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자와 패자 (6) >
아무튼, 한참 옥신각신 거린 끝에야 다시 애가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후회는 하지 않어..."
"나도?"
"너 빼고."
"난 왜... 그럼 지민이 형은?"
"후후후. 진짜 별 이름 다 나온다..."
"아니.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
"옆에 있잖아."
"..."
"우진이나 안지민이나. 다 없어도 넌 계속 내 옆에 있으니까."
가만히 혜정이를 보면서 말해줬다.
"나 엄밀히 오늘 형 보러 온 건데? 너 보러 온 거 아닌데."
"진짜 그나마 남아있던 마음까지 싸그리 끌고 가는구나..."
"하하... 아니 그건 맞잖아."
"난 가라고 했어. 니가 옆에 앉아서 나 혼자 생각하는데 끼어든 거야... 그러니까 니 잘못이 맞어."
"그래. 쩝. 그렇다고 하자."
어찌됐든 지난 시간을 나름 후회하는 건가?
그게 오늘에 와서 이렇게 됐다는 거에 뭐라고 할 수 있나...
"혜정아."
"말하지 마. 속 시끄러워."
"..."
"그냥 좀 있어. 가만히. 넌 말 없으면 멋있어."
"고맙다."
그래서 다시 둘 다 말 없이 삐걱삐걱 그네를 타고 있는데 형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어. 밑에 있어. 혜정이야. 나 아냐. 그냥 둘이 얘기 중."
형이랑 전화를 끊고 말했다.
"형이 너 시끄럽데."
"...마하야. 나 그냥 도형이 오빠 만날까?"
"하아... 그러니까 좀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해보라고. 뭐 어떻게 된 거야."
"별 거 없어. 그냥 가끔 차 마시고. 밥 먹고. 와인 한 잔 하고."
"데이트 할 거 다 했네."
"..."
"잠만 안 잔 거지. 이미 사귀고 있구만."
혜정이도 좀 멍하게 쳐다본다.
"싫어?"
"..."
이도형이 싫고 자시고의 이야기를 하려면.
당장 내 여자친구 한수빈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만 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그들의 인성이나 놀이문화 등등.
물론 수빈이가 나와 있으면서 클럽도 끊고 그냥 학교 잘 다니는 여대생이 된 건 있지만.
그건 지금의 이야기니까.
이 사람들의 과거가 사라진 건 아니니까...
"씨발. 아 진짜..."
"왜 욕을 해?"
"혜정아. 내가 진짜 다른 얘기는 다 들어줄게. 제발 너 남자 만나는 얘기는 나한테 안 하면 안 되냐?"
"...왜?"
"그냥. 니 말마따나 니 옆에 있는 사람한테 그정도 배려심은 좀 보여주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가 누굴 만나든 내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야."
"..."
"근데, 그 형은 좀... 아무튼 좀..."
"왜? 뭐 어떤데?"
노는 사람들이 깔끔하진 않다고 하기엔.
진짜 내 옆에 한수빈이랑 뜨거운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 몰라! 맘대로 해!!"
"야. 왜 화를 내?"
"후우..."
아으 지긋지긋한 인생아...
평정심을 찾은 줄 알았는데, 왜 쟤만 엮이면 이게 안 되냐.
허우. 수련이 부족해...
진짜 마음 같아선 그냥 아무것도 있든 없든, 곤륜산으로 돌아가서 한 십년 벽만 쳐다보다 나오고 싶다.
처음으로 현대인이 되어 살아가는 인생이 버겁다 못해 지긋지긋한 기분이다.
"마하야 왔어."
"네 누나. 형?"
"어. 잠깐만 있어. 지금 요리하고 있으니까."
"무슨 요리해? 나 밥 먹고 왔다니까."
"잠깐만 있어 봐. 술 한잔 하려고 준비하는 거니까."
"..."
2월에 나가서 10월에 돌아왔다.
1년이 안 됐는데, 뭔가 한 10년 산 우리 집인데. 집안의 많은 것들이 형과 수정이 누나의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와 근데 누나. 그러고 있으니까 진짜 새댁 같아요."
"하하. 그러니? 수빈이는 같이 안 왔어?"
"네. 혼자 좀 쉬고 싶다고.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음. 요즘엔 전화가 안 오더라. 흠. 이제 내가 싫어졌나..."
"하하하! 누나 수빈이랑 통화하면 좋으세요?"
"좋지. 뭔가 애도 귀엽고 깜찍하고. 예쁜 여동생 생긴 거 같고.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엄청 어른이 된 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랄까?"
"하하."
