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을 녹이는 땀과 눈물의 이야기. (9) >
틴 에이져??? 십대?
고맙ㄷ. 아니 이건 그런 게 아니라.
"그럼 그걸 먼저 말을 했어야지..."
"왜?"
"열아홉이면... 이레갈..."
"무슨 소리야? 쿠도 열아홉이잖아."
"아니야. 난 스물하나야."
"몇 년에 태어났는데?"
따져보니 둘 다 똑같은 86년생이었다.
빅토리아 때도 그랬지만, 한국과 유럽의 나이 계산이 다른 데서 오는 작은 헤프닝이었다.
여기 식으로 따지면 나도 아직 스무 살이 아니고, 한국식으로 따지면 쟈스민도 스물하나였다.
스스로 보수적이라 말하는 열 아홉이 남자 둘을 상대하고 그룹 섹스를 한다고?
근데, 반대로 저들 시각에선 예절 바른 동양인이라는 놈이 똑같은 십대 나이로 데보라한테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하고. 수잔을 데리고 이러고 저러고.
얘네들이 나를 보는 충격도 상당했겠구나.
뭐 그렇다고 따로 가서 해명하고 자시고 할 필욘 없지. 그냥 이게 한국의 매운맛이다 하고 넘기자. 기분 좋았으면 됐어.
근데 이렇게 따져보니 내가 미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게 이해된다.
우리 식으로 볼 게 아니라 저쪽 기준으론 난 완전 십대 올림픽 스타가 되니까.
NICE에서 괜히 큰 돈 주는 게 아니었구나. 브라운이 틈틈히 자기 마이스페이스에 내 사진 올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
"한국에서 나는 스물 한 살이야. 대학생이고."
"난 그냥 열아홉 할래. 나이 들기 싫어."
"하하! 어떻게 따져도 우리가 동갑이라는 건 똑같잖아."
"프렌드. 마이 보이프렌드."
겸사겸사 다른 사람은 몇 살인지 알아봤다.
데보라 동갑인 건 알고 있었고. 수잔이 스물 일곱. 마이클은 서른이 넘었고, 모레노는 스물 다섯이었다.
"아. 수잔이 스물 일곱이었어. 어쩐지 뭔가 다르더라니."
쑥쑥 넣다 뺄 때마다 왜 그렇게 물이 줄줄 흐르나 했는데, 연상이라 그랬구나.
역시 성인 여성이 다르네. 괜히 이상적인 섹스파트너가 여자 나이 8살부터 10살 연상이라고 하는 게 아니야.
우리는 동양과 유럽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대화를 나눴다.
나이 계산법. 젓가락과 포크. 쌀과 밀. 그러한 아주 간단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열 다섯만 넘으면 합법이라고?"
"응."
"역시 선진국... 빠르다."
덴마크는 열 다섯. 한국식으로 열 일곱. 고등학교 1학년부터 모든 섹스에 미성년자 처벌법을 받지 않는단다.
와... 고 1이 우와...
저 나라의 아다들은 얼마나 절박한 매일매일을 보낼까...
그리고 후다들은 또 얼마나 바쁜 성생활을 가질까...
역시 잘 사는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크다더니...
"쿠는 하이스쿨 때 어땠어?"
"하이스쿨이라... 흠. 허허허."
"인기 엄청 많았지?"
그녀의 환상을 깨지 않고 그냥 운동만 했다고 전해줬다.
쟈스민은 나의 모든 것을 칭찬해주는 사람이다.
영어라든지 단단한 근육이라든지 스포츠 능력들이나 메달 등.
뭔가 여자로 다가간 사람이 스스로를 팬이라 고백하며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막 들려주니까 자존감이 쑥쑥 채워지는 거 같다.
메달이나 광고 신문 기사보다 그녀의 열띈 반응에서 더 내가 뭔가 해낸 사람같고, 대단한 인간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근데, 너무 좋게 보는 거야. 내가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방금도 봐. 어려운 표현을 간단한 비유를 써서 말했어. 나도 영어 공부하기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쿠는 다르잖아."
