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을 녹이는 땀과 눈물의 이야기. (2) >
구마하의 시합에 맞춰 구마윤의 가게도 초비상이 걸렸다.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주방 이모님과 홀서빙 직원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사장님!"
"하하하 설마 또 오셨어?"
"디아다스 아저씨가 자리 없냐고..."
"하하하! 보면 알잖아. 지금 자리가 어딨어."
"사장님아... 웃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봐... 손님 밥 주다 우리가 쓰러지것어..."
"그래. 아휴 정석이 저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대쌌댜..."
"하하하하!"
손님이 들어오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구마윤도 슬쩍 바깥 상황을 확인하며 물어본다.
"이모님. 먼저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땐 저도 없었잖아요."
"그때는 이정도는 아니었지..."
"그래. 뭣보다 그땐 애들이 없었잖아."
"아 그렇구나. 애들이 대학생이 됐지."
마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 평상시보다 세 배 가까운 인원을 수용하고 있는 식당.
정석이가 모은 애들만 가게 절반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이웃들. 오랜 시간 함께해온 상인회들. 다들 찾아와 함께 응원하고 싶어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도 마하 시합 보고 싶은데.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진 구마윤에게 이정석이 난처한 얼굴로 주방에 말한다.
"저... 5번 테이블 추가 주문했는데 왜 안 나오냐고 뭐라 하시는데요..."
"얘!! 지금 추가가 뭐야. 있는 것도 못 나가고 있는데!!"
"그래. 우리가 지금 놀고있는 걸로 보여!!"
"...죄송해요 이모님들."
"하하하! 정석아. 너 잠깐만 들어와 봐."
구마윤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빌지 다 체크하고 있지?"
"...네."
"다들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이거 다 계산 할 수 있겠어?
"..."
"하하하! 어쩌자고 이렇게 일을 벌렸어."
"아니... 저는 그냥... 다 같이 구마 응원하면 좋으니까..."
"그래. 마음은 정말 고맙다."
"그리고 뭐... 우리 아니어도 어차피 다들 어디선가 모여서 볼 건데. 그럴바엔 그냥 우리가게 매상 올리는 게 좋잖아요."
"그런 거치곤 애들이 너무 많이 왔지? 쟤들은 돈 받을 거 생각 안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후우... 아 새끼들..."
"너도 난감하구나."
"사장님 진짜 죄송해요. 제가 애들이랑 연 끊는 한이 있어도 다 받아낼게요."
이혜정과 채민서를 제외한 졸업여행 멤버들이 찾아와 있었다.
구마윤이 움츠러든 정석이의 어깨를 토닥토닥 다독여 준다.
"됐어. 너도 가서 애들이랑 있어."
"네? 아니요. 전 일해야죠!!"
"이모님. 우리 오늘 그냥 장사 접죠."
"음? 사장님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해요. 어차피 여기서 더 어떻게 할 수도 없어요."
"사장님! 그냥 있는 사람들만 저녁까지 끌고가시면!!"
"하하! 이런 상황에서 돈 받으면 욕 먹어. 정석아."
"아... 완전 대목인데..."
"사람이 물러서는 순간도 있어야지."
구석구석 꽉꽉 들어차다 못해 입구 너머까지 손님들이 대기 중이었다.
주방에서 나온 구마윤이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오늘 너무 많이들 와주셨는데, 제 동생 응원해주러 오신 거죠?"
사람들이 네~! 뜨거운 함성을 들려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 영업을 마감해야 할 거 같아요. 더는 정상적인 서비스나 식사가 불가능할 거 같아 내린 결정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나가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실망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지금까지는 모두 가게에서 제공하겠습니다. 드시지 못한 분들껜 죄송하지만, 그냥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라고요. 남아계실 분들도 즐겁게 응원해 주세요."
구마윤의 통 큰 결단에 사람들이 큰 박수를 쳐주었다.
락 스피릿으로 똘똘 뭉친 김태윤이 벌떡 일어나 그의 이름을 선창한다.
"구마윤! 구마윤!! 여러분 더 크게! 구마윤! 구마윤!!!"
"하하하~ 앉아. 태윤아. 소란피지 말고."
갈 사람들은 일찍 들어가 좋고, 남아서 함께 응원할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즐겨서 좋다.
매출엔 큰 타격이지만, 뭐 어떤가. 돈 잘 버는 동생한테 메꾸라고 하면 되겠지.
구마윤도 부담을 내려두고 가까운 상인회 사람들과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정석도 친구들에게 다가와 앉는다.
