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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127화 (127/401)

< 첫 느낌 (4) >

"후훗 그러게? 나도 오랜만에 무대라 그러나 조금 피곤하네?"

"..."

"아~ 쉬고싶다. 저기로 가면 큰 호텔 있는데."

호텔로 간다. 마침내 구마하와 하는구나. 어지간히 비싸게 굴더니 다 넘어왔어.

가슴 깊이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에 싱글벙글 보조석의 거울을 꺼내보는 한수빈.

반면, 구마하는 하염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었다.

그래. 본질을 잊어선 안돼. 처음부터 내가 원하던 건 섹스가 아닌 사랑이었어.

다들 언젠가 반드시 날 사랑해줄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했었잖아.

그녀가 한수빈인가? 이렇게 처음부터 날 좋아해준 사람이 있었나?

"저기. 수빈 씨?"

"응?"

"아. 저..."

"왜요?"

"왜 이렇게 저를 좋아하세요?"

"훗~ 멋있으니까?"

"..."

"그리고 잘 생겼고."

"...내가 뭐가 잘생겼다고."

"왜? 그날 패션쇼 때도 다들 얼마나 반하는 눈치였는데."

"글쎄요. 전 잘 모르겠던데..."

사랑... 사랑이라...

구마하는 빅토리아와 나누었던 사랑에 관한 대화를 떠올렸다.

사랑은 굿 필링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라 했었지. 좋은 느낌인가...

여러 의혹만 때고 보면 한수빈과의 느낌은 절대 나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예쁘고, 나를 좋아해주고. 헌신하고 아끼지 않는 여대생.

그래 여대생이라는 것도 큰 가산점이지. 몰라, 나도 미친 소린 건 아는데, 적어도 내 안에 그런 논리가 성립되고 있어.

구마하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수빈과 눈을 맞춘다.

"음?"

"저! 저기. 수빈 씨?"

"후후 왜요?"

"수... 수빈 씨는 사.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아차 너무 병신 같은 질문이었나?

갑자기 사랑이 뭐냐니. 차라리 도를 믿습니까라고 묻는 게 낫지.

역시나 그녀의 표정이 황당하게 변하고 있었다.

호텔 가서 뭐하나 그것만 생각하고 있던 한수빈에게 사랑이라니.

"...네?"

"..."

싱글벙글 살랑이던 목소리가 싸늘하게 돌아오자 구마하도 놀라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저... 그. 그게 그러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사랑이 뭔데?"

"하하. 그냥 궁금해서요..."

이번엔 한수빈이 멍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뭐야 얘? 갑자기 뭐라는 거야? 사랑이 뭐냐니...? 그게 뭔데?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있어?

태어나 처음으로 들은 질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애초에 철학이란 결핍과 고통 속에 답을 찾는 학문이다.

탄생이 축복이라면 삶은 왜 고통스러운가? 먹고 먹히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창조주는 어째서 생명을 만든 것일까?

일상 속 결핍을 찾을 수 없는 그녀는 섹스란 자극을 통해 쾌락과 즐거움을 누려 왔던 사람이었다.

사랑이란 멀고도 이질적인 것이라 여겨 가까이 하지 않았다.

아니, 한번도 사랑을 원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다.

한수빈은 질문을 피해 버린다.

"마하 씨. 근데 우리 어디가?"

"왜... 왜요?"

"호텔 간다고 하지 않았어?"

"멋없다면서요."

"..."

"듣고 보니까 그 말도 맞는 거 같길래..."

"그래서?"

"그래서 뭐 드라이브라도... 너무 갑자기 호텔 이러니까... 뭔가 좀..."

"..."

"......"

구마하가 흘깃흘깃 눈치를 보고, 한수빈은 깊은 호흡을 들이마시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기야 혹시... 처음이야?"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럼. 여자랑 해봤어?"

"하하... 당연하죠... 자랑은 아닌데 저 나름 섹스 잘해요."

"근데 왜 이렇게 나한테 멋있게 보이려고 그래?"

"그... 그래야 되는 거 아닐까요? 어쨌든 저기... 그러니까. 둘이 같이 있을 건데..."

"내가 마하 씨 좋아한다니까?"

"아니. 근데 그건 수빈 씨가 보는 내 어떤 외형적인 조건이고..."