"나도 공부하는데 어려웠지."
"내가 쿠를 만나서 너무 좋은 게 뭔지 알아? 이 사람을 봤다는 것보다 이렇게 소통이 된다는 게 정말 너무 커."
"하하하..."
역시 남자와 여자의 애정포인트는 다르구나.
우리가 육체의 대화를 원한다면 여자는 대화 그 자체를 즐긴다.
"아테네 때 말을 너무 못했거든.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거야."
내가 노력을 하긴 했나보다. 별 말을 다 하고있네.
정말 빅토리아랑은 진짜 이런 말 거의 못 했었는데.
그녀가 내 수준에 맞춰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어렵게 이야기를 들려줬지.
빅토리아도 보고싶다. 지금보면 그때보다 더 재미난 대화들 나누고 서로의 깊은 마음을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겨울이니 남반구에 가 있겠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누나는 여전히 아름다울거야.
"쿠?"
"음?"
"졸려?"
"아니. 근데 쟈스민. 우리 일단 좀 씻자."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새벽 2시.
쟈스민의 룸메이트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반대로 돌아누워 있었다.
"시끄러웠나 보다. 우리도 어서 자자."
"응."
하지만,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나눴는데 어떻게 바로 잠이 들겠는가.
둘 다 피로와 졸음을 이겨내면서. 어떻게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 몇 시 시합이지? 남자가 먼저 하는 걸로 아는데."
"오후에 있어. 그리고 난 원래 대회나 시험 전날엔 긴장해서 잠 거의 못 자."
"그렇구나. 난 누우면 막 골아떨어지는데."
"좋겠다. 그것도 실력과 자신감이 강하니까"
그 순간 부스럭 거리며 쟈스민의 룸메이트가 이불을 덮어쓴다.
"깬 거 아냐?"
"괜찮아. 괜찮을 거야."
쟈스민도 두리번 두리번 룸메이트의 반응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저쪽은 선수야? 아니면 코치?"
"똑같애. 스키. 대신 쟤는 프리 스키."
"난 유럽의 이런 게 좋아."
"뭐?"
"바로 옆에 남녀가 있어도 신경쓰지 않고 무심하게 대하는 거."
"쿠. 우리도 신경 써. 그냥 모르는 척 할 뿐이야."
"그래?"
"당연하지. 이러고 다음 날 아침에 얼굴 보면 우리도 민망해, 그냥 이해해주는 거야."
쟈스민이 꿈벅꿈벅 졸길래 토닥토닥 몸을 두드려 주었다.
"졸리면 자라니까."
"으음... 싫어. 더 이야기 하고싶어..."
"뭐가 그렇게 듣고 싶어서."
"쿠한테 덴마크는 어떤 나라였어?"
"우유. 소시지. 레고."
"아하하!"
쉿! 신호를 주자 쟈스민도 쉿 하고 장난스레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핀란드는 자일리톨. 프랑스는 에펠탑. 이탈리아는 피자 스파게티. 그리스는 신전. 러시아는 스탈린. 유럽을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 비슷하지 않던가.
"도이치랜드는?"
"...자동차라고 해줘야 겠지?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으니까?"
"아하하하~!"
"어우 엄청 잘 웃는데?"
"쿠. 너무 재밌어"
무표정한 사람이 아니다. 이른 유학이나 덴마크의 닫힌 사회 분위기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눌러왔을 뿐. 그녀는 충분히 사랑스런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한국은? 너는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있어?"
"노스 코리아."
"젠장. 망할놈들..."
"그리고 티비나 핸드폰 같은 전자기기를 잘 만들고. 아! 자동차도 있다!"
그녀가 스르륵 올라와 입에 쪽 키스를 해주며 말한다.
"마지막로 가장 멋지고 빠른 남자의 컨트리."
"..."
팬이랑 이러는 것도 나쁘진 않네.
위험한 발언인 건 아는데, 뭔가 기본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내가 막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돼는 그런 게 있어. 좋아. 편하다. 호감만 느끼는 연애는 부담이 적다.