다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즐기고, 필요하면 나가 사오는 식으로 알파인스키 중계를 기다렸다.
[국내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이탈리아 토리노 알파인스키 경기장입니다. 잠시 뒤 아테네의 영웅 구마하 선수가 새로운 도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현지 중계였다.
김정준의 스승. 이영호 지도자가 해설자로 자리하고 있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구마하 선수가 여기까지 올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 아니었습니까?]
[그렇죠. 도전은 환영하나, 설마 진짜로 올림픽에 나가리라곤... 저를 비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영호 지도자께서 김정준 코치를 이끄셨으니, 구마하 선수도 이영호 지도자의 제자가 되겠군요.]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김정준 코치가 정말 고생했죠.]
[그럼 여기서 구마하 선수의 선수 선발전 영상과 인터뷰 보여드리겠습니다.]
방송국에서 준비한 연습장면이나 선발전 모습. 사전 인터뷰 등이 지나갔다.
박상택도 등장하고 김정준도 얼굴을 비추며 그들의 각오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배와 후배가 도우며 올림픽까지 오다니, 정말 보기 좋습니다.]
[박상택 선수도 기량이 출중한 선수죠. 아무쪼록 우리 스키 대표팀들. 남녀 모두 멋진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과 좀 보게 중계를 하라고 중계를.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하고."
"저러다 못하면 바로 화면 바꿀 거면서 씨발것들..."
"아우 부정적인 새끼들 또 뭉쳤네. 조용히 좀 해! 여기 다 마하 팬들만 있어!!"
늘 그렇듯, 김태윤 이정석 박남수가 주변에 웃음을 퍼트린다.
[이영호 선생님. 구마하 선수가 참가한 활강. 다운힐이라고 불리는 경기는 어떤 경기 입니까?]
[이름 그대로 누가 먼저 빠르게 언덕을 내려오느냐로 우열을 가리는 시합입니다. 모든 올림픽 종목중에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요. 1인으로 따졌을 시, 활강이 봅슬레이보다 더 빠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 깃발 지나가는 게 아니구나. 그건 줄 알았는데."
"하여간 스키를 타도 꼭 지 같은 것만 타요."
"아 좀 닥치라고!! 여기 니네 가게잖아!! 형! 정석이가 자꾸 헛소리해요!!"
가타부타 부연 설명이 지나가자 이미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캐스터와 이영호 해설도 서둘러 마이크를 붙잡고 말했다.
[구마하 선수는 중반쯤 차례가 돌아오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단판 승부기 때문에 빠르게 차례가 돌아올 겁니다.]
[시합을 끝까지 지켜봐야 알 것 같군요. 캐나다의 매그너스 선수 출발합니다]
[스키 끝을 보세요. 깍아지르는 각도가 화면으로도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안 느껴지는데요."
"뭐 그냥 존나 빠르게 가기만 하면 되는구만. 별로 어려울 것도 없네."
"후우... 아 진짜 오랜만에 피곤하다..."
외국 선수들의 경기가 이어졌다.
모두들 장난 반 응원 반 느슨해진 분위기로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 매그너스 선수!]
시합을 펼치고 있던 캐나다 선수가 점프를 뛰고 착지하다 균형을 잃고 경사로에서 튕겨나가고 말았다.
시끄럽던 가게 안이 쥐 죽은듯 조용해진다.
스튜디오에서도 이영호 해설자만 입을 열고 있었다.
[중반부터 조금 무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네. 화면에 나오는군요.]
많은 이들이 구마하를 통해 활강 경기를 처음 접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다들 나직히 입을 열었다.
"워 씨발..."
"어우..."
"와... 다리가 그냥 꺾였는데..."
구조대원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캐나다 선수는 비틀 거리며 들것에 누워 실려나갔다.
이영호 해설은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을 남겼다.
캐스터도 짐짓 놀란 어조로 묻는다.
[저... 선생님. 이게 큰 부상이 아니라고요....?]
[활강은 목숨을 위협하는 게임입니다. 골절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큰 부상이라고는 말하기는 어렵죠.]
[...그런 경기에 구마하 선수가 참가했군요.]
[네. 정말 큰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여기저기 웅성거리고 소란스런 반응이 이어졌다.
"뭐야.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저러다 허리 다치면 그대로 하반신 마비 되는 거 아냐...?"
"오토바이로 따졌을 때 100키로로 들이받는다 생각하면..."
그것이 활강이다.
죽음의 공포를 넘어 속도를 겨루는 경기.
