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이기에. 처음이니까. 처음이라서. (2) >
"뭐야? 남수야 누군데? 넌 봤어?"
"예쁘냐? 예뻐??"
"대체 언제부터? 이 새끼 대회하는 동안엔 그런 말 한 마디도 없었는데?"
"아니 왜 동민이 너까지 나한테 그래... 쟤가 사귄다잖아. 당사자한테 물어 봐..."
"하하하! 하여간 미친놈들!!"
남수가 모두를 대표하듯 물어보았다.
"진짜로 그때 그 누나?"
"어."
"누나? 연상이야?"
"이 씨발년 이제는 연상까지 건드리냐?"
"야 야 잠깐만 조용히 해 봐! 뭐야 너? 그때 잘 안 됐다면서?"
"그랬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어제부터 사귀기로 했어."
"오~ 오오~~ 이 새끼 진짜..."
남수 반응에 다른 놈들까지 호기심이 발동해 돌아본다.
"뭐야? 반응이 장난 아닌데?"
"야. 그렇게 예쁘냐?"
"장난 아니지... 예쁘기도 한데. 뭔가 좀 실제로보면 비현실적인 그런 사람이라..."
"병신 뭐가 또 비현실적이야. 오버하지마."
"야. 됐고. 빨리 사진이나 내나 봐."
"없어. 사진이 어딨어."
"넌 돈도 많은 새끼가 핸드폰 카메라 되는 걸로 좀 바꾸라니까!!"
"그 누나가 마하한테 핸드폰도 줬었지..."
"뭐?"
"진짜? 핸드폰을?"
"최신 폰. 그걸로 따로 전화하고."
"아 저 미친년! 병신아! 앞 뒤 다 자르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얘 이상해지잖아."
"오~ 넌 얘라고 부르냐?"
"그럼 사귀는 사이에 누나라고 하냐!"
"존나 건방지네. 씨발년."
"남수야. 넌 진짜 본 거지? 언제? 너 언제 만났어? 우리 선수촌 입촌하고도 말 없었잖아."
"먼저 클럽 한번 갔었다고."
"하하! 저 새끼! 너 신촌가서 여자 안 만난다며?"
"하여간 입만 열면 다 구라! 지나고 보면 다 구라!"
"그러니까 병신들아! 말을 좀 띄엄 띄엄 듣지말고!"
하도들 난리라 적당히 수빈이에 관해 말해줘야 했다.
"이대 다니는데."
"오오!!"
"이화여대!!"
"..."
"그리고 또? 나이는?"
"스물 둘..."
"오오! 연상!"
"연상은 이미 다 말했는데..."
"형 성악은 뭐에요??"
"니네까지 관심이냐..."
"그래! 성악은 뭐야?"
"음대생이야."
"오오오오!!"
"이대 음대생!!"
"야! 씨발 잔 들어! 일단 건배부터 해!!"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하나같이 미친 것들...
"아니. 우승은 별 일 아닌 듯 취급하더니."
"닥쳐!!"
"그래. 여자친구 있는 새끼는 닥치고 있어."
"하하! 형 축하해요."
"저도. 우승보다 여자친구 사귄 걸 더 축하드려요."
"니네까지 난리냐... 조용히 좀 해."
한바탕 난리가 지나가고, 애들은 어른들 피해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가고, 나는 화장실을 찾아왔다.
남수는 오줌을 누면서도 계속 따라와 물어본다.
"진짜냐?"
"아 진짜라고! 전화 걸어 줘?"
"어. 지금 당장! 나 못 믿겠어."
"꺼져 새끼야. 오줌 누는데 뭔 전화야."
"아니. 뭔가 좀... 진짜? 그 수빈이 누나?? 예술의 전당???"
"그냥 편하게 '씨'라고 해. 뭘 누나라고까지 하냐. 친구 여자친구를."
"오~ 이 새끼."
다들 아직 뻐끔 중이라, 자리로 돌아와 남수한테 보다 더 자세한 내막을 알려줬다.
"몰랐는데, 헬싱키를 왔었더라고."
"진짜? 그 먼 데를??"
"응.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겸사겸사 사귀기로 했어."
"와... 그 누난 대체 뭐 하는데 그렇게 돈이 많어?"
"집에 돈이 많아. 부자야."
"이상한 뭐 그런 건 아니지?"
"왜? 몸이라도 팔 거 같냐!"
