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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198화 (198/401)

< 챔피언의 무게 (8) >

노출된 공간에서의 그 어떤 은밀한 만남이 주는 흥분이 있다.

카섹스라든지, 야외건물 옥상이나 계단이라든지.

나도 비행기에서 해봤지만, 공중화장실은 아직 경험이 없었다.

"쿠. 들어와."

데보라가 먼저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칸칸이 확인을 해보며 들어오라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냥 남자 화장실로 가자니까...?"

"싫어. 냄새 나."

"여자는 똥 안 싸나..."

아무튼, 그래서 데보라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왔다.

여자 화장실은 태어나서 처음인데 특별할 건 없구나. 남자칸의 소변기가 없는 구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어어..."

"뭐하고 있어?"

"아니. 뭔가... 위화감이..."

와 이거 맞나...?

정신차려야 되는 거 아냐?

이러다 걸리면 진짜 말 그대로 좆되는 거 아닌가?

[아테네에 이어 토리노 올림픽의 금빛 신화를 이룩한 구마하 선수가 여자 화장실에서]

[입장부터 보안요원을 속였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 들어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분이...]

[한 외국인 선수와 불미스런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연맹은 선수에 대한 징계를!!!]

[시민단체가 구마하 선수에 대한 연금을 회수하고 메달을 박탈할 것을 시위하고 있으며]

[너 진짜 실망이야!! 여자가 그렇게 좋아? 바로 전날 나랑 화상으로 한 건 뭐야?! 끝이야!]

[죽어!! 씨발놈아!! 이제는 똥싸는데가서도 그지랄을 하냐! 너 같은 새끼 때문에!]

[크하하하~~!! 미친놈아! 내가 너 좆질하다 망할 줄 알았다!]

[왜 그랬냐 새끼야... 조심 좀 하지...]

혜정이 태윤이 이정석. 그리고 남수의 목소리까지 머릿속을 울리는 순간. 철컥철컥 벨트와 바지 자크를 내리던 데보라의 손을 황급히 붙잡았다.

"응?"

"저기... 잠깐만..."

"왜?"

변기 칸에 앉아 고개를 든 데보라에게 말했다.

"야. 아니야. 이건 아닌 거 같애."

"쿠도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아 씨발! 그 사이에 이 새낀 또 왜 섰어??

"아니. 이건 그냥. 생리적인 반응이고."

"괜찮아. 쿠. 나도 준비 됐어."

데보라가 억지로 바지와 팬티를 잡아 내린다.

"야. 야! 여기 있다가 걸리면 너는 몰라도 난 우리나라에서 추방당해!"

"후후후. 그럼 나랑 모레노랑 셋이 살면 되지."

성욕에 미친 여자는 사리 분간이 어렵다고 했던가...

데보라가 그런 상황이었다.

애가 완전 흥분에 빠져서, 어떻게 말릴 수가 없다.

그녀를 무시하고 혼자 나가다가 누구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망이고...

그렇다고 이렇게 있자니 뭔가 불안하고.

"..."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는 하고는 싶고.

아 빌어먹을 호르몬의 노예여...

"릴렉스.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 게."

그 사이 데보라가 혼자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어던지고 내 위로 올라탔다.

"야. 추워. 옷 입어."

"하아 하아... 암 오케이."

오케이는 오케이네.

애가 독감이라도 걸린 듯 몸이 뜨겁다.

아이고 뿌린대로 거둔다고. 이제 내가 먹히네 젠장...

"으음."

데보라의 몸이 부드럽게 날 받아들인다.

그녀가 천천히 리듬을 타며 골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비. 그럼 목소리 낮춰."

"응~~ 으응!"

낮추라고 젠장!

하는 수 없이 데보라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흐름을 뺏었다.

"음. 으읍!"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데보라는 목을 꼭 끌어안고 연신 허리를 들썩거렸다.

이 와중에 나도 뭐라 할 말은 없는데.

좋긴 좋다...

부드럽고 촉촉하고.

역시 데보라. 알프스의 소녀.

"하아 하아~ 쿠."

"데비."

"후훗. 왜 둘이 있을 땐 데비라고 불러?"

"나도 애명으로 부르고 싶은데. 모레노 눈치가 보여서..."

"쿠. 돌아가도 언제든 놀러 와. 알았지?"

"응."

"모리와 나는 쿠라면 언제나 환영이야."

"둘이 결혼 할 거야?"

"음. 아직은 모르겠어. 근데 아마 그러지 않을까? 성향 맞는 사람을 또 찾을 수도 없고."

둘이 키스를 나누며 신음을 감췄다.

그녀의 말랑하고 부드러운 몸이 연신 들썩이며 쾌감을 올리는데, 데보라가 다리를 올려 변기 끝에 아슬아슬 뒷꿈치를 걸치며 허리를 움직인다.