식당에 모여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합을 지켜보는 전 국민이 같은 마음이었다.
이런 걸 왜 하는 거야.
제발 다치지만 마라...
친구들도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미친 새끼! 뭐 저딴 걸 하고 있었어!!"
"깃발이나 통과 해 새끼야!!"
"뭐야... 이런 게임이 왜 올림픽에 있어...? 너무 위험하잖아..."
우려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구마하의 순서가 다가왔다.
"우와아!! 마하야!!"
"구마. 병신아 그냥 기권해!!"
"미친놈아... 제발 다치지만 마라..."
화면 속, 두꺼운 고글을 쓰고 있는 구마하는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른 채, 뭐가 좋은지 혼자 히죽이죽 웃으며 앞 뒤로 반동을 주고 있었다.
"새끼야 뭐 좋다고 웃고 지랄이야!"
"아 씨발... 그냥 기권하라니까. 가서 운동장이나 뛰어 병신아..."
"넘어지지 마라... 제발 욕심 부리지 마..."
구마윤도 무거운 시선으로 TV를 지켜본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출발 신호가 떨어진다.
화면 속 오른쪽 아래 초시계가 빠르게 움직였다.
혼자 싱글벙글 웃던 구마하도 힘차게 다섯 번 폴대를 찍으며 스키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에이 씨발! 몰라! 가라!!!"
"구마! 달려!!"
"파이팅!!!"
친구들의 힘찬 함성에 힘 입어 식당 안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중계석도 흥분된 목소리로 외친다.
[구마하 선수 힘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자세도 굉장히 안정적인 거 같죠?]
[그렇습니다. 구마하 선수가 처음 스키를 시작한 게 오스트리아인데요. 타는 자세나 저돌성이 딱 그 나라 선수들의 장점만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경사로를 미끄러지는 그의 모습과 거친 바람 소리가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다.
첫 번째 코너를 지나쳤다.
그가 오른쪽 어깨를 깃발에 스치며 사라지자 넓은 설산의 풍경이 펼쳐졌다.
알프스의 독수리는 눈바람을 일으키며 비탈을 달렸다.
싸아악--!! 두 번째 왼쪽 코너.
구마하가 멋진 카빙턴을 돌며 속도를 높인다.
[후욱!]
브라운관에 그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점프.
자세를 낮추며 양 겨드랑이에 끼워놓은 폴대가 날개같이 펄럭인다.
첫 번째 체크포인트의 기록이 잡혔다.
초록색이었다.
지금까지의 기록보다 –0.2초 기록을 당겼다.
[괜찮습니다 구마하 선수! 좋은 기록입니다!]
이영호 해설의 외침과 함께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는 기록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오직 코스에만 집중 할 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의 눈 앞에 깎아지른 절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으윽! 우윽!!]
[구마하 선수. 기합을 지르며 거친 속도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화면 속 그의 강철같은 두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구마하의 힘을 아는 친구들은 그의 허벅지에 전해지는 진동을 보며 섬뜩함을 느낀다.
저기서 균형이라도 잃게 된다면... 자칫 몸이라도 튕겨 나간다면...
끔찍한 상상이 뇌리를 스치지만, 그래도 선수는 용기있게 경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 결과는 다시 초록색. 시간은 -1.4
[구마하 선수 이번에도 큰 폭으로 기록을 줄였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구마하의 시선. 세상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고글 중앙 작은 풍경만이 그가 가야할 길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조차 순식간에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
코너로. 직선으로. 절벽과 점프.
보이지 않는 길을 두려움 없이 달릴 수 있는 건 무엇인가.
그것은 감각이다.
집중된 훈련을 통해 익힌 눈길에서의 감각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여기선 자세를 낮춘다. 배에 힘을 줘!
코너가 온다 베스트 라인을 따라가야 돼!!
너무 붙지마! 다음 코너에 들어갈 수 없어!!
[후웁!!]
아슬아슬한 순간에는 약간이나 타협을 본다.
타협을 본 속도가 130km를 넘어선다.
구마하는 단전에 힘을 모아 다시 자세를 낮춘다.
이제는 거의 웅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카메라가 잡아주고 있었다.
[구마하 선수 공격적으로 코스에 돌입합니다.]
[종전의 기록을 또 한번 줄였어요!!!]
저항을 감소시키며 가속도를 더한 결과 150km.
그의 시합을 지켜보는 모두가 미친 속도에 입을 열지 못 했다.
싸아아악--!! 파악!!
"너무 빠른 거 아냐..."
"미친놈아 속도 좀 줄여..."
