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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194화 (194/401)

< 챔피언의 무게 (4) >

변태 같은 거 아닌가?

이런 걸 왜 하자고 그러지?

그리고 난 왜 얘가 하자는대로 하고 있지?

집 빌려준 거 때문에 그러나?

아 진짜 아닌 거 같은데...

시작할 때만 해도 이혜정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음부를 스치는데 여린 감각이 몸을 타고 흐른다.

아니야. 마하가 맞어. 이건 다르다. 혼자 하는 그 느낌은 이런 게 올 수 없어...

진짜로 섹스를 하는 기분이야.

옷방 건너 작은 방에서 몇달 째 침대도 없이 이불 몇 가지만 들고 와 살던 집이었다.

책상도 없어 식탁이나 거실 협탁을 책상으로 사용하고.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며 부엌, 방, 거실만 오가며 지냈다.

안방은 청소나 해주고 가끔 환기 한다고 창문이나 열어뒀었다.

그런데, 지금 구마하의 침대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흥분하고 있다니...

이혜정에게 참을수 없는 배덕감과 수치스러움이 밀려온다.

괜히 엄마가 생각나고 미안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양심과 다르게 손은 멈출 줄 몰랐다.

"음. 으음. 읏!"

헉! 방금 목소리 너무 크지 않았나?

이혜정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눈을 떠 모니터를 보았다.

구마하가 자신을 보며 단단한 기둥을 위 아래로 문지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부끄럽다.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이지?

서로 이미 수많은 관계를 맺어 왔는데... 왜 이렇게 부끄럽지?

민서가 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부끄럽고 숨고싶어...

서로의 감추고 싶은 모습을 보인다는 자체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일으킨다.

이혜정은 당장 노트북을 덮고 방에서 나가고 싶었다.

"아~ 마하야..."

-혜정아.

"아 하아아~ 흐응"

하지만 그런 마음이 어딘가 억눌려 왔던 감정을 열어버린다.

마하니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쟤도 나니까 기분이 좋은 거겠지...?

이혜정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음부에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나온다.

"으음... 읏 으응"

-기분 좋아?

"좋아. 진짜 좋아."

이혜정은 눈을 감고 다시 귀를 기울인다.

구마하의 목소리를 들으며 누군가와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다음은 어디야? 어디를 만지면 되는 거야?

그녀의 호응에 부응하듯 구마하가 말했다.

-손가락 넣어 봐.

"응. 아!"

-아퍼?

"아니 괜찮아... 근데 손톱이 좀"

-그래?

손톱을 정리해둘 걸. 자위를 하더라도 손가락을 넣을 일은 없었으니까 몰랐는데.

-혜정아. 그럼 그냥 위 아래만 만지고 있어.

"응."

-왼손으로 가슴 같이 애무해 줘.

그가 시키는대로 그녀는 양손을 써 자신을 애무했다.

눈을 감은 어두운 저편 마치 마하가 와서 날 만져주는 것 같다.

"하아 하아~ 아아~ 다음은?"

-어... 다음은

키스하고 싶다. 안고 싶어.

그래도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다음은 뭐야? 다음을 알려 줘.

-혜정아. 아까 딜도 있지?

"어."

-그거 입으로 해 봐.

"..."

참. 얘도 별 거 다 시킨다.

"손은?"

-손은 계속 만지고 있고.

"응. 알았어."

이혜정이 방긋 웃으며 모니터를 본다.

그녀의 미소에 구마하의 쾌락이 밀려오며 정액이 분출되려 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왜?"

-와 씨... 방금 쌀 뻔 했어.

"후후후. 뭐야 그게..."

-안돼. 지금 끝내면 분위기 다 깨져. 나도 꾹 참을 거야.

나도 그에게 이것저것 시켜볼까?

하지만 부끄러운 걸. 그리고 수동적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그가 시키는대로 하고싶어.

이혜정이 딜도를 가져와 가만히 쳐다보며 묻는다.

"진짜 새 거지?"

-그렇다니까.

"으음..."

이 마당에 믿어야지 뭘 어쩌겠어...

이혜정이 딜도를 가져와 입에 넣는다.

입으로 해주는 걸 참 좋아해.

그런 생각을 하며 그를 애무해준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전동 딜도를 입안으로 넣었다 빼내며 다른 손으론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문지르고 있었다.