"또 또 혼자 급발진 한다. 내가 병신아 그렇게 말했냐!!"
"아무튼, 다음에 얘기해 줄 게. 수빈이 자기 집안 이야기하는 거 싫어해."
"야. 빨리 보여 줘. 와 진짜... 우와~ 하하하!"
친구들과 소개해주는 자리도 가져야 하나?
은근 연애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여러가지가 있구나.
* * *
"정작 니 녀석 때문에 왔는데 별로 이야기도 못 했구나."
"죄송해요. 아니 근데 감독님은 뭔 술을 어떻게 마셨길래 이렇게 쓰러지셨어요?"
"얼마 안 마셨어. 한 병 반? 대표팀 감독직이 피곤했던 거 같다."
"그러니까 내가 운전해서 온다니까... 으이구..."
한 감독님이 술에 취해 이주영 감독님의 어깨에 쓰러져계셨다.
"감독님 정말 보고 싶었는데, 이야기 길게 하기 어렵네요. 시간이 늦어서."
"다음에 시간 될 때 놀러와라. 듣자니까 또 바로 뉴질랜드 가서 스키 훈련해야 된다며."
"그전에, 동민이랑 애들 시합 가주기로 했어요. 그때 뵐 게요."
"그래. 너 오면 애들도 기운날 거다."
"어딜 가... 이놈 자식아? 바빠 죽겠는데..."
"하하... 제가 대신 사죄드립니다."
"어이고... 국가대표 지도자도 맡은 놈이 어떻게 애보다 못 하냐..."
자리를 마치고 감독님은 오랜만에 이주영 감독님 댁으로 가신다 하셨고, 나는 친구들이 2차 3차까지 달리자는데, 스케쥴 때문에 서울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아 새끼 존나 바쁘네..."
"어쩔 수 없지 뭐. 잘 나가는데."
"개새끼들. 내가 일부러 피하냐?"
"너 씨발 그래놓고 여자친구 만나러 갈 거지?"
"꺼지라고!"
맞다. 수빈이한테 지금 바로 올라간다고 문자 보내놨다.
새끼들 하여간 눈치들은 빨라가지고...
"마하야."
"어 형."
"너 올라가냐?"
"응."
"온 김에 집에가서 자고가지... 감독님도 이 감독님 댁으로 가신다는데."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고. 그리고 남수한테 가서 차 가지고 가야돼서. 그냥 대리부르면 돼."
"...너 지금 서울가고 집에 한번도 안 온 건 알어?"
"하하하. 형."
우리 형이 그런 걸 신경쓰고 있었구나. 겸사겸사 편하게 말해줘야겠다.
"미안. 근데 나 오늘 여자친구 만나러 가기로 해가지고."
"...여자? 그럼 아까 시끄러운 게 니 얘기였어?"
"응."
"너 누구 만나는 사람 없다고 그랬잖아."
"자세한 이야긴 내일 정석이한테 듣고. 그리고 집에 수정이 누나 있잖아."
"그걸 니가 어떻게 알어...?"
"뻔하지 뭐. 형 나 걱정하지 마. 그리고 이제 형도 누나 편하게 만나고. 내 여자친구도 다음에 데리고 와서 정식으로 소개시켜줄게."
"아니. 언제...? 감독님은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어제부터 만나기로 했어. 그래서도 지금 되게 보고싶고."
"그래. 그렇다면. 가라고 해야지 뭐."
어릴 때. 아마 초등학생 되기 전이었던 거 같다.
형이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사실이 나를 버리는 거 같아 그것이 슬퍼 울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부분에 있어선 뭔가 큰 벽을 넘은 것 같다.
"내 여자친구 진짜 예뻐."
"하하! 진짜?"
"그래!"
"먼저 그 친구보다 더?"
"다빈이? 다빈이도 귀여웠지. 근데 여기는 그냥 얼굴에 '예쁨.' 이렇게 써있다니까."
"혜"
"이혜정 얘기 하지 마!!"
"..."
"나랑 걔랑 아무 관계 없어! 아니 왜 형까지 그래!!"
"마하야... 그게 아니라. 어... 혜정아... 안녕?"
형의 시선에 깜짝놀라 돌아보니 진짜 혜정이가 있었다.
"어이 씨..."
"안녕."
"뭐야? 너 여기서 뭐해?"
"뭐하긴. 애들 만나고 집에 가는 길이지. 무엇보다 여기 우리 동네야."
