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147화 (147/401)

< 불타는 청춘 (2) >

마하가 한수빈을 맞이하러 가는동안 구마윤과 원수정이 주변을 정리하며 말했다.

"수업하고 왔으면 배고프겠다. 밥도 못 먹었을 거 아냐."

"빈그릇 치우고 뭐 좀 준비하고 있을까?"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마윤 씨."

두 사람이 싱크대에 붙어 이것저것 새 반찬을 차리는데 북적북적 소란스럽게 구마하와 한수빈이 들어왔다.

"그냥 오라니까. 이런 걸 왜 사와. 집에 먹을 거 많은데."

"어떻게 그래. 처음 뵙는 자린데."

왔나 보다. 대체 어떻게 생긴 친구일까?

구마윤과 원수정 두 사람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일찍 오고 싶었는데 교수님이랑 이야기가 길어져서."

한수빈이 나타나 꾸벅 인사를 건네자 원수정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어머 어머. 어머머... 어머어머~~!"

"수정이 언니시죠?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어머... 마하야. 인형이 말을 한다 나 한번만 안아봐도 돼?"

"아하하하!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 웃음소리도 나와. 어머..."

"아 누나 아줌마같이 왜 이래요... 주책스럽게... 형 여자친구..."

"응."

한수빈은 구마윤에게도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그리고. 뭐 여기저기서 봤지? 우리 형."

"배고프죠? 뭐 먹고 왔으면 그냥 정리하고."

"아. 저녁 아직 이긴 한데. 치우셔도 돼요."

"어떻게 그래요. 금방이면 되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수정이도 앉아 있어."

원수정이 바로 식탁으로 건너와 한수빈에게 말했다.

"그래서? 마하랑 언제 결혼해? 졸업하고? 아니면 서른 전?"

"아 누나!!"

"아하하~ 고맙습니다. 근데 저 진짜 죄송한데."

"응. 다녀와요."

"빨리 손만 씻고 올 게요."

화려한 외형에 놀란 구마윤도 이내 정신을 차려 그녀의 내공을 지켜보았다.

신기한 친구구나. 이 세계에 건너와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야.

무엇보다 밝고 화려한 외면에 가리워진 깊은 내면이 있다.

아주 칠흙같이 짙은 어둠이 깔린 내면이...

"..."

구마윤이 동생을 보았다.

원수정이 다가가 마하에게 쿡쿡 손가락을 찌르고 있었다.

"오~ 이 녀석. 오오~ 오오오~~"

"아 누나 제발요... 이런 거 좀 하지마요."

"뭐니?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진짜 깜짝 놀랬다."

"...고맙습니다."

"저런 앨 어디서 만난 거야?"

"학교에서 뭐 하다가.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하다보니까?"

"으음~ 근데 마하야. 집이 좀 사는 친구니?"

"어떻게 아세요?"

"나쁜 의미는 아니고. 옷이나 가방 같은 게 그냥 대학생이 들고 다니기엔 과한 느낌이 있는데 또 그게 너무 어울리길래. 저런 게 익숙해보이는 친구라."

"아. 집이 부잔 건 맞는데. 수빈이 집안 이야기 하는 걸 싫어해서."

"그렇구나. 알았어."

"마하야. 이거 좀 가져가서 상 차려라."

"있어. 누나가 할 게."

"네."

원수정은 구마윤에게도 한수빈의 첫 인상을 물었다.

"어때요? 인형 같은 아이네요."

"그러게. 예쁘게 생겼네."

"형제가 여자보는 취향은 좀 다르네?"

"자기도 아름다운 사람이야."

"빈 말을 할 거면 말이라도 밉게 하든가..."

"빈말이 아니니까 그러지."

구마윤은 얼마 전 한상률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감독님은 한번 만나셨다고요?)

(예. 인물은 훤하더라고요. 애는 예쁜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습니까?)

(뭔가 조금... 글쎄 뭐랄까... 둘이 잘 어울리는 거 같으면서도, 아직은 마하가 만나기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랄까...)

제대로 보셨구나. 이건 외형이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다.

마하가 그녀의 내면에 깔린 어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놈은 아직 저 친구가 어떤 사람인 줄 모르고 있나?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단 조금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구마하도 안방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손 씻고 오겠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똥 싸나?

뭐하나 싶어 건너가보니 한수빈이 부랴부랴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뭐해...?"

"자기야. 나 이상하지 않어?"

"나와. 밥먹을 사람이 갑자기 뭔 화장을 고치고있어."