-오~ 혜정아... 너 지금 장난 아니야...

이름 부르지 마. 그렇게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집중하는데.

하지만 그런 유머러스함이 또 그의 매력이 아니던가.

이혜정은 애써 구마하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계속해서 딜도를 애무하는데.

입안을 꽉 채우는 굵기나 길이가 어딘가 진짜로 마하의 몸을 핥아주고 있는 것 같다.

-혜정아... 계속 만지고 있는 거 맞지?

입에서 침을 주르륵 흘리며 이혜정이 고개를 끄덕여준다.

-으음.

뭐가 문제가 있는 걸까? 왜 그러나 싶어 눈을 뜨고 보니 구마하가 처량한 시선으로 물어본다.

-얼굴만 보여주지 말고, 몸 다 보여주면 안돼?

너가 그럼 그렇지. 맨날 나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결국 자기 기분 낼 거면서...

"근데 진짜 부끄러운데..."

-알았어 그럼...

"보고싶어?"

-어.

앞에 있었으면 굉장히 사랑스럽게 키스를 해줬을 것이다.

이혜정이 노트북을 이리저리 각도를 맞춰 침대 머리맡에 베게와 쿠션을 놓고 등을 기대고 앉았다.

"이정도면..."

-아래로 하면 안돼?

"그럼 내가 널 못 봐. 소리도 멀어지고.

-아. 그런 문제가 있구나.

멀어지고 싶지 않다.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시키고 싶었다.

이혜정은 쿠션에 몸을 편안히 기대며 물었다.

"넌 이런 거 누구랑 해봤어?"

-아니. 나도 니가 처음이라니까.

"근데 왜 이렇게 잘 해...?"

그 말에 구마하가 답해준다.

-야. 내가 너 모르냐.

"무슨. 넌 나 아무것도 몰라."

적당한 수다를 떨다보니 마침내 그 타이밍이 온 것 같다.

이혜정이 딜도를 가만히 들어본다.

침이 묻어 매끈 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걸 바로 내 몸에 넣는 건 좀 아닌 거 같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데.

구마하가 그녀의 표정을 읽으며 말해준다.

-혜정아. 침대 옆에 그거 작은 서랍. 거기 콘돔 있을 거야.

이혜정이 두리번 서랍을 열어 콘돔을 꺼내왔다.

초박형. 꼭 이거 쓰지.

"으음."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살며시 기구를 몸 안으로 밀어 보았다.

"아아~ 하아!"

나무 빗과는 다른 굵기에 마치 진짜 상대방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민서 꺼 썼을 땐 조금 찝찝하면서 그랬었는데, 이건 새거니까.

-천천히 우리 할 때 처음엔 천천히 하니까.

"응."

그래. 지금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 마하와 같이 있다.

마하가 들어온다. 얘가 다시 내 안에 오는 거야...

이혜정의 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 그녀의 상상력을 더해준다.

* * *

모니터 속 혜정이가 몸을 잔뜩 끌어안은 자세로 딜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겪어본 모든 여자들은 다들 그녀들만의 표정이 있었다.

독자적인 감성은 사랑을 나눌 때도 그녀들만의 개성이 된다.

하지만 역시 혜정이만의 저 얼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어려서부터 쭉 지켜 봐 온 그 얼굴. 상상 속에서. 그리고 실제 둘이 함께 하면서.

변함없이 언제나 나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저 느끼는 눈빛과 표정이 나를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게 만든다.

"혜정아."

-하아아. 하아

"조금 씩 빠르게.

-응. 읏!

사랑스럽다. 올림픽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제트기 타고 한국으로 가서 그녀를 끌어안고 밤이 새도록 사랑을 나누고 싶다.

-아아 읏~! 으응 흑 으윽

둘이 할 때와 다르게 지금 더 그녀의 작은 몸짓이나 표정을 세세하게 보게 된다.

숨소리가 다양하다. 생각보다 몸을 더 바짝 굽힐 수 있구나.

내가 할 때는 허리 아프다고 하더니 지금은 완전 웅크리고 있네.

-아아. 아~!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혜정이는 혼자만의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손을 빠르게 했다가 다시 천천히 했다가.

화면 상으로도 그녀의 신음과 함께 촉촉한 소리가 들려온다.

"후우 후우"

미치겠다. 싸고싶어 돌아버릴 거 같애.