"쿠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안 그래도 아까 밥먹을 때 잠깐 했던 이야긴데."
"응."
"조금 무거운 주제가 될 거 같아 일부러 피했는데."
팬이 좋아도 이들은 기본적으로 날 긍정해주는 사람이니까. 너무 가까이 지내다간 스스로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거 같다. 언제든 너무 단 건 몸을 상하게 하니까.
그래서도 일부러 진중한 주제를 꺼내들었다.
"쟈스민은 직업을 갖는다고 했잖아."
"어."
"어때? 직업을 갖고 운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어?"
"특별할 건 없어.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요인이 많고."
"그럼 너도 할 수만 있다면 운동만 하고싶어?"
"당연하지!"
난 잘 모르겠다고 해줬다.
"왜? 챔피언이잖아."
"미국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 스포츠는 너가 아는 것만큼 선수에게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제공해 주는 건 아니야."
"..."
"뭐 나는 좀 다른 경우긴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선수는 어려움이 많어."
"왜? 운동만 할 수 있으면 경기력도 향상되고 좋잖아."
"그 댓가로 지불해야 하는 게 너무 커."
"뭘 지불해야 하는데?"
"인생과 자존심."
한 번쯤 생활체육에 관해 배워보고 싶었다.
네덜란드나 독일 이런 나라들이 생활 스포츠가 정말 잘 되어 있는데, 직업은 의산데 스피드 스케이팅을 나와 메달을 딴다던지, 슈퍼마켓 종업원인데 스키를 탄다던지.
오스트리아 친구 스테판도 엄밀히 가업을 이어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리스 올림픽을 나왔었다.
데보라도 부모님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가서 섹스하고 그러고 있다.
우리 같은 전문 스포츠 선수도 나오기 힘든 게 올림픽인데, 생활 스포츠로 이곳에 오다니.
메달을 떠나 그 자체로 존경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덴마크는 메달 못 따면 어떻게 돼?"
"아무일도 없지."
"그렇지. 그게 정상인데..."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동을 하는만큼 모든 선수들이 메달이란 부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메달획득 여부가 그 종목과 선수생명에 관한 국민 관심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게. 나 오늘 스키로 메달 땄구나. 것도 이번에도 최초의 금메달을.
아이고 한국은 또 얼마나 시끄러울까...
스키연맹은 얼마나 방방 뛰고 있을까...
대 사부님과 아까 잠깐 통화는 했지만, 박문기 회장의 반응도 괜히 걱정된다.
"쿠. 뭔가 스트레스 받는 일 있어?"
"없어."
"표정이 무거워 보여. 졸리면 자. 괜찮아. 나 조용히 있을 수 있어."
"아니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쟈스민을 끌어안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보았다.
다음 이벤트는 역시 아시안게임이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한상률 감독님. 이현석 교수님과도 미리 약속했던만큼. 돌아가면 육상선수로 최선을 다해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
바빠질 거 같다.
뜨거운 여름이 되겠구나. 중동은 더우니까.
"..."
"음?"
꼭 안고있던 쟈스민이 부비적 부비적 끌어안으며 감싸준다.
"왜?"
"미안. 내가 너무 스타라고 좋은 이야기만 한 거 같애. 쿠도 인간적인 고민이 있을 건데."
"아. 그런 건 아닌데."
그녀가 꼭 붙어 안기니 향긋한 냄새가 풍겨온다.
그리고. 봉긋한 가슴이 몸에 밀착되자 그 보드라운 느낌에 우리 똘똘이 녀석이 아이고 형님. 오늘 바쁘십니다 그려? 하며 불끈불끈 일어섰다.
쟈스민이 바로 고개를 들며 묻는다.
"하고싶어?"
"괜찮아. 그냥 자."
"가만히 있어 봐."
팬의 스타를 위한 마음은 정말이지 헌신적이구나.
자기 시합이 있는데도 그녀가 손을 내려 굵직한 기둥을 슬금슬금 만지며 분위기를 잡는다.
"쟈스민. 괜찮다니까."
"쿠. 그거 알어?"
"뭐?"