"진짜 친형제 맞지? 그렇지? 어쩜... 사진이랑 너무 다르시다... 멋있어..."

"하하. 진짜 돌겠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저게 잘 생긴 거고. 나는 아니라고..."

멈췄던 식사를 이어가는 네 사람.

구마윤과 원수정은 디저트를 준비하고, 20대 두 사람은 저녁을 들었다.

반찬 하나를 입에 넣은 한수빈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왜 그래?"

"어? 아니..."

"왜? 수빈 씨? 뭐 있어요?"

"아! 아니요 맛있어서요..."

"많이 들어요. 이것저것 많으니까."

"다. 지... 직접 요리하신 거세요?"

"아니. 반찬 가게에서 샀는데."

"네?"

"하하. 농담이고.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한수빈에게 구마윤은 과연 그의 형이구나 싶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멋있고 여유롭게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런 분이 왜 이런 언니를 만나고 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마윤 씨 칭찬 들어 기분 좋겠네."

"그러게. 손님 상대할 때보다 더 긴장했는데. 다행이야."

"하하하~ 진짜 긴장하고 있던 것도 아니면서."

"아니야. 맛없다고 했어 봐. 저 자식이 나한테 얼마나 뭐라고 하겠어."

"형은 내가 언제 그랬어?! 생사람 좀 잡지 마!"

가진 건 많으나 넓은 세상을 겪어보지 못한 한수빈.

구마윤과 원수정의 서로를 향한 미소에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부러움이었다.

좋겠다... 행복해 보여. 진짜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같애...

눈빛에 익숙함이 담겨 있어. 설마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이야...

"흠! 흠! 저기. 한수빈 씨? 밥 먹지? 형 좀 그만 보고..."

"앞에 계시니까 그러지. 왜 그래?"

"그러게. 너 왜 그러냐? 괜히 여기저기 불편하게."

"하.하.하. 왜 그럴까...? 형 내가 왜 이럴까? 응?"

"후후 이 자식. 편하게 먹게 우리가 비켜주는 게 나으려나?"

"아! 아니요. 괜찮아요... 안 그러셔도 돼요. 자기야 가만있어."

"마하야. 너 설마 형이 수빈 씨 채갈까 불안하니?"

"에이 아무렴 누나 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그치 형? 어? 그치?"

"하하하! 이 자식."

오가는 농담이 누구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서로의 추억 속 상반된 인식이 웃음이 되고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 다채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걔가 형 보면서 막 반해가지고..."

"그건 마윤 씨가 너무했네. 빨리 마하한테 사과해."

"무슨 사과.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리고 어차피 둘이 헤어지고 있었어."

"수빈 씨는 어때? 한 사람 선택하라면 마하야 마윤 씨야?"

애인을 놓고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다니, 믿음이 있다는 소리다.

멋있다. 이 언니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닐 거야.

나도 저렇게 사랑에 당당함을 갖고싶다...

한수빈이 형제들을 돌아보면서 답했다.

"저는 당연히 마하죠."

"나도 마하. 이 사람은 가끔 지루해."

"네?"

"나도 쟤. 나도 나 재미없는 거 알어."

"하하... 하하하..."

"신경쓰지 마. 원래 이러고 둘이 잘 놀려."

"우리가 널 언제 놀렸다고 그러니. 수빈 씨 오해하기 없기."

"언니. 저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언니시잖아요."

"와~ 나한테 이런 동생이 생기다니. 너무 좋다."

"그럼 나도 그렇게 불러야지. 수빈아."

"아! 형한테 하라고 한 거 아니잖아!!"

"하하! 네 오빠! 편하게 대해주세요."

마치 처음부터 서로를 알고 있던 자리 같았다.

한수빈은 원래부터 구마하의 여자친구였고 두 사람과도 이런 만남을 종종 가져왔던 것 같다.

부담없는 자리. 그 누구도 그녀를 불편하게 대하지 않는다.

"잘 먹네. 뭐 더 갖다줄까?"

"아니요. 언니 저 배불러요. 원래도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형. 진짜 카드 한도 좀 풀어달라니까..."

"분명히 말해주마. 물질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수빈아. 이놈이랑 만나는데 불편한 거 있어?"

"아니요. 얘 괜히 친구들이랑 돈 쓰고 싶어서 이래요. 자기도 형 말 들어."

"뭐야? 지금 누구 편을 들고 있는거야?"

한수빈은 이 자리가 좋다. 그들이 좋다. 구마하는 당연하고, 구마윤 원수정도 너무 마음에 든다.

