 어떤 표정을 지어보일까?

한수빈은 그의 팔을 더 바짝 끌어안으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알려줄게. 응? 나가자."

"조... 좋습니다."

"훗 오빠들은?"

"그러게. 땀 좀 빼고 올까?"

"사람도 좀 데리고 오고. 우리도 심심해서."

"가자 마하야."

"네! 도형이 형."

구마하가 사람들과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정승우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강세준과 김원석이 물었다.

"넌 여기 있을거야?"

"아니. 통화 좀 하고 오려고."

"우리 파트너 데려 올 건데. 너도 누구 붙여줘?"

마하한테 밟히더니 적어도 손님으로는 대우해주는 건가? 이 새끼들 생각보다 순수한 놈들이구나.

정승우가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라."

"가자 세준아."

모두가 빠진 조용해진 공간을 둘러보며, 정승우도 술 한 잔 머금으며 밖으로 나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바라며 줄을 서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몇몇의 시선에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구나. 이런 걸로 우쭐함을 느끼다니...

정승우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 퀵 보이스로]

"..."

재벌들이라... 확실히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술 값은 대체 얼마가 나올까? 술도 다 유명한 것만 있던데, 설마 마하랑 나한테 돈 내라고 하진 않겠지?

무용하는 친구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본다. 여전히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정승우는 문자를 남기며 친구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미모가 있었다. 그래서도 어딜가나 주목받고 당당해 사람들을 홀리는 매력이 있는 아이였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라 적당히 자기관리를 하지만, 정승우와는 사석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늘 제대로 된 놈 하나 물어 놓치지 않겠다는 말을 농담같이 했었는데.

이 녀석이 물은 걸까 아니면 물린 걸까...

아까 통화하던 목소리도 몸이 안 좋은 게 아닌 다른 게 있는 건 아닐지...

정승우가 진하게 태우던 담배를 던지며 다시 클럽으로 향했다.

"후우..."

젠장 여자들이나 만나는 줄 알았더니, 생각없이 놀러 왔다가 재밌는 경험하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아 씨발! 뭔 개소리냐고!! 비켜!!"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뭐야 이건 또?

정승우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다툼을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갑자기 왜!?"

"출입을 금지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누가!! 누가 나를!! 어떤 개새끼가!!"

"영업부에서 전달이 왔습니다."

"와 미치겠네... 야. 그 새끼들 나오라고 해."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릅니다. 가주십시오."

어라? 저 친구는? 분명?

정승우는 학교 신문사 기자였다.

몇 년 전 국가대표가 된 박상택이 가드들에게 입장을 거부당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새끼를 부르라고!!"

"손님. 가주십시오."

"비켜주십쇼."

뭐야? 원래는 그냥 들어올 수 있는 멤버였어?

정승우를 비롯, 사람들이 박상택을 구경하고 있는데, 구마하가 찾아왔다.

"승우 형. 여기서 뭐하세요?"

"어. 잠깐 담배 좀 피고왔어."

"안에서도 피던데?"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던 박상택이 문지기 너머 클럽에서 나온 구마하를 보았다.

구마하도 그를 알아본다.

"어...? 선배...?"

"하하. 아 씨발..."

덩치 큰 가드들이 말려도 씩씩거리며 물러서지 않던 박상택이 구마하를 보자, 맥이 풀린 듯 허탈하게 웃으며 팔을 뿌리쳤다.

"놔! 씨발놈들아."

"손님. 힘 쓰지 마시죠."

"야. 그냥 경찰 불러."

"후우..."

박상택의 눈엔 구마하만 보인다.

구마하도 굳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와... 존나 어이없네. 진짜 돌겠네..."

"저 선배..."

정승우가 박상택에게 다가가는 구마하를 붙잡는다.

"가만 있어."

"우리 과 선배에요...?"

"그래서 뭐 어쩌려고. 그냥 가만 있어."

박상택의 눈에서 살기를 느끼는 정승우였다.

마하가 나가면 분명 사건이 벌어진다. 피하는 게 좋다.

가드들에 떠밀려 박상택은 거리로 물러섰다.

한숨만 쉬고있는 그에게 여기저기 불편한 시선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박상택은 아랑곳 하지않고 소리쳤다.

"그래. 끼리끼리 잘들 쳐먹어라. 씨발년들아!!"