섹스와 달리 자위는 사정이 빠르다.

싸고 또 해도 된다지만, 지금은 혜정이와 속도를 맞추고 싶었다.

이대로 내가 먼저 끝내면 그녀만 혼자 외롭게 하고 있을 것 아닌가.

그러나 슬쩍만 건드려도 똘똘이 녀석이 바로 터질 듯 반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녀석을 놓고 혜정이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또 슬며시 눈을 떠 물었다.

-넌 안 해?

"어? 어..."

-왜? 기분 별로야...?

그럴 리가.

너무 좋아서 지금 미치겠어서 그러지.

"보고 싶다."

-...지금 보고 있잖아.

"그게 아니라. 진짜로 널 보면서 만지고 싶어. 같이 있고 싶어."

* * *

이혜정도 구마하와 같은 기분이었다.

둘이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안심하란 마음에 노트북을 가져다 앞에다 두었다.

"마하야 잠깐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여전히 부끄럽고 아무리 그래도 이 각도는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지만.

"이제 잘 보여?"

-어...

화면에 그녀의 몸이 다 들어가 있다.

마치 거울을 보듯, 성기에 들어간 이질적인 기구를 꽂은 자신의 모습에 이혜정도 부끄러워 긴 머리로 얼굴을 감췄다.

-우와!! 하하하! 야? 너 지금 이거??

"아. 그런 거 하지 말라고!"

구마하가 웃음을 짓고 이혜정도 머리카락 뒤에 숨어 혼자 미소를 지었다.

진짜 얘랑 있으면 별 짓 다 한다니까...

그리고 다시 천천히 딜도를 손에 잡아 움직였다.

몸이 떨리자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도 스르륵 미끄러져 그녀의 느끼는 표정을 보여준다.

"으음. 응~"

이혜정의 몸이 점점 침대로 눕혀지고 있다.

구마하는 자신을 만지지 않으면서도 찔끔찔끔 정액이 흘러 나온다.

-아 맞다. 혜정아. 그거 진동 돼.

"어?"

-버튼 있을 거야.

"응. 있어."

-한번 눌러 봐.

진동? 민서 꺼랑 같은 그런 건가?

조금 아프던데. 배도 울리는 것 같고.

그래도 눌러보라니까 한번 시도해 보는데.

위잉위잉

아니다. 다르구나.

이건 움직임이 원형을 그린다.

"아아 아!!"

-어때?

"하아아. 으응 응!"

대답을 못 할 정도로 기구가 속을 강하게 휘젓는다.

이혜정은 딜도가 빠져나가지 않게 손으로 붙잡는 것 외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 아퍼..."

-그래? 그럼 꺼.

아픈건가? 진짜 아픈 게 맞나?

아니야. 이건 아픈 게 아닌, 느낌이 강한 거야.

마치 마하가 마지막 피크를 올릴 때 같이. 엄청난 빠르기와 힘으로 내 몸에 화상을 입히는 그런 감각이야.

"하아 하아 하아!!"

이혜정은 머리를 쥐어잡으며 견딘다.

침대 머리맡에 기대고 있던 몸이 완전히 눕혀져 있었다.

"으응 응!!"

조금씩 몸이 진동과 움직임에 익숙해지자 이혜정은 딜도를 천천히 앞 뒤로 움직여 본다.

"아아! 아!!"

쾌락이 전신으로 퍼져간다.

허리가 들리고 발 끝이 오무려진다.

종아리가 긴장하고 골반과 허벅지에 경련이 일었다.

"마... 마하야... 나 안되겠어..."

척추 신경을 타고 두개골 저 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

이혜정은 허리를 튕기며 딜도를 뽑아들었다.

"으읏 응!!! 하앙!!"

모니터를 향해 그녀의 뜨거운 애액이 쏟아진다.

구마하도 이혜정의 반응을 보며 빠르게 기둥을 문질러 흰 액체를 사방에 흩뿌렸다.

"하아 하아..."

-후우 후우...

한참 뒤. 오르가즘에 힘겨워 하던 이혜정의 정신이 현실로 돌아온다.

"..."

-혜정아? 혜정아?

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그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이야기는 해야만 했으니.

"야... 나 이거 침대 어떡하지...?"

-하하하! 빨면 되지 뭘 걱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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