"..."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려면 역시 뭔가 내면이... 생각이나 성격 같은 게... 대화를 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얘 덩치는 커다란 해서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네. 그런 걸 굳이 뭐하러 따지지?

한수빈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자기는 내 내면을 어떻게 봤길래?"

"..."

"응? 말해 봐."

"그러니까... 하하! 그걸 도통 모르겠어서 물어보는 거잖아요..."

구마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운전에 집중한다.

순박한 표정에 야누스적인 감정이 읽히는 것 같다.

먼저 호텔로 가자던 사람이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라...

얘는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설마. 얘 나 진짜로 좋아하나?

"그럼 호텔은 왜 가자고 그랬어."

"아니 그거야... 알면서..."

"..."

어딘가 가슴 설레이는 말이다.

하고 싶은 건 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가?

대체 뭘까...? 아직 어려서 그러나? 멍청한 거 같지는 않은데. 갑자기 왜 사랑 타령을...?

"자기는 내가 자기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난 섹스도 사랑이라고 말해요."

"..."

"사랑이 없는 섹스가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하러 가는 게 바로 그런 거 아니었어? 사랑 없는 섹스?

그 말을 부정하듯 수빈의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의 힘. 스테미너. 남성적인 매력. 오직 외향적인 조건만 탐하고 있었는데 감정이 생기다니... 대체 왜 이러지?

"마하 씨. 난 사랑 없는 섹스도 있다고 생각해요."

"난 그게 싫어요."

"...왜요?"

"이제는 단순한 섹스가 아닌,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서요."

"..."

뭐라고 해야되는 거야...? 어떻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어.

지금까지 내 앞에서 이렇게까지 자기 감정을 표현한 사람이 있었던가?

성적 대상으로 보던 사람이 인간으로 다가오다니... 그의 기분을 신경 써줘야 하나...?

"마하 씨는 연애하고 싶어?"

"네."

"...나랑?"

뭐야. 빨리 답 해봐. 먼저 말을 꺼냈으면 책임을 지고 매듭을 짓든가.

"그러니까 물어보죠."

섹스가 아닌 사랑이라...

사랑... 연애... 그런 게 진짜 있어?

내가 연애를 한다고? 구마하랑? 얘를 남자친구를 둔다고??

그의 말을 곱씹을수록 한수빈의 가슴이 처음 느끼는 감정에 두근 거린다.

꼭 그때 패션쇼 때 그를 바라보던 마음 같다.

아니야. 흔들리지 마.

애인은 무슨 애인이야. 그런 거 귀찮어.

"그래서. 마하 씨는 사랑을 찾아 어디까지 드라이브하려고?"

"음..."

"부산?"

"아니요. 실은 차 끌고 이렇게 운전 많이 한 것도 처음이라. 강남도 잘 모르겠고."

"여기 아까 왔던 길인 건 알죠?"

"네. 안 그래도 아까 말씀하신 호텔 찾고 있는데... 길이 헷갈려서."

"저기 두 번째 코너에서 우회전해요."

어찌 됐든 한수빈은 자기감정을 우선한다.

그에게 느끼는 감정과 호감은 양념일 뿐. 본질은 그의 몸이니까.

한수빈은 구마하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에게 느껴지는 남성을 내 안에 가득 채울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 * *

"내가 내도 됐는데..."

"돈 없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면서?"

"쪽팔리게. 그걸 또 그렇게 말해요?"

"하하하. 미안. 근데 운동하는 사람이 뭘 그렇게 돈을 썼길래 그래요? 쇼핑?"

"뭐 그냥 차 사고... 애들 술 사주고...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하하하! 내가 내줄까?"

"됐어요. 아무렴 그렇게까지 절박하진 않아요."

흠~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한수빈이 만났던 남자 중엔, 그녀의 외모보다 재력을 더 원했던 이들도 있었다.

구마하는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수빈에게 점수를 쌓여가고 있다.

"오~ 방 좋다. 코엑스가 바로 딱 눈 앞에."

"난 여기오면 꼭 이 방에서 지내. 분위기가 좋아."

"높아서 그런가 야경이 괜찮네요."

"자기야 그런 건 나중에 보고."

"음?"

한수빈이 창문에 붙어 도심지를 구경하는 구마하에게 두 팔을 벌린다.

"이리 와."