맞다. 얘 통학 중이었지. 형네 가게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
혜정이가 시끌벅적 소란스런 가게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승 축하 파티?"
"어... 고기 먹고 싶으면 들어가서 먹어. 애들도 있어."
"됐어. 나 친구랑 밥 먹고 왔어. 재밌게 보네. 오빠 저 갈 게요."
"그래 혜정아. 저기 근데, 방금 마하가 한 말은..."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 야. 나 간다."
지나가는 애한테 말했다.
"야. 이혜정."
"응?"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 여자친구 사겼어."
"그래. 축하해."
"너도 편하게 연애 해."
"후후. 내가 알아서 할 게."
"지는 맨날 나한테 잔소리 하면서..."
"내가 언제? 오빠 저 가요."
"어. 그래. 들어가라."
혜정이가 멀찌감치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형이 물어본다.
"둘이 뭐 있었어?"
"없어! 그리고 나 진짜 쟤랑 아무 관계 아냐..."
"후후. 그렇다고 하자."
"아 뭘 그렇다고 해?"
지금 나에겐 오직 한수빈 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까 첫사랑이 그래서 첫사랑이구나.
애를 지울 수가 없네.
"..."
축하 문자 고맙다고 할 걸 그랬나...
에잇 됐어. 이미 갔어.
있는 사람한테나 잘하면 돼.
* * *
"응. 무슨 고등학교 같은 데 방금 지났어. 초등학교 가기 전이라고? 저긴가? 기사님 저쪽으로 가주시겠어요?"
"네."
"지금 들어오는 찬가? 자기야 나 보여?"
"그래 보인다! 하하! 손 흔들고 있었네?"
"잠깐만. 주차장 열어줄게."
서울 청담동. 대리 기사님이 운전해주시는 X를 타고 수빈이네 집에 도착했다.
"고맙습니다."
"와 설마 진짜 구마하 선수를 만나게 될 거라곤..."
"하하! 근데 여기서 이제 어떻게 내려가세요?"
"이 시간이면 성남가는 다른 손님들 많으니까요. 저 그보다 사진 한번만 부탁해도?"
"아 네! 물론이죠!"
짧게 팬미팅을 마치고 수빈이네 집으로 올라갔다.
우와~ 재벌들은 이런 데 사는구나...
층수도 낮은데 엘리베이터도 있고. 벽이고 어디고 다 대리석이고. 화려하네... 깔끔하고.
"어서 와."
"하하... 아 이거 괜히 좀 부끄러운데?"
"뭐가 부끄러."
"이거 받어."
"이게 뭐야?"
"케잌. 그래도 여자친구네 집에 가는데. 케잌이라도 사가라고."
"하하하! 누가? 친구가?"
"형이."
"으음. 형이 로맨스를 아네."
"우리 형 잘 생겼잖아."
파리 크로와상에서 젤 비싸고 좋은 걸로 준비한 케잌은 바로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우리는 보자마자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하기 바쁘다.
"으음~"
"음? 뭐야? 바로 해?"
"응."
그리고 수빈이가 먼저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 녀석을 주물주물 만지고 있었다.
"자기도 준비 된 거 같은데?"
"하하하! 좀 씻고. 나 몸에서 고기 냄새 나."
"뭐 어때. 상관 없어."
"안돼! 오늘 하루죙일 돌아다녀서."
"그럼 나랑 같이 씻어."
잠깐 수빈이네 집을 둘러보았다.
천장은 높고 가구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엄청 넓다.
어딘가 좀 쓸쓸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집이 엄청 하얗네. 일부러 색을 맞춘 거야?"
"응. 조용한 걸 좋아해서."
"그런 사람이 클럽을 그렇게 다녀?"
"하하! 뭐야 이상한 걸 따지고 있어."
둘이 샤워를 하는데, 같이 씻는다기 보다는, 그녀가 내 몸을 닦아주는 것 같았다.
"내가 한다니까."
"가만있어. 누나가 씻겨줄게."
"하하! 내가 무슨 인형이냐?"
"자기 몸 만지면 좋아."
수빈이가 내 몸 구석구석 비누거품을 내면서 숨소리가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흥분하는 거야?"
"자기야..."
"응?"
"나 여기 한번 만져 볼래?"
그래서 손을 아래로 해 만지니, 물과는 다른 점성이 느껴지는 액체가 묻어나온다.
"어이고. 완전 젖었네?"