이곳에 있는 세 사람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

그저 밥 잘 먹고 잘 웃고 잘 이야기 하면 기분 좋은 느낌을 돌려준다.

살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 그녀가 녹아들고 있었다.

"그럼 언니가 먼저 다가가신 거네요?"

"다가간 건 아니지. 난 그냥 괜찮은 식당 있다길래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갔을 뿐이야."

"맞어. 그냥 왔었어. 매일 같은 시간에. 늘 친구들을 바꿔가면서."

"점심시간이었다고 말했잖아."

"점심시간이 하루에 두 번씩 있는 직장도 있나?"

"하하하! 형네 이야기도 이렇게 들으니까 재밌네. 그래서?"

"그럼 어디서 오빠가 언니를 좋아한다고 확신이 드신 거예요?"

"마윤 씨가 갑자기 계란찜을 내주더라고."

"아하하하! 진짜요?"

"와 형... 너무 초라한 거 아니냐...? 살다살다 계란찜 고백은 처음이다..."

"모르는 소리하지 마. 그때 달걀 값이 얼마나 비쌌는데."

"음. 맞어. 마윤 씨 입장에선 큰 지출이었지."

"아 누나... 형! 진짜 왜 그러고 살어?"

"아하하하! 하하하! 오빠!"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우선 배를 든든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난 원래 단골들한테 서비스 많이 줘. 그냥 수정이가 나한테 반했던 거야."

"마윤 씨. 동생들 앞이라고 진짜 이럴래? 시그널은 다 보내놓고서."

"왜요? 형이 뭐 어쨌는데요?"

"언니 얘기해주세요. 오빠가 무슨 시그널을 주셨는데요?"

"이 사람이 계란찜에 이렇게 파 잘게 썰어서 하트를 그려서..."

"그만해. 부끄럽게 왜 그래."

"마윤 씨가 먼저 시작했거든."

"아하하하!"

소소한 대화 속에 밝게 웃는 한수빈을 보면서 구마윤이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간다.

역시 깊은 어둠의 정체는 관계의 결핍이구나.

아름답고 밝은 친군데. 화려하게 드러나는 이면에 누구와도 진솔한 관계를 맺지 못했구나...

인간은 환경에 지배받는다.

천 년 전 곤륜이든 현대의 대한민국이든 다르지 않다.

대체 어떤 성장환경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자기야 나도 계란찜 해줘."

"몰라. 나 먹을 달걀도 없어."

"아아~ 해줘."

저 어둠을 과연 이놈이 감당할 수 있을까...

* * *

식사를 마친 형제가 설거지를 하고.

한수빈은 거실로 넘어와 원수정과 이야기를 나눴다.

"형제가 참 다르네요. 마하는 거의 매일 장난스럽다 가끔 멋진데."

"멋진 사람이지. 처음엔 부담된다고 싫다고 했어. 그렇잖아. 너가 봐도 언니랑 참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니?"

"아니요. 전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신다고 느꼈는데요."

"후후후. 너도 참."

형제들도 물소리에 가려진 잔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 진짜 얼굴 엄청 보는구나... 먼저 그 친구나 저기 수빈이나..."

"당연한 거 아냐? 형도 따져보면 수정이 누나 귀여워서 좋아했을 걸?"

"난 외모보다 편안한 마음이 좋았어. 처음으로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다랄까."

"아 짜증나... 멋진 척 좀 하지 마. 재수 없어."

"마하야."

"왜?"

"음. 아니다."

"왜? 아 그냥 농담한 거지."

"그런 거 말고."

"그럼? 나 또 어디 이상해?"

"넌 지금 그 어떤 때보다 건강한 상황이야."

"다행이네. 수빈이랑은 그냥 여러모로 잘 맞는 거 같애."

아직은 그렇지. 너를 향한 그녀의 애정이 깊은 어둠을 누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애정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다...

작은 균열에도 금방 깨지는 것이 사랑이란 감정이었다.

"저 친구가 널 많이 좋아하는 거 같다."

"나도 그래. 나도 좋아."

"그래. 그럼 됐어."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불타는 청춘을 누가 막을 것인가.

이곳에서의 스무 살은 어떨지 몰라도 곤륜에서의 스무 살은 자식을 본다.

마하는 이미 성인이다. 자신의 의지와 책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잘 이겨내겠지. 그동안도 잘해온 만큼.

"형. 근데 아까 수빈이가 가게 가고 싶다고 그랬잖아."

"와. 언제든 오면 되지."

"그러니까... 카드 한도 좀 풀어주면... 요즘 기름 값이 올라서..."