"마하야..."
속도계는 150을 지나 160km를 올랐다 내렸다 흔들거렸다.
맨몸으로 직선구간도 아닌 꾸불꾸불한 산길을 미친 듯 달리는 그의 모습에 이영호 해설도 할 말을 잃었다.
파아악--!!
그 사이 구마하가 마지막 점프를 뛰었다.
하늘을 날았다.
진짜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 활강하듯 그가 언덕길을 달려 내려갔다.
[후욱 후욱!]
구마하도 미칠 노릇이었다.
브레이크를 잡고 싶어도 잡을 틈이 없어 그냥 달리는 수 밖에 없다.
매서운 바람이 몸을 칼로 베어가는 것 같다. 잠깐 숨이라도 들이켰다간 폐가 얼어붙을지도 모른다.
[훅!!!]
그래서 호흡을 뱉고 참아버린다.
얼마 안 남았어. 길어봐야 20초? 버텨! 버티는 거야!!
그는 마지막까지 속도를 높였다.
[구... 구마하 선수 170km을 넘깁니다!!]
[안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마지막 코너는 경사가 깊습니다!!]
구마하의 귓가엔 걱정스러운 응원보다 바람이 울부짖는 거친소리만이 들려오고 있다.
온다. 여기서 간다!
힘을 빼.
바로 여기다!!
[마지막 코너!]
[아아! 구마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에 진입했어요!]
보는 이들의 심장이 걱정과 두려움에 멈출 것 같은 순간.
구마윤의 머릿속에 아버지와의 대담이 들려왔다.
(마윤아. 바위에 물을 끼얹으면 어떻게 될 것 같니?)
(굴곡에 따라 방향이 바뀌겠죠.)
(그래. 바로 그거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바람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를 때 운룡대팔식을 펼칠 수 있다.)
구마하의 몸이 그와같이 매끄럽게 코너를 돌았다.
운룡대팔식 제 1초.
마하가... 동생이... 현대 사회에서 고향의 무공을 보여주었다.
[미... 믿을 수 없는 코너링이 나왔습니다...]
구마윤의 눈에서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중계석도 흥분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악! 해냈어요!!]
[구마하 선수!! 무사히 결승점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구마하는 마지막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는 순간까지 머리를 웅크리고 자세를 낮춰 0.1초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죠! 그렇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촤아아아악~~!!
브레이크 잡으며 일으킨 눈구름이 관중석까지 뻗어간다.
뜨거운 박수와 관중들의 함성을 받으며 그가 고글을 꺾어 카메라를 붙잡고 소리친다.
[으하하하! 형 봤어!! 봤냐고!!! 와우!! 이거 맞지!!!]
카메라에 침을 튀기며 좋아하는 구마하.
운룡대팔식을 멋지게 펼친 것에 만족하느라 기록을 등한시하고 있었다.
결과는 1:43.19. 종전 기록보다 10초 가량을 줄인 놀라운 성적이었다.
[미...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려 10초가 차이나는...]
[모릅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은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정도면 굉장히 우수한 결과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부디 이 1위라는 성적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기만 바래야겠습니다.]
구마하의 시합은 끝났지만 보는 이들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누구라도 이보다 빠른 성적을 거두면 메달은 금에서 은으로. 동으로. 그리고 무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렇지!!"
"마셔마셔!!"
"하하하! 건배!"
차례차레 외국 선수들의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곳저것 건배사와 힘찬 박수가 이어졌다.
구마윤네 테이블도 왁자지껄 흥분된 감상이 펼쳐진다.
"어이 구 사장! 이거 진짜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또야? 하하!"
"모르죠.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니까요."
"하하하! 축하해! 2차는 우리 가게로 가자고!! 여기 사람들 다 가자고!!"
"하하하하~"
[마지막. 독일. 루카스 선수가 출발합니다!]
[확실한 우승후보죠. 그래도 구마하 선수 현재 은메달을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
[대한민국 설상 종목의 첫 메달이네요. 축하드립니다.]
[...]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
[정말... 스키어의 한 사람으로서.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두려움을 알기에 목숨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정신이 올바르게 박힌 선수는 절대 구마하같이 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은 활강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곳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 선수들이 구마하에 맞서는 도전을 펼쳤다.
결과는 1:43:82. 1:44.01. 1:44.12.
한국이 1위. 독일이 2위. 그리고 오스트리아가 3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활강 경기의 최종 결과가 집계된다.
구마하는 육상에 이어 한국 설상에서도 첫번째 금메달의 주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