구마하도 씩 웃으며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무거운 힘에 수빈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어머? 누가 안으래?"

"팔 벌리고 있으면 안아달라는 소리 아니에요?"

"뭐야? 사랑이 어쩌고 하더니? 부드러운 줄 알았는데 은근 거친 걸?"

"그건 수빈 씨가 날 오해 한 거고."

구마하가 그녀를 향해 슥 고개를 낮추며 목을 꺽어드는데.

"..."

"후후후. 누가 키스하래?"

"오라며?"

"오라고 했지. 키스하란 말은 없었어."

한수빈이 손가락을 들어 키스를 거부하고 있었다.

구마하가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후후."

"침대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래서?"

"..."

한수빈이 상황을 주도하고자 구마하의 가슴을 슬쩍 밀었다.

지금까진 좀 끌려왔지만 더 이상 주도권을 내줄 순 없어.

호텔이잖아. 니 말대로 여긴 침대가 있지.

이 안에 들어온 이상 모든 건 내가 이끈다.

한수빈이 다시한번 구마하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내가 허락하기 전까진."

"하하하... 하하..."

"아하하하!"

얼마나 갖고 싶던 장난감인가.

오늘 정말 원 없이 가지고 놀아야지.

"아... 이거 뭐지?"

"맹세해. 지금부턴 내 말에 따라서 움직여. 약속."

"...싫다면요?"

"그럼 경찰 불러야죠."

"하하하! 경찰 불러서 뭐라고 하려고요?"

"음. 이 남자가 날 억지로 안으려고 했다?"

"저런. 그럼 안 되지."

구마하가 돌아서서 창가에 걸터 앉는다.

"알았어요. 안 건드릴게요."

"후후후."

한수빈은 얌전하고 착실하게 앉아있는 구마하에게 다가가 손가락 끝으로 턱을 들어 보였다.

"대신, 오늘 내 말 잘 들으면 기분 좋~게♡ 해줄게."

"하하하하~!"

웃기는. 자식 귀엽게.

보자. 어떻게 해볼까?

일단 옷을 좀 갈아 입혀 봐?

패션쇼에서 봤던 것도 좋았는데, 셔츠만 벗겨볼까?

눈을 가리는 것도 좋겠어.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 보고싶어.

울려볼까? 그것도 나름 괜찮을 거 같은데?

아니면 거기를 묶고 사정을 못 하게 꽉 막아버려? 후후. 너무 괴롭히나?

아니야. 일단 좀 깨물어 줘야겠어.

먼저 날 두고 간 벌을 내려야지...

그래. 그게 좋겠어.

한수빈이 구마하의 자켓을 슥 손으로 젖히며, 힘줄이 불끈 솟아있는 목덜미를 향해 고개를 내리며 다가오는데.

"..."

"잠깐만."

"...응?"

"하하~ 잠깐만 수빈 씨."

이번엔 반대로 구마하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막으며 말했다.

"뭐하는 거에요 지금."

"..."

"나도 누가 허락없이 내 몸 만지는 거 싫어해."

"......"

"다가오면 경찰 불러요."

뭐야 얘 지금 뭐하자는 거야...?

한수빈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자 구마하가 여유롭게 자세를 바꾸며 물었다.

"뭘 그렇게 놀래요?"

"...뭐하는 거야?"

"뭐하긴 뭘해. 그냥 이런 거지."

"마하 씨... 장난 하지 마... 나 이런 거 싫어해."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 같아요? 보자. 경찰 번호가 112던가."

"..."

"호텔비도 수빈 씨가 냈고. 흠."

"......"

막상 수빈과 호텔을 찾았을 땐, 구마하도 사랑이고 뭐고 일단 섹스부터 하자 싶었다.

트리거가 된 건 그녀의 말이었다.

내 말을 들어.

그 소리가 친구들이 조언해 준 말들과 맞물려 구마하의 생각을 바꿨다.

여기서 네 헥헥 여왕님 했다간 진짜 호구가 되는 거겠지.

아직 그녀의 의혹이 떨어진 것도 아니야.

이성을 찾자. 끌려갈 이유 없다.

나는 특별하니까.

사랑을 생각해라.

강대 강이 맞서는 상황에 서로가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한수빈도 다음을 예상할 수 없어 다시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진짜 그만해. 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

"나도 섹스 할 때 상대방에게 일일이 허락 같은 거 안 받아요."