"하하하! 이 자식. 그건 안 돼."

수다와 웃음이 이어지고, 웃다 보면 배가 꺼져 과일과 디저트가 쉴 새 없이 들어간다.

네 사람은 그렇게 밤이 깊어가라 웃고 떠들었다.

"하하하! 정말요? 자기야 진짜?"

"그랬다니까... 아니 애가 그런 실수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걸 가지고..."

"안돼. 아닌 건 아닌 거야."

"누나. 이런 사람이에요. 형 너무 그렇게 믿지 마요. 폭력적인 인간이라니까요?"

"그래도 마윤 씨. 때리는 건 좀 아니다..."

구마윤이 웃으며 동생을 보았다.

"뭐 어때. 난 아버지한테 더 크게 혼난 적도 많어."

"형은 뭐 때문에 혼났어?"

"별 거 있나. 그냥 사람은 혼날 땐 혼나야 된다고 그것도 때가 있고 기회가 있다는 말씀 하시며 혼내시지."

"그래서 자기가 인성 좋다는 평가를 듣는 거 아닐까?"

"아니. 난 내가 인터뷰 잘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오빠. 얘 더 혼내주세요... 가끔 되게 잘난 척 해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구마윤.

마침 대화의 방향이 나쁘지 않기에 입을 열었다.

동생을 위해. 무엇보다 한수빈을 생각해서.

"우리 아버지 말씀은 단순하면서 진리였어. 옳은 것은 바른 길을 간다. 그것만 생각하면 세상에 어긋날 일이 없다. 적을 만들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일도 없다."

"..."

"마윤 씨 그만해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듣기엔 너무 무겁다."

"아! 아니요.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어서 그거 생각했어요."

"그래? 영어에선 뭐라고 하는데?"

"By doing good. Being good."

"무슨 뜻이지?"

"우리 형 영어 몰라."

"으응. 좋은 일을 하다보면..."

입을 여는 순간 한수빈의 머릿 속에 얼마 전 스스로의 모습이 겹쳐진다.

"..."

수빈은 서둘러 멈칫 말을 삼키지만, 꺼내어진 말은 이미 심장에 각인되고 말았다.

"음. 해석하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된다. 이런 뜻인가?"

"오~ 형 외국에도 비슷한 게 있네."

"그렇지.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니까."

갑자기 한수빈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모두가 흰 옷을 입고 있는데 혼자만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불편해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서둘러 시계를 둘러보았다.

"아 늦었다. 가야겠어.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있었죠."

"아니야 재밌었어."

"만나서 반가운 자리였지."

"형. 그럼 나 데려다주고 올게."

"아냐 아냐. 자기야 있어. 나 차 가져왔어."

"주차장까지 데려다 줄 게."

* * *

한수빈의 차 앞에 닿은 두 사람.

맞잡은 손을 놓으며 수빈이 구마하에게 와락 안겼다.

"응? 갑자기?"

"자기야. 오늘 너무 좋았어!"

"왜? 뭐가? 밥 먹고 수다밖에 안 떨었는데?"

한수빈이 몸을 끌어당겨 그의 입에 키스를 해주며 말했다.

"이런 자리 있으면 나 또 불러줘."

"하하. 형 바뻐. 누나도 어쨌든 직장 다니고."

"오빠랑 언니가 나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시면 다 말씀드려도 돼."

"에이. 됐어. 형 그런 거 신경 안 써."

"언니는 안 그럴 걸? 은근 좀 살펴보시는 눈치였는데?"

"누나야 어쨌든 여잔데. 자기가 하고 다니는 게 화려하니까 그런데 관심이 갔겠지."

"좋아. 믿음이 가. 아니 오히려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 저분들이라면 그러고 싶어져."

"허허. 어디서 그렇게 점수를 얻은거야?"

"편했어. 그런 분위기. 그런 대화들. 소소하면서 세심하게 감싸주는 그래서 떨어지기 싫은 순간들이 너무 좋았어!"

"그냥 형이 잘 생겨서 그런 거 아니고?"

"무슨 소리야. 내 눈엔 우리 애인이 제일이지."

"이야~ 살다보니 내가 형보다 멋지다는 말을 듣는 날이 오는구나."

"언니를 보는 오빠의 눈빛이나, 언니나. 너무 좋았어. 우리도 꼭 그렇게 되자!"

순간적으로 느낀 불편한 기분은 사랑에 집중하니 연하게 흩어져 사라진다.

한수빈은 더 뜨겁게 사랑을 할 마음이다.

그것이 행복을 주니까.

애정과 기쁨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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