"그리고. 뭐 이런 건 좀 속물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수빈이가 마윤 씨랑 결혼하면 호텔이랑 드레스랑"
"또 또 쓸데없는 소리한다. 그런 거 바라지 말랬지."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수빈이 아니어도. 제가 식장이랑 신혼여행이랑 다 준비해드릴게요."
"허세 그만 떨고. 너도 이쪽으로 와서 앉아."
오랜만에 형제의 시간이었다.
수정이 누나도 잠깐 앉아있다 비켜줬다.
감독님이나 친구들. 혹은 수빈이와도 누릴 수 없는 그 어떤 따듯하고 안정된 기분을 형과 있으면서 느꼈다.
"...뭔가 형이랑 이러고 있으니까 느낌이 다르다."
"그만큼 너가 많은 일을 겪고 왔다는 거지."
"후우..."
"이번에 많이 힘들었지?"
"음. 아 그냥 우리 몸엔 내공이 있다고 다 밝힐까? 그 생각도 했었어."
"하하하! 밝혀봐라. 그때부턴 또 사이비니 뭐니."
"형이 교주해라. 제법 잘 될 걸?"
"후후. 난 지금도 충분히 벌 만큼 벌고있어."
벌만큼 번다는 이야기에 형한테 말해줬다.
"이번에 광고가 한 다섯 갠가 있었는데, 다 날아갔어."
"음."
"근데, 형. 그 돈 또 어떻게 저렇게 내가 벌었어."
"잘했네."
"돈 조또 아니더만."
"후후."
"씨발 그게 뭐라고... 그렇게들..."
형이 가만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왜 카드 한도 열어달라고 안 해?"
"열면 뭐해. 쓰러 갈 시간도 없는데."
"훗"
"됐어. 웃지 마. 솔직히 형 그러는 것도 짜증 나."
"감독님한테 말씀드릴게. 마하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그럼 난 한 1억짜리 시계 사야지."
"그래라."
"오오~ 정말? 스포츠 카도 한 대 더 사고. 그리고 옷도 다 명품으로 바꾸고."
"하고싶으면 그렇게 해."
"..."
"넌 이제 돈이 뭔지 알았어. 니가 필요하면 그렇게 사겠지."
"아 짜증나. 됐어. 술이나 따라 줘."
"니가 따라줘야지. 형이 동생 술잔 채우고 있어야 하냐."
돈. 사람. 그리고 감정.
그동안 형한테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었다.
"형. 근데.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말이야..."
"음."
"이 심장은... 이건 좀 어렵다."
"어렵지."
"사랑이 어려워. 내가. 나. 구마하가. 올림픽 신기록 보유자가 말이야..."
"운동은 어때? 운동은 좀 쉬워?"
"운동도 어렵지... 근데 운동은 날 강하게 만들어 주니까. 어려워도 할 수 있지."
"사랑도 똑같애."
형은 세상 무엇이든. 다 겪어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 진짜 애늙은이."
"방에 이불 펴놨으니까. 들어가서 자고."
"어디가. 나 아직 얘기 안 끝났어."
"하하하! 마하야. 너 취했어. 그리고 형 내일 시장 가야 돼."
"형 그거 알어? 나 도전장도 받았다?"
"오~ 그래? 누구한테?"
"우리 학교 선밴데. 아 그 인간도 진짜 개새낀데..."
방으로 가려는 형을 붙잡으려 이 얘기 저 얘기 꺼내다가. 불현 듯 박상택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진짜 씹쌔낀데."
"음. 너와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었구나."
"달랐지. 아주 달랐지. 형 근데 그거 알어? 그 새끼가 올 여름에 저기 외국에서 우승을 했는데. 하하하! 나도 우승을 한 거지. 아마 또 존나 이 부득부득 갈고 있을 거다."
"후후. 운명같이 엮인 상대네."
참 이상하지.
복잡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 갑자기 그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러게. 운명같이 엮였네..."
"보자. 마하야 얘기하고 있어. 형 여기 그릇들 좀 치우고."
"어. 그래... 근데 형. 운동하는 놈들은 다 그래. 어쩔 수 없어. 하나같이 무식해가지고... 일단 덤비고 보는거야."
"후후후."
"무림도 그랬어?"
"비슷하지. 무림인들도 다들 피가 뜨거우니까."
"하하! 무림에 가면 난 인정 좀 받으려나?"
"충분히 그럴거야."
"형은. 형은 무림에서도 잘생겼을 거야. 음. 구마윤이니까."
아 어지럽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
얼마 안 마신 거 같은데 이상하게 집에 들어오니까 그동안의 피로감이 확 밀려드는 기분이다.
"어우..."
"가서 누워있어."
"응."
방으로 들어와 털썩 누웠다.
그래. 박상택.