"왜...?"

"흥이 깨져서."

"..."

진짜 뭐야 얘...?

먼저 클럽에서 가슴만 닿아도 헬렐레 하던 놈 어디갔는데?

아까 차에서 멍청한 사랑 타령 하던 애 어디갔냐고...?

갑자기 왜 이렇게 경험 많은 인간이 눈앞에 있는 거야...

한수빈이 차분하게 감정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키스 거부했다고 삐진 거야?"

"설마. 그런 걸로 삐질까."

"...그럼 왜?"

"난 수빈 씨를 너무 몰라요."

"..."

"말했잖아. 진짜 사랑이 하고 싶다고.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나도 자기 좋아... 하지만 난 섹스를 원해. 연애를 하고 싶진 않아."

"좋아해요."

사내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 여자의 가슴을 크게 울린다.

"우리 그때 클럽에서 수빈 씨 처음 봤을 때부터, 아. 이 사람이구나 하는 게 있었어."

"그래서...?"

"연애라면 받아들일게요. 여자친구가 돼준다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어."

갑자기 왜 진지한 얼굴로 고백을...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사람 말도 못 하게...

"싫다면?"

"그럼. 다음은 없어."

뭐야.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내가 뭐라고 해야 되는 건데...?

일단 사귀자고 하고 지켜 봐?

아니 섹스 한 번에 왜 그렇게까지...

"아하하~ 자기야. 지금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

"..."

"진짜 여자경험이 있긴 해?"

"싫은가 보네."

뻔뻔하게 분위기를 바꿔도 먹히질 않는다.

이미 그의 페이스에 말렸어...

호텔까지 와서 갑자기 이러는게 어딨어... 그것도 남자가...

"비켜요."

"자! 잠깐만..."

"나오라고."

"..."

구마하가 한숨을 뿜으며 일어선다.

힘도 좋고 몸도 큰 사람이 가까이서 움직이니 한수빈도 움츠려 든다.

만약 달려들면 그걸 어떻게 말리겠는가... 이 방엔 둘 밖에 없는데...

"갈게요. 오늘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밥도 맛있었고."

"자. 자기야...?"

"쉬세요. 핸드폰도 여기 두고 갑니다."

"..."

구마하는 정말로 뒤도 보지 않고 가버렸다.

클럽에 이어 두 번째. 그것도 이번엔 호텔까지 들어와 눈앞에서 돌아서는 모습에 한수빈은 말을 잃는다.

왜이래 대체... 왜 뜻대로 되는 게 없는 건데...

내가 뭐가 부족하다고...

* * *

"맞지! 거봐 그 사람 맞다잖아!"

"와 진짜였구나... 혼자 있길래. 어? 저 사람 구마하 맞는 거 같은데...? 왜 여깄지 싶었는데."

"그보다 수빈이는 사람들 다 있는데 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 나가? 뭐야? 둘이 사겨?"

"야. 너네들 왜 다 나한테 물어봐... 나도 몰라."

"수빈이 일 오빠가 모르면 누가 알어?"

"맞어. 형이 젤 잘 알잖아. 걔가 지 얘기 우리한테 해?"

"후우..."

뒤풀이 장소에 남아있는 이도형.

클럽 친구들과 다르게 이곳은 나름 교양과 학식을 갖춘 사모임이었다.

그럼에도 구마하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주변에서 한수빈과 둘이 무슨 사이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속이 쓰려왔다.

적당히 일어나야지. 남들 연애사에 왜 내가 시달리고 있냐...

그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얘도 양반은 못 되네...

"얘들아 잠깐만."

밖으로 벗어나 수빈이의 전화를 받았다.

잤다고 자랑이라도 하려나 싶어 퉁명스레 핸드폰을 귀에다 가져다 대본다.

그런데.

"어... 그래서...?"

"또 갔어 그냥."

"..."

"오빠. 거기 내 차에 키 있거든? 갖고 여기로 좀 와 줄 수 있어? 나도 집에 갈래..."

"너 울고 있는 거 아니지?"

"눈물도 안 나와... 너무 황당해서..."

빌어먹을 자식! 누구는 가지지 못해 안달인 애를. 왜 매번!!

이도형은 구마하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단순한 질투를 넘어 미움과 증오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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