"응."
뿌옇게 김이 서린 공간에 핑크빛으로 볼이 물든 그녀가 있었다.
바로 수빈이를 세면대에 올려놓고 다리를 벌려 그곳에 혀를 가져가 키스를 해줬다.
"으음~"
비행기가 아닌 집이다보니 그녀도 소리를 참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 혀로 섹스를 하다보니 세면대 위에 놓인 칫솔이나 기타 화장품 같은 것들이 와그르 무너져 내린다.
"후우 후우~ 아이고 넓은 집 놔두고 왜 우리는 매번 좁은데서 이러는지."
"후후. 자기도 좋아?"
"물론이지."
일어나 똘똘이 녀석을 붙잡고 그녀의 굴곡에 문지르니 높이가 딱 맞았다.
바로 미끌 거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수빈이가 두 눈을 찡그리며 아픈 듯 소리를 냈다.
"읏-!"
"왜? 또 아퍼? 바로 잘 들어가던데?"
"으응. 근데 너무 커..."
"우와..."
"자... 잠깐만. 하아~ 자기야. 잠깐 잠깐이면..."
삽입을 한 상태로 가만히 기다려주니, 다시 부드러운 애액이 흘러나오며 그녀가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후후~ 됐다."
"먼저도 그러더니 반응이 조금 느리게 오네."
"자기가 너무 큰 거야..."
"그래서 싫어?"
"으응. 좋아. 하아~ 아~"
천천히 움직이며 수빈이를 끌어 안았다.
고목나무에 붙은 메미같이 그녀가 찰싹 매달리자, 엉덩이를 받쳐주며 샤워실을 나서 거실로 갔다.
"으응~~ 응~ 어... 어디가?"
"거실. 소파로."
젖은 몸을 말리지도 않은 채 수빈이를 소파에 눕혀 바로 섹스를 이어갔다.
소파도 엄청 푹신하다.
웬만한 호텔 침대보다 더 좋은 것 같아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하아 아 아! 자기야!"
몇 달만에 제대로 된 섹스였다.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몸과 젖어있는 머릿결.
그리고 기쁨을 참을 수 없어 허리를 밀어올릴 때마다 터지는 신음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하아 아아~ 앙~ 아앗!"
"혼자 와인 마시고 있었어?"
"으응~! 음... 응! 아~ 아. 앙~"
"자기야 입 벌려 봐."
거실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가져와 입 안에 머금고 키스를 해줬다.
수빈이도 슬쩍 눈을 뜨더니 조용히 입을 벌린다.
"으음... 야해."
"하하! 지금 자기 시선이 더 야한 거 알어?"
그녀가 나를 안으며 목과 몸에 키스를 해주고 나는 막판 스퍼트를 올려 절정으로 향한다.
"아~ 아! 하응! 응! 아~ 아"
미치겠네. 얼굴만 보는데 바로 쌀 거 같애.
"후우 후우! 자기야. 나 또 안에다 해도 돼?"
"응! 싸줘. 내 안에 싸줘..."
이런 표정이라니... 와...
"음. 으윽!"
"윽... 으응..."
나도 사정에서 오는 쾌감에 굵은 소리를 내고, 수빈이는 몸 안에 들어오는 뜨거운 애액에 부들부들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뭐야? 엄청 많이 한 거 같은데?"
"그러게. 이거 참..."
키스를 하며 그녀의 몸 깊숙이 뜨겁게 사정을 했다.
수빈이도 양 팔에 두 다리를 걸친 채로 몸을 축 늘어뜨린다.
"하아... 하아... 으응. 자기야... 너무 좋다."
"혹시 아팠어?"
"아니... 너무 좋아..."
"저기 근데 어떡하지...?"
"뭘?"
"이거 오늘 잘 못 하면 자기 기절 할 거 같은데..."
"...왜?
"나 지금 또 섰어."
"...아직 빼지도 않았잖아?"
"그러니까. 근데 한번으로 끝낼 수 없는 상황이라."
"...바로 또 한다고?"
"어."
수빈이 몸 깊숙이 담겨있는 두 개의 심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도 느낌이 오는가, 조금 놀란 듯 눈을 뜨며 물어본다.
"그렇게가 돼...?"
"어. 가만 있어 봐."
2회전이 시작된다.
오히려 내 기분에선 조금 빨리 끝낸 기분이었다.
그만큼 그녀가 매력적이란 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