두 사람의 무게에 변기 의자가 부서지지 않을까 싶어 자세를 바꿨다.

"엎드려 봐."

"응. 허억 허억!"

에이 씨 몰라. 일단 해.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겠어.

화장실.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 화장실이라는 금지된 공간.

좁은 공간에 꽉 들어차 보이는 데보라의 탄력 있는 몸.

뒤에서 보는 사과 같은 엉덩이와 스포츠 선수 특유의 근육 잡힌 몸이 주는 탄력이 더더욱 우리 똘똘이 녀석을 단단하게 만든다.

"하아 으응! 쿠!! 쿠우!!"

다 좋은데 왜 이렇게 소리가 커... 이거 화장실 밖에서도 들리는 거 아닌가?

눈앞의 그녀에 집중 면서도 청각을 활짝 열어 100미터 밖에서부터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다행이 이곳은 층이 달라 그런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진 않는다.

"으음 응. 으응! 하앙~!"

좋아. 데보라도 평상시보다 더 빠르게 반응이 오는 것 같고. 나도 그리 길게 할 상황은 아니야.

팍팍팍!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빠르게 스퍼트를 올렸다.

온다. 온다.

"데비. 입. 유어 마우스."

데보라도 눈치채고 변기에 앉는데 입은 벌리지 않는다.

그냥 자기 몸에 하라는 식으로 눈을 뜨며 가슴을 슥 문질러준다.

오케이. 알았어. 어차피 더 참을 수도 없어.

탄탄한 그녀의 가슴과 배. 몸 여기저기 정액을 뿌렸다.

그제서야 데보라도 입을 벌리며 뜨거운 애액에 탄성을 질러준다.

"아아~ 하아... 굿. 유 어 베스트."

데보라는 손을 들어 몸 여기저기 뿌려진 흰 액체들을 마치 바디로션이라도 되는 양 문질러 발랐다. 그리고도 아직 흥분되어 빳빳하게 서있는 우리 똘똘이 녀석을 입으로 가져가 달래준다.

"야. 근데 안 추워?"

그녀가 괜찮다는 의미로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어주는 덕에, 우리 아랫동네 녀석도 같이 들썩거렸다.

"...데보라."

"응?"

추웁 추웁 그녀가 그녀와 나의 체액이 뒤섞인 리틀 구마하를 물고있었다.

데보라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모레노든 누구든. 어떤 사람을 만나도 늘 행복해야 돼."

"응. 쿠도."

* * *

"잠깐만 있어 봐."

데보라가 옷을 챙겨입고 조심히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끝났어... 기자들 들이닥치고 카메라 들이밀고 그러고 있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어.

아... 싸고 나니까 현자 타임이 밀려온다.

역시 입을 막았어야 했는데...

아니. 그 전에 이미 공간이 좁아서 변기 땅땅 거리고 외투 막 여기저기 부딪히고, 누가봐도 '여기 섹스해요! 여기 누가 있어요!!' 신호를 줬잖아.

"쿠. 나와 아무도 없어."

"어. 진짜?"

아무도 없단다. 진짜? 정말로? 어! 없네! 나이스!!

와 씨발 화장실 장난 아니네!

존나 꼴렸어. 미쳤다고. 거의 내 최단 시간 돌파 했을걸?

5분도 안 한 거 같은데. 그 사이 할 건 다 했다니.

진정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의 자화상! 패스트 앤 퓨리어스!! 섹스 앤 이젝큐레이션!!

"후우. 다행이다..."

"큭큭큭. 겁쟁이."

"겁쟁이가 아니지. 남자라면 당연하게 느끼는 두려움이라고..."

어휴 아무튼 아무도 없었다니 다행이다.

그래도 이런 경험은 한번으로 족해. 웬만큼 성욕에 미친 여자들 아니고서야 화장실로 가잔다고 따라 오겠냐고.

빨리 일행들한테 돌아가야지.

감독님은 어디 계시려나? 돌아오셨나? 연락이.

"어? 내 핸드폰?"

"없어?"

"아. 어... 아까 거기다 흘린 거 같은데..."

"그래?"

데보라만 옷을 벗었고, 나는 입고 있었으니 앉았다 일어섰다 체위 바꾸다 흘린 거 같다.

둘이서 서둘서둘 다시 화장실로 돌아갔다.

"여기 있어."

"응."

그리고 데보라가 들어가 덜컹덜컹 핸드폰을 찾아가지고 나온다.

"있었어!"

"하하. 당연히 있지. 누가 왔다고."

연락 온 곳 없나 수신 목록을 뒤져보는 그때.

또각.

"..."

"쿠. 왜 그래?"

어라? 화장실 안쪽에서 방금 발소리가...?