정승우는 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와우. 클럽 진짜 재밌는 곳이네."

"..."

"왜? 걱정 돼냐?"

"글쎄요. 학교에서 보면 또 개지랄하겠네 싶은데... 뭐 이제와서."

"그래? 둘이 뭐 있었어?"

"대충요. 학과 일이라 밖에다 말하긴 좀 뭐하고요."

"허허허. 저 친구 자존심 존나 쎄다고 들었는데."

"형 아세요?"

"우리 신문사 애들이 2년 전인가 저 친구 국가대표 됐다고 했을 때 취재하고 왔거든. 그때 들었어. 연예인도 그런 연예인이 없을 거라고."

"에이 씨. 하필 왜 또 여기서 만나가지고."

정승우가 침울해 하는 구마하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근데, 왜 나왔어? 너 수빈 씨랑 있던 거 아냐?"

"잠깐 화장실 간다고 하고 형 찾으러 왔어요."

"난 왜? 분위기 좋더만."

"좋은데. 그래도 형 없으니까 불안해서요."

"하하하 이 새끼. 들어가자."

* * *

"아. 마하 씨! 이쪽 이쪽!"

"네..."

승우 형을 찾아서 돌아오는데 수빈 씨가 보자마자 손을 잡고 스테이지로 끌고갔다.

아~ 손이 너무 부드러워. 아까 살짝 닿았던 가슴도 말캉말캉 했는데.

진짜 너무 예쁘다. 연예인 뺨 치는 미모라는 게 이런 건가? 혜정이도 꾸미면 저렇게 보이려나?

"여기 여기. 후훗"

근데 너무 좋은데. 저쪽에서 막 이렇게 들이대니까 뭔가 좀 부담스럽다.

좋은데 부담 된다? 뭘까 이 아이러니한 느낌은...?

그러면서도 자꾸만 빠져들 수 밖에 없으니, 아이러니함과 별개로 그녀의 외모는 사람의 눈길을 붙잡는 힘이 있었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그녀에게 반하는 눈빛을 하고 있다.

수빈 씨는 음악에 맞춰 살랑살랑 머리를 흔들었다.

긴 머릿결과 화려한 악세서리가 조명 빛에 반짝인다.

"춤이 별 거 있어요? 이렇게 그냥 리듬에 맞춰 추면 되는 거지. 후훗"

살랑살랑 가볍게 움직이던 머리가 한발 한발 스탭과 함께 앙증맞게 흔들린다.

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 가득한 곳에서 세상이 단절되고 우리만 있는 것 같았다.

"응? 따라해봐요. 빨리~"

"아. 네..."

콧소리를 내며 그녀가 내 손을 들고 춤을 춰준다.

모르겠다. 이게 춤인지 발광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뭐라고 해보니 그녀가 또 자지러져라 꺄르륵 웃어주었다.

"하하하! 아니~ 그렇게 말고!"

와... 웃는 것도 너무 예쁘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맑게 웃을 수 있을까...

"잘하네!"

"저. 수빈 씨. 저 그냥 보고만 있으면 안 될까요? 영 어색해서."

"음. 그럼 가만히 있어 봐요."

더 빠르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수빈 씨가 나를 딱 자리에 멈춰 세우더니 몸을 돌려 착 밀착시켰다.

그리곤 몸을 막 엉덩이를 부비며 흔들흔들 춤을 춘다.

"어때요? 이러면 재밌죠?"

"..."

슬쩍 뒤돌아 올려보는 그녀의 눈매와 앙증맞은 입술에 미치는 거 같다.

똘똘이도 아 씨발 뭐야! 뭐냐고!! 밖으로 꺼내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열정적인 반응을 모를리 없다.

아니. 더 느끼고자 몸을 바짝 붙이고 있는 것 같다.

"음?"

참을 수 없는 매력에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술로 얼굴을 내렸다.

수빈 씨도 씩 웃더니 눈을 감고 목을 빼든다.

젠장. 이거 키스로 싸는 거 아냐?

"뭐야 갑자기."

"하하... 미안해요. 너무 예뻐서."

"우리 춤춰요. 응?"

그녀와의 키스를 주변에서도 보았다.

사람들의 부럽다는 표정이 쏟아지는데, 우리는 더 둘만의 세계로 빠져들며 열심히 몸을 밀착하고 춤을 췄다.