고맙다 이 개새끼야.
니가 씹새끼고 소새끼고 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근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적어도 니가 인터넷에서 떠들던 그 새끼들 보단 낫다.
넌 내 앞에 있었으니까.
당신 승부욕 내가 인정한다.
암. 그래야지. 우리 선수들은 뒤에서 안 떠들어. 앞에서 들이받고 보는 거야.
"커억~ 커어억~~"
"후후. 쉬어라. 고생했다."
* * *
형네 집에서 늘어지게 일어나고 난 아침.
형이랑 수정이 누나는 출근했나 보이질 않고 오랜만에 방에서 멍하니 누워 있었다.
"...어으야"
이래서 사람들이 힘들 때 집을 찾아오는구나.
아 좋다. 존나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어.
그냥 가만히 누워서 잠이나 자고 일어나서 라면이나 먹고 저녁에 애들 불러서 치맥이나 또 땡길까...
친구들한테 문자를 보내봤다.
[뭐함?]
[연습중.]
[어? 뭐야? 왜 니가 이렇게 답장이 빠르지?]
세 놈한테 다 보냈는데, 남수는 수업 중인가 말이 없고, 정석이는 한참 점심 장사 중일 테고.
어쩐 일로 김태윤이 째깍 답이 왔다.
[왜? 넌 뭐하는데?]
[딸침.]
[미친놈.]
[김태윤 상상하며 딸침. 지금 니 입에 쌈.]
누워서 개소리 주절거리는데 태윤이한테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너 이거 나 바로 기자들한테 보낸다?"
"하하하! 미친 새끼."
"어디냐?"
"집."
"성남?"
"오오~ 그래도 내가 집 하니까 바로 성남을 떠올려 주는데?"
"당연하지. 서울이면 자취방이라고 했겠지."
"난 서울도 집이라고 하는데."
"좋겠다 이 씨발년아. 이 부르주아 새끼야! 나는 돈에 굴복하지 않어~~~!!!"
아우 여기도 정신병자가 하나 더...
이런 상태였구나... 애들이 왜 태윤이가 요즘 많이 변했다고 하는지 알겠다...
"본드 불었냐...?"
"동아리에서 연습 중. 야 할 거 없으면 우리 학교나 놀러와라."
"아직도 공연해?"
"공연은 끝났는데. 그냥 애들끼리 연습 중. 나 이따가 집에 갈 때 차 태워줘."
"하하하 미친놈."
"아 씨발! 좀 와!! 오라고! COME ON~~!!!!"
보자. 가까운 정신병원 전화번호가... 이거 정석이가 문제가 아니었네...
"태윤아. 우리가 그동안 너한테 너무 소흘했지...? 미안하다. 많이 힘들지?"
"꺼져 병신아!!"
그러더니 혼자 막 노래를 부른다.
"많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아아~ 넘어지진 않을 거야."
"오오 구마! 이 새끼. 너한테 락 스프릿이 있었다니!! 이어서 불러!!"
"너는 문제있어. 넌 지금 문제가 있어. 태윤아. 정신차려... 진짜 정석이보다 너가 더 좀 위험한 상탠 거 같애..."
"야. 니 여자친구가 그렇게 예쁘다며?"
"예쁘지. 우리 수빈이 최고지."
"이혜정보다 더?"
"하하하... 음. 글쎄 보자. 내 눈엔 수빈이가 낫지."
"이 씨발년아!! 락은 너 같은 새끼한테지지 않어!!!"
가봐야겠다... 대체 이놈이 어떤 환경에 있는지 가서 좀 둘러봐야겠어.
우리들 가운데 가장 머리좋고 체격도 좋은 놈이라 외면했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걱정된다.
"간다니까?"
"에이 됐어 뭘 와. 농담이지."
"갈래. 가서 나 김태윤 친구 구마한데. 니네학교 여자들한테 다 말해줄게. 누가 우리 태윤이 좀 만나주면 안 되냐고."
"..."
"그러니까 그렇게 갑자기 소리지르고 하지 마. 좀 무서워..."
"야. 마하야. 근데 너가 그렇게 말하면 여자들이 넘어가냐?"
"대충은. 뭐. 어느정도는 되지 않을까?"
"몇 시에 올래...?"
목소리는 갑자기 왜 바꾸는 거야. 친구야... 그러지 마. 나 눈물 나...
"근데 여자들한테 소개해 줄 때는 좀 단점도 같이 말해주는 게 좋아."
"어... 어떤 단점?"
"뭐. 예를 들어. 니가 빡촌을 막 간다라든지. 뒤에서 여자 험담을 막 한다든지."
"야. 미친 년아. 내가 언제 빡촌을 갔어. 이 새끼 씨발 없는 말을 지어내."