아직 한번도 가위에 눌린 적은 없는데, 친구들이 말하길 가위 눌리면 귀신이 다가와 몸이 굳는다고들 해줬다.

딱 그 느낌으로 또각또각 여자화장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몸이 굳는다.

나는 물론이고. 데보라도 소리를 들었나 멈칫 굳어 고개를 돌렸다.

"..."

"..."

두근두근 심장을 조이며 쳐다봤다. 그리고 작은 발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쏘... 쏘리..."

어떤 검은 머리의 여자 선수가 황급하게 우리들을 피해 저만치 가버렸다.

"데비... 제대로 확인 한 거 맞어? 아무도 없었다며...?"

"쏘리... 끝 칸은 확인 안 했었어."

"..."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

그럼 처음부터 다 들었다는 얘기야...?

당연히 내가 누군지도 알겠네...

* * *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왔다.

데보라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평범한 미소를 지었고, 모레노는 싱글벙글 행복해 죽는다.

스테판은 아는 것 같은데 사촌 동생과 모레노의 성향을 모를리 없으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 같았다.

감독님이 어디갔다 오냐고 물어보시는데, 데보라가 자기 친구들이 왔다고. 그래서 나 소개하고 자랑하고 싶었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대니 믿어주신다.

"흠. 밥 먹다가 팬미팅이라니."

"늘 팬 서비스 잘 해주라고 강조하시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으니까. 밥 먹는 시간까지 움직이진 마라."

죄송합니다. 감독님. 정말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생활을 즐기고 왔습니다.

아 젠장. 누구지? 들겼으려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머리카락 하나 빠져나가지 않게 쪽 찐 머리. 화장기 가득한 얼굴. 그리고 수줍게 시선을 피하며 걸어가던 걸 생각하면 영락없는 피겨 선순데.

외국인이면 상관없어. 근데, 동양인이야. 동양인이었어. 검은 머리였다고.

어느 나라 선수였을까...

"선수 프로그램이..."

한국 선수면 난 인생 끝나는 거고. 아니면 무슨 상관이냐.

피겨 선수 목록을 뒤져보니 한국인 참가자는 없다.

중국과 일본 선수들만 있는데 다행이라고 봐야하는지.

"헤이. 마하."

"응?"

그 와중에 모레노가 다가와 툭 건드리며 물어본다.

"어땠어?"

"..."

"왜? 별로였어? 둘이 못 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너의 아모레는 너무 좋았지.

정말 짧고 굵은 아주 아름다운 섹스였고, 지금도 그녀의 피부 위엔 우리 세포 구마하가 말라 죽어가고 있는데.

"누가 본 거 같애..."

"하하! 진짜?"

웃겨? 이게??

자리를 옮겨 객석을 찾았다.

링크 위에서 몸 푸는 선수들을 보는데. 어제 쇼트트랙과 다르게 오늘은 피겨다 보니, 막 드레스도 반짝반짝 거리고 인형들이 나와서 춤추는 것 같다.

"오~ 예쁘다."

리듬체조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여기도 번쩍번쩍하는구나.

리듬체조 같은 활발한 에너지는 아닌데, 피겨는 얼음이 주는 그 어떤 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마하. 피겨 처음 봐?"

스테판이 물어봐서 그렇다고 해주니, 유럽에선 올림픽 아니어도 피겨는 엄청난 인기 스포츠란다.

"난 갈라 쇼도 즐겨 찾고, 시즌마다 기회 되면 꼭 가서 보는 편이야."

"그래? 감독님 아셨어요? 스테판이 유럽은 피겨가 인기 있데요."

"알지 그럼. 피겨야말로 스포츠 권력의 집중인데."

"권력까지 가나요?"

피겨란 종목은 심사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각축전이 벌어진단다.

인기가 좋아 기업 후원도 많이 들어오고 선수들도 잘하는 선수들은 헐리웃 스타 못지않게 파파라치도 쫒아다닌단다.

"단점도 크지. 그래서 심판 로비도 심하고. 선수들끼리 질투나 모략도 있고."

"으음."

"우리가 하는 경기랑은 완전 다른 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상이야."

그때 링크장 저편으로 한 선수가 스륵스륵 스케이트를 밀며 몸을 풀러 나왔다.

"..."

저 사람 같은데? 짧은 순간이지만 뭔가 이미지가...

일본 사람 같다.

그녀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녀도 관중석에 앉은 나를 보자 황급히 고개를 홱! 피해버렸다.

"저. 감독님 잠시만요..."

"응? 어디가?"

"아. 잠깐 밖에 좀."

오해를 풀어야 돼.

아니. 오해를 풀고 자시고를 떠나 일단 말하지 말라고 부탁은 드려야 내가 살어...

일본은 가깝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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