어느정도 분위기에 적응되자 이제는 나도 덩실거리며 몸을 흔들 수 있게 됐다.

물론, 수빈 씨는 더 신이 나서 양 팔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고 있었다.

"꺄아!"

긴 머리가 찰랑이는데, 솔직히 난 그녀의 겨드랑이를 보고 있었다.

와. 어떻게 사람 겨드랑이가 저렇게 매끈할 수 있지?

핥아보고 싶다... 간지럽히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혜정이도 제모는 하지만, 가끔 어쩔 수 없는 샤프심 같은 털들이 거뭇거뭇 보였는데...

"하하하! 마하 씨!"

"어어? 갑자기 왜요?"

"나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

그녀가 춤추다가 바짝 매달려 안겼다.

대체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는 걸까?

왜 이렇게 생긴 사람이 나를??

원래라면 좋아 미치고 팔짝 거리겠지만.

자꾸 이혜정이 한 말이 떠오른다.

너를 좋아한다고 그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에잇 젠장. 얘는 쓸데없는 말을 해가지고 자꾸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어.

그때 도형이 형이 다가와 우리를 찾았다.

"너네 여기 있었구나. 더 놀 거야? 우리 룸으로 갈 건데."

"어떻게 하실래요 수빈 씨?"

"음~ 목마르긴 하다. 가요 우리!"

"네."

아 몰라. 오스트리아에선 더 아무렇지 않게 호텔방까지 갔다 왔었어.

위험하기로 따지면 외국이 더 위험하지. 한국이 위험하겠어?

룸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수빈 씨는 매달려 떨어지질 않았다.

도형이 형도 웃으며 돌아본다.

"야 좀 놔라. 누가 데려가냐?"

"싫어 내꺼야!"

허허허. 내꺼. 내꺼라고?

"제가 수빈 씨 거라고요?"

"응!"

"허허허. 허허허허!"

"왜 웃어요? 좋아요?"

"아 그럼 물론이죠! 전 수빈 씨 겁니다!!"

"하하하하~!!"

신나는 마음으로 룸으로 돌아왔다.

세준이 형과 원석이 형이 여자들을 데리고 건배를 하고 있었다.

어? 누구지? 하는 눈빛으로 둘러보는데 도형이 형이 말해준다.

"애들이 데리고 왔어. 그냥 같이 놀면 돼."

"아. 네."

수빈 씨도 아랑곳 않는 것 같고, 원래 클럽이 이런 분위기라는 거겠지?

나도 의식하지 않으며 자리에 앉는데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본다.

"어? 아까 그분?"

음? 아아~ 입구에서 말 걸었던 사람들이구나.

이렇게 보니까 평범한 분들이었네. 역시 승우 형이 배운 사람이라 통찰력이 있어.

어? 근데 형은?

"여기서 또 보네요!"

"네. 그렇네요."

"야. 니네 쟤 누군지 알어?"

원석이 형이 묻는 말에 세준이 형 옆에 있던 사람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구마하?"

"하하! 정답!"

"오~ 마하 인기 좋은데?"

"에이 왜 그러세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승우 형이 보이질 않는다.

"형? 승우 형은요?"

"글쎄 몰라."

"걔 아까 통화하러 간다고 했었어."

"그래요? 나랑 같이 왔는데. 수빈 씨 잠깐만요. 나가서 형 좀 데리고 올게요."

"..."

"수빈 씨?"

"네. 그래요..."

뭐지? 갑자기 분위기가 변한 거 같은데?

아무튼, 난 빨리 형 데리고 와야지. 부자들이랑 혼자 있기 영 어색하니까.

* * *

구마하가 룸에서 빠지고 방안은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뭐야. 진짜였어...? 진짜 구마하라고?"

"우와... 우리 아까 바로 앞에 있었는데..."

"그래? 그럼 꼬셔보지?"

"벌써 채였지!"

"하하하! 야 니네 화장 좀 배워야 되는 거 아니냐?"

"뭐래 이 오빠가."

강세준과 김원석이 파트너와 농담을 하고 있는데. 한수빈이 이도형을 불렀다.

"오빠."

"하하하 미친 놈들."

"도형이 오빠."

"어? 왜 수빈아."

"잠깐만 나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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