"동양인은 물건이 작다는 속설이 있어."
"하하... 어 들었어."
"근데 쿠는 커. 정말로. 내 엑스도 이정도는 아니었거든."
"난 키도 크잖아. 몸도 크고."
"그러니까..."
쟈스민이 얼굴을 붉히며 슬금슬금 이불 밑으로 내려갔다.
어이고 이거 참. 나를 위한 건지 자기를 위한 건지. 역시 스포츠 선수의 성욕이란...
부스럭거리며 그녀가 바지 끝을 내리며 속옷을 살짝 젖혀 우리 리틀 구마하를 헙. 거리며 물었다.
"으음."
옆으로 마주 보고 누워있던 상태였다.
침대가 그렇게 막 좁은 편은 아니지만, 쟈스민의 몸이 이불 밖으로 삐져나가고 있었다.
똑바로 천장을 바라보고 등을 대고 누웠다.
그녀도 스르륵 부드럽게 올라와 입을 멈추지 않았다.
"으음. 흠."
이불을 덮어쓰고 들썩거리는 실루엣을 보고 있는데, 어딘가 어린 왕자와 모자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저씨. 이게 뭐로 보이세요?
모자 아니니.
아니요. 이건 보아뱀이 코끼리를 집어삼킨 그림이에요.
어이 어린 왕자. 그건 보아뱀도 모자도 아니야. 생텍쥐베리 선생. 당신이 틀렸소.
그것은 보아뱀도 코끼리도 아닌, 한 귀여운 여성이 동경하던 스타를 만나 입으로 해주고 있는 장면이라오.
"아아 음."
춥춥 거리는 눅눅한 소리가 짙어감에 따라, 그녀가 아닌 내 입에서 기분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쟈스민의 얼굴을 보고 싶어 나도 이불을 덮어써 봤는데 어두워서 뭐가 잘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웁 우웁!!"
받아준다. 쟈스민이 목에 힘을 빼고 자신의 입을 나의 쾌락을 위해 허락해 주었다.
아 좋다. 뭔가 혜정이가 해주던 것 같은 느낌이야.
"..."
젠장. 뭐하는 거냐. 지금 같이있는 건 쟈스민인데 걔를 왜 생각해. 나도 미쳤지.
"으음 음 으음!"
"어? 뭐라고?"
"쿠.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하라고."
"어. 응. 근데 휴지가."
"괜찮아. 나도 입에다 해 줘. 좋아."
"..."
팬이 원하면 스타는 뭐든 해주고 싶어지는 마음.
좋아. 가자. 쟈스민. 지금 내 몸은 다 너의 것이다.
"헉헉!"
빠르게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흔들었다.
자위하는 것 같은데 차이점이 있다면 거칠고 무정한 손이 아닌 귀엽고 무뚝뚝한 여성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입과 혀가 나를 자극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음. 으음"
"우웁!!"
너무 내 기분대로 하는 것도 그녀의 목 근육에 무리가 올 거 같아 쟈스민을 편하게 앉히고 내가 움직여줬다.
섹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녀의 입 끝에 귀두와 기둥 중간을 빠르게 넣었다 빼며 쾌감을 올렸다.
우리는 염치불구 이불을 걷어차고 있었다.
그런데 룸메이트가 걱정되어 살짝 돌아보니 그녀도 옆으로 누운 상태로 혼자 우리들의 섹스소리에 자위를 하는가 엉덩이쪽이 꼼지락 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후후후. 정말 사랑이 넘치는 올림픽 선수촌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동계올림픽 콘돔 소비량이 하계를 넘어서는구나.
하계는 밖에서 놀지만 여기는 다 방에서 움직이니까.
"하아 하아..."
"우으웁... 우읍"
쟈스민의 입안에 오늘 하루 나의 남은 모든 에너지를 뜨겁게 쏟아냈다.
그녀는 눈을 찡그리며 조금은 고통스러웠다는 듯 눈물과 콧물을 훌쩍이지만. 입안 가득 차있는 끈적한 애액을 남김없이 꿀꺽꿀꺽 거리고 삼켜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