"그럼 너 진짜 아다냐?"
"..."
"정석이 선아 만나고 있는 거 알지?"
"나... 남수 있잖아!! 그 새끼 아직 은정이랑 아무 짓도 못 했어!!"
"남수 말을 믿어? 그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든 스윗가이 하려는 그 놈 말을 믿어?"
"그 그럼 진짜 나만... 아다냐?"
"그러니까 말을 해보라고. 빡촌을 갔어 안 갔어. 갔으면 아다는 아니지."
"아 이 씨발... 개새끼. 니가 나를 구석으로 몰아?"
"태윤아... 야 이 새끼야. 너 우리들 중에 젤 머리좋은 놈이 어쩌다 이렇게 됐냐..."
반 장난이긴 했지만, 겸사겸사 진짜로 조금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나나 정석이 남수는 여자는 아껴줘야 할 존재 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 자식은 그때부터도 빡촌이니 뭐니. 허우대 멀쩡한 놈이 이상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니.
대체 그 신념을 지킨 걸까?
"아니. 진짜 갔어?"
"...야. 여자들이 널 왜 좋아하냐?"
"아. 그건 내가 가서 얘기해주고. 말해봐 뭐 어때."
"가... 가긴 갔는데."
"진짜! 너 진짜로!! 진짜 돈주고 했어???"
"그... 그게. 우리 사...사파리만 하고 왔어..."
이건 또 뭐야?? 사파리는 또 뭔데???
원래 미친 놈들이 공대를 가는 거야? 아니면 가니까 미치는 거야???
"너 사파리 몰라?"
"몰라. 어디 동물원 얘기하는 거야?"
"...그게 비슷한데. 그러니까."
이야기를 듣고 진짜 창자가 튀어나와라 웃었다.
"크하하 아하하하하!!! 카하하하하! 푸하하하하!!!"
"무섭잖아... 그래서 저기 우리 학교 친구가 부모님 차 끌고 나와서 그냥 한바퀴 슥 돌아만 다녔는데."
"아아~ 그걸 사파리라고 해??? 진짜로? 니네가 지어낸 말이야 아니면 진짜로 있는 말이야??"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나만 아다라면 좀 쪽팔리니까."
아... 아 태윤아... 으윽. 태윤아...
친구야! 내가 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혼자 놔뒀다...
"갈게. 나 지금 바로 갈게."
"괜찮아. 근데 와 씨발. 진짜 장난 아니긴 하더라. 여자들 막 속옷만 입고 있는데."
아 진짜 너무 가슴이 아프면서 웃겨 미치겠다...
김태윤 걱정마라. 지금 간다.
내가 진짜 오늘 널 위해서.
어려울 때 힘들 때 늘 내 곁에 있어준 너를 위해서.
"성대에서 젤 예쁜 애 니 옆에 앉혀줄게. 반드시!"
"어... 어... 지... 진짜?"
"왜? 괜찮아 새끼야. 쫄지 마! 넌 씨발 멋있는 놈이야!!"
"아... 조금 떨리는데?"
"하하하! 그걸 믿냐! 야. 너 진짜 뭐야. 어디까지가 장난이야?"
"이제는 조금 니가 그때 왜 우리들 앞에서 울었는지 알 거 같애. 여자 만나기 진짜 어렵다."
"하하하하..."
안되곘다. 못 있겠어. 오늘은 쉬려고 했는데, 당장 우리 친구 얼굴보고 뭐라도 해야 되겠다.
X를 끌고 부르릉 성대로 출발했다.
힘들어서 그런가, 이런 주변의 일상이 나에게 커다란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역시 중요해. 난 이 사람들 없으면 못 살어. 아무도 놓칠 순 없어.
"차 끌고 오니까 확실히 가깝긴 하구나."
태윤이한테도 전화를 걸어 어디있느냐 묻고 슬금슬금 들어가고 있었다.
"진짜 왔어??"
"니가 오라며. 온다고 했잖아."
"아니 난 장난인 줄 알았지..."
"친구 보고 싶어서 왔어."
"하하! 야 진짜? 진짜 니가 여길 왔다고? 구마하가?"
태윤이 주변도 조금 웅성거리는 거 같다.
"야. 애들이 자기도 나가도 되냐는데?"
"어 오라고 그래."
"...이 새끼."
통화를 끊고 태윤이가 말해준 건물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가 들어온다.
"어? 이 형이?"
연세대 사회과 4학년 승우 형이었다.
클럽 멤버. 원룸의 황태자.
정말 너무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라 조금 놀라고 있지만, 일단 받아보았다.
"네 형."
"마